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학살군이 된 UN평화유지군

2019-05-31     후안 브랑코 l 기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안정화를 위한 UN 다차원 통합 임무단은, 장비부족과 잘못된 업무로 실패와 물의를 키우고 있다. 2016년 이후 73명이 사망한 UN 평화유지군은 18년 4월 중순, 수도 방기(Bangui)에서 비무장한 군중을 향해 총을 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국제세력 다툼의 장이 됐다. 

 

2018년 4월 10일, 방기 한복판에는 한 무장단체가 어떤 모녀를 납치했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다. 이곳은 PK5 구역, 주민 몇천 명의 이슬람 구역이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안에서도 상업분야의 허파다. 2013년 3월 프랑수아 보지제 대통령 축출 이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독교 및 정령숭배주의자들로 이루어진 안티-발라카 민병대와 다수가 이슬람교도인 셀레카 반군 사이 대립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십만 명이 이주했다. 

UN의 지지를 받아 프랑스가 2013년 12월에 개시한 ‘상가리(Sangaris)’ 작전에(1) 2014년 4월 MINUSCA(Mission multidimensionnelle Intégrée des Nations Unies pour la Stabilisation en Centre-Afrique: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안정화를 위한 UN 다차원 통합임무단)도 합류했다. 2015년 1월, 안티-발라카와 셀레카의 충돌 때문에 이미 6,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UN은 양측의 행동을 ‘인종청소’로 규탄했다. 2017년 6월 평화협정이 조인됐지만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2016년 당선된 포스탱-아르샹주 투아데라 대통령 정부는 실질적으로 국토의 20%만을 지배하고 있을 뿐이다. 

‘수쿨라(Sukula)’라 명명된 MINUSCA의 군사작전은 2018년 4월 8일 이후 수도에 혼란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다. UN 평화유지군은 민병대의 손에 넘어간 구역을 다시 장악하고자 매일 공습을 감행했다. MINUSCA는 이 구역에 군림하는 자위민병대원 니므리 마타르 자무스, 일명 ‘포스’를 격퇴하려고 한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군대를 탈영한 이후, 할 일 없는 청년 백여 명의 우두머리가 된 포스는 북부 및 동부 지역 반군 수장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2013년 일시적으로 수도 방기를 손에 넣었다가 다시금 수도 탈환을 노리고 있는 옛 셀레카 반군들이다. 그 누구도 포스의 허가 없이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인도주의 단체들도 짐을 싸서 떠났다. ‘포스’는 투아데라 대통령의 권위를 비웃으며, 그렇지 않아도 비난받고 있는 평화유지군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MINUSCA는 여전히 이 구역의 통제권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레바논의 다이아몬드, 러시아의 석유

지난해 4월 10일, 성난 주민들이 경찰서를 에워쌌다. 이 경찰서에는 얼마 전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군대(FACA)가 배치됐다. 매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상황은 금세 악화됐다. 바그너 그룹(러시아 비밀 민간 무장 세력으로 알려짐-역주)의 러시아 용병들을 대동한 유럽연합군이 공포를 자아냈다. 주민들은 모스크 주변으로 피신했고, ‘포스’ 대원들이 시위대에 섞여들었다. 두 대의 차량에 있던 20여 명의 르완다 병사들로 이뤄진 UN군 병력이 포문을 열었다. 민병대원들이 반격하는 와중에 장갑차 한 대가 고장 났고, 군인들은 걸어서 도망쳐야 했다. 평화유지군에서 사망자 한 명이 나왔다. 이튿날, 흰 수의를 앞세운 조용한 시위대가 MINUSCA 사령부 앞에 17구의 시신을 가져다 놓았다. 그중에는 여자들 그리고 아이들의 시신도 있었다. 방기에서 평화유지 임무 중인 장피에르 라크루아 UN 부사무총장은 이 일에 대해, “청년들을 조종하는 민병대 때문에 생겨난 작은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4월 8일에서 4월 10일 사이, 중앙아프리카 적십자의 집계에 의하면 사망자는 32명 부상자는 145명으로, 이 중 대다수가 민간인이었다. MINUSCA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PK5 구역에서 공식적으로 4건의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 어떤 조사도 최소한의 제재나 유죄판결로 이어지지 않았다. 모든 조사보고서는 “적절한 무력사용”과 “고도의 행위가 동반된 군사적‧조직적 움직임에 대한 병력지원 규칙 준수”로 결론을 맺었다. 새로운 고발들이 이어지면서 압박도 커졌다. 부사무총장은 MINUSCA의 인권부서에 또 다른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2018년 7월 11일, MINUSCA의 파르페 오낭가-아냥가 단장은 모든 잘못이 배제된 ‘철저하게 기밀에 붙여진’ 3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놨다.  

기자들과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수집한 증언들, 특수작전 부책임자 이크람 울 하크 및 작전 담당인 르완다의 장폴 루호라오자 중령이 서명한 특수작전 부대 사령부의 보고서 내용은 철저히 감춰졌다. 이들에 의하면, 평화유지군이 확실히 먼저, 비무장한 군중을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활동을 개시하지 않은 민병대들은 분명 둘째 줄과 셋째 줄에만 침투해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기밀서류들은 UN경찰(Unpol), 평화유지 작전부, MINUSCA 공동 조사팀 그리고 중앙아프리카 군사경찰의 보고서에 추가됐다. 이 보고서에서는 르완다 출신 UN군들의 폭력성도 확인됐다. UN군들은 혹시 모를 보복을 미리 막고자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구역의 모든 교차로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차드, 콩고민주공화국(RDC)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은 오랫동안 프랑스의 사하라이남 식민지배 전략의 중심이자, 여전히 열강들의 세력다툼 지역인 사하라이남을 통제하는 데 핵심이 되는 지역이다. 수도권 집중화로 전 국토가 휴경지처럼 돼버린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은, 1977년 국가 예산 1/3을 쏟아부어 ‘황제’가 된 옛 프랑스군 장교 장베델 보카사(1966~1979년 통치)의 횡포 속에 살기도 했다.

그 후로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가장 유망하다고 여겨지는 다이아몬드와 콜탄(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사용되는 금속광물-역주)이라는 천연자원을 가졌음에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옛 식민대국이 이 나라에서 점점 관심을 거두어감에 따라 고통받고 있다. 20년 전부터 시행된 프랑스군의 이동과 재배치는, 비밀경찰과 신식민지배주의자들의 놀이터가 돼버린 이 나라에 얼마 남아있지 않았던 화려함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공식적으로는 재정상의 이유로 부아르 군사기지와 베알 군사기지가 폐쇄됐고, 프랑스 부대들은 이웃 나라 차드의 은자메나, 아베체, 파야-라르고로 재배치됐다. 설탕, 목화 등을 개발하는 일부 프랑스인들도 하나둘씩 철수했고, 레바논 다이아몬드 상인, 러시아와 중국 석유기업들, 사헬의 금 상인 그리고 미국의 삼림 감시원들이 그들을 대체했다. 잠시 이곳에 자리 잡았던 프랑스 기업 아레바와 토탈(2)도 이 틈을 타 중앙아프리카를 떠났다.

2013년 내전은 전환점이었다. 보지제 대통령의 초라한 후계자인 미셸 조토디아 대통령의 과도 정권이 붕괴한 이후, 도지사조차 더 이상 임명되지 않았던 중앙아프리카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반란군들은 조금씩 국가의 요직을 장악해갔다. 과거에는 환대받았지만 비싼 임금을 받으며 포식 경제를 만들어온 외국인들도 이제는 주권을 박탈당한 중앙아프리카 국민들의 약탈자로 여겨진다. 이들은 1일 평균 1유로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반면 국제공무원은 최소 이들 수익의 100배에 달하는 급여를 가져간다. 국민 1인당 GDP는 382달러, 500만 중앙아프리카인이 생산해내는 부가 토탈사의 연수익을 현저히 밑돈다. 중앙아프리카에 존재하는 ‘기생적인 외국인’의 상징인 MINUSCA는 모든 증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평화유지군(10여 개국 출신의 14,787 장병)의 추문도 되풀이된다. 공식보고서에서는 이들의 ‘무지함’, 주민보호 임무에 대한 무책임함, 파병군사들의 교육 부족을 언급했다.(3) 2017년 6월, 콩고출신 평화유지군 629명이 성폭력 혐의로 본국 송환됐으며, 그보다 앞서 인종차별과 무슬림 세력 지원에 대한 혐의로 차드 군인들이 강제 철수됐다. 2018년 5월, 중앙아프리카를 계속 주시하고자 했던 프랑스 외무성이 참여한 긴 협상 끝에, 철수가 예정됐던 가봉 파병대원들이 마지막 순간 다시 중앙아프리카에 남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가봉 군인들의 성폭력 문제 역시 수면 위로 떠 올랐었다. 과거에도 다양한 국적의 군인들이 무기밀매, 강간, 악의적 살인 등을 이유로 이 나라를 떠났다. 2016년 12월, 조직적인 미성년자 성범죄로 ‘상가리’ 작전은 영광 없이 끝이 났고, 그럼에도 재배치된 MINUSCA는 이미 73명의 군사를 잃었다. 

이에 따라 중앙아프리카에 부재한 국가기관들을 강화하겠다는 명목을 앞세운 온갖 국제기구 사절들이 늘고 있다. UN도 전문가들을 연달아 급파하고 있다. 1일 500달러(약 442유로)를 받는 이들 전문가는 한 번도 제대로 둘러보지 않은 이 나라에 대해, 아무도 읽지 않는 형식적인 보고서를 찍어낸다. 양자 간 원조도 다자지원기금에 자리를 내주며 급감했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평균수명은 2002년 44세에서 2016년 52세로 늘어났지만,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수준이다.

4월 8일과 10일,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군대는 MINUSCA의 임박한 작전 세부정보를 ‘포스’ 민병대에 폭로하고 말았다. 그곳에서 몇백 km 떨어진 거리에서는, 셀레카 반군의 옛 뼈대인 ‘중앙아프리카 부흥을 위한 인민전선(FPRC)’이 대학살에 대항해 방기를 점령하자며 반군세력들의 집결을 촉구했다. 프랑스는 이번 사태에서도 개입을 피하겠다고 예고했다. 프랑스 대사는 우리에게 이 사실을 반복해서 얘기했는데 그 사이 반란군들은 프랑스의 동맹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의 비호 하에 차드에서 집결하고 있다. 참사관은 우리에게 삼림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의 위치가 표시된 새로운 지도를 보여줬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 용병들과 중국 경제 활동가들의 커져가는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은밀히 이들 NGO를 통제하고 있다.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프리카 문제에 대해 결정권을 가진 프랑스는, 기묘하게도 내전 이후 러시아에 적용됐던 무기수출 금지조치 해제에 동의했다. 프랑스가 그토록 오래 유지했던 세력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광산이나 수도의 거리에서는 러시아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러시아 교관 175명과 무기 8,000점이 이미 이곳에 들어왔다.

추문은 이미 러시아 용병들을 향했다. 이들은 대다수가 민간기업 바그너 소속인데, 중앙아프리카에 무장단체를 조사하러 온 자국기자 3명의 잔인한 암살사건을 지원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재 발레리 자하로바라는 인물이 지휘하는 투아데라 대통령의 근접 경호대가 머지않아 북부 반군을 지원하러 온 프랑스 특수부대로 교체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프랑스의 반응과, 동맹국에 미국의 안전장치가 가할 압박에 달려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특수 형사법원이 탄생했다. 중앙아프리카 법과 국제법이 섞인 이 복합기관의 목표는 무처벌 관행을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원은 3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관련 예산은 중앙아프리카 국가수입의 1/13에 불과하다. 법원 운영 및 보호는 MINUSCA에 위임돼, 기관의 독립성을 지킨다는 것은 헛된 약속이 됐다. 법원에는 12명의 사법 경찰이 소속돼 있고, 국제 예심판사들의 지원도 가능하지만, 특수 형사법원의 투생 문타지니 검사는 2017년 임명된 이후 단 한 건의 조사도 착수하지 않았다. 2018년 1월에 있었던 첫 전범 재판이 큰 반향을 일으켰음에도 말이다. 이런 불확실한 상태에서 수차례의 통치를 겪으며 국민들의 시선은 점차 냉랭해지고 있다. 

 

 

 

글·후안 브랑코 Juan Branco
기자, 법학박사. 저서로 『다에시의 이미지(D’'après une image de Daech)』(Nouvelles Éditions Lignes, Paris, 2017)가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Anne-Cécile Robert, ‘François Hollande, président à Bangui(중앙아프리카 대통령을 자처한 올랑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4년 1월호. 
(2) Juan Branco, ‘Aux sources du scandale UraMin(UraMin 스캔들의 근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11월호.
(3) Note du secrétaire général aux correspondants sur les résultats de l’enquête spéciale sur la République centrafricaine(중앙아프리카 공화국 특별 조사 결과에 대한 UN 사무총장 의견서), 뉴욕, 2018년 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