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가격폭등의 주범, EU 경쟁

2019-06-28     오헬리엉 베르니에 l 작가

‘노란 조끼’ 운동의 여파로 프랑스 정부는 전기료 인상 시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에너지규제위원회(CRE)는 아무리 늦어도 2019년 6월 1일에는 5.9%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가격인상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쟁에 목숨 거는 유럽연합의 사정을 알아야만 한다. 

 

1980년대 말부터 유럽연합은 가스와 전력 에너지 분야에서 자행되는 독점행태를 끊어내기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은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해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에서 처음 시행한 극단적인 전략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몇 년 후 영국 마가렛 대처가 답습한 이 전략의 핵심은 ‘분리’다. 즉, 기존에 하나의 국영기업이 담당했던 에너지에 관한 모든 과정(생산, 관리, 조달(판매) 등)을 분리하는 것이다. 결국 이윤 창출이 수월한 분야와 어려운 분야로 분리돼, 운송과 유통은 국영기업이 담당하고, 생산과 판매는 다른 기업들과 경쟁을 하게 됐다.

유럽연합은 통합된 시장을 결성하기 위해 지침서를 내놓기 시작했고, 프랑스도 이에 맞춰 법을 점차 개정했다. 1999년부터 민간 공급업체들은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할 권한을 거머쥐었고, EDF가 기업들에 전력공급계약서를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007년에는 규제가 더욱 완화돼 개인에게까지 그 권한이 부여됐다.

이런 기회를 틈타, 투자자들은 ‘대체 가능한 공급업체’를 고안해냈다. 2002년 프랑스 기업인이자 정치인인 샤를 베그베데는 Poweo사를 창립하고, 전력생산기지도 없는 상태에서 2003년 2월 첫 입찰에 성공했다. Poweo사는 자신들이 생산하지도 않은 전력을 다시 판매하기 위해 도매시장이나, 유럽 기업들 혹은 주식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했다.

2001년,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Société générale), BNP Paribas와 EDF, 토탈피나엘프(TotalFinaElf), 엘렉트라벨(Electrabel), 유로넥스트(Euronext)가 협력해 최초로 전력거래(현물)기관 파워넥스트(Powernext)를 설립했다. 유럽연합 내 교역증대를 목표로, 파워넥스트는 2008년 독일의 유로피안 에너지 익스체인지(European Energy Exchange)와의 합병을 통해 Epex Spot을 설립했다. Epex Spot 설립 이후, 2010년에는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8년 3/4분기에는 프랑스 전력 도매시장에서 거래량이 212TWh를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 전체 전기생산량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1)

이 규제완화 이후, 두 가지의 가격 방식이 공존하게 됐다. 첫 번째는 ‘통제 가격’, 일명 ‘Blue’ 가격으로 불리며 EDF나 공공 전력기관에 의해서만 공급되고 국가의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두 번째는 EDF의 계열사를 포함한 민간업체들이 판매하는 ‘시장공급가격’인데, 이 업체들은 정권이 교체되면 다시 경쟁을 통해 사업권을 받기도 한다.

이토록 복잡한 시스템이 형성된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공공 전력기관의 과도한 독점을 규제하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80%의 고객들은 독점 가격에 전기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 전력소비량의 84%에 달한다.(2) 이런 결과가 발생한 이유는 ‘왜곡 없는 자유경쟁’을 통해 나온 전력가격이 공공 전력기관의 가격에 비해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탓이다. 이는 입법부가 민간기업에 유리하도록 경쟁을 왜곡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2010년, 프랑스는 신에너지시장법(NOME)을 제정해 획기적인 구도를 도입했다. 바로 EDF에서 생산한 원자력발전량의 상당량(약 25%)을 경쟁 판매업체에 통제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민간기업들은 통제 가격으로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주식시장에서 더 저렴한 가격의 전력상품이 나오면 구입하는 것도 가능했다.

신에너지시장법에 따라 전기요금의 새로운 계산방식도 도입됐다. 13조항을 살펴보면, “정부가 규정한 가격은 EDF의 생산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전력공급량에 따라 보완돼 책정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2014년 10월 28일에 제정된 법령 n°2014-1250에서는 “보완된 전력가격은 선물시장에 따라 책정된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를 해석하자면, 민간기업에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주식시장에서 전력가격이 상승하면 정부의 통제 가격도 함께 상승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최근 전력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에 있다. 전력가격이 상승하자, 원자재와 탄소배출권 거래가격 역시 폭등했다. 2000년 3월 정부규제 하에 “경쟁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창설된 에너지규제위원회(CRE)는 지난 2월 7일 전력 통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3) 또한 프랑스 환경부 장관 프랑수아 드 뤼지는 3월 22일에 전력가격이 “상반기가 지나면 반드시 상승”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 경쟁 당국까지 전력가격 경쟁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게 됐다. 3월 25일, 경쟁 당국은 “전력가격 상승에 대한 희생은 공급업체가 아니라 소비자가 치르게 될 것이다. 시장에서 전력이 비싸게 책정되면, 그 이득을 보게 될 수혜자가 누구일지 자명하다”고 밝혔다.(4)

한편 전력거래와 관련된 계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게 됐다. 2018년 5월 18일,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Conseil d’Etat)은 2017년에 도입된 통제 가격을 철회하고, 엔지(Engie, 舊 GDF수에즈)사와 국립에너지소매상협회(Anode)의 손을 들어줬다.(5) 이는 이들이 유럽연합 기업들과 동등한 위치로 소비자들에게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내려진 판결이었다. 물론 최고 행정법원은 생필품 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막아주는 전력 통제가격의 원칙을 인정했지만, 그 범위를 제한한 꼴이 됐다. 이제 전력 통제가격은 경제적 수익과 부합해야 하고, 일정 수준 내에서만 인정된다. 또한 가격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은 투명하고 규제가 가능해야 하며 공정해야 한다. 이처럼 유럽이 내린 일련의 조치들로 전력 통제 가격은 무산됐다. 결국, 여전히 공공기관에 의지하는 소비자 80%를 경쟁세계에 밀어 넣은 셈이 됐다.

 

 

글·오헬리엉 베르니에 Aurélien Bernier 
작가. 저서로 『에너지 도둑들. 전기, 가스, 석유의 사유화와 독점』을 2018년 파리에서 출판했다

번역·장혜진 hyejin871216@gmail.com
번역위원

 

(1) <Observatoire des marchés de gros du 3e trimestre 2018(2018년 3/4분기 도매시장 관측)>, CRE(Commission de Régulation de l'Énergie; 에너지규제위원회), 파리, 2018년 9월 30일, www.cre.fr

(2) État des lieux des marchés de détail de l’électricité et du gaz naturel en 2017(2017년 천연가스 및 전력 소매시장 현황)>, CRE, 2019년 3월 5일, www.cre.fr

(3) <Délibération de la CRE portant proposition des tarifs réglementés de vente d’électricité(전력 통제 가격 제안에 관한 에너지규제위원회 논의)>, CRE, 2019년 2월 7일, www.cre.fr

(4) <Avis n° 19-1-07 du 25 mars 2019 relatif à la fixation des tarifs réglementés de vente d’électricité(2019년 3월 25일 전력 통제가격 고정에 관한 의견서 n° 19-1-07>, 경쟁 당국, 파리, 2019년 3월 25일

(5) <Conseil d’État, 18 mai 2018, Société Engie et Association nationale des opérateurs détaillants en énergie(Anode)(콩세이데타, 2018년 5월 18일, 엔지 사 및 국립에너지소매상협회(Anode)>, 콩세이데타, 파리, 2018년 5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