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더욱 강한 향정신성 화학물질을 찾아

2019-05-31     티보 에네통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화학적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 제조한 신종 합성마약은 최근 10년간 레이브파티(Rave party: 테크노뮤직 등 매우 빠르고 현란한 음악에 맞춰 밤새 여럿이 춤을 추는 파티-역주) 등 자유분방한 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급증했다. 코카인보다 저렴한 이 마약은 정부 당국이 적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용자도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복용 후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그럼에도 병원에서도 마땅한 치료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요주의 대상으로 부상한 신종 합성마약이 환각물질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약물중독관리청(OFDT)은 최근 발행한 연간보고서에서 “대대적인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현황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한편, “2010년 메페드론 금지조치를 언론에서 크게 다뤄 신종 마약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라고 강조했다. 메페드론(4-MMC) 사용이 불법화되자, 카트(아프리카 대륙의 동쪽 돌출부인 ‘아프리카의 뿔’ 지대와 아라비아반도에서 자라는 소관목)를 원료로 한 각성제 카티논의 화학구조를 변경한 물질인 ‘합성 카티논’이 대중화됐다. 인터넷에서 코카인이나 MDMA보다 5배가량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합성 카티논은 이들 마약의 증상을 모두 유발해 흥분시키거나, 성적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켐섹스(케미컬섹스, 약물복용 후 성관계)’와 동성애자를 중심으로 한 마라톤섹스 등이 확산되면서 합성 카티논의 명성도 높아졌다. 사회 현상에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기자들이 또 하나의 유행을 만든 것일까? 켐섹스를 종종 즐긴다는 토미 슈크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거슬려요”라며 “1970년대 ‘환각상태’와 ‘성교’가 뒤섞인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이 어땠는지 어렴풋이 알아요. 제자리걸음을 하는 걸까요? 아니요, 이것은 대항문화예요”라고 털어놓았다. 

‘에드’ 단체 소속 중독정신의학자인 프레드 블라두는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이 통용되면서 (특히 동성애 간) 성관계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토요일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남자들이 모입니다. 그들은 15년 전부터 MDMA보다 선호도가 높은 카티논 등 중독성이 강한 약품을 복용해왔습니다. 그러나 20년 전처럼 아편 주사를 은밀하게 맞지는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건강 차원에서 신종 합성마약을 규제해야 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미디어에 비치는 단편적인 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라며, “다시금 ‘동성애는 암이다’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마약이 등장했다는 사실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엑스터시가 나왔을 때 엄청난 혼란이라도 일어났던가요?”라며 못마땅한 기색을 드러냈다.

 

수천 배나 강력한 모조품

1990년대에 횡행하던 엑스터시의 주요 성분인 MDMA는 이미 캠퍼스 내에 널리 퍼져있었다. 사회학자 안 코펠은 “당시에는 마약중독자들도, 마약을 투여하고 저지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졌다”(1)라고 지적했다. 그 후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마약관련 정보 수집은 물론 입수와 교환도 수월해져 더는 미국에서 마약 밀매와 범죄율 증가 간 상관관계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2) 인터넷을 통해 마약중독자와 신종마약 제조자 간 접촉도 쉬워졌다. 그러다 보니 2000년대를 기점으로 향정신성 의약품과 신종 합성마약이 등장하게 됐다.

신종 합성마약은 기존 물질, 대마초나 코카인 등 자연물질과 암페타민, LSD, MDMA와 같은 합성물질의 분자구조를 모방해 제조된다. 이렇게 제조된 물질은 미국을 휩쓸었던 합성마약처럼 1천 배 이상 강력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신종 합성마약 개발은 화학 실험과 유사하고 판매상들은 포장에 ‘복용하기에 부적합’이라는 안내문만 적어놓고 책임을 회피한다. 이런 물질을 소비하는 일은 언제나 법의 규제보다 앞서가기 마련이므로, 아직 금지되지 않은 물질임을 강조하기 위해 ‘리걸 하이(법으로 금지되지 않은 환각제)’라는 표현을 쓴다.

신종 합성마약의 특징은 ‘합성’에 있지 않다. 메타 암페타민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군인들에게 배급되는 태블릿 초콜릿에 조금씩 들어갔고, LSD는 1930년대에 제조됐다. 신종 합성마약의 특징은 다름 아닌 ‘신종’에 있다. 환각물질이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새롭게 제조된다는 점이다. 신종 합성마약이 폭발적으로 등장했던 2014년에 유럽연합(EU) 조기경보체제(EWS)는 총 101개의 품목과 물질이 새로 등장했다고 밝혔는데, 3일에 1개씩 새로운 합성마약이 발명된 꼴이다. 화학적 창의력으로 제조된 이런 물질은 화려한 포장에 이국적인 제품명(합성 카나비노이드 ‘스파이스’부터 시작된 유행)을 하고 있는 까닭에 관계 당국은 물론 사용자도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신종물질을 규제하는 법, 대부분의 경우에 금지법이 제정되고 나면 이 물질은 구글로 접속할 수 없는 어둠의 경로로 숨어들어 기존의 불법약물과 함께 비트코인으로 거래되기 시작한다. 유로폴에 의하면 다크넷(익명 네트워크) 시장에서 매매되는 물품의 62%는 마약과 기타 화학물질이다.(3) 

 

창의력 발휘를 위한 소량의 마약

프랑스 내 병원에서는 점점 더 다양해지는 신종 합성마약 중독자들을 치료하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들린다. ‘마약 관련 긴급상황 유럽 네트워크(Euro-Den)’는 상담의 약 15%가 신종 합성마약 문제라고 추산했다. 그리고 이 마약의 위험성을 드러내는 비극적인 사례는 수없이 많다. 최근 <프랑스 퀼튀르>에서 방송된 청년 막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4) LSD인 줄 알고 25I-NBOMe를 소량 복용한 25살 청년 막심은 친구들 곁을 떠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버렸다(25I-NBOMe은 LSD와 외관은 흡사하지만 복용 부작용은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역주). 이렇듯, 신종 합성마약은 적발하기도 쉽지 않고,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적정량의 파악도 어렵다.

그러나 소량일 경우, 환각용이 아닌 창의력 자극용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때로는 죽음을 불러오는 환각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불안감을 잠재우고 창의력을 발휘하게 한다”며 LSD나 진균류의 소량 복용이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현상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분야에 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비토리오 비안카르디 연구원은 “진정한 향정신성 화학물질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그러나 창의력 고취 등 생산 제일주의에 치중한 마약 사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5)

 

 

글·티보 에네통 Thibault Henneto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번역위원

 

(1) ‘D'um univers à l'autre, les drogues de passage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차원을 옮겨주는 마약’, <ASUD journal>, 52호, 파리, 2013년 4월.
(2) Nick Miroff, <The Washington post>, 2018년 1월 28일 자.
(3) ‘Drugs and the darknet’, 2017.
(4) 팟캐스트 에피소드 #4, ‘Une odeur de poudre 가루의 향기’, ‘Les pieds sur terre 두 다리로 서서’편, 2017년 12월.
(5) <키메라>, 91호, 툴루즈, 2017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