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긴축체제와 반발
포르투갈 사회당 정부가 채택한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열리던 2010년 11월 24일 저녁, 리스본의 피게이라 광장에서는 3천 명이 모여 “IMF, IMF, IMF”라고 외쳤다. 무대에서는 아이로니컬하게 “부르지 마세요, 부르지 마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광장 전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총파업 지지 콘서트에 모인 사람들이 무대 위에 있는, 포르투갈 혁명 이후 사회참여 가수로 자리를 굳힌 대중가수 주제 마리우 브랑코에게 1979년 작곡된 그의 노래 <IMF>를 청하는 모습이었다.
1977년과 1983년에 이어 세 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알고 있었다. 이는 각종 경제안정화성장프로그램(PEC)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는 더욱 후퇴하고 긴축체제의 부담은 더욱 불평등하게 전가됐다. 주제 마리우 브랑코가 ‘뜨거운 현안’에 관한 옛날 노래를 들고 다시 찾아온 것이 이해가 된다.
11월 24일 총파업은 1988년 이후 두 개의 노동조합, 포르투갈 노동자총연맹(CGTP)과 노동자총연합(UGT)이 처음으로 주도한 사상 최대 파업이었다. 그 파장도 만만치 않아 교통·항만·공항은 마비됐고, 대부분의 학교는 문을 닫았으며, 병원은 최소한의 업무만 보았다.
이때 민간 분야의 젊고 불안정한 노동자(실업자는 물론이고) 사이에서 노동조합이 수립·구성되기 힘들고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고질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 문제는 분명 존재하며, 향후 노동조합 동원의 발전과 파급력에 영향을 미친다.
불평등관측소는 최근 자료를 통해 소득재분배에서 엄청난 불평등이 있음을 강조하고(상위 20%가 하위 20%보다 소득이 6.1배 많음), 열악한 노동 상황(경제활동인구의 12%에 해당하는 5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빈곤 위험’에 처해 있음)과 빈곤선 이하에서 생활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율이 심각하게 높은 점(23%, 18살 이하 어린이의 4분의 1에 해당함, 소득의 사회적 이전 이후 18% 수준을 유지하는 전체 인구의 빈곤율보다 5% 높음)을 환기시켰다.(1)
포르투갈 정부가 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닌 사회민주당(PSD)의 지지를 얻어 승인한, 한층 긴축재정을 강화한 2011년 국가예산의 발효 시점에서 국가적 특징 몇 가지를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10년 4분기 실업률은 10.9%(60만9400명)이고,(2) 10월에는 42.5%의 실업자가 실업수당을 받지 못했으며,(3) 약 90만 명이 ‘가짜 녹색 영수증’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4)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475유로에서 500유로로 올리기로 사회협약위원회와 합의했지만, 재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재정을 강화하고 적자를 줄이는 전략은 무엇보다 국가의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행정부와 공기업, 공공기관 및 국가기관 직원의 임금을 점진적으로 5% 인하하고 승진과 진급을 중단한다. 두 번째로는 사회보험과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금을 축소하고, 2011년 퇴직연금을 동결하며, 사회통합소득 수당을 20% 감축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세수와 관련된 다양한 조치가 있는데,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 2%포인트 상승 등이 있다.
국가의 재정 강화는 기업의 탈세를 줄이거나 금융계의 지원금을 기대하는 방식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이 정책은 내수·세수·사회보장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하지도 않고 임금·퇴직연금·보조금을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부가가치세 같은 역진세는 즉각 올리면서 은행의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는 아직도 막연한 실정이다.
IMF의 구제금융이 공식적으로 지원되기 전인데도, 포르투갈은 유럽연합의 압력을 받아 노동법을 수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조약에 따라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넓히는 쪽으로 노동법이 수정되면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포르투갈과 다른 국가에서 노동자와 사회운동이 자멸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아니면 유럽연합의 강제에 의해 유럽의 사회모델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글•산드라 몬테이루 Sandra Monteiro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포르투갈판 발행인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각주>
(1) <조르날 데 노티시아스>, 2010년 12월 2일자.
(2) 국립통계청(www.ine.pt) 자료.
(3) <디아리우 드 노티시아스>, 2010년 12월 13일자.
(4) www.precariosin flexiveis.org나 http://fartosdestesreci bosverdes.blogspot.com 같은 비영리조직 사이트에서 제공한 수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