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거래, 파리 공항 민영화
파리 공항의 민영화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매우 모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경제부 장관을 역임하던 시절부터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에 힘써왔다. 하지만 그의 지나친 열의와 재정 부문에 대한 논리적 허점 때문에 의혹은 날로 구체화됐고, 반대파가 결속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공기업의 민영화를 약속한 바 있다. 2017년 3월 2일,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100억 유로 규모의 혁신펀드 조성 일환으로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마크롱은 “이 기금을 프랑스 정부 주식 보유기관(APE)이 관리하는 국가 소유의 주식으로 둘 것인지, 매각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매각계획이 예산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고 급히 덧붙였지만, 어떤 기업에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은 회피했다.(1)
마크롱은 오래전부터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을 세워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부 장관을 지내던 시절 리옹·툴루즈·니스 공항의 민영화를 지시했던 그는 사프란(Safran), 오렌지(Orange), 엔지(Engie)사의 정부 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한편, 알랭 비달리(Alain Vidalies) 전 환경에너지해양부 장관은 지난 3월에 편찬한 저서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현재 정부 지분율이 50.6%에 달하는 ADP그룹(전 파리공항공사)을 민영화하려는 의사를 두 번이나 표출했다고 밝혔다.(2) 2014년 가을, 마크롱은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정부 지분율을 25%까지 대폭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비달리 장관은 마뉘엘 발스(Manuel Valls) 전 총리의 비호 하에 이 제안을 무산시켰지만, 일 년 후 마크롱은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 비달리 장관은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정확히 같은 논의가 2015년 엘리제궁에서 다시 이뤄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내가 내세운 논거들로 에마뉘엘 마크롱과 미셸 사팽(Michel Sapin, 프랑스 재무부 장관)이 주창했던 공항 민영화를 반대했다.”
마크롱의 당선과 함께 몰려든 투자자들
2017년 5월 11일, 프랑스 일간지 <라트리뷴(La Tribune)>은 “ADP그룹 주식이 올해 들어 20% 급상승했다”고 밝혔다. 라트리뷴이 밝혀낸 사실이 또 하나 있다. 마크롱이 당선되자 프랑스 주요 공항인 샤를드골·오를리르·부르제 공항 매각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이들 중 빈치(Vinci)사가 유력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빈치 사는 ADP그룹의 주식을 8% 보유한 기업이자, 2002년 당시 재정부 장관 로랑 파비우스(Laurent Fabius)의 고속도로 민영화 정책의 최대 수혜자다. 또한, 2005년 도미니크 드 빌팽(Dominique de Villepin) 전 국무총리의 지원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프랑스 대형 건설사다.
엘리제궁에서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당의 회계 총괄을 담당했던 세드리크 오(Cédric O)가 공기업의 민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드리크 오는 디지털 경제 부문 보좌관을 거쳐 2019년 3월 디지털 담당 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인 알렉시 콜러(Alexsis Kohler) 엘리제궁 사무총장은 모든 산업부문 안건을 진두지휘하는데, 공기업 민영화도 그의 손에 달려있다. 이처럼 ADP그룹이나 복권위원회(FDJ), 엔지의 민영화는 마크롱 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9일, 파리 국제공항 민영화 추진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248명의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3) 행정부에 있어서는 큰 타격이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에게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다. 국민투표 발의를 하려면 9개월 안에 유권자 470만 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고, 서명이 이뤄지더라도 의회의 재심의를 거쳐야 한다. 상·하원이 6개월 내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최종 발의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제동을 걸자, 회계감사원도 ‘지분 매각으로 얻어낸 혁신펀드’에 매우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4) 또한 이 펀드에 대해 ‘부당하고 복잡한 예산 마련’이라고 평가하면서, 사용 가능액을 연간 약 2억 5,000만 유로로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계획에 의하면, 민영화를 통해 거둬들인 혁신펀드 규모는 100억 유로에 달하나, 연간 사업비는 펀드에서 발생하는 이자로만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회계감사원은 ‘쓸데없이 복잡한 작업’이라며 우려를 표하며, 그럴 바에 같은 액수의 예산선을 설정하는 것이 한층 효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날 파리 공항들은 프랑스 출입의 요충지다. 급격하게 성장 중인 항공시장은 2018년 한 해에만 1억 5백만 명의 승객을 유치했다. 이는 25년 전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5) 1964년에 세워진 샤를 드골 공항 이용객만 7,700만 명에 달한다.(6) 이처럼 파리를 전 세계로 잇는 연결고리인 공항에 여전히 정부는 목숨을 걸고 있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파리를 더 이상 “상하이, 런던, 두바이에서 멀어지도록 둘 수 없다”며, ‘그랑파리(파리를 세계적인 대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발족된 대대적인 파리 정비 프로젝트-역주)’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그로부터 12년 뒤, ADP그룹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파리 3개 공항에 최소 6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랑파리’ 프로젝트와 2024년 올림픽 개최를 염두에 두고, 샤를 드골 공항에 승객 3,000만~4,000만 명을 추가 수용할 수 있는 터미널 T4 건설과 공항-파리동역(Gare de l’Est) 직통열차인 CDG Express 건설이 계획 중에 있다.
이토록 중요한 경제적 지렛대 역할을 하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ADP그룹은 지난해 1억 7,300만 유로에 달하는 배당금 지급을 유예하면서 이미 많은 현금을 확보했다. 승객 수의 증가는 수익 규모만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파리 지역 내에서 ADP그룹은 소규모 국가나 마찬가지다. ADP그룹이 소유한 건물, 부지, 비행장, 인프라 부지까지 합치면 6,680헥타르에 달하는데, 이는 파리 면적의 2/3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오귀스탕 드 로마네(Augustin de Romanet) ADP그룹 사장은 “공항은 숙박서비스만 없는 호텔”이라고 표현하곤 했다.(7)
ADP그룹은 현재 공항 중심부에서 점차 확장되고 있는 상업 시설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에는 382개 매장을 통해 4억 9,000만 유로의 판매액을 달성했다. 그룹 전체가 부동산 투자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ADP그룹은 300헥타르가 넘는 보류지도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상점 부지 150만㎡의 2배에 달한다. 드 로마네 사장은 올해 4월 초 샹젤리제 근방에서 모인 부동산 분석가, 은행관계자, 펀드전문가들 앞에서 “2024년경엔 오를리 상권이 라데팡스(La Défense)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환경이나 도시계획 문제는 뒷전이 됐다.
국가의 통제 하에 보호되는 미국 공항
ADP그룹에 사용료를 지급하는 대가로 공항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항공사들은 민영화에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프랑스 항공사관계자연합(BAR: Board of Airlines Representatives) 대표 장 피에르 소바쥬(Jean-Pierre Sauvage)는 “투자자들로서는 투자금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누가 희생되겠는가? 항공사와 이용객들이다”고 비난했다.(8)
2017년 12월, 장마크 자나일락(Jean-Marc-Janaillac) 에어프랑스-KLM 회장은 민영화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다음과 같이 표명했다. “경제이론에 의하면, 자연스럽게 독점권을 쥐게 되는 공항의 민영화는 그 어떤 확실성도 보장하지 않는다. 항공 산업이 발달한 국가들 특히 미국의 경우, 공항을 공공기업의 감독 하에 보호하고 있다. 공항이라는 특성상, 국토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공익을 창출한다는 이유에서다.”(9) 시설 사용료가 정부에서 관리된다고 해도, 항공사는 민영화를 통해 지분을 사들인 사기업에 자신들이 낸 사용료가 돌아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프랑스 재정부는 모든 작업을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며 한때 고려했던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은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영화는 크게 제약을 받지 않고, 다소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공항시설이 이미 존재하고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한 상황에서 양도한다는 점과 국가가 경영권을 양도하는 기간이 길다는 점(70년), 빈치(Vinci)사 등 기존의 소수 주주들에게 약 10억 유로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 따라서 결국 계약만료 시점에는 일부 손해배상금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10) 일단 지분매각 절차가 진행되면,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리고 되돌릴 경우, 계약이 끝난 시점이라 해도 국가는 파산지경에 이를 수 있다.
공항 민영화 추진을 위해 드 로마네 사장은 정부의 모든 신뢰를 얻은 상황이다. 그는 재정경제부 소속 고위 공무원 출신이며,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절친 중 한 명인 미셸 사라스(Michel Charasse) 전직 예산부 장관과도 친분을 쌓았고,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정부에서도 다양한 직위를 맡았다. 특히 2016년 마크롱의 오른팔이었던 장 아르뚜이(Jean Arthuis) 재정부 장관과 함께 일한 바 있다. 이후 드 로마네는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 내각에서 부국장을 역임하고, 2005년에는 엘리제궁 사무부총장을 지냈다. 공탁국(CDC) 사무총장을 거쳐 2012년에는 그와 친분이 있었던 베르나데트 시라크(Bernadette Chirac, 시라크 전 대통령 부인)의 조언에 의해, 올랑드 전 대통령이 그를 ADP그룹 사장으로 임명했다.
드 로마네는 이런 화려한 정치 이력 덕택에, 마크롱의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가 마크롱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여러 정황들로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다. 2017년 12월, 그는 샹보르(Chambord) 지역 이사회 회장으로 임명됐다(샹보르는 마크롱이 부활시키려는 ‘대통령 사냥’ 행사를 개최할 지역이다). 이후 드 로마네는 2018년 파리 유로플레이스(Paris Europlace)의 회장을 맡게 됐다. 파리 유로플레이스는 프랑스 금융 산업 진흥을 위한 협회로, 브렉시트로 떠들썩한 시점에 해당 협회장직은 특히나 전략적인 직위다.
공항 민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역들
민영화 사안에는 여러 인맥이 얽혀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인 공탁국(CDC)과 과거 프랑수아 피용 내각에서 부국장을 거쳐 2010~2013년 국장을 지냈고, 현재 회계감독관인 앙투완 고셋 그랭빌(Antoine Gosset-Grainville), 고셋 그랭빌의 멘토이자 2012년 올랑드 정부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던 장 피에르 주이에(Jean-Pierre Jouyet) 등이 대표적인 이들이다. 또한 2015년 이후 ADP그룹 부동산 부문 본부장을 맡고 있는 세르쥬 그쥐보프스키(Serge Grzybowski)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공탁국 부동산 계열사 Lcade사에서 7년 이상 회장직에 역임했다.
그 밖에 공항 민영화를 담당한 주역들은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M) 정당과 관계가 깊다. 현재 의회에서는 민영화 계획이 ‘기업의 성장과 전환을 위한 행동계획(PACTE)’ 법안에 포함돼 있는데, PACTE 조사위원은 다름 아닌 LRM당 소속의원이자 프랑스 경제위원회 위원장인 롤랑 레스퀴르(Roland Lescure)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로스차일드 은행에서 근무했고 마크롱 캠프에서 대선자금 모금활동에 참여했던 에그린 드 지네스투(Aigline de Ginestous) 의원의 도움을 받아 ADP그룹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에그린 드 지네스투는 2018년 9월, 파리 2구에 위치한 Pizzaria Popolare 식당에서 열린 사교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스럽게도, 마크롱의 보좌관이 시위대에 폭력을 휘두른 이른바 베날라 사건(11)이 발생했다. 우리는 ADP그룹의 민영화로 발생할 배상금 지급 과정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힐 것을 걱정했지만, 이 사건 덕분에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그해 10월 이후, 아네스 파니에 뤼나세(Agnès Pannier-Runacher) 재정경제부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드 지네스투는 민영화 추진을 진행 중이다. 아네스 파니에 뤼나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LRM당의 비밀스러운 중심인물 중 한 명이다. 파리의 고등상업학교(HEC)에서 학위를 취득한 그녀는 알렉시 콜러 사무총장과 프랑스 국립 행정학교(ENA) 동문으로, 친분이 있다. 그녀는 2006~2008년, 공탁국에서 재정전략담당 부사장을 지녔다.
현재 엘리제궁은 흔적을 지우려는 것일까? ADP그룹의 지분을 매입하려던 빈치(Vinci)사가 대통령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고속도로 민영화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빈치사는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노트르담 데 랑드(Notre-Dame-des-Landes) 공항건설이 수포로 돌아가고, 이제 겨우 민영화를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되려는 찰나에 영국 개트윅 공항 지분을 32억 유로에 매입했다.
국민투표 합헌 결정을 번복한 헌법재판소
프랑스 주간지 <카나르 앙세네(Canard enchaîné)>에 의하면, 엘리제궁은 일드프랑스의 여러 지역과 연관된 프랑스 사모투자펀드 아디안(Ardian)을 통해 대체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다. 패트릭 디비디앙 오드센 주 의장은 “우리 오드센 주가 10억 유로를 내고, 아디안에서 50억 유로를 투자하되 이 중 20~30억 유로는 차입금으로 충당할 것이다”고 밝혔다.(12) 하지만 이런 선택은 이해관계의 충돌만 부추길 소지가 있다.
2017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엘리제궁에서 기업 컨설턴트를 담당했던 에마뉘엘 미켈(Emmanuel Miquel)은 과거 선거유세 당시 재무팀에 있었고, 아디안에서 상임 고문을 맡은 바 있다. 아디안 커뮤니케이션 부서에서는 “에마뉘엘 미켈씨는 공항과 관련해 투자담당 부서에서 한 번도 근무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엘리제궁에서도 “세드리크 오씨가 맡은 공기업의 국가 지분에 대해 알지 못했다. 따라서 ADP그룹 민영화 안건 및 관련 정보는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게다가 2015년 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아디안은 Siaci Saint Honoré사(보험 컨설팅 회사)를 관리했는데, 대선후보에게 선거자금 명목으로 8백만 유로의 은행융자를 융통해준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정부와 엘리제궁의 고집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 고집스러움은 2014년 마크롱 당시 경제부 장관에 의해 시행된 툴루즈 공항 지분 일부 매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배당수익의 100%를 걸고 숨은 자금까지 찾아내 툴루즈 공항 지분을 내놓자, 중국 기업 Casil에서 관심을 보였다. 지난 3월, 파리 행정상고법원은 민영화 추진을 철회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프랑스 정부 주식 보유기관(APE)은 5월 초에 최고 행정법원인 콩세이데타(Conseil d’État)에 재정신청을 했다.
국민투표 합헌 판결이났으나,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민영화 추진 중단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결국 5월 16일, 재판소는 ADP그룹이 “사실상의 독점”이라 보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정부의 지분 매각을 허가했다.(13) 그렇다고해서 국민투표 합헌 판결이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프랑스 국민들이 민영화를 원하지 않을 경우, 청원을 제출할 수 있다. 또한, ‘파리 공항들은 공공기관’이라는 의견을 국민투표를 통해 낼 수 있다.
글·마크 앙데벨 Marc Endeweld
기자 겸 작가. 『애매모호한 마크롱』(Flammarion, Paris, 2015), 『대단한 조작자, 마크롱의 비밀 인맥』(Stock, Paris, 2019)의 저자.
번역·장혜진 hyejin871216@gmail.com
번역위원
(1) Luc Peillon, ‘Macron avait-il évoqué les privatiosations d’ADP ou de la FDJ dans son programme?(마크롱은 ADP그룹이나 복권위원회(FDJ)의 민영화를 구상하고 있었는가?)’, <Check News>, 2019년 3월 21일, www.liberation.fr
(2) Alain Vidalies, 올랑드 정부 장관직 역임, Les Dossiers d’Aquitaine coll. ‘Témoignages vivants(생생한 증언)’, Bordeaux, 2019.
(3) Décision n°2019-1 RIP(판결 n°2019-1, 국민투표), 헌법재판소, Paris, 2019년 5월 9일.
(4) Le budget de l’État en 2018(2018년 국가 예산), 회계감사원, Paris, 2019년 5월.
(5) http://www.parisaeroport.fr
(6) Marc Endeweld, ‘Dans les rouages d’un grand aéroport(주요 공항의 톱니바퀴 안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9년 11월호‧한국어판 2009년 12월호.
(7) Gilles Guillaume, ‘ADP se transforme pour séduire les investisseurs(ADP그룹이 투자자들의 환심을 하기 위해 변모한다)’, Bordeaux, 2019.
(8) Romain Pommier, ‘Privatisation d’ADP: Les compagnies et les clients risquent d’en faire les frais ADP그룹의 민영화는 항공사와 이용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Tour Mag>, 2018년 3월 11일, www.tourmag.com
(9) Jean-Marc Janaillac, ‘Une privatisation de Paris Aéroport ne saurait simplement se concevoir dans une logique budgétaire(파리공항의 민영화는 예산만 고려한 아이디어다)’, <르몽드>, 2017년 12월 7일.
(10) 2019년 4월 11일 하원이 최종 독회(심의)에서 채택한 제44조항 기업의 성장과 변환에 관한 법.
(11) 마크롱 대통령의 보좌관 알렉상드르 베날라가 5월 1일 파리에서 시위대에게 폭력을 휘두른 영상을 <르몽드>에서 7월 18일 공개했다.
(12) <Le Canard Enchaîné>, Paris, 2019년 3월 13일, 3월 27일, 4월 3일.
(13) ‘Décision n°2019-781 DC(판결 n°2019-781 DC)’, 헌법재판소, 2019년 5월 16일.
프랑스 정부의 전략적 자산
1945년 10월, ADP그룹(전 파리공항공사)은 임시정부 때 공공자치기관의 형태로 설립됐다. 전략적 시설물로 항상 권력의 중심이 됐던 공항은 군부대나 정보국의 소재지가 되기도 했다. 1960년, 드골 장군은 1951년에서 1957년까지 프랑스 대외정보국(SDECE: DGSE의 전신-역주) 국장으로 활동했던 피에르 부르시코를 ADP그룹 대표로 임명했다. 이후 1983년, 피에르 마리옹은 대외안보국(DGSE) 국장에서 ADP그룹 사장직으로 옮겼다. 2015년부터는 도지사였던 알랭 자뷔롱이 엘리제궁에서 맡았던 정보연구직을 사임하고, ADP그룹 안보국장을 맡아 국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12년 6월 25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파트리스 파올리 프랑스 대사가 중동의 ADP그룹 자회사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부회장 로저 사마하에게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아(기사) 훈장을 수훈했다. 프랑스 대사는 사마하 부회장이 두바이에서부터 아부다비,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바레인에 이르기까지 ADP그룹을 위한 굵직한 계약을 성사시킨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파올리 대사는 사마하 부회장을 통해 프랑스에서 전 세계로의 “효과적이고 올바른 교체가 이뤄졌으며, 2004년에서 2010년까지 매출액은 총 2억 6,500만 유로에 달한다”고 말했다.
ADP그룹 해외 계열사는 외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있다. 1982~1985년, 프랑스 방첩기구 국토감시국(DST) 국장을 역임한 이브 보네는 해외 계열사를 “대외안보국의 둥지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1)
2005년, ADP그룹은 주식회사로 전환한 후 이듬해 상장했다. 오늘날 이 그룹은 전 세계 25개 공항을 통해 약 2억 8,100만 명의 승객을 유치하면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해외 계열사를 통해 세계 각국의 공항들을 관리하고 있다. ADP그룹은 활동영역을 한층 넓혀, 2018년 7월 비밀리에 미국 뉴저지의 머천트 항공(Merchant Aviation)을 인수했다. 이 결단은 ADP그룹 전체가 미국의 법망 하에 놓이게 되는 부담을 감수한 것이었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는 중동 등 민감한 국가에서는 핵심 노하우를 숨긴 채, 연구진행과 인프라 건설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유독 비밀리에 진행하는 작업이 많은데, 이 중 법망에 저촉되는 것들도 있다. 2018년 프랑스 금융범죄전담검찰(PNF)은 ADPi가 공금횡령을 했다는 과거 협력업체들의 고발을 받고 조사에 나섰다. ADP그룹 측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했으며, 혹시 입게 될지 모르는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 문제는 잠시 보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7년 7월에 체결한 3건의 계약도 우려를 산 바 있다. 이 계약은 파리에 초청된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알 카다피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은밀한 만남을 가지는 동안 이뤄졌다.(2) 2011년 발생한 전쟁 때문에 시행되지 못한 이 계약들은 리비아의 벵가지, 세바, 트리폴리에 설립할 공항 설계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글·마크 앙데벨 Marc Endeweld
기자 겸 작가
번역·장혜진
번역위원
(1) Etienne Girard, ‘Corruption, embargo violé en Iran… les dossiers noirs d’Aéroports de Paris(부패, 리비아에서 어긴 엠바고… ADP그룹의 불법 기록물)’, <Marianne>, Paris, 2018년 3월 22일
(2) Clément Fayol & Marc Leplongeon, ‘ADP poursuivi par son fantôme libyen(리비아 유령에게 추적당한 ADP그룹)’, <Le Point>, Paris, 2019년 3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