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당한 당신, 웃어라

2019-08-01     쥘리앙 브리고 l 기자

“삶에 지쳤습니까? 직장생활이 힘듭니까? 자살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웃-으-세-요!” 이 메시지는 실제 툴루즈 대학병원(CHU) 인사과(DRH)에서 직원들에게 보낸 것이다.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는 만큼, 이 해결책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과거 프랑스 텔레콤(2004년 프랑스 텔레콤이 민영화되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많은 노동자들이 2008~2009년 연쇄적으로 자살시도를 했다-역주)이나 최근 프랑스 국유철도(SNCF)에서처럼, 툴루즈 대학병원에서도 노동자 자살이 다시금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6년에 작성된 한 이사회 보고서는, 그해에 몇 주 간격으로 4명(그중 1명은 타 지역 대학병원 소속)의 직원이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듬해 언론은 2만 6,000건의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1) 이 문건에서 한 산부인과 간호사는 자신의 일과를 이렇게 기술했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며,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보살피지 않고(더러운 토사물을 몇 분간 방치), (…) 감정적 측면을 배려하지 않음(최근 암이 발견된 사실을 논의과정 없이 고지함). (…) 팀 전체가 육체적으로나(13시 30분부터 23시까지 5분도 쉬지 못함) 윤리적으로 (업무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는 생각 때문에) 지친 상황임.”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2019년 2월, 한 환자가 응급실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날 밤 당직 간호사는 오전 10시부터 15명 이상의 환자를 감당해야 했다. 응급처치를 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2) 2019년 5월 초에는 소화기계 중환자실에서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병원의 구조조정 와중에 전산 문제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환자 한 명이 사망한 것이다. 

2015년부터 병원노조가 경영진에 보낸 파업통지서는 60여 건. 이 가운데 적어도 14건의 파업이 단행됐다(2019년만 해도 5건). 그밖에 20여 건의 단체집회와 12건의 크고 작은 투쟁이 있었는데, 간호업무 종사자들의 풍자적 퍼포먼스 동영상은 SNS에서 6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공공병원에서 20년을 근무했고 그중 17년을 툴루즈 대학병원 소아병동에서 일한 상드라 C.는 이렇게 말했다. “2019년 첫 4개월 동안 과로에 따른 소아병동의 병가 건수는,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0% 더 증가했다. 비용절감과 인원 감축을 유일한 목표로 삼아온 경영진에게, 우리는 숫자에 불과했다. 전체 대학병원에 적어도 6백 명의 인원을 조속히 채용해야 한다.”    

채용이라고? 어림도 없다! 여러 방면에서 ‘린 경영’으로 방침을 바꾼 경영진은 이렇게 응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도요타 그룹 엔지니어들이 고안해낸 ‘린 경영(Lean management)’은 비용을 절감해 생산성을 최적화한다는 경영기법으로, 후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의 손을 거쳐 한층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이 경영기법의 목표는, 직원들을 혹사시켜서라도 최소 인원으로 최대 생산성을 내는 것이다.

근무환경은 열악하고, 수익성에 대한 압박 때문에 직원들의 처우개선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근무를 계속하느니 차라리 목숨을 끊는 쪽을 택하고 있다. 병원 측은 다시금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인사과의 주도로 리골로지(Rigologie, 프랑스어로 ‘장난치다, 농담하다’라는 뜻의 동사 Rigoler에서 파생된 단어로, 주로 유머와 농담을 통해 삶의 기쁨을 되찾는 일종의 신체심리요법-역주) 강연이 마련됐다. 강연의 주제는 ‘몸, 정신, 감정의 조화를 가능케 해주는 포괄적 접근’이며, 툴루즈 대학병원 내 소아병동이 주축이 되어 수립한 ‘사회적·심리적 위험 예방 및 직장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2018 행동계획’에 나와 있다. 

리골로지는 웃음 요가, 힐링 명상, 다양한 이완 및 호흡법, 유희를 통한 정신집중효과학(Sophrology) 등을 통해 “긍정적인 감정과 삶의 기쁨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제웃음학교(l’École internationale du rire) 홈페이지(메인 화면에 ‘행복, 삶의 기쁨, 창의성’이라는 문구가 있다)를 방문하면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행복해하는 노동자들의 단체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들의 행복한 미소는 그들 모두가 ‘리골로그(Rigologue)’ 자격증을 받았음을 뜻하고 있다. 

이 자격증은 1,400유로를 지불하고 일주일간 긍정심리학, 웃음 요가 및 기타 ‘감정 발산’ 기술들을 훈련받고 나면 취득할 수 있다. 웃음학교가 공인한 ‘리골로그’ 자격증을 얻은 자는 이 업계의 선도자로서, 일당 1,000~3,000유로의 수입을 올릴 것이다. 경우에 따라 리골로그는 최고 행복 책임자(chief happiness officer)가 될 수 있으며, 이들은 프랑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열렬히 환호하는 행복 서비스를 담당한다.(3)

 

하나의 시장으로 떠오른 ‘직장생활의 고통’

‘직장생활의 고통’은 하나의 시장이 됐고, 공공기관은 자기계발의 새로운 놀이터로 떠올랐다. 예를 들어 경찰관들의 연쇄적인 자살 사태(2019년 28명)에 직면한 경찰청장은 5월 말 간부들에게 공문을 보내 바비큐 파티, 스포츠 활동, 가족동반 야유회 같은 ‘연회나 나눔의 시간’을 장려하라고 촉구했다.(4) SNCF도 2019년 초부터 거의 매주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한 릴 지역 철도회사 책임자는 이사회에 ‘일하기 좋은 직장’(Great Place to Work)을 만들자고 요청했다. 이사회는 고통받는 직원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깜짝 휴식시간 속 스낵’이나 파우더룸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5)

국제웃음학교 교장이자 프랑스에 리골로지 개념을 도입한 코린 코스롱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처음에는 개그나 웃음 요가, 웃음을 유발하는 훈련을 했다. 환자가 침울할 때보다 즐거울 때 더 잘 회복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도 의사의 치료법이다. 웃음은 쾌감을 주는 호르몬을 분비해 고통에 맞서게 해준다.” 과거 정신분석가였던 코린은 엔돌핀(천연 모르핀과 같은 천연 진통제), 세로토닌(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분자), 도파민(동기 부여를 활성화하는 분자), 옥시토신(사랑의 호르몬) 등을 언급했다. 

“이것은 대대적인 무료복지사업이다. 다수의 대기업들(SNCF, 석유기업 토탈, 수에즈, 로열 캐닌, 다논 등)의 요청이 우리 쪽에 쇄도했다. 웃음은 스트레스가 파괴하는 모든 것을 회복해주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직장생활을 한층 편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더 이상 자살을 하지 않을 것이고, 경쟁에 시달리지도 않을 것이다), 기업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윈윈 전략이다.”

이 분야의 혁신자인 툴루즈 대학병원은 2017년부터 한시적으로 ‘감정 발산’이나 ‘내려놓기’ 등의 강연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사회적·심리적 위험 예방 및 직장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2018~2019년 행동계획의 일환으로, 인사과는 앞으로 이러한 제안을 소아병동을 비롯한 다른 병동들로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소아병동에서는 가중되는 간호업무 강도에 반발해 지난 3월 두 차례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병원 당국은 응급 정신의학과 소속 간호사인 31세의 플로랑 파브르에게 ‘내려놓기’ 과정을 밟도록 했다. 그의 첫 번째 반응은 한참을 크게 웃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 때문에 적잖은 베타엔돌핀이 생성됐을 것이다. 덕분에 그는 지극히 편안한 목소리로 “좀 이상하고 희한한 기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응급 정신의학과 노동자들은 2019년 봄, 2개월간의 파업 끝에 간호사 2명을 충원할 수 있었는데, 플로랑 역시 이 성공적인 파업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학병원 경영진과 지역 보건기구의 지역 간부들이 보여준 사회적 멸시는 가히 비상식적인 수준이다. 간호 인력이 절실하게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대화가 중단된다. 이들은 병원 직원들의 건강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다.” 

대학병원 경영진과 접촉하자 이들은, 인원 충원 요청에 대해 ‘노동총동맹(CGT)의 이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요청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대학병원 홍보 책임자는 “우리는 이 ‘리골로지’ 제안 문서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힌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농담을 하지 않는다. 사회 심리적 위험 예방을 담당하는 약제사 마기 메테는 약간 언짢은 듯이 말했다. “그런데 리골로지를 체험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강연에 참석해보세요. 정말 흥미로우실 겁니다. 경험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단합니다.”

우리는 일단 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제 양손을 앞으로 똑바로 들고, ‘샤’라고 외치며 숨을 내쉽니다! 다 같이 해볼까요? 갑니다! 두 팔을 옆으로 내린 다음 ‘슈’라고 외칩니다! 마지막으로 두 팔을 위로 올리고 숨을 내쉬며 ‘쉬’라고 크게 외칩니다.” 우리는 대의를 위해 시키는 대로 했다. “끝으로, 이제 재밌는 거예요. ‘샤-슈-쉬’라고 하는 겁니다. ‘살시피(Salsify, 우엉과 비슷한 뿌리 식물)라고 하듯이 말입니다(이 부분에서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 바로 이겁니다. 당신들이 발견하게 해주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기사를 쓰시기 전에 말이지요.”   

 

 

 

글·쥘리앙 브리고 Julien Brygo
기자, 작가. 올리비에 시랑(Olivier Cyran)과 함께 『젠장! 구두닦이에서 상인까지, 직업의 사회적 효용과 폐해에 관한 조사(Boulots de merde! Du cireur au trader, enquête sur l’utilité et la nuisance sociale des métiers)』(La Découverte Poche, Paris, 2018)를 출간했다.

번역·조민영 sandbird@hanmail.net
번역위원 

 

(1) Pablo Tupin & Hakim Mokadem, ‘CHU Leaks: ces documents confidentiels qui accablent l’hôpital toulousain(대학병원 리크스: 툴루즈 대학병원을 압박하는 비밀문건들)’, <Mediacités Toulouse>, 2018년 4월 2일, www.mediacites.fr

(2) Éric Dourel, ‘Une mort suspecte aux urgences du CHU de Toulouse(툴루즈 대학병원 응급실의 의문사)’, <Mediacités Toulouse>, 2019년 4월 9일.

(3) Lire Julien Brygo et Olivier Cyran, ‘Direction des ressources heureuses(행복 서비스 팀장을 아세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6년 10월호 참조.

(4) Angélique Négroni, ‘Une note pour renforcer la “convivialité” chez les policiers(경찰관들의 ‘야유회’를 강화하라는 문서)’, <Le Figaro>, Paris, 2019년 5월 30일.

(5) Erwan Manac’h, ‘Distribution de bonbons, ateliers maquillage. Les étranges remèdes de la SNCF à la détresse de ses agents(사탕 나눠주기, 파우더룸 등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SNCF의 이상한 치료법’, <Politis>, 2019년 6월 4일, www.politis.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