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2010-12-03     편집부

<미국의 사회보장 위기> 카트린 소비아, 로랑스 리제

프랑스 총리실 산하 경제사회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카트린 소비아와 파리1대학에서 노동경제를 강의하는 로랑스 리제가 집필한 책으로, 자료조사가 매우 충실하다. 이 책은 미국의 심각한 경제불황이 사회보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며, 미국 의료보험 개혁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두 저자는 오랫동안 미국이 어떤 방법으로 유럽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는지 구조적인 과정을 공개한다. 그동안 미국의 고용 통계는 장밋빛 결과만 내놓고 고용불안, 특히 흑인이 피해를 보는 고용시장 악화는 숨겼다고 주장한다. 노조의 지지를 받아 세운 ‘기업 복지’ 모델이 경제 및 금융 세계화로 어떻게 쉽게 무너졌는지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두 저자는 불평등의 심화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모두 신분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이 멀어지고 있다고 이 책을 통해 밝힌다.

<좌뇌> 라즈미그 쿠셰양
시장 자본주의 시험장에 불과했던 영미권이 새로운 비판 사상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이 책은 지난 30년간 제국주의, 계급관계, 국제관계, 경제사, 페미니즘, 법, 정체성 등 다양한 문제를 다룬 비평 작품들을 훑어가며 인용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비평 작품을 쓴 작가의 기본사상과 모순점을 소개한다. 아울러 역사가 로버트 브레너, 경제학자 조반니 아리기, 사회학자 에니크 올린 라이트,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철학가 슬라보예 지젝, 문학비평가 프레데리크 제임슨이 부활시킨 마르크스주의의 강한 생명력을 다룬다. 저자는 비평이 세계화되면서 역설적으로 미국화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평화의 대가> 베르나르 필리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다룬 책은 수없이 많지만 이에 대한 유럽연합의 정책을 분석한 책은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베르나르 필리프의 저서 <평화의 대가>는 의미가 있다. 더구나 유럽연합 의회의 고위 공무원을 지낸 저자의 경험담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귀중하다. 저자의 주장은 확고하다. “과거 유혈 분쟁을 딛고 일어선 유럽이 중동 분쟁에 평화를 가져다주어야 한다”, “중동에 평화가 오지 않으면 유럽연합에는 진정한 대외정책이 생길 수 없다”, “중동의 장기적인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앞으로 유럽연합의 영향력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독특한 역사 및 정치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이 책은 설득력이 있다. 특히 중동 평화협상에 방해되는 인물로 꼽히는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오히려 통찰력 있는 인물로 평가하는 저자의 주장이 놀랍다.


 <가자지구에서 인간으로 남아 있다> 비토리오 아리고니

이탈리아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국제연대운동의 평화주의 운동가인 저자는 2008년 12월 27일부터 2009년 1월 18일까지 3주 동안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을 목격하며 공포에 떨었다. 당시의 공포스러운 상황을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은 국제법이 유린당하는 현장의 생생한 목격담이며, 제네바 협약에서 금지된 다트 폭탄을 사용한 이스라엘의 전범 행위를 비난하는 여러 목소리 중 하나다.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이스라엘이 그동안 왜 (특히 선거 전에) 가자지구에 외국인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정전 협정 뒤에도 저자는 여전히 가자지구에 남아 가자지구의 봉쇄 철회를 주장하며 투쟁하고 있다.


 <손자병법> 손자

기원전 6세기에 손자가 저술한 이 책은 전술을 다룬 고전 중의 고전에 속한다. 손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실존인물인지 여부를 두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손자는 전통적으로 높이 평가되던 힘과 용기 대신 융통성·신중함·겸손함을 전술로 내세웠고, 직접적인 싸움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을 현명하다고 했다. 손자는 전쟁이 더 이상 힘의 관계가 아니라 감추기와 속이기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손자 저서의 번역가이자 손자의 전문가로 유명한 장 레비는 손자병법이 가능했던 중국의 사회·경제·군사 변화를 서문에 설명했다. 도판과 해설이 풍부한 책으로 편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