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유쾌한 반란
최근 스웨덴의 범죄소설은 유쾌한 일탈을 하는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시대의 흐름에 부합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노인 질병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대의 또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체념을 유쾌하게 거부하는 노인들’이 그것이다. 요양원에서 치매로 점차 기억을 잃거나, 손주들을 위해 과자를 굽는 얌전한 노인들의 이미지는 이제 잊어야 한다. 행복한 복지선진국, 스웨덴의 노인들은 이제 은행을 털기도 하고, 복잡한 음모를 꾸미기도 하고, 비아그라를 제조하기도 한다. 또한, 연애를 시작하기도 한다.
노인의 첫 번째 반란은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시리즈에 등장한다.(1) 100세 생일을 맞은 주인공이 요양원에서 탈출해 사기꾼, 섹시한 붉은 머리칼의 여인과 거리낌 없이 어울린다. 이 소설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며 후속작까지 출간됐다. 후속작에서는 주인공이 북한으로 떠나 소동을 일으킨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시리즈의 성공에 이어, 노익장을 과시하는 비슷한 테마의 소설이 서점을 점령했다. 그중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의 세 번째 소설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인생』(2)은 ‘산책하는 할머니는 의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소설에는 메르타 할머니와 요양원의 친구들로 구성된 강도단이 보석가게를 턴다. 요양원을 탈출하는 노인들의 유쾌한 반란이 돋보인다.
스웨덴의 대중적 작가 카린 브룬크 홈크비스트의 『아프로디테와 오래된 레이스』(3)에는 70대 독신녀 자매가 등장한다. 이들 자매는 어느 날 정원에서 키우던 식물에 최음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비아그라 불법 제조를 시작한다. ‘음울한 범죄 소설의 나라’로 알려진 스웨덴에서 노인들이 저지르는 유쾌한 범죄 이야기는 신선하다. 예전 소설 속 노인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헤닝 만켈의 『이탈리아 신발』에서 은퇴 후 오두막에서 시간을 보내는 60세의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얼음 구멍에 몸을 담그는 것이었다. 프레드릭 백맨의 『오베라는 남자』에는 아내를 잃자마자 해고까지 당한 후 불안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노년의 남자가 등장한다.
요즘 소설 속 노인들은 우울함을 벗어던지고 유쾌하게 행동한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는 음모를 꾸미고, 『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인생』에서는 요양원을 탈출해 노인들의 유토피아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계획 실행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보석가게를 턴다. 『아프로디테와 오래된 레이스』에서는 집에서 비아그라를 제조한다.
이렇게 발칙한 범죄를 저지르는 ‘악동 노인’ 캐릭터는 미국 영화에도 영감을 선사했다. 존 터틀타웁 감독의 <라스트베가스>(2013), 잭 브라프 감독의 <고잉 인 스타일>(2017), 제임스 마쉬 감독의 <킹 오브 시브즈>(2019)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의 만화도 악동 노인들을 환영한다. 올해 가을에 출간될 『커리어의 2부』(4)가 대표적인데, 이 만화에서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들이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 명품가게를 턴다.
글·위베르 프로롱조 Hubert Prolongeau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번역위원
(1) Jonas Jonasson, 『Le vieux qui voulait sauver le monde(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Presses de la cité, 파리, 2018.
(2) Catharina Ingelman-Sundberg, 『Comment braquer une
banque sans perdre son dentier(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인생)』, Pocket, 파리, 2015.
(3) Karin Brunk Holmqvist, 『Aphrodite et vieilles dentelles(아프로디테와 오래된 레이스)』, J’ai lu, 파리, 2016.
(4) Jean Philippe Peyraud(그림), Philippe Périé(글), 『Seconde partie de carrière(커리어의 2부)』, Futuropolis,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