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호수 사막화의 주범, 장미

2019-08-01     크리스텔 제랑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겸 기자

지난 3월 12일, 마크롱 대통령은 1973년 이후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에티오피아를 방문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자유에 대한 언급은 배제한 채 에티오피아의 경제성장을 예찬했다. 에티오피아의 경제성장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그 사회적·환경적 대가는 실로 엄청나다.
 

에티오피아의 아비자타 호수 근처를 거닐면, 땅이 마치 감자칩처럼 바스러지는 느낌이 든다. 땅에 금이 가고 그 틈 사이로 물이 새어 나오는 모습을 보지 않고는 수백 마리의 플라밍고 무리에게 다가갈 수 없다. 어째서일까? 소금기 가득한 이 평지는 한때 호수였으나, 30년 동안 그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다. 드벨 주베사 와코 연구원은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호수 면적이 1973년에서 2006년 사이에 197㎢에서 88㎢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1) 1970년에서 1989년 사이에 수심은 13m에서 7m로 얕아졌다.(2) 수량이 감소하면서 염도는 높아졌고, 이 때문에 많은 물고기가 사라졌다.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 중부 지역의 다른 호수(지웨이, 샬라, 랑가노)도 동일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호수 사막화는 ‘에티오피아식 경제개발’이 원인으로, 주류경제학자들이 예찬하는 ‘경제적 기적’의 이면이다.(3) 에티오피아는 지난 10년(2005~2015)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세계은행은 이를 찬탄하지만, 이 성장은 “농업, 건설, 서비스업의 확대”(4)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사방이 막힌 내륙국가 에티오피아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것을 팔아넘기고 있다. 물과 전기는 거의 공짜로, 임대료는 시가의 1/10 수준으로 제공하며 특히 섬유업에서 그 혜택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그에 따른 피해는 지역주민과 환경에 돌아간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아비자타 호수에 인접한 도시, 지웨이는 1차 산업의 활황에 힘입어 번성 중이다. 프랑스 그룹으로 세계 2위의 맥주 및 탄산음료 생산업자인 카스텔(5)은 이곳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네덜란드 다국적기업 아프리플로라 셰르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장미농장을 세웠으며, 노동자 1,500명을 고용해 임금으로 월 74유로씩 지급한다. 이 두 회사는 아비자타 호수로 흘러가는 불불라 강물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현지 농민들도 펌프를 설치해(약 5,000~6,000대) 불법으로 강물을 퍼 쓰는데, 기업들보다 더 많은 물을 소비하고 있다.

 

경제개발 명목으로 초토화된 국립공원

그렇지만 1974년 아비자타-샬라 국립공원이 설립된 이래로 이곳 수자원은 공식적인 보호 대상이다. 호수 두 개(아비자타 및 샬라)를 포함한 면적 887㎢의 이 지역은 한때 아카시아 숲이었다. 주민 7만 명이 이곳 보호지역 내에 살면서 밭을 일구고 가축을 방목한다. 일부 주민들은 생활비에 보태려고 나무를 베어 만든 석탄을 도로 주변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행태는 징역 5년 형이지만, 관리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 감독용 차량 두 대로는 효율적인 관리가 쉽지 않다. 게다가 덤프트럭에 모래를 가득 실어가서 건설업체에 되파는 업자들도 있다. 반키 부다모 국립공원 관리소장은 절망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털어놓았다. “2년 전에는 도둑질을 막으려던 관리인이 살해당했고, 7명의 중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자연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63명의 관리인은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환경외교관이 돼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고 노력 중입니다”라고 아메네 게마추 관리인이 설명했다. 군복차림의 그녀가 마을의 젊은이들, 어르신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이 일에 적임자처럼 보였다. 5년 전, 그녀가 고용됐을 때 호수는 1km 더 컸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비자타 호수의 물을 직접 퍼 사용하는 중탄산나트륨 제조사 아비자타샬라 소다회 셰어 컴퍼니(Assasc)의 탓이라고 했다. 그녀는 Assasc의 지분 45%를 에티오피아 정부가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기업이 호수로 방출하는 물질 때문에 물고기가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 Assasc의 베르하네 아메디 회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저희 회사는 어떤 화학제품도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아메디 회장이 아디스아바바의 본사로 우리를 초대했을 때, 그의 넓은 사무실에는 기술자 워쿠 시레포우도 와 있었다. 그는 샬라 호수의 물을 끌어다 쓸 신설공장 건설을 감독하고 있었다. “아비자타 공장은 시범용 시설입니다. 좀 더 규모가 큰 공장을 지으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습니다. 샬라 호수는 훨씬 깊어서 증발량도 적을 겁니다.”

이 회사는 현재 생산량 3천 톤을 20만 톤, 더 나아가 100만 톤으로 늘릴 야심을 품고 있었다. 아메디 회장은 “연 매출 1억 5천만 달러(약 1억 3,200만 유로)를 기대”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중탄산나트륨은 유리병, 특히 현지 무두질공장용 세정제를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그에 의하면, 신설공장의 규모는 해외, 특히 아시아로 수출을 가능케 할 수준이며, 계속해서 외화를 벌어들일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2017년 수출량은 32억 3천만 달러(약 28억 유로)이며, 수입량은 155억 9천만 달러(약 137억 유로)다. 이렇게 수입량이 수출량의 5배에 달하므로,(6) 에티오피아는 외화가 부족하다. 달러 차관을 받기까지 1년이 필요한데 그동안 기업이 자재나 장비를 수입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모든 투자를 수출 위주로 집행하도록 독려했다. 정부가 의뢰한 보고서에는 “환경영향평가를 감안할 때 공장 확장 계획은 권장하지 않는다”(7)고 명시됐지만 시레포우는 이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시레포우는 심지어 “1년 안에 착공해 4~5년 이내에 가동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개발과 변혁’ 5개년 계획에 따른 물 소비량이 많은 또 다른 분야는 원예업이다. 2000년 첫 번째 장미 농장이 개설된 이후, 에티오피아는 케냐의 뒤를 이어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장미 수출국이 됐다. 미셸 반 덴 보고르 아프리플로라 셰르 재무책임자는 “2005년에 에티오피아 정부 관계자들이 케냐로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저희 명성이 자자했거든요”라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에는 지웨이 호수에서 물을 댔지만, 컴퓨터로 관리하는 점적관수 시스템을 도입해 하수를 재활용하고 빗물을 받아 쓰면서 물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였다”라면서, “에티오피아 강수량은 네덜란드 강수량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3개월간만 집중적으로 내린다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식수는 고갈되고, 호수는 자취를 감춘다

주민 200만 명이 유일한 담수원인 지웨이 호수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수위는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캐슬린 리오플라워 생물학자는 지웨이 호수가 내륙유역으로 변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호수의 물이 더 이상 불불라 강으로 흘러들지 않아 아비자타 호수로도 이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수도에서 동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하라르 인근에는 인기가 높은 마약, ‘카트’를 상업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카트는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북동부 지역과 아라비아반도로 수출되는 마약이다. 마약 재배에, 양조장까지 들어서고 과방목이 이뤄지면서 호수가 2011년 이미 바닥을 보였었다. 한때 ‘직경 16km’의 알레마야호수를 이루던 곳에 이제는 선인장이 자라고 있다. 수질도 악화되면서 처리 비용을 상승시키고 있다. 

“이대로라면, 10년 안에 식수가 고갈됩니다. 그리고 50~60년이면 호수도 사라질 겁니다.” 암더마이클 물루게타 비정부기구 국제습지연맹 소장이 우려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예전에 지웨이 시에서 쓰던 호수의 물은 처리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맑았습니다. 이제는 복잡한 정화작업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됐습니다. 정화작업은 현지에서 감당할 기술도 없는 데다가, 비용도 엄청납니다. 결국, 도시에서 46km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퍼다 쓰게 된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혈안이 된 정부는, 토지를 헐값에 팔아넘기면서 지역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2016년에서 2018년 사이에 일어난 대규모 시위는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총리를 물러나게 했다. 국제기구 옵서버들은 에티오피아의 경제적 성장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권위주의 정권을 오랫동안 묵인했고, 인권유린과 초라한 사회적 지표에 눈을 감았다. 그중에서 에티오피아의 빈곤율 기준도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고 있다. 정부소속 통계기구는 그 기준을 1일 19.7비르(약 0.6유로)로 삼았는데, 세계은행이 정한 극빈곤율 기준선은 1일 1.90달러(1.70유로)다. 

2018년 4월 취임한 아비 아흐메드 총리는 전임 정부에서 구축한 특혜제도에 제동을 걸었다.(8) 일례로 메탈 앤드 엔지니어링 코퍼레이션(Metec)에 위탁한 공공 발주 여러 건을 취소했다. 군부가 경영하는 98개 기업이 모인 그룹, Metec 경영자 26명이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웨이 지역의 호수들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경영자들이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만 하면서 현장, 특히 원예 농가 방문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었습니다. 이제는 그들이 협상 탁자에 나와야만 하게 됐지요.” 물루게타 소장이 정리했다. 국제습지연맹은 아비자타 호수 수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취수 가능한 불불라 강의 수량을 측정하는 연구를 감독하고 있다. 최대 취수량이 정해지면 국제습지연맹은 물이 필요한 업체별로 가용량을 배분해줄 예정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지역 농민들이 불리하지 않게 그들의 영농기법 개선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200헥타르에서 시행되는 이번 시범 프로젝트는 자국 원예농들의 피해를 보상이라도 하듯 네덜란드 외교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아프리플로라 셰르는 유럽에서 장미의 잎을 먹는 진드기를 없애는 곤충을 들여와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에티오피아 늑대와 영양이 국립공원에서 자취를 감췄고, 철새들도 다른 곳으로 휴식지를 옮겨버렸기 때문이다. 

 

 

 

글·크리스텔 제랑 Christelle Géran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겸 기자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번역위원.

 

(1) Debelle Jebessa Wako, ‘Settlement expansion and natural resource management problems in the Abijata-Shalla lakes national park’, <Walia>, nº 26, Addis Abeba, 2009.

(2) Dagnachew Legesse 외, ‘A review of the current status and an outline of a future management plan for lakes Abijiata and Ziway’, 미출간 보고서, Oromia Environmental Protection Office, Addis Ababa, 2005.

(3) ‘Ethiopia: A growth miracle’, Deloitte, Johannesburg, 2014.

(4) ‘Ethiopia’s great run: The growth acceleration and how topace it. 2004-2014', World Bank, Washington, DC, 2016년 2월.

(5) Olivier Blamangin, ‘Castel, l’empire qui fait trinquer l’Afrique(카스텔, 아프리카를 무너뜨리는 제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10월호. 

(6) ‘The world factbook’, Central Intelligence Agency, www.cia.gov

(7) Kathleen Reaugh Flower, ‘Abijata-Shalla lakes national park: Assessment of factors driving environmental change for management decision-making’, The Sustainable Development of the Protected Area System of Ethiopia Program and the Ethiopian Wildlife Conservation Authority, Addis-Abeba, 2011.

(8) Gérard Prunier, ‘Éthiopie-Érythrée, fin des hostilités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화해의 이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8년 11월호.

 

새로운 세계 공장의 등장인가?

에티오피아는 경제 개발을 위해 섬유 제조업에 집중했다. 정부는 관련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장비 수입 관세는 물론 향후 10년간 세금 납부를 면제해줬다. 이런 전략은 성과를 거둬 에티오피아는 섬유업 외국인 투자 유치 부분에서 베트남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그 덕분에 프랑스 데카트론, 스웨덴 저가 SPA 브랜드 H&M 등 굴지의 의류 및 신발 브랜드를 유치했다. 캘빈 클라인과 게스에 납품하는 신발을 제작하는 중국 기업 화지엔도 ‘아프리카의 뿔’에서 가장 크고 인구 1억 5백 만(고로 인건비가 저렴한 노동자)의 국가 에티오피아를 선택했다. 에티오피아의 월평균 임금은 35유로 남짓인데 가령 중국인 급여 생활자(평균 500유로)(1)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세계적 경쟁 무대에서 에티오피아는 또 다른 장점을 지녔다. 에티오피아에 근거지를 둘 경우에 해당 기업은 ‘아프리카 성장 기회법(AGOA)’과 ‘무기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대한 무관세 혜택(EBA)’ 등과 같은 다양한 무역 협정의 혜택을 받아 미국과 유럽에 무관세로 수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2) 섬유업은 2017년 회계연도에 수출액 7,800만 유로를 기록했다. 2020년까지 수출액 8억 8천만 유로 달성, 일자리 30만 개 창출을 목표로 한 정부 주도 5개년 계획이 올해 예상치로 내놓은 2억 3,800만 유로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39%인데 반해 섬유업은 5%밖에 되지 않는다. 관계 당국은 향후 10년간 이 비율을 20%로 늘리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국 자본 기업의 산업단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이면 에티오피아 내 산업단지는 30개가 될 것이다. 각각의 산업단지가 저마다의 ‘비극’을 가져오면서 현지 농민들은 배상도 거의 받지 못한 채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고 있다. 땅이 없으면 그들에겐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섬유업의 군대식 규율과 고강도 조립 라인 작업만이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다.

 

(1) 도시 소재 민간기업 직원의 평균 급여, <China Statistical Yearbook> 2018, 베이징.
(2) ‘Libre-échange, la déferlante 자유무역이라는 파도’, <마니에르 드 부아>, n° 141, 2015년 6-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