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문] 공장의 오래된 미래

2019-08-01     찰스 디킨스 외

<코크타운>

그곳은 붉은 벽돌의 도시, 공장의 연기와 재가 아니었다면 붉은색이었을 벽돌의 도시였다. 그러나 실상은 우락부락한 얼굴을 연상시키는, 부자연스러운 붉은색과 검은색의 도시였다. 그곳은 기계와 높다란 굴뚝의 도시로, 굴뚝에서는 한없이 긴 연기가 뱀처럼 허공으로 뿜어 나와 흩어질 줄 몰랐다. 도시에는 시커먼 운하와, 악취를 풍기는 염료 때문에 자줏빛으로 물들어버린 강이 흘렀다. 창들이 꽉 들어찬 거대한 건물더미에서는 온종일 덜컹거리는 소리와 덜덜 떨리는 소리가 들렸고, 우울한 광증에 사로잡힌 코끼리 머리처럼 생긴 증기기관이 단조롭게 상하운동을 했다. 그곳에는 기계로 찍어낸 듯 닮은꼴인 크고 작은 길들이 여럿 있었다. 그 길들처럼, 구분이 어려울 만큼 닮은꼴인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포도(鋪道)에서 같은 발걸음으로 같은 소리를 내며 같은 일을 하러 오가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어제와 오늘이, 오늘과 내일이 닮은꼴이었고, 작년과 금년, 금년과 내년 또한 닮은꼴이었다. 즉 이런 속성은 코크타운을 먹여 살리는 공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출처: 찰스 디킨스, 『어려운 시절(The Hard Times)』, 1854년.

 

 

<독립성>

어떤 동지들은 어떤 분야가 됐건, 산업화는 모든 산업을 발전시킨다고 믿는다. 심지어 이반 뇌제(이반 4세)가 일찍이 산업의 맹아를 싹틔웠다고 하면서, 이미 그를 산업주의자로 보는 별종들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표트르 대제(표트르 1세)가 최초의 산업주의자일 것이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산업화가 반드시 산업의 발전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중심, 그 근간은 바로 중공업(연료, 금속 등)이다. 궁극적으로는 ‘생산수단’의 생산력이 발전한다는 뜻이며, 기계제작 산업 자체가 발전한다는 뜻이다. 산업화는 우리 국가경제 전체에서 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산업의 발전을 토대로 자본주의 국가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제적 독립성을 보장하며, 우리가 세계 자본주의의 부산물이 되는 것을 막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출처: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의 경제상황과 당의 정책>, 1926년 4월 13일.

 


<요구>

1878년 십 대 소년이었던 앙투안 블루아예는 생나제르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광란에 사로잡힌 도시를 발견한다. 

공장과 강들, 철도와 거대한 항로들이 한패가 돼 움직이는 듯한 장면은 앙투안이 태어나 성장하고, 십 대 소년이었을 때 떠나온 땅의 고랑에서 그를 뿌리째 뽑아냈다. 그는 가난하다고 느꼈고, 그들 앞에서 살짝 열린 문틈으로 새 삶을 엿봤기에 노동자의 자식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야망을 일찌감치 경험했다. 그들의 아버지들이 마음껏 숨 쉬고 양껏 먹을 수 없던 세상, 마음껏 여유를 부리고 사랑하며 안전을 누릴 수 없었던 그 세상을, 어떻게 버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이 세상을 순식간에 망각하고 아버지들의 적이 될 거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함석판을 두들기고 붙이는 소리가 울리고, 증기기관차가 허공을 가르며 기적을 울려대고, 작업장 건물의 골조가 올라가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의 미래가 펼쳐지리라고, 15세의 앙투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순진하게 작업반장이 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그가 피니스테르의 더러운 언덕 아래 심어진 나무 밑 구멍들을 통해 빨아들인 농부의 무심함과 수동성은 모터가 작동할 때마다, 배가 떠날 때마다, 기차가 출발할 때마다 희미해졌다.(…)  

모든 상황은 젊은 직공들, 장인들과 하급 공무원들의 자손들이 명령의 음모에 가담하도록 부추겼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앙투안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렸고, 이런 큰 계획을 내놓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으며, 제 또래의 다른 많은 십 대들과 더불어 주요 프랑스 부르주아 인사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 거대한 계획의 하나를 실행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사람들은 그에게 가난으로부터, 미래가 불확실한 직공의 삶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말했고, 이 약속들은 그의 도시가 제공하는 유혹과 너무도 잘 들어맞아서 그가 듣기를 거부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심지어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무실에서, 주주총회에서, 의회와 학자들은 30년 동안 공장주들의 요구를 대변해왔다. 산업은 새로운 인력을 요구했고, 설계도를 판독하고 부품 제작을 통솔할 수 있는 인간,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해석할 수 있는 인간, 산업 발전에 양분을 제공하고 생산을 증가시킬 계획을 실행할 인간들의 필요성을 감지했다.

출처: 폴 니잔, 『앙투안 블루아예 Antoine Bloyé』, 그라세, 파리, 1933년.

 

<기계>

시크는 통제용 문을 지나 출근 기록 기계에 카드를 꽂았다. 그는 공장으로 들어가는 통로의 철문 앞에서 평소처럼 비틀거렸고, 검은 수증기와 연기가 그의 얼굴에 사나운 입김을 내뿜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그에게까지 들려왔다. 터빈 교류발전기가 부르릉거리는 소리, 보강재를 댄 철근 빔 위로 굴러가는 천장 크레인이 내는 ‘슈우’ 소리, 함석지붕 위로 몰려가는 거센 바람과 대기의 굉음. 통로는 몹시 어두웠다. 6m 간격으로 불그스름한 전구가 하나씩 켜져 있을 뿐이었다. 전구의 불빛은 매끈한 물체들 위로 천천히 흘러내리다가 울퉁불퉁한 벽과 바닥에 들러붙는가 하면 물체들을 감싸기도 했다. 

그의 발아래 깔린 울퉁불퉁하고 군데군데 구멍이 난 철판은 뜨거웠고, 그 구멍들을 통해 한참 아래에 있는 돌가마의 검붉은 화구가 보였다. 그의 머리 위로는 회색과 붉은색으로 칠해진 굵은 관을 타고 액체가 부르릉거리며 흘러갔고, 가열기에 의해 압력이 상승한 기계의 심장이 뛸 때마다 기계의 뼈대는 천천히 속도가 느려지다 격렬하게 진동하며 살짝 앞으로 구부러지곤 했다. 벽면에 맺힌 물방울들은 기계의 진동이 한층 세질 때마다 떨어져 내렸고, 물방울이 목에 떨어질 때마다 시크는 몸을 떨었다. 그것은 오존 냄새를 풍기는 멀건 물이었다. 통로는 맨 끝에서 구부러졌고, 이제 통로 바닥에서 작업장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아래쪽엔 작달막한 기계들이 있었고, 그 앞에는 탐욕스럽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에 몸이 갈가리 찢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한 명씩 있었다. 사람들의 오른쪽 다리는 육중한 쇠고리로 기계에 고정돼 있었다. 이 쇠고리는 하루에 두 번, 정오와 저녁에만 풀렸다. 사람들은 위쪽에 설치된 좁은 입구에서 짤랑거리며 빠져나오는 금속 부품들을 기계에서 떨어뜨려 놓았다. 부품들을 제때 빼내지 않으면 톱니바퀴가 우글거리며 부품들을 합쳐버리는 화구 속으로 거의 즉시 떨어져 버렸다.   

작업장에는 크기가 다양한 기계들이 있었다. 시크는 이미 이 광경에 익숙했다. 그는 작업장 한쪽 끝에서 일하면서 기계가 잘 작동하는지 감독했고, 기계가 사람들의 살점을 떼어내 멈춰버리면 기계를 수리하라고 지시를 내려야 했다.  

곳곳에서 광택을 내며 번쩍이는 기다란 휘발유 분사장치가 작업장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며, 금속과 뜨거운 기름에서 곧고 가느다란 기둥 모양으로 기계 위쪽으로 솟아오르는 먼지와 연기를 응축해 공기를 정화했다. 시크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도관이 여전히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하강기 승강구의 케이지로 가서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다음 주머니에서 파르트르의 책을 꺼낸 뒤 조종 버튼을 누르고는 지상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승강구가 완충 장치에 부딪히면서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큰 소리를 내는 순간 그는 마비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는 하강기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유리창을 끼운 상자처럼 좁고 조명이 희미한 그곳에서 그는 작업장을 감시할 수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다시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으나, 유체의 박동과 기계의 소음 속에서 어느새 졸기 시작했다.  

불규칙해진 소음에 그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이 수상쩍은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다녔다. 공기정화용 분사장치가 방금 작업장 한가운데서 갑자기 멈추더니, 두 쪽으로 쪼개진 것처럼 허공에 떠 있었다. 가동을 멈춘 네 대의 기계가 요동쳤다. 멀리서 기계가 요동치는 모습이 보였고, 각 기계 앞에서 어떤 형태가 조금씩 내려앉고 있었다. 시크는 책을 내려놓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분사장치 조종판으로 달려가 재빨리 손잡이를 내렸다. 

망가진 분사장치가 작동을 멈췄다. 그것은 마치 길쭉한 낫의 날처럼 보였고, 네 대의 기계에서 나오는 연기는 공중으로 소용돌이치며 올라갔다. 그는 조종판을 놔두고 기계 쪽으로 급히 달려갔다. 기계가 서서히 멈췄다. 각 기계에 배치돼 있던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들의 오른쪽 다리는 쇠고리 때문에 기묘한 각도로 구부러져 있었고, 그들의 오른손은 손목에서 잘려 있었다. 피가 쇠사슬의 금속에 닿자 연소되며, 산 채로 불에 탄 짐승의 끔찍한 냄새를 공중으로 퍼뜨렸다.

출처: 보리스 비앙, 『세월의 거품 L’Écume des jours』, 갈리마르, 파리, 1947년. 

 

 

<“옛날에 한 오래된 나라가 있었는데”>

1960년 6월 14일, 드골 장군은 TV 연설을 통해 프랑스의 국제적 지위와 산업발전 수준을 연결 지었다.

“옛날에 관습과 조심성으로 똘똘 뭉친 한 오래된 나라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인구도 많고 부유했으며 무대를 사로잡는 강인한 나라였으나, 큰 불행을 겪은 뒤에는 마치 자신의 세계에 틀어박힌 것 같았습니다. 주변의 다른 민족들이 발전하는 사이, 그들은 제자리에 머물렀습니다. 국가의 산업적 가치가 곧 국가경쟁력이 되던 시대에, 이렇다 할 에너지 자원이 없었던 것입니다. 석탄도, 석유도 거의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나라의 산업은 으레 그렇듯 타격을 입었으며, 농업도 경직돼 있었습니다. (…) 

그러나 우리 프랑스 민족은 다시 딛고 일어섰습니다. 이미 레지스탕스로 표출된 국민적 운동에서 재건을 위한 강렬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파리 해방 이후 강렬한 자극이 있었고, 이어서 여러 난관이 있었음에도 성장을 향한 의지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 프랑스에서 질서와 진보가 모든 가능성을 되찾았다는 것을, 전 세계가 인정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그래야 할까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낡은 프랑스를 새 프랑스로 변모시켜 시대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 번영과 힘, 영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야말로 국가의 원대한 야망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국민으로서, 우리는 위대한 산업국가의 반열에 올라서거나, 그렇지 않으면 쇠망에 굴복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1960년 6월 14일, 드골의 TV 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