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보낸 민주당의 선물, ‘러시아게이트’

백일하에 드러난 미 체제주의자들의 광기

2019-05-31     아롱 마테 l 기자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꼭두각시라는 음모론을 완전히 기각시켰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 이메일을 해킹하기 위해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가 결탁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트럼프 캠프 측 여러 인사와 고문들이 러시아와의 중계자 역할을 했다는 증거 또한 전무했다. 

2016년 6월 트럼프 타워에서의 만남, 러시아에 트럼프 타워를 건설하기 위한 (헛된) 노력, 2016년 공화당의 우크라이나 수정안 거부, 트럼프 캠프의 선대위원장 폴 매너포트와 러시아 정치 컨설턴트 콘스탄틴 킬림니크의 협력,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 전 보좌관과 러시아 대사의 (기록된) 대화 내용…. 이처럼 러시아 음모 이론을 뒷받침했던 확신에 찬 단편적인 사건들의 의미를 로버트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서 모두 부정했다. 뮬러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관여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캠프가 협력하거나 결탁하지 않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그간의 시나리오는 모두 폐기됐다.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와 결탁한 혐의로 기소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고문이었던 제니퍼 팔미에리의 표현을 빌리면 ‘가장 중요하며 영구적’이었던 러시아게이트 수사의 결론은 민주당 중진들의 분노를 사며 트럼프의 재선을 위한 선물이 돼버렸다. 오랫동안 민주당계 언론과 야당은 “러시아와 결탁은 없었다”라는 대통령의 주문을 비웃으며 안티트럼프 저항운동을 보장해줄 인물로 뮬러 특검을 이용했다. 

더구나 이 사건은 야당인사들의 에너지와 시간을 많이 빼앗았다. 트럼프의 임기 초반에는 페미니스트 시위와 무슬림의 미 영토 입국 금지령에 반대하는 시위로 희망의 빛이 엿보였으나 그 기세는 빠르게 꺾였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보다는 스파이 소설에나 어울릴 법한 음모론을 쌓는 데 주력했다. 

이런 전략을 잘 이용해 TV를 누비며 유명세를 획득한 사람들이 있다. 아담 쉬프 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여러 차례 뮬러 특검이 반드시 트럼프를 기소할 거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간접적인 증거 이상의 것들을 봤다고 확언했다. 아담 쉬프에게 ‘트럼프 최악의 악몽’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언론이 있을 만큼, 러시아와의 음모론을 주장하는 그의 열정은 대단했다. 반면에 그는 대통령의 권한 확대와 국방예산 증액에 찬성했으며,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정책도 기탄없이 지지했다. 

러시아 게이트로 정신이 혼미했던 민주당 다수는, 인종차별주의자였던 법무부 장관 제프 세션스의 해임에 대해 격렬히 반대했다. 트럼프는 극우파 공화당원 제프 세션스의 충성심이 부족하다며 그를 해임했다. 또한 민주당은 트럼프의 특권층을 위한 조세개혁, 오바마 케어를 백지화하려는 법안, 파리기후협약 탈퇴, 이란 핵 합의 파기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제프 세션스처럼 뮬러 특검도 해임될 것이라고 한 이들도 있었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성 추문 사건의 특별검사였던 켄네스 스타르의 표현을 빌리면, ‘전례 없는 수준의 협동’ 작전을 위해 선택된 특별검사 뮬러는 트럼프의 트위터에서 자주 공격당했다. 그리고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2만여 페이지의 자료와 수십 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러시아게이트의 실패, 그 효과는?

러시아게이트의 완벽한 실패는 미국 주요언론들이 가짜뉴스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말을 신뢰하게 만든다. 2년이 넘는 기간 MSNBC의 진행자 레이첼 메도우는 24시간 방송되는 뉴스 채널에서 어두운 온라인 사이트에나 어울릴법한 편집광들을 인터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트텀프가 2017년 2월 27일 선대위원장으로 매너포트를 고용하고, 엑손모빌의 회장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배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또한 트럼프로 하여금 FBI에 타격을 주고, 국무부를 약화시키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2017년 3월 9일). 또 푸틴이 한국에서의 군사훈련을 중단하도록 설득했고, 어떤 위험한 동영상을 빌미로 트럼프가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2017년 1월 18일). 메도우가 보기에 푸틴의 권력은 백악관을 초월했다. 그녀는 한파 기간 미국인 수백만 가구의 전기를 끊겠다고 러시아가 위협했었다고 말했다. 이는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일이다.    

정치언론의 이런 와해형국은 이라크 전쟁을 유발했던 선동행위와 매우 흡사하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알카에다와 관계를 유지 중이며,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대부분의 메이져 언론들이 잘못된 방송을 퍼트리며 선동했었다.  

러시아게이트에서 또한 비밀정보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6년 10월 FBI는 트럼프 캠프의 인사인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시 권한을 획득했다. FBI는 페이지가 러시아와, 그리고 트럼프 캠프의 인사들과도 관련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1) 민주당이 고용한 전 영국 정보요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수집한 위험한 자료인 ‘스틸 보고서’를 근거로 한 주장이었다. FBI는 감시 권한의 요청을 정당화하고자 이 보고서를 신뢰할 수 있는, A급 근거처럼 설명했다. 트럼프와 러시아가 장기간 강한 결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 보고서에 동조하며 FBI는 비웃음을 샀다. 

FBI의 국장도 쉽게 잘 믿는 기자들에게 익명의 정보 또는 가짜 정보를 전하며 러시아와의 결탁 루머를 부추겼다. 가장 놀라웠던 예는 2017년 2월 <뉴욕타임스>가 트럼프의 측근들이 선거전에 러시아의 정보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했었다 사실을 입증하는 전화 녹취록과 기록을 미 조사당국이 손에 넣었다고 보도한 것이다.(2) 넉 달 후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상원에서 이는 거짓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여전히 정정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의 또 다른 공통점은 주동자들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 CIA 국장 존 브레넌은 이미 이라크 침공 전에 정보국의 중요한 요직을 차지했었다. 또한 그는 전쟁 돌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상사들의 사기행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브레넌은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 조사 착수에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고백했다. 2017년 1월 국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그는 MSNBC 방송국에서 분석하며 계속 결탁에 대한 기소를 촉구했다. 

돈벌이가 되는 무대 위에서, 그는 미 대통령을 푸틴에 복종하는 부역자처럼 취급했다. 지난 3월 그는 또다시 뻔뻔하게도 트럼프의 사생활에 대한 여러 혐의가 쏟아지리라 예측했다. 뮬러 보고서가 그의 예측들을 산산이 부숴버리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투를 바꿨다. “내가 잘못된 정보를 받은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실제로는 더 많은 무언가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가 MSNBC에서 한 말이다(2019년 3월 26일).

 

푸틴을 칭찬한 것이 조사를 받아야 할 이유인가?

2003년 10월 조지 부시 정부는 그 유명한 대량살상무기를 아직도 발견 못 한 이유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미국국가영상지도국(NIMA)의 제임스 클리퍼 국장은 위성사진에 의하면 불법무기가 시리아 쪽으로 확실히 이전했다고 확언했다.(3)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으로 승진했고, 그 후에는 CNN방송국에서 러시아게이트 분석전문가로 활약했다. 그는 2017년 5월, “러시아인들은 포섭과 침투, 환심 사기에 탁월하다. 이는 전형적인 러시아인들의 테크닉이다”(4)라고 말했다.

정신상태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 헛소리들이 트럼프-러시아 루머의 기반이 됐다. FBI 법률가 리자 페이지는 “나는 러시아인들을 싫어한다”라고 2018년 6월 13일과 18일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선언했다. “서구의 이상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수호하는 것들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우리 삶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2016년 7월 FBI는 트럼프와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피터 스트로젝 요원은 리자 페이지에게 화려한 수식어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망할 러시아인들…, 잡종놈들. 나는 그들을 싫어한다…. 그들은 최악의 인간들일 것이다. 정치에서도, 육상경기에서도, 사방에서 망할 사기꾼, 협잡꾼들. 다행히도 나는 미국에 산다.” 이런 증오심을 보면, 2016년 대선운동 기간에 트럼프가 했던 푸틴에 대한 호의적인 발언에, 왜 수많은 고위층 인사들이 아연실색하고 동요하며 수사 착수까지 이르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월 11일 <뉴욕타임스>는 2017년 5월 트럼프가 미국의 공익에 반하는 러시아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는지 규명하기 위한 FBI의 두 번째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의 기사에는 FBI가 무엇 때문에 수사를 시작했는지 알 수 있는 어떤 암시도 없이, 단순히 여러 사건 때문에 FBI가 염려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2016년 7월 기자회견 당시 트럼프는 러시아에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하라고 촉구한 일이 FBI의 대간첩활동 요원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선운동 기간에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거부했고, 푸틴을 칭찬했다.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협상안을 러시아에 이익이 될 방향으로 바꿨다는 사실에 수사관들은 주목했다. FBI는 악의적으로 해석한 여러 사건을 뒤섞어 미국 대통령에 대한 특별수사를 시작했다. 

2016년 7월 트럼프가 던진 말은 농담이었다. 그리고 크림반도 사태에 대한 방향전환은 전임자인 오바마와 달리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팔아서 별다른 여파가 없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트럼프가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고 푸틴을 칭찬한 것이 트럼프를 수사하는 사유로서 정당하다면, 왜 이스라엘 지도자와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를 칭찬했을 때는 수사를 하지 않았을까?

이 사건에서 보여준 왜곡은 이라크 전쟁 때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당시에는 양당 모두 이라크 전쟁을 단호히 지지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어떤 정치 지도자도, 어떤 미국인 기자도 거짓말의 후폭풍을 겪지 않았다. 오히려 승진한 사람도 있었다. 반대로 러시아게이트는 명백히 당파적인 사건이다. 현재 뮬러는 수사를 마쳤고, 트럼프는 공세에 통과했다. 

어쨌든 두 정당은 러시아를 악마로 만드는 일에는 계속 공동전선을 형성할 것이다. 민주당은 러시아게이트를 계속 붙들고 있는 반면, 국방부와 정보국의 공화당 책임자들은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에 강한 거부감을 표명했다. 이번 사건 덕분에 양국의 지도자들은 애국심을 방패 삼아 그들의 군사적 야망을 정당화시켰다. 이 새로운 냉전의 촌극은 출구 없이 긴장만을 한층 높여놓았다. 

즉, 러시아게이트는 엄밀하게 말하면 스캔들이 아니다. 이 사건은 권력층의 이익추구를 잘 보여준다. 이 사건은 민주당과 공화당, 더 넓게 보면 진보와 보수, 양쪽의 주요 급진파의 우선순위가 결합한 정치미디어 시스템의 생산품이다. 이는 특권층 고유의 병이다. 

러시아게이트의 완전한 실패는 두 가지 재앙의 징조다. 편집광 야당이 반대하는 과대망상 대통령, 양쪽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당파적 목적을 위해 시민들을 속였다. 트럼프에 맞서서 야당이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선거 패배의 현실에 저항하는 것밖에 없다. 이런 부인은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 그리고 이런 음모론에 무관심한 시민들이 효과적으로 결집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민주당의 이런 집착은 또한 트럼프 측의 충성심을 강화시켰다. 연방 수사를 정당의 도구로 만든 것은 대통령에게 대중과 단절된 엘리트에 반해 공화당의 전통을 활용할 많은 기회를 줬다. 

그리고 러시아게이트는 미국이 겪고 있는 민주주의 참여의 위기를 악화시켰다. 러시아게이트는 당파적으로 더욱 깊이 갈라진 국수주의를, 자유의 보장처럼 여겨지는 정보국 등과 같이 미 체제에 해로운 요소들이 절정에 이른 국수주의를 부채질했다. 러시아와의 결탁음모론 붕괴는 트럼프의 적들을 실망시킨 반면, 희망의 빛도 보여줬다. 이제 결탁 음모론은 사라졌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의 높은 인사들이 유권자들에게 고의로 거짓말한 것을 인정한다면, 민주당은 그들이 2년 전부터 무관심했던 미국 사회의 현실과 재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글·아롱 마테 Aron Maté
기자

번역·김영란
번역위원

 

(1) 데이비드 셰퍼드슨, ‘FBI releases documents on former Trump adviser surveillance’, <로이터>, 2018년 7월 22일.
(2) 마이클 슈미트, 마크 마제티, 매트 애푸조, ‘Trump campaign aides hadrepeated contacts with Russian intelligence’, <뉴욕타임스>, 2017년 2월 14일.
(3) 더글라스 젤, ‘The struggle for Irak: Weapons search: Iraqis removed arms material, US aide says’, <뉴욕타임스>, 2003년 10월 29일.
(4) ‘Meet the Press’, <NBC뉴스>, 2017년 5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