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테크, 잃어버린 미래를 찾는법

2019-06-28     장 가드레이 l 경제학자

그동안 진보주의자들은 경제발전론에 사로잡혀, 인간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해악에 대해서는 방관해왔다. 인류의 당면 과제인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까지 누려온 산업화의 이점을 모두 포기해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그동안 산업화가 초래한 그릇된 소비습관이, 이제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경제학자와 정치가, 그리고 노조활동가들이 나서서 프랑스의 산업을 신속히 재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1974년부터 2017년 사이, 전체 고용에서 산업(에너지 생산 및 채굴 산업 포함, 건설업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에서 10.3%로 떨어졌다. 반면, 2017년 서비스업(영리 및 비영리 분야 전체에서)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에 달했다.(1) 오늘날 경제활동을 통해 연간 새롭게 창조되는 부가가치에서 산업의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현 상황은 어쩌면, 재앙이 다가오고 있음을 반복해서 알리는 카산드라의 예언일지도 모른다.

산업경쟁력의 약화는 과연 프랑스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산업 및 건설업 종합 지수에 의하면 프랑스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고전하는 북유럽 국가나 미국, 캐나다, 영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처럼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에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극소수의 부유한 선진국들도 고용 측면에서 프랑스 못지않게 심각한 탈산업화 현상을 겪고 있다. 독일의 경우 1991~2018년 사이, 전체 고용에서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14%p나 하락해 프랑스보다 큰 하락 폭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일본은 9%p 하락했다.(2)

산업론자들은 그렇다면 과연 어떤 주장을 펼칠까? 좌파 성향의 경제학자 30여 명, 정책결정자, 노조활동가가 ‘산업이 우선이다’라는 제목으로 공동발표한 신문사설은 산업론자들의 견해를 잘 함축해 보여준다. “산업은 연구, 투자 등 각종 경제활동을 촉진하며 궁극적으로는 고용을 창출한다.”(2017년 1월 18일 자 <르몽드>)

그러나 선진국에서 고용이나 부가가치 점유율이 고작 8~20%에 불과한 산업 분야가 어떻게 고용을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이런 믿음의 근원은 고전학파 경제학자들과 카를 마르크스가 서로 대립하던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비스업은 산업이 창출해낸 잉여가치를 토대로 발전한다. 그러므로 산업이 우선이라는 주장의 바탕에는 산업은 ‘생산적’인 반면 서비스업은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도식에는 훗날 다른 전제가 가미된다. 예를 들어 경제학자 벤자민 코리트는 대다수 서비스업보다 높은 생산성을 내는 산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칭했다.(3) 산업은 경제 전반의 성장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지난날 통하던 상식이 오늘날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을 망각한 채,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오늘날 자유무역협정 협상테이블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주요 안건은 산업이 아닌 농업과 서비스업 아니겠는가? 시대에 한층 뒤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오로지 산업 혁신만이 살길’이라는 관점도 아직 존재한다.

산업부문의 전례 없는 고용감소를 설명할 때면 비난의 화살은 기업 해외이전으로 향하곤 한다. 하지만 고용감소 부분에서 프랑스 기업의 해외이전 비중은 10~15%에 불과하다.(4) 기업 해외이전도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나머지 85~90%를 차지하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생산이 증가할 때, 소비와 오염도 늘어난다

1980년에서 2017년 사이, 프랑스에서 220만에 달하는 일자리가 감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 진행된 두 가지 경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첫째는 가계수요가 산업재에서 점차 서비스재(영리 및 비영리)로 전환된 경향이다. 가계의 실질소비 중 내구재(예: 자동차, 가구, 가전 등)와 반내구재(예: 의류) 같은 산업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1960년경 22%에서 2017년 12.4%로 감소했다.(5)

둘째는 서비스업보다는 산업 분야에서 생산성 증대가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과거와 다름없는 경향이다. 이 두 가지 추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고용에서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은 비단 프랑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11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합류한 BRICS 그룹(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포함)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6) 

산업고용 감소를 설명하는 또 다른 예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특징짓는 다음의 세 가지 현상을 들 수 있다. 첫째는 높은 노동 강도이고, 둘째는 임금수준과 사회·환경 기준이 낮은 국가와의 경쟁이 초래한, 생산 및 소비의 해외 이전이다. 그리고 셋째는 기업의 금융화다. 오늘날 기업은 시장점유율이 아닌 주주수익에 따라 사업이나 투자를 결정한다. 즉,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때가 아닌, 주주수익이 10~15%에 미치지 못할 때 사업이나 투자를 중단한다.

경제학자와 노동운동가들이 주도하는 좌파 성향의 산업 우선론에서는, 일부 기업이나 산업에 ‘피해’를 주는 위의 세 가지 현상이 내포한 문제를 지적한다. 산업화가 오랫동안 생활 수준 향상에 이바지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런 발전은 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세기에 공교육과 보건, 교통과 사회복지 서비스의 역할은 과거 농업의 역할 못지않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능케 한 산업화는 ‘영광의 30년’ 시기의 주역으로 높이 평가받기도 했으나, 1970년대에 들어 사회, 보건, 생태계에 미치는 산업화의 각종 폐해(또는 ‘외부효과’)가 차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절제를 모르는 물질주의 생산방식 탓에 인류의 생태발자국은 어느덧 자연의 재생능력을 뛰어넘었으며, 대기 중 배출되는 탄소량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때부터 생산성 향상(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이 생산)은 수많은 손실을 초래했고, 그 결과, 기후, 물, 비재생 고갈성 자원(광물, 화석 에너지, 게다가 모래까지) 등의 중요한 공공재가 고갈되거나 급격히 감소할 위험에 처했다.

이렇듯 산업론자들은 산업이 인간과 생태, 보건에 미친 참담한 여파를 망각하고 있다. 2017년 농업 분야의 일자리 수는 1980년 188만 개 대비 60% 감소한 75만 개에 불과해, 해당 기간 산업 고용 감소율 43%에 비해 더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망각의 이유는 단순하다. 생산량에 방점을 찍는 농업정책과 자유무역협정이 가져온 농업 분야의 산업화가 그 원인이다.(7) 다른 국가에서도 그렇듯, 프랑스에서도 농업의 산업화는 농촌을 파괴한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생산 제일주의 원칙에 따라 무역과 일부 서비스업에서도 산업화가 이뤄졌으며, 점차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산업화의 면면은 첨단기술 공장을 방불케 한다. 오늘날 생산성 향상을 겨냥한 산업화는 대부분 비인간적인 업무수행 방식, 그리고 환경파괴를 불러온다. 산업의 경제적 영향력을 일정 부분 포기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산업을 일궈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산업의 장래를 고려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 원칙은 오히려 단순하다. 그것은 ‘소박하고 적정한 자원 및 에너지 이용’을 주창하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재화의 생산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적정 수준이란,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사는 환경을 유지하도록 지구 처리능력 범위 이내로 생산을 제한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방식은 2050년까지 순탄소배출량을 ‘0’으로 낮추고자 하는 (혹은 탄소 중립성을 달성하는) 기후문제와도 연관이 깊다.(8) 하지만 그 밖에도 우리 인류가 직면한 생물 다양성 감소 현상, 재앙 수준에 이르고 있는 유해물질(공기, 화학물질, 플라스틱 등)의 감축문제,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자본주의에 의해 고갈되는 재생불가능한 자원 사용의 감축 및 관리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9)

이런 일반적 원칙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이행단계로 도약하려면, 적용 가능한 방안과 주요 산업 분야별 구체적인 생산방식(모든 형태의 에너지 활용 방안을 포함)을 세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분야는 물론, 시민·사회운동에 관한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장기간에 걸친 사회적 논의와 같은 공동의 노력이 곁들여져야 한다. 그 예로 네가와트(Négawatt)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연구단체 솔라그로(Solagro)의 프랑스 농지환경 개선 시나리오 ‘아프테르(Afterres) 2050’과 연계한 프랑스만의 독창적 시도다.(10)

이 프로젝트에 포함된 수십 가지 시나리오 중 ‘이동수단에 대한 수요와 이에 부합하는 산업생산’이라는 연구결과를 함께 살펴보자(이상적인 참고 사례일 뿐 절대적인 답은 아니다). 해당 연구는 2050년이 되면 자동차 의존도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9년 현재 프랑스에서 전체 자가용 이용 사례의 약 1/4은 1회 주행거리가 평균 3km 미만이다. 또한 통근 거리가 1km 이내인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미비한 대중교통과 비싼 대중교통 요금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결국, 여전히 논쟁거리로 남아있는 (동시에 자동차 업계와 정치권이 우선순위로 꼽는 유일한 대안인) 전기 자동차나 하이브리드카 보급보다는 자원 이용을 줄이는 소비방식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산업혁신은 물론 계속돼야 하지만, 자동차의 ‘성능 경쟁’에 너도나도 총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소박한 자원 사용에 혁신의 힘을 집중해야 한다.

이 연구에 의하면, 2050년에는 청정 이동수단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러 1인당 자가용을 이용하는 주행거리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자동차의 수명은 훨씬 길어지고 대다수가 재생에너지를 연료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현재 9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전체의 10%로 줄고, 연비는 100km당 3ℓ 수준으로 개선된다. 최대 주행속도는 지금보다 감소하는 반면, 카풀 이용자가 많아져 평균 탑승 인원이 1.6명에서 2.4명으로 증가한다. 

자동차산업은 점점 더 많은 재활용 자재를 사용하고 재사용과 임대율을 높여나가게 될 것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량(핵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탄소 의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과 더불어 철강 소비량도 감소한다. 전자부속 등 무용지물이 되는 각종 자동차 부품은 대중교통, 자전거(전기 또는 일반), 철도건설에 투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쩌면 한낱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는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부터 전자제품 및 식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와 각종 제품을 총망라한 계량적 평가와 전망을 제시한다. 또한, 효율 증대(에너지 및 자원)와 과거 ‘과소비 방지’라고 불리던 소박한 자원 사용 전망에 관한 평가를 항목별로 내놓기도 한다. 이 시나리오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보다 소박한 방식으로 생산하려면 장기간 사용할 만큼 견고하고, 고쳐 쓰거나 재활용 가능하며, 필요하다면 더불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소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방식의 생산과 소비는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하지만, 법적인 장치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또한, 지구환경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움직임인 ‘로우테크(Low tech)’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로우테크는 첨단기술 못지않게 혁신적이면서도, 한층 소박하고 한층 단순한 기술을 의미한다.

 

소박한 소비방식: 복원, 수리, 재판매, 공유

‘로우테크’를 선도한 인물인 필립 비우익스는 그의 저서에서 이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더 적극적으로 자원을 재활용하고 제품의 수명을 늘리려면 색다른 각도에서 심사숙고해 단순하면서 견고한 물건을 생산해야 한다(오스트리아의 철학자이자 신학자 이반 일리치라면 ‘자율적 공생’이라 명명했으리라). 그렇게 생산한 제품은 수리와 재사용이 가능하며, 단순한 재료와 표준화된 모듈을 사용하고, 분해가 쉬울뿐더러 구리, 니켈, 주석, 은처럼 희소하고 재생불가능한 자원이나 전자부품은 최소한으로만 사용한다.” 

그는 새로 물건을 사기 전에 다음 사항을 고려하라고 제안한다. “오늘날의 생산방식을 되돌아보고, 되도록 소비지역 인근에 들어선 소형 작업장을 찾아보자. 생산성이 다소 떨어질지라도 노동 집약적이며, 기계화나 로봇화 정도가 낮고, 자원과 에너지 효용이 높기 때문이다. 작업장은 복원과 수리, 재판매와 생필품 공유망을 연계하는 곳이기도 하다.”(11) 

이 모든 과정은 부풀려진 업적만큼이나 심각한 환경파괴를 부른 과거의 산업과 판이한 모습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려는 이런 대안은, 에너지와 자원의 효용을 높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많은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존재하거나 고도화되는 일부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분명 초기술(Hyper-technology)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이 대목에서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첫째,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둘째, 소박한 자원과 에너지 활용 방식뿐 아니라 생산과 고용의 판도까지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세계에 대해, 사회 전체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산업의 특정 부문이 높은 성장을 기록해도, 고용에서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런 내림세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변화에 비해 덜 극적인 모습이리라 예상한다. 한편으로 경제활동은 고용을 위축시키는 생산제일주의 방식에서 벗어나게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자유무역 기조에 대한 비관론이 대두되면서 일자리 감소추세에도 부분적으로나마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 최고 부유층의 특권?

전환 시기에 일자리를 창출할 부문을 분석한 자료인 ‘네가와트 2017’ 시나리오를 참고해볼 만 하다. 이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33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재생에너지 분야를 대표적인 예로 제시한다. 그밖에는 연구원들로 구성된 16개 주요 협회와 노동조합의 연합체인 ‘고용-기후 플랫폼(Emplois-climat platform)’에서 2017년 1월에 발간한 ‘100만 개의 일자리’라는 보고서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12) 성장사업으로는 친환경설비, 탄소 배출량이 적은 근거리 이동수단, 주택 및 건축물 열효율 개선 사업을 들 수 있다.

산업 전체의 고용률 최고치를 기록한 1974년 대비, 2016년까지 고용률이 46% 하락한 상황 속에서도 몇몇 산업 부문은 기대 이상의 고용률을 기록했다.(13) 일례로 ‘물 생산·공급, 위생, 폐기물과 오염 관리’ 부문은 100% 이상의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해당 부문은 같은 기간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률을 유지한 ‘전기, 가스, 증기, 에어컨 생산·분배’ 부문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두 산업 부문은 재활용 및 오염방지 활동(원전 해체 등) 증가 추세, 신재생에너지 개발, 근거리 지역 업체에 선호도 증가에 따른 다국적 기업 약세 등으로 인해 급격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생활방식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대대적으로 행동 양식을 바꿔야 하는 사회계층을 지칭하지 않은 채, 공동의 이익을 명분으로 소비주의 방식을 버리고 소박한 소비를 강요한다면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환경세 등 정당성 여부를 막론하고 현재의 과세표준을 유지하려는 시도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최상위 부유층은 하위 10%보다 30~40배 더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도, 소득 대비 탄소세는 오히려 1/4 수준으로 적게 부담하고 있다.(14) 이처럼 명백하게 부당한 처사는, 부여된 조치에 대한 반발심을 키울 뿐이다. 시민들이 소박한 에너지와 자원 사용을 수용하기 위한 선결 조건 중 하나는, 과세 불평등의 해소다.

직업과 직무 전환의 경우, 곧 사라지게 될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진로를 개발하고 급여를 유지하면서 근거리에서 새로운 일을 찾는 일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런 필수조건이 충족돼야 비로소 생산 제일주의와 지나친 기술주의의 종말을 고하고 다수가 열망하는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그 열망은 개선된 근무환경이나 생산 활동에 대한 의미를 부여일 수도 있고, 우리 사회가 잃어버렸던 미래를 다시 그릴 수 있는 희망일지도 모른다.  

 

 

 

글·장 가드레이 Jean Gadrey
릴 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근 저서로 『Adieu à la croissance. Bien vivre dans un monde solidaire(성장과 작별하고 연대하는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찾기)』(Alternatives économiques–Les petits matins, 파리, 2010년) 등이 있다.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프랑스 통계청(INSEE), 국가 계정, 2007년.

(2) 세계은행

(3) 1994년 11월 21일 프랑스 릴에서 개최된 회의.

(4) Michel Husson, “여러 보고서가 기업 해외이전의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유럽노사관계관측소(EIRO) 문건 중, 2005년 6월, http://hussonet.free.fr : http://tinyurl.com/mqq9wbg

(5) 프랑스 통계청(INSEE), 국가 계정, 2007년.

(6) “세계의 산업 및 농업의 집결지인 BRIC 국가도 점차 서비스 분야로 전환하는 추세다”, 2014년 4월 2일, blogs.alternatives-economiques.fr

(7) 통상적으로는 여기에 임업과 어업이 더해진다.

(8) 순배출량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의 차이에 해당한다. 파괴되지 않은 자연(숲, 살아 있는 토양, 바다)의 경우 배출과 흡수 작용이 원활히 이뤄진다.

(9) Global Resource Outlook 2019(2019 세계 자원 전망), UN 환경계획(UNEP).

(10) ‘2017~2050 네가와트 시나리오’(https://negawatt.org) 중 ‘가설과 결론’에 관한 보고서를 참조할 것, 2018년 6월.

(11) ‘기술 구원 신화’, Esprit, 파리, 2017년 3월-4월호.

(12) www.emplois-climat.fr

(13) 부문별 고용현황 시리즈, 프랑스 통계청

(14) 장 가드리의 블로그, 2018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