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이티 여성의 꿈

[서평]

2010-12-03     편집부

아이티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거느린 작가로 통하는 게리 빅토르. 그의 최근 소설 <피와 바다>(1)에는 젊은 여성들의 꿈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수놓는 소박한 그림처럼 소개된다. 이들의 꿈은 혹독하고 차가운 현실에서 자유롭다. 가난한 고아 소녀 에로디안은 시골에서 올라와 언덕 위 빈민촌 중 하나인 파라디에 산다. 쓰레기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동네에 속한다.

‘백마 탄 왕자’를 주제로 다루되 냉혹하게 바꾼 이 소설에서 저자 게리 빅토르는, 피부색이 사회계급이 되는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에로디안은 예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지만 피부가 검다. 그것도 너무 검다. 밝은 색 피부를 가진 부유한 물라토(흑백 혼혈인) 이방 게라는 좋은 차와 번쩍이는 멋진 옷을 가졌다. 에로디안은 처음에 게라를 신뢰하지 않는다. 게라가 사랑을 고백한다. 어느 수녀가 에로디안에게 “너처럼 검은 사람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사랑하실까?”라는 말을 했는데, 게라의 사랑 고백으로 수녀의 말이 완전히 틀렸음이 증명된다.

임신한 에로디안은 게라가 사생아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이름은 이방 게라야. 넌 성이 뭐야? 에로디안… 그다음에 성이 어떻게 돼?” 에로디안은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된다. 에로디안은 드디어 이해한 것이다. 자신이 속한 곳,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장소, 고통스러운 삶, 실현되지 않는 꿈을 말이다. 게라는 에로디안에게 그의 가문은 아이티공화국의 다른 권력 가문처럼 법 위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에로디안은 자신이 하찮고 게라의 백인 선조시대의 흑인 노예보다 못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빈민촌과 빈민촌 사람들은 부자들의 재산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소설에서 잘 보여준다. 특히 왜 그런지를 알려준다. 아이티 출신의 뛰어난 여성 소설가 마리 비유 쇼베의 소설 <사랑, 분노, 광기>를 빌리면 아이티 사회는 ‘사랑, 분노, 광기’로 요약할 수 있다. 편견이 무겁게 짓누르면 사랑은 보기 힘들며 불확실해 보인다. 힘을 휘두르는 사람들에게 갖는 분노는 마음속으로 삭인다. 불만을 표현했다가는 큰 벌을 받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은 광기다. 지배계급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러도 벌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티에서는 기도를 믿는 사람도 있고, 끈끈한 연대의식을 믿는 사람도 있다. 현대 아이티 사회는 여전히 식민지배를 당하는 사회 같다. 200년 전 사라졌던 식민지배 사회가 여전히 아이티 현대사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힘찬 필체와 현실적 묘사로 글을 전개해간다. 그래도 간혹 낙관주의가 있다. 저자는 마침내 아이티의 젊은 여성들이 이 절망스러운 세계에서 어떻게 승리하는지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이미 이전 열두어 편의 소설에서 보여주었듯이 저자는 소수 권력자들의 비열한 지배, 소수 권력자들을 위한 정부의 지배에 굴복하지 않는다.

글•크리스토프 바그니 Christophe Wargny

<각주>
(1) <피와 바다>(Le Sang et la mer), Vents d‘ailleurs,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