흑인 혼혈 눈에 비친 권력자들 外

[서평]

2010-12-03     편집부

<변수의 기하학> 마마두 마흐무드 느동고

피에르 알렉시 드 뱅빌과 협력자 다우르 템벨리는 홍보 분야의 컨설턴트이자 레인메이커로 명성을 날린다. 두 사람은 ‘홍보 전문가들의 성배’인 아틀라스를 위해 일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컨소시엄이다. 뱅빌은 해마다 최고의 정치 캠페인 회사에 주는 ‘반 바르 2008상’을 받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가지만 커리어를 정리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베를린장벽 붕괴 20주년 축하 준비를 위해 베를린에서 일할 생각이다.

한편, 매력 넘치는 템벨리는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배경 덕분에 리비아 독재자 다리우스 존스의 선거전을 돕는 뉴욕 사무실에 채용된다. 역설적이게도 템벨리는 미국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흑백 혼혈이자 냉소적인 린콜른 윌리엄스와 알게 되면서 자신이 아프리카인임을 깨닫게 된다. “난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 출신이었고, 뉴욕에서는 흑인이 되었다.”

이미 여러 편의 단편소설, 에세이 <시디키 바의 방황>, 폭력과 인종차별의 혼란을 다룬 소설 <브릿지 로드>(Bridge Road)와 <엘 하지>(El Hadj)를 발표한 마흐무드 느동고는 신작 <변수의 기하학>에서 독자를 암스테르담·파리·베를린·뉴욕으로 이끈다.

등장인물들은 생생한 대화를 통해 유명한 국가대표들, 즉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미국적이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아메리칸드림’의 상징 오바마 현 대통령, ‘오로지 자신만을 믿는’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 ‘거침없고 독단적인’ 사르코지 프랑스 현 대통령 등을 언급한다. 아프리카의 독재자들도 언급된다. 템벨리는 고객인 아프리카 독재자들을 스타 혹은 역사적 정치인에 비유할 수밖에 없는 홍보쟁이들의 괴로운 임무에 대해 이야기한다. 뱅빌은 지도자의 독재를 위해 득표율이 94% 혹은 89%가 유지돼야 한다는 생각에 선거 부정을 저지르는 장관 출신 개표 입회인들이 하나같이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선거일의 저녁 풍경을 이야기한다.

<변수의 기하학>은 그랑제콜, 흑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인식, 프랑스 좌파, 라캉이 보는 사랑 등에 대한 고찰로 가득하다. 특권층과 부유층의 세계도 천천히 탐험하듯 살펴본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거짓말’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진실, 그리고 ‘전쟁광’ 지도자를 새로운 세계의 희망으로 포장해야 하는 홍보쟁이의 패러독스에 대해 세세하게 고찰하는 작품이다.

꼼꼼하게 따져보는 문체가 참여작가인 저자와 잘 맞는다. 현 세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타인을 비롯해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작품이다.

글•마리조엘 뤼프 Marie-Joёlle Rupp


팔레스타인 점령의 경제학

<이스라엘 점령의 정치경제학: 착취를 넘어선 억압> 셰르 허버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한다고 해서 이스라엘에 실제로 이익이 되는 것이 있을까? 이스라엘의 서요르단·가자지구 점령, 예루살렘 분리장벽 건설이 경제적으로 가져오는 결과는 무엇인가? 이스라엘 경제학자 셰르 허버(마이클 바샤브스키가 창설한 비정부기구 ‘알터너티브 인포메이션 센터’ 멤버)는 ‘점령 경제’라는 생소한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점령 경제에 대해 10년간 연구한 끝에 최근 저서 <이스라엘 점령의 정치경제학: 착취를 넘어선 억압>을 펴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팔레스타인인의 권리를 짓밟는 행위이지만, 한편으론 텔아비브를 지켜가기 위한 수단이다. 오늘날 텔아비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그 비용을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통해 확보한다는 것이다. 셰르 허버는 분리의 벽이 예루살렘에 미치는 영향,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 원조 같은 특별 사례 연구를 마르크스·부르디외·베블런의 경제이론과 사회이론을 결합해 이스라엘 내부의 불평등 확산과 사회 변화 상황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글•마리아 시아라 리올리 Maria Chiara Rio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