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콜롬비아의 코카 제초제 살포

2019-05-31     벤자민 세즈 l 언론인

2017년 코카인 최대 생산국 콜롬비아의 불법 ‘코카’ 재배면적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미국의 압박에 떠밀린 콜롬비아 정부는, 논란이 되는 제초제 성분 글리포세이트를 살포하기로 결정했다(코카 잎 근절에 투입되는 글리포세이트는 발암추정물질로 분류됐다-역주). 한편, 코카 대체작물 재배 지원사업은 시작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가 한때 중단했던 코카밭 글리포세이트 항공살포를 3년 만에 재개했다. 2015년 5월 9일,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전 대통령(2010~2018)은 코카밭 제초제 항공살포를 전면 중단시켰다. 앞서 2개월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리포세이트를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방제용 항공기 공급국이자 콜롬비아 마약근절의 최대 재정지원국으로, 이 조치에 계속 반대했다. 미국의 압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거세졌고, 결국 콜롬비아의 국민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를 넘어선 결정이 나왔다. 2018년 6월 26일 전날, 미 정부는 콜롬비아의 코카 재배면적이 2017년 20만 9,000헥타르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1)

이어, 이튿날 산토스 대통령은 드론을 이용한 글리포세이트 항공 살포를 재개한다고 공표했다. 여기에, 보건 및 환경보호 규정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덧붙였다. 9월 초, 새로 취임한 이바 두케 대통령도 전임자의 결정을 유지하겠다고 확언했다. 신임 대통령은 드론을 활용하면 코카밭이 4년 안에 약 14~15만 헥타르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제초제 항공살포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수년 전부터 문제가 제기돼 왔다. “가격도 비싸고 건강을 위협하는 데다가, 확실한 성공률을 보인 곳은 살포된 재배지의 3%에 불과하다.” 로스안데스 대학의 다니엘 메히아 마약안전연구소장은 2015년 이렇게 언급했다.(2) 그의 계산법은 간단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의하면, 콜롬비아 코카 재배지는 2000년 16만 3,000헥타르에서 2013년 4만 8,000헥타르로 줄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미국산 항공기가 제초제를 살포한 면적은 250만 헥타르다. 코카 재배지가 획기적으로 줄지 않은 이유는 제초제가 살포되면 장소를 옮겨 다른 곳에 코카를 다시 심었기 때문이다. 

 

코카의 수익성에 중독된 농가들

레오나르도 코레아 UNODC마약불법재배통제국장은 항공살포가 비효율적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아니지만, 코카 재배 면적이 여러 역학적 요인에 따라 변동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현재 코카 재배지가 증가한 데도 여러 요인이 있다. 코카 잎 가격의 상승, 현지 당국의 마약 압수량 증가, 2016년 11월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정부의 평화협정 체결로 활동이 쉬워진 마약밀매조직들의 투자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있고, 정부가 규제책을 내놓을 경우, 정작 마약 밀매자는 타격을 받지 않고 경작자만 손해를 보는 구조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마약에 대한 정부의 억압적 대책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4년 전, UNODC가 코카 재배 면적이 2013~2014년 44% 증가했다고 발표하자, 산토스 정부는 마약관련 정책을 바꿀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2016년 FARC와 체결한 평화협정의 일환으로 ‘코카 대체작물 재배 지원사업(PNIS)’을 실시했다. 코카 재배지를 합법적 작물 재배지로 전환할 때까지 경작자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예전부터 이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었다. 코카 재배가 빈곤과 거버넌스의 구조적 문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코카 재배지는 4개 주에 몰려있다.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빈곤지역들이다. 노르테데산탄데르주 농민단체인 CISCA의 에디베르 수아레즈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하는 이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농민에게 코카 재배는 생존수단이다. 따라서 코카 재배를 금지하되 생존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은 코카를 다시 재배할 수밖에 없다.”

코카 재배의 굴레를 벗어난다는 것은 복잡한 방정식을 거쳐야 한다. 안티오키아주의 마그달레나메디오 지역에서 한때 코카를 재배했던 바이에르 카르데나스의 말이다. 그가 2010년부터 회장으로 활동해온 아소카페는 코카밭을 커피 재배지로 전환한 200여 가구가 가입한 단체다. “코카는 적은 투자로 한 해 3~4회 수확이 가능한 데다, 판로가 보장된 작물이다. 반면 카카오, 커피는 경작 비용은 훨씬 높은데 수확 횟수는 한 해 한 번에 불과하다. 그러니 코카를 재배했던 농가들이 다른 작물로 전환했다가도, 다시 코카를 재배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코카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데나스 회장은 코카보다 수익성이 낮은 작물을 재배하도록 설득할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코카 재배의 폐해를 알리는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합법적 작물 재배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새로운 작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지원하며, 국내외 유통망을 구축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야심찬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콜롬비아 정부가 정치적 의지 부족으로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게다가 제초제 항공살포가 이대로 계속되면, 대체작물 재배 지원사업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2017년, 콜롬비아 정부는 코카 재배지 5만 헥타르를 대체작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에 실패했다. 2018년 9월, 농작물 전환 신청자 8만 7,000명 가운데 정부가 약속한 기술적 지원을 받은 농가는 1/3에 불과했다. 

 

 

글·벤자민 세즈 Benjamin Sèze
언론인

번역·이보미 lee_bomi@hotmail.com
번역위원

 

(1) 마약통제정책국(ONDCP)
(2) ‘La Colombie bannit l'épandage de glyphosates’, <르몽드>, 2015년 5월 16일 자.

 

 

‘지옥의 춤’을 추는 헬기들

2000년 7월 8일 오전 6시 30분. 태양 아래 안개를 헤치고 항공기들이 출현했다. 그 뒤로 콜롬비아 경찰헬기 4대가 이들을 경호하고 나섰다. 헬기들은 하늘로 뾰족이 치솟은 레르마 산 주변을 낮게 비행하더니 탄환을 발사했다. 무엇을 겨냥했던 것일까? 아무것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항공기들이 맹금류처럼 아래로 돌진했다가 날아오르길 반복하며 독극물을 투척했다. 화학물질이 구름처럼 커피나무, 바나나 나무, 유카나무를 뒤덮었다. “코카? 무슨 코카요? 여기 코카가 어디 있어요? 한번 말해 봐요!”

콜롬비아 매시프(산괴) 중심에 자리한 촌락 ‘산타 이네스’에는 주민 200명이 산다. 이곳에서의 삶은 항상 적자다. 아래 산기슭에 ‘수크레’라는 쓰러져가는 촌락이 있는데, 이곳에는 산을 오를 교통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산을 오르려면 좁고 험한 숲길을 거쳐야만 노새 한 마리가 간신히 지나갈 만한 길이 나온다. 그래서 산타 이네스에는 벌써 8개월째 의사의 발길이 끊겼다. 돈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다음날에도 항공기들은 불법작물로 추정되는 경작지에 제초제 살포작업을 진행했다. 이제 코카밭은 사라졌다. 하늘에 대고 맹세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했다. 적어도 예전보다는 훨씬 많이 줄었다. 처음에는 군인들이 몰려와서 코카나무를 모조리 뽑아버렸다. 그래서 주민들은 다들 커피나무를 심었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강수량이 워낙 적은 탓에 커피나무는 시들어갔다. 유카나무, 바나나 나무, 옥수수, 강낭콩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코카나무도 그랬다.

기온이 낮은 고지대에 샘이 하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낡은 배관을 통해 필요한 물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사정을 봐줄 리가 없는 ‘냉혹한’ 맹금류들이 물을 혼탁하게 하고 오염시켰다. 주민들은 이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물을 마신 주민들은 복통, 설사, 어지러움, 구토에 시달렸다. 한 주민은 “제초제 살포 때문에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했다”고 주장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크레 마을 의사인 에두아르도 세론은 7월 18일에 산타 이네스를 방문해서 다음과 같은 증언을 남겼다. “이것은 유기인 화합물 때문에 발생한 중독 증상이다.” 그 근방에 살던 마를렌(18세)도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제초제가 살포될 때 나도 고지대에 있었고, 그 물도 마셨다.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나는 결국 유산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두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흘렸다. 

코카나 양귀비를 재배하는 주민들은 ‘마약 밀매’라는 단어만 들어도 숨이 막힌다. 수크레 마을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불법작물 재배에 반대한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녀다. 불법작물 재배는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죄를 짓지 않으면, 굶지도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창과 방패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신, 우리를 죽이려고 한다.”

여기서도 콜롬비아 플랜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2000년 8월 23일에 클린턴 대통령이 콜롬비아 마약밀매조직(명분상 무장반군을 마약밀매조직을 의미하는 ‘나르코게릴라’라고 부름) 소탕을 위해 16억 달러를 지원한 바 있었다. 콜롬비아 매시프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수억 달러의 지원금을 군대와 전쟁에 투자하지 말고, 그 돈으로 땅을 사서 토착민과 농민들에게 줄 수는 없는가? 정부는 평화를 지킨다고 홍보를 해대는데 이런 절망 속에서 무슨 평화가 있다는 말인가?” 헬기들이 지옥의 춤을 췄던 그 날 이후, 시장에서는 아무도 이들이 재배한 작물을 사지 않는다. 중독된 작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모리스 르모안 Maurice Lemoin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보미 lee_bomi@hotmail.com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