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1918년: 배반당한 혁명

2019-08-01     도미니크 오트랑

제바스티안 하프너(1907~1999)는 『어느 독일인의 이야기』(1)에서 평범한 개인의 관점에서 기억을 더듬어 조국 독일의 잔혹한 시대를 이야기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영국에 망명한 후 1939년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전쟁 때문에 바로 출간되지 못했으나, 저자 사후 다른 원고와 함께 발견돼 2000년 독일에서 출간됐다. 하프너는 이 책에서 나치가 은밀하게 벌인 선전 활동, 그리고 시민들이 신념을 배반해야 할 때마다 갈등하고, 현실을 부정하며 미쳐가는 모습, 정신적으로 황폐해가는 과정을 놀라울 정도로 자세히 묘사한다. 

1954년 베를린으로 돌아온 하프너는 기자이자, 저명한 역사가가 됐다. 1969년에 그가 발표한 『독일, 1918년: 배반당한 혁명』은 2003년 프랑스에서도 출간됐다.(2) 이 책에서 그는 당시 지도자들의 수많은 거짓말을 비판했다. 하프너에 의하면, 1918년 혁명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했던 것이며, 이를 ‘스파르타쿠스단의 봉기’라 부르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1918년 혁명(독일 11월 혁명의 일부)이 ‘스파르타쿠스단의 봉기’로 불리는 이유는 카를 리프크네히트와 로자 룩셈부르크가 창설한 연맹(독일 공산당을 창당했던 스파르타쿠스단)이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하프너는 리프크네히트와 룩셈부르크에 대해서도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것뿐이라고 평가했다. 황제가 11월에 도주하며 양위를 하자 총리가 된 에베르트는 반혁명 세력과 손을 잡았다.

하프너는 훗날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프리드리히 에베르트에 대해 혹독한 말을 쏟아냈다. “사회민주주의는, 더 이상 원치 않는다고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이를 죽여 버린 엄마와 같다. 한 마디로 영아살해를 한 것이다.” 이런 신랄한 표현으로 이 책은 논란을 일으켰다. 10년 뒤 책이 재발간되자 하프너는 ‘지나치게 과격한 문체를 쓴 것’에 대해 사과했을 뿐, 핵심적인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독일에서 사민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하프너의 우울한 예측이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저서는 독일인들에게 조국의 역사를 곰곰이 생각해 볼 계기를 선사했다. 1990년대 말, 독일 사회민주당은 1919년 1월에 일어난 리프크네히트와 룩셈부르크의 암살사건에 노스케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아울러 하프너의 저서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문구는 깊이 음미해볼 만하다.

“성공한 혁명이 아니라 억압되고 진압된 혁명, 배신당하고 버림받은 혁명이라는 점에, 독일민족은 아프다.”   

 

 

 

글·도미니크 오트랑 Dominique Autrand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번역위원

 

(1) Sebastian Haffner, 『Histoire d’un Allemand. Souvenirs, 1914~1933(어느 독일인의 이야기. 1914~1933년의 기억)』, Actes Sud, 아를, 2003.

(2) Sebastian Haffner, 『Allemagne, 1918: une révolution trahie(1918년 독일, 배반당한 혁명)』, Agone, 마르세유,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