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과 함께 한 줌 연기가 돼버린 사람들
*크랙은 코카인에 탄산나트륨과 베이킹파우더를 첨가해 부풀려 단단하게 만든 백색 결정체로, 코카인보다 중독성이 높다.
2010년 프랑스에서는 중독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담배 형태의 코카인 변형 마약 ‘크랙’ 사용자가 최소 1만에서 최대 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1) 본래 ‘빈민의 마약’이라고 불리던 크랙은 오늘날 전 사회계층으로 마수를 뻗쳤다. 온라인 매체 <만일 내가 그곳에 있다면>에서 활동 중인 라디오 리포터 딜라 테비가 파리의 스탈린그라드 광장에서 8년 차 마약 중독자인 44살의 실비를 인터뷰했다. 이곳에는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중독자들이 매번 쫓겨났다가도, 슬며시 돌아와 주변을 어슬렁거리곤 한다. 다음은 일부 인터뷰 내용이다.
실비: 저는 원래 평범한 사람이에요. 만화 캐릭터 ‘케어베어’가 사는 사랑마을 같은, 평범한 환경에서 자랐지요.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증이 있긴 했지만, 가족에게 폭력을 쓴 적은 없어요. 가족들의 생계는 어머니가 책임지셨습니다. 아버지는 전기기사였고, 어머니는 기업 경영진의 직속 비서로 일하셨지요.
딜라 테비: 한 마디로 중산층 가정 출신이시군요?
실비: 네, 맞아요. (…) 제가 처음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입니다. 흔히 강성마약(하드 드럭)이라고 부르는 파티용 마약이었지요. 제가 워낙 일렉트로닉 뮤직을 좋아해서 해외음악 축제를 찾아다녔거든요. 그러다가 LSD, 엑스터시, 케타민(인간을 포함한 동물 치료에 사용되는 마취제) 따위에 손을 대게 됐지요. 하지만 그때는 충분히 조절이 가능했고, 마약은 파티 때만 사용했어요. 하지만 점차 평일에도 마약에 손을 대게 됐어요. 육체적으로는 어떤 중독 증세도 느낄 수 없었는데, 대마초는 예외였어요. 그때부터 저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대마초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딜라 테비: 대마 잎이었나요, 아니면 대마 수지(하시시)였나요?
실비: 수지였어요. 잎은 기침을 유발해서요.
딜라 테비: 당시 직업이 있으셨나요?
실비: 네. 관광업에 종사했어요.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서 4성급 호텔에서 프런트를 담당했어요. 의류업계에서도 일했고, 귀금속 상점 매니저로도 활동했어요. 보험업계에서 잠깐 일한 적도 있고, 서빙도 해봤어요.
딜라 테비: 다양한 일을 하셨군요. 정규직으로도 일하셨고요?
실비: 네. 당시에는 일하는 데 큰 지장이 없었어요. 사실 코카인은 흡입하면 중독성(의존성)을 강하게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결국 친구들과 흡연하는 코카인(코카인 변형 마약인 크랙을 의미-역자)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요.
딜라 테비: 모여서 파티를 열고 말이죠?
실비: 네, 뮤직 페스티벌이 끝난 후 애프터 파티를 즐겼거든요. 사실 그때는 크랙이 뭔 줄도 몰랐어요. 그냥 이렇게 생각했죠. “흡입이든 흡연이든, 별 차이가 있겠어? 나도 한 번 해보자.” 처음에는 저만의 페이스에 맞춰 조절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가끔 흡연하던 것이 아침에 눈을 뜨면 크랙을 찾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모닝커피처럼 크랙을 피우기 시작하면 결국 매일 마약을 필요로 하는 중독자가 돼 버리는 거예요. (…) 제게도 저만의 삶이 있었어요. 외출도 하고, 마약친구들 말고 진짜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춤도 추고요.
딜라 테비: 지금의 삶은 어떠신가요? 크랙에 푹 빠져 살고 계신가요?
실비: 네, 맞아요. 빠져나오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네요.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에요. 크랙을 하지 않을 때는 금세 우울증이 찾아와요. 우리 몸이 습관성에 젖어버린 거죠. 심지어 서류작업이 밀려 있을 때조차 바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어쨌거나 적절히 해결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과제인 셈이지요.
실비는 크랙 외에도, 상그리아나 도수 8도의 ‘독한’ 맥주, 혹은 럼주나 보드카도 마신다고 했다(하루 2~3회). “안정감을 얻으려면 술을 마시지 않을 수가 없어요. 아니면 편집증 환자가 돼버릴 거예요. 사실 마약을 하면 불안증을 벗어나기가 힘들어요.” 그녀는 매일 80~100유로에 달하는 크랙 덩어리를 소비했다. 그리고 크랙을 살 돈을 구하기 위해 매일, 때로는 하루에 여러 번 몸을 팔았다. ‘최저’ 화대는 15유로인데, 크랙 한 덩어리 값에 해당한다.
실비: 이곳 여자들은 매춘을 해요. 아니, 물론 전부 다 그런 건 아니고요! 여하튼 저는 크랙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팔죠. 처음에는 마약상들과의 관계로 시작했어요. 마약상들이 서로 입소문을 내죠. 처음에는 매춘 요구를 거절하는데, 그러다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 결국엔 몸을 팔게 돼요. 솔직히 처음에는 귀엽게 생긴 남자들을 상대로 골랐어요. 호감이 가는 상대를 골라서 했죠. 하지만 결국에는 순회를 하듯 매춘을 하게 돼요. 이런 표현이 거북하시다면 사과드려요. 여하튼 제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매춘 상대는 마약상의 범위를 벗어나게 돼요. 사실 그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에요.
중독자들 중 여자는 대개 매춘을 해요. 그리고 남자는 대개 돈을 훔치죠. 상점을 털거나, 소매치기를 하거나, 자전거 등 이런저런 물건들을 훔쳐요. 각자 자기 방식대로 돈을 구하죠. 어쨌거나 돈이 필요하니까요. 날마다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오늘은 어떻게 돈을 구하나’거든요. 그나마 여자들은 몸이라도 팔 수 있죠. 매춘은 비교적 빠르게 돈을 구하는 방법에 속해요. 저는 제가 매춘을 한다는 걸 부인하지 않아요. 물론, 결코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죠. 여하튼 그게 지금 저의 삶인걸요.
딜라 테비: 왜 크랙을 피우시나요?
실비: 그러게요, 저도 요즘은 그 이유를 더는 모르겠어요. 다른 마약을 복용하거나, 마리화나를 피울 때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런 것들은 크랙보다 싼데, 굳이 비싼 크랙을 피우다니 나는 참 바보 같아.” 혹은 술을 마실 때도 이렇게 혼잣말을 해요. “도대체 나는 왜 크랙을 끊지 못하는 거지?” 하지만 늘 상황은 비슷해요. 바보 같죠. 보통 사람들은 매일 일하는 생활에 진저리를 쳐요. 하지만 저는 그런 일상적인 삶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요즘 저는 혼자 힘으로는 일을 찾거나 이력서조차 쓰지 못해요. 항상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런저런 도움을 받아야 하죠. 아니면 아예 누군가 곁에 붙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도와줘야 해요. 시간이 늘 부족하니까요. 순식간에 상태가 나빠질 수 있거든요. 상태가 멀쩡할 때가 별로 안 돼요. 사실 내놓을 만한 이력서를 쓴다는 것, 절차에 따라 준비한다는 것,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크랙은 아주 독한 마약인 거예요! 처음 몇 모금 빨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그 이후로는 계속 갈구하게만 돼요. 결코 충분한 만족감에는 이르지 못하죠.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뇌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서가 아닐까요? 그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건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라고 말이죠. 대부분 크랙 중독자들은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어요. 대개 정신분열증이나 양극성장애 따위를 앓고 있어요. 정상적인 사람보다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찾기가 더 수월하죠. 저를 포함해서요! 바로 저 같은 사람 말이지요!
다니엘 메르메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 <만일 내가 그곳에 있다면>(http://la-bas.org)은 마약에 관한 각종 인터넷 자료(글, 라디오, 만화, 동영상)를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는 딜라 테비가 마약상, 마약이용자, 유관 협회 책임자 등을 인터뷰한 3부짜리 스탈린그라드 광장 르포기사 외에도, 중독학 전문가로 포르투갈 정부의 반(反)마약 정책 수립에 참여했던 주앙 골랑 교수의 인터뷰도 있다. 사실상 포르투갈은 2000년에 마약의 구매와 소지, 사용을 합법화한 국가다. 그 밖에도 마약합법화를 추진 중인 프랑스나 파리시의 움직임을 취재한 인터뷰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크랙과 관련해서는 그레고리 파우 약학 박사의 말을 참고할 수 있다.
“요즘은 크랙 중독을 벗어나기 위한 총체적인 치료법이 제시되곤 합니다. 의학적 차원, 심리적 차원, 사회적 차원의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죠. 사실상 이 세 가지 방법을 동시에 병행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올리기 어렵거든요. 그러나 오늘날 이 세 가지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재원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역별 치료센터와 보호센터의 조직망은 잘 구축돼 있지만, 심리적이거나 의학적인 차원에서 크랙 중독자만을 위해 특화된 전문적 해법이 마련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마약투약 중단에 따른 불쾌감만을 치료해주는 수준입니다. 의학적인 치료를 위한 재원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사회적 차원의 재원도 더 많이 필요하고요. 그래야 보건정책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사실상 마약 사용자들이 강성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은 자신의 건강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지요.”
글‧딜라 테비 Dillah Teibi
온라인 매체 <만일 내가 그곳에 있다면>에서 활동 중인 라디오 리포터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
(1) 프랑스 약물마약중독관측당국(OFDT)의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