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눈 먼 사랑은 없다!

데이팅 웹사이트

2019-06-28     마리 베르그스트롬 l 연구원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학교나 직장, 또는 친구의 집 등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다. 그리고 이제 데이팅 웹사이트도 데이트 파트너 찾기에 한몫하고 있다. ‘사랑에 냉철한 계산을 접목했다’는 비난을 받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는 특히 가족이나 친구의 눈을 피해 파트너를 찾을 수 있게 했다. 성생활을 은밀히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비밀보장 방식 덕분이다.
 

페이스북이 2018년 가을에 선보인 새로운 서비스명은 ‘데이팅(Dating)’. 수많은 데이트 전문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다. 언론은 여타 데이트 서비스 앱 출시 때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의 데이팅 앱 출시 뉴스를 다뤘다. ‘페이스북은 과연 어떻게 데이팅을 운영할까?’(2018년 5월 2일 <르몽드>), ‘드디어 데이팅 출시!’(2018년 9월 22일 <뱅 미니츠(20 minutes)>) 매치(Match), 미틱(Meetic), 아돕트앙멕(AdopteUnMec) 등의 초기 데이팅 웹사이트에 이어 그라인더(Grindr), 틴더(Tinder), 해픈(Happn), 범블(Bumble) 등 지역 기반 모바일 데이팅 앱들이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탄생한 이 플랫폼들은 프랑스를 비롯해, 여러 나라로 급속히 확산됐다. 프랑스의 초기 데이팅 사이트로는 넷클럽(Netclub.fr, 1997년 론칭)과 아무뢰(Amoureux.com, 1998년)가 있다. 뒤이어 또 다른 사이트들이 등장했다. 2008년 조사에 의하면, 프랑스의 데이팅 사이트는 밝혀진 것만도 1,045개다. 이는 데이팅 앱의 성공을 반증한다. 2013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65세 인구 중 18%가, 현재 독신인 이들의 1/3이 데이팅 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1) 

이후 데이팅 모바일 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수치는 더 높아졌다. 동일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05~2013년 배우자를 만난 사람들(26~65세) 중 약 9%가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연인이나 배우자를 만나는 방법 1위는 학교나 직장(24%)이며, 2위는 파티(15%), 3위는 공공장소(13%), 4위는 집(9%)이다. 데이팅 앱은 아직 5위에 그치고 있지만, 이제 파트너를 만나는 보편화된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대를 찾게 만든다?

데이팅 앱의 출현은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부에서는 데이팅 앱이 TV채널을 돌리듯 ‘관계의 재핑(Zapping, 채널돌리기)’(2)을 조장하고 심지어 ‘지속적인 관계에 대한 두려움’(3)을 키운다고 비난했다. 잠재적 파트너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면, 데이팅 앱 이용자들이 ‘소비생활의 합리화를 추구하고 소비자 주권을 누리고자’, 관계를 맺기보다는 끊임없이 ‘더 나은’ 파트너를 찾아 나설 것이고, 결국 온라인 만남은 성적(性的), 충동적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지적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세기 말 결혼상담소와 청혼광고가 등장했을 때도 이 같은 우려가 있었다. 당시 논객들은 결혼이 사업수단으로 변질됐다고 비난하면서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매춘알선업’(4)의 적법성과 윤리성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수렵, 낚시 등 전원생활 관련 월간잡지인 <르 샤쇠르 프랑세(Le Chasseur Français)>는 1892년 최초의 청혼광고를 게재하면서, 배우자를 찾는 독신자들을 위해 지면을 제공하는 초기 언론매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만남의 장은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외면당했고, 1980년대 중반에도 이 방식을 통해 배우자를 만난 프랑스인들은 1%도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이 같은 만남의 방식을 완전히 배제했다.(5)

현재 데이팅 앱들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시장에서도 신규업체들은 시장 주도권을 가진 회사에 편입된다. 매치 그룹(Match Group) 소속 미틱과 틴더가 그런 경우인데, 매치그룹은 동종업계의 경쟁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거대그룹, 인터랙티브 코프(Interactive Corp(IAC))에 속한 자회사다. 상장회사인 IAC의 2018년 매출액은 8억 유로인데, 그중 4억 유로가 전년 대비 36%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한 매치 그룹의 실적이다.

 

비슷한 사람끼리 이뤄진다, 변함없는 원칙

신규 데이팅 서비스 회사들은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내기보다는 초기 업체들이 구축한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 데이팅 앱의 선택방식은 거의 유사한데, 대부분의 앱을 보면 사용자가 프로필 사진을 왼쪽으로 밀어 ‘싫음’을 표시하거나, 오른쪽으로 밀어 ‘좋음’을 표시하는 식이다. 나와 상대방 양쪽이 ‘좋음’을 표시했을 때는 ‘매치(Match)’나 ‘크러시(Crush)’ 사인 알림이 뜬다. 

온라인 데이팅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세분화 전략이다. ‘시니어’, ‘VIP(부자)’, 흑인, 유대인 등으로 틈새 표적시장을 공략한다. 이런 현상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려는 욕구와 ‘집단주의’의 표출이다. 이는 수요자층을 세분화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데이팅 사이트 관계자는 “이것은 경제적 문제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봐야한다. 집중하면 성공확률이 더 높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데이팅 사이트의 세분화 전략은 감정적이고 사적인 영역에 민간 사업자가 깊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처에 만연해 있는, 매일 그물망을 확장하는 자본주의가 과연 우리 일상의 관계도 바꾸게 될까? 알 수 없다.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 내에서 배우자를 찾을 가능성을 높일 만한 선택 기준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그 반대로 그런 경향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사회계층이 뒤섞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맺어진 커플은 다른 방식으로 만난 커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온라인 커플 역시 오프라인 커플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끼리 커플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6) 결국, 커플 형성의 고전적 원칙은 깨지지 않았다.

온라인 커플이 안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을 보자. ‘데이트 사이트들이 어떻게 로맨스를 죽였는가?’(2015년 1월 13일 <허핑턴 포스트 퀘벡>)라는 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형성된 커플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청년들은 계속해서 커플 속에서 이상적인 삶을 찾는다. 
사랑은 죽지 않았다. 사랑의 여정이 좀 더 불연속적으로 변했을 뿐이다. 25세에 두 번 이상의 사랑을 경험한 경우는 더 흔해졌다(1978~1982년 출생 여성의 36%, 남성의 29%). 그러나 1950년대 출생자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6~9%에 불과했다.(7)

 

깨져도 불편할 것 없는 만남의 개인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의 새로운 특징은 다른 데에 있다. 데이팅 사이트와 앱의 가장 놀라운 면(회원 수, 프로필이나 선택방식의 규격화)에 관심이 쏠리면서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고립성이라는 특성을 놓치게 된다. 온라인 만남은 대개 주변인들이 모르게 이뤄진다. 이런 점에서 ‘관계의 단절’을 유발한다. 전통적으로, 친밀한 관계는 직장이나 학교, 외출 장소, 여가활동 장소 같은 생활공간에서 맺어진다. 데이팅 사이트와 앱을 통하면 파트너 찾기가 개인의 문제가 되면서 스마트폰을 매개로 은밀한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  

만남의 개인화는 사이트와 앱의 중요한 성공요소다. 우선 데이트 사이트나 앱을 통해 친구들이나 부모님 모르게 데이트 상대를 찾아 가볍게 연애할 기회를 추구하는 청년층에서 특히 그렇다. 온라인 만남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깃거리’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21세의 대학생 알릭스는 동급생과 교제하다가 깨졌을 경우 학교에서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그런 위험에서 자유로운 데이팅 사이트나 앱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데이팅 서비스 사이트와 앱에선 특히 성적인 면이 부각된다. 온라인으로 만난 데이트 상대와는 다른 상황에서 시작된 관계보다 대개 일찍 성적 관계를 맺고 끝낸다. 비밀스러운 만남이기 때문에 특히 성적인 관계로 쉽게 발전한다. 외부의 사회적 통제가 약하므로 온라인 파트너들은 쉽게 성적 관계로 빠져든다. 특히 남성보다 성적인 제약을 훨씬 많이 받는 여성의 경우가 그렇다. 

또한 데이팅 서비스는 중년층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 주변에 연애 대상이 될 독신자도 드문 데다가, 교류의 폭도 좁아진다. 시끌벅적했던 외출도 친구들 간의 저녁 식사로 바뀐다. 용접사인 브뤼노(44세)는 “나이가 들면, 자기 일에 바쁘고 익숙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아요.” 이렇게 해서 데이팅 사이트는 특히 헤어졌던 남녀를 재결합시킨다.
온라인 데이팅은 오랜 변화의 일부다. 20세기 후반 이후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던 만남이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 과거의 무도회가 가정에서 열리는 은밀한 파티로 바뀐 것이다.(8) 청년들 사이의 ‘거리 문화’가 이제 ‘실내 문화’로 옮겨가고 있다(9).  

 

 

 

 

글·마리 베르그스트롬 Marie Bergström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 연구 담당. 저서로 『사랑의 새로운 규칙. 디지털 시대의 섹슈얼리티, 커플, 데이트(Les Nouvelles Lois de l’amour. Sexualité, couple et rencontres au temps du numérique)』(La Découverte, 2019) 등이 있음.

번역·조승아
번역위원

 

(1) ‘Etude des parcours individuels et conjugaux(개인 및 부부의 인생 여정 연구)’(EPIC), INED-Insee, 2013-2014, https://epic.site.ined.fr

(2) Pascal Lardellier, 『Le Cœur Net. Célibat et @mours sur le Web(Net heart. 온라인에서의 독신과 사랑)』, Belin, coll. ‘Nouveaux mondes(새로운 세상)’, Paris, 2004년.
(3) 예를 들어 Jean-Claude Kaufmann, ‘Sex@mour(Sex, Love)’, Armand Colin, Paris, 2010년.

(4) Claire-Lise Gaillard, ‘Agence matrimoniale(결혼 에이전시)’, in Louis Faivre d’Arcier(under the dir. of), 『Mariages(결혼)』, Éditions Olivetan, Lyon, 2017년.

(5) Michel Bozon & François Héran, ‘La découverte du conjoint, II. Les scènes de rencontre dans l’espace social(배우자의 발견. 사회 공간에서 만남의 광경)’, <Population>, vol. 43, n° 1, Paris, 1988년 1-2월.

(6) 다만, 직장이나 학교에서 맺어진 커플들은 데이팅 사이트에서 만난 커플들보다 직업이나 교육수준 등에서 강한 유사성을 보인다.
(7) Wilfried Rault & Arnaud Régnier-Loilier, ‘La première vie en couple. Évolutions récentes(커플의 첫번째 라이프. 최근의 변화)’, <Population & Sociétés>, n° 521, Paris, 2015년 4월.

(8) Michel Bozon & Wilfried Rault, ‘De la sexualité au couple. L’espace des rencontres amoureuses pendant la jeunesse(섹스 파트너에서 커플로. 청년기의 연인과의 만남의 공간)’, <Population>, vol. 67, n° 3, 2012년.

(9) Sonia Livingstone, 『Young People and New Media. Childhood and the Changing Media Environment』, Sage, London,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