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프랑스’의 귀환, 그 이후

2019-07-29     모리스 미데나 l 언론인

프랑스 공장들이 본국으로 다시 이전하면서 ‘메이드 인 프랑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업 하나를 회생시킨다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다. 수많은 노동인력을 해고해 일자리를 없애버린 탓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포츠브랜드의 티셔츠 3벌이 오브 트리코타쥬 로비에 트로피처럼 진열돼 있다.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가 입는 노란 티셔츠, 프랑스 럭비 국가대표팀의 파란색, 흰색, 빨간색이 섞인 유니폼 그리고 생테티엔 축구팀의 녹색 유니폼이다. 오브 트리코타쥬의 기 에라르 사장은 이를 가리켜 “우리의 긍지”라고 표현했다. 오브 트리코타쥬는 오브 주 서쪽의 소도시 생트-사빈에 위치한 섬유회사다. 이 티셔츠에는 ‘르꼬끄 스포르티브’ 로고가 박혀있다. 전 세계 시장에 고객을 둔 르꼬끄 스포르티브에 제품을 납품하기 때문인데, 그 규모가 당사 총매출의 2/3를 차지한다(2018년 총매출: 200만 유로). 

그런데 세 유니폼은 모두 로미유-쉬르-센느에 위치한 르꼬끄 스포르티브 공장에서 제작된다. 오브 도청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곳으로, 주민 1만 5,000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르꼬끄 스포르티브는 1988년에 이 마을을 떠났다가 2010년에 다시 이곳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라 리베르테 거리의 붉은 벽돌로 지어진 역사적 장소에 본사를 차리고, 약 100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바로 이곳에서 르꼬끄 스포르티브의 전 제품이 디자인되고, 운동선수용 유니폼이 제작된다. 섬유의 90%도 이곳 오브 주에서 염색 및 제직 공정을 거친다.  

전국·지역 언론은 르꼬끄 스포르티브의 정착을 환영하며 “메이드 인 프랑스의 귀환”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곧이어 다른 브랜드도 그 뒤를 이었다. 2016년 2월, 프랑스 아동복 ‘프티바토(Petit bateau)’는 트루아(오브 주의 주도)에서 8km 떨어진 뷔세르에 약 3,000만 유로를 투자해서 국제물류거점을 세웠다. 매년 2,500만 개의 상품이 이곳을 거쳐 전 세계로 수출되며, 수출 규모는 총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 4월 10일, ‘라코스테’ 역시 트루아에 5만 5,000㎡ 규모의 유럽물류창고를 신설했다. 이들은 실상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라코스테는 1933년에 트루아에서 최초의 폴로셔츠를 생산했고, 프티바토 계열사인 ‘에티엔 발통’은 이보다 15년 전에 유명한 아기용 속바지를 개발했다. 

“메이드 인 프랑스의 귀환은 섬유산업 재활성화의 원동력이다.” 실비아 모코르 프랑스섬유협회(UIT) 샹파뉴-아르덴 지부 사무국장은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섬유산업의 거창한 역사적 흐름 앞에 양품류 제조업체, 염색업체 등 협력업체들은 ‘달리는 기관차’에 매달려 있기도 힘든 처지다. ‘메이드 인 프랑스’라는 셀링 포인트와 산업적 현실 사이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 행정서비스, 디자인, 연구개발 부서는 오브 주에 있지만, 상품은 대부분 해외에서 제작되는 것이다. 

프티바토 제품의 85%는 모로코 공장에서 생산된다. 르꼬끄 스포르티브 의류도 10%만 로미유-쉬르-센느 공장에서 출고되고, 나머지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제작된다. 라코스테의 경우, 2017년에 ‘메이드 인 프랑스’ 컬렉션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제품의 71%가 유럽 이외 국가에서 생산된다. 오브 주의 소규모 기업들도 ‘메이드 인 프랑스’ 열풍의 덕을 보고자 했다. 트루아 남쪽의 생-푸앙쥬에 있는 양품류 제조업체 ‘샹트클레르’도 예외는 아니었다. 37명의 전 직원이 샘플부터 시작해서 의류 제작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처리하며, 제품에는 오로지 자사 상표만 찍어서 판매한다. 제품의 30%는 일본 시장에 팔리고, 프랑스에선 신생 속옷 브랜드 ‘르 슬립 프랑세’가 주요 고객사다.

그러나 이들 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방해물들이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주주들이 저임금 국가에서의 대량생산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섬유공장들이 연이어 폐쇄하고 해외이전하면서 은행 투자의 문은 이미 오래전에 굳게 닫혔다. ‘프랑스 텡튀르’는 트루아에 직원 104명을 둔 회사인데, 2017년에 400만 유로를 투자해 염색기계와 건조설비를 새로 들였다. 한 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투자한 셈이다. 드니 아르누 프랑스 텡튀르 사장은 높은 은행 문턱을 탓하지 않는다. UIT 샹파뉴-아르덴 지부장이기도 한 그는 오히려 국내 섬유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자사 이야기를 이어갔다. 

“프랑스 텡튀르는 2002년 파산 신고를 했다. 우리는 두 명의 임원과 함께 회생책을 제안했지만 우리를 믿거나 지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섬유산업은 지방 정치인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다.” 에라르 사장도 기탄없이 말했다. “아무도 섬유산업에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르꼬끄 스포르티브를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오브 주와 그랑테스트 주는 ‘샹파뉴 남부 비즈니스(BSC) 개발청’을 통해 섬유업계를 지원하는 제스처를 상당히 많이 보여준 편이다. 하지만 지원 정책들이 소기업들의 실질적인 요구와는 크게 일치하지 않았던 실정이었다. 

또 다른 장애물은 바로 교육이다. 직원이 떠나면 모든 노하우도 함께 사라진다. 기업들은 양품류 제작, 염색, 기타 공정이 가능한 인력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야 한다. 특히 나이 든 인력을 대체할 새로운 일꾼을 필요로 한다. 지역일자리·교육관찰기구(OREF)에 따르면, 그랑테스트 주에서 일하는 전체 산업인력 중 50세 이상은 28.8%인 반면, 섬유 인력 중 50세 이상은 40.7%에 달한다. 샹트클레르 공장의 평균연령은 48세로 프랑스 경제인구 평균연령보다 7세나 높다. 델리즈 사장이 2018년에 부임한 이후 벌써 2명이 퇴직했으며, 또 다른 2명은 퇴직금을 이미 수령했는데도 일을 계속하고 있다. 트루아 상공회의소(CCI)에 따르면, 섬유업계의 인력 부족은 최소 100명에 달한다. 

섬유인력 채용의 가장 큰 장애물은 적절한 교육의 미비다. 아르누 사장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결국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한다. 인턴교육을 6개월간 실시하고 있지만, 사실 제대로 된 염색업자 한 명을 키우려면 장장 3년이 걸린다.” 라코스테는 2017년 3월에 양품류 제작학교를 개설했다. 프랑스섬유·의류연구소(IFTH)와 고용청(Pôle emploi)은 여러 교육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미비한 현실이다. 섬유업계는 초봉이 최저임금(SMIC)을 밑돌고 노동 강도는 높다. 3조 3교대로 일할 때도 많아, 대부분 기피하는 업종이다. 

에라르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25세 이하 청년 6명을 교육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남은 직원은 단 1명이다. 

 

 

 

글·모리스 미데나 Maurice Midena 
언론인

번역·이보미 lee_bomi@hotmail.com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