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을 가질 권리를 보장하라!

2019-08-30     라즈미그 크쉐양 l 사회학자

‘어두울 권리’는 1789년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나,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바가 없다. 그럼에도 향후 새로운 인권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둠을 하나의 ‘권리’라고 볼 수 있을까? 

 

오늘날 ‘빛 공해’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인공조명에 둘러싸여 있고, 이로 인해 어둠과 밤이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미세먼지나 유독성 폐기물, 환경호르몬처럼 빛은 일정 수위를 넘으면 오염원이 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선진국에서 내뿜는 빛 수치가 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

점차 증가하던 가로등과 실내조명은 이제 공해가 되고 있으며, 빛 공해로 환경과 동식물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도시를 환히 비추는 조명 때문에 철새는 방향을 잃는다. 도착해야 할 장소에 너무 이르게 도착하거나, 빛 주위를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배회하기도 한다. 인공조명은 곤충에게도 피해를 준다. 

자연적인 빛은 곤충들이 이성을 유혹하거나 반감을 나타내는 등의 행동을 할 때 이를 결정짓는 장치다. 식물의 경우, 빛의 강도와 시간은 곧 계절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공적인 강한 빛은 낮 시간을 늘리는 셈이므로, 겨울을 준비하는 식물의 생화학 작용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2) 

그러나 빛 공해에 가장 취약한 존재는 다름 아닌 인간이다. ‘수면 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의 합성을 저해해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는 생체시계 집합체라 볼 수 있는데, 시계주기는 낮과 밤 주기에 의해 작동되며 근본적으로는 월간주기, 계절주기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는 이 집합체를 ‘서카디안 리듬(Circadian rhythm)’, 즉 ‘1일(24시간) 주기’로 지칭하고 있다. 이 리듬에 교란이 생기면 신진대사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 고혈압, 스트레스, 피로, 식욕감퇴, 과민 혹은 긴장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텔레비전, 컴퓨터, 핸드폰 화면처럼 신기술에 주로 사용되는 청색 조명은 인간에게 특히 더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의 80%는 은하수를 보지 못해

의학계는 연구를 통해 빛 공해와 암, 특히 유방암과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3) 우리의 생각과 감정은 인공조명에 영향을 받고 있어서 빛 공해가 인간의 정신을 ‘문자 그대로’ 오염하는 것이다.(4)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 외에 생활문화적인 측면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해왔던 천체관측은 실존적이고 보편적인 경험이다. 이는 각 개인의 지위나 성별, 출신과 무관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 중 은하수를 관측하며 즐긴 사람이 있을까? 누가 야외에서 온전한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을까? 

2001년, 천문잡지에서 발표한 한 논문은 빛 공해 문제를 인지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선사했다.(5) ‘야간 인공조명에 관한 첫 번째 세계지도(The first world atlas of the artificial night sky)’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우리는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지도를 볼 수 있다. 그것은 야간에 조명으로 빛나는 지구와 대륙을 나타낸 지도다. 빛의 강도는 지역의 경제개발 수준이나 인구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야간의 밝기는 1인당 GDP에 비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6) 따라서 유럽 지도를 살펴보면 밤중에 그 어떤 지역도 어둡지 않으며, 반대로 아프리카 지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런 현상이 적게 나타나고 어둡게 보이는 지역도 많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에서 빛 공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야간시력(일명 ‘밤눈 보기’)이 따로 없을 만큼 밝다. 마치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백야(白夜) 현상을 연상시키지만, 싱가포르의 경우 인공적인 낮이라는 점이 백야와는 다르다. G20 국가들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은 ‘과도하게 밝은’ 밤하늘에 노출된 국민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미국의 경우 1950년과 1970년, 1990년, 2020년 야경을 보면 매우 놀라운데, 이대로라면 2020년부터 미국 영토에서 어두운 밤하늘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반면 차드나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마다가스카르는 빛 공해 피해가 가장 적은 국가들로 꼽힌다. 

해양 역시 빛 공해의 피해를 입고 있다. 오늘날, 오징어 낚시는 강한 빛을 내뿜는 램프로 오징어를 수면으로 유인해 잡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오징어잡이선은 간혹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다. 어선에서 내는 빛의 세기는 도시의 빛보다 더 센 경우도 있다.(7) 2016년 발간된 ‘야간 인공조명에 관한 세계지도’는 “전 세계 인구의 83%와 미국, 유럽인 99%는 빛 공해의 피해 속에 살아간다. 빛 공해 때문에 인류의 1/3만이 은하수를 관측할 수 있으며, 유럽인은 60%, 미국인의 약 80%는 은하수를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8) 이는 비단 환경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1941년,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해준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전설의 밤 Nightfall』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여러 개의 태양에 둘러싸여 영원히 낮만 지속되는 행성 ‘라가시(Lagash)’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밤과 별을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우주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어느 날 태양들이 정렬을 이루는 개기일식이 일어나고 라가시에는 반나절 동안 어둠이 찾아올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우리에겐 흔한 일이지만, 이런 예측으로 사람들은 공포에 떨게 되고, 밤을 견뎌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둠과 갑자기 찾아온 별, 우주의 광막함을 견딜 수 없었던 사람들은 빛을 내기 위해 마을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 소설을 통해, 인류는 밤을 보냄으로써 번민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시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낮과 밤의 주기가 필요한데, 만약 어둠이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면 우리는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영원한 낮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어둠을 몰아내려 했던 이들의 시도는 성인이 되기를 거부하는 태도로 보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유한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밤 조명의 역사, 16세기 가로등 이후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공상과학소설은 접어두고 현실로 돌아와서, 근대사회에 밤의 위기가 도래하게 된 메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명은 사실 기술 분야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처음 가로등이 등장한 것은 16세기 중반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의 대도시는 가스가로등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 런던은 19세기 초반에, 파리는 1840년대에 등장했다. 이후 가스가로등은 석유가로등으로 대체됐다. 가로등 빛이 더욱 밝아진 주된 원인은 2가지가 있다. 먼저, 합승마차와 트램이 늘어나면서 도시 교통량이 증가해 야간운행이 불가피해진 점을 꼽을 수 있다. 같은 시기 상업 조명시설도 증가했는데, 대도시 대로변에 ‘대형 상점’들이 생겨나면서 밝은 건물정면과 광고판으로 상점을 홍보하는 일에 조명시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1878년,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하면서 19세기 말에 20년 동안 전등이 보편화됐다. 가스에 비해 광도가 높은 전구의 장점 덕택에 밤은 점차 짧아졌다. 벨 에포크 시대에는 도시가 점차 확장돼 ‘인공조명의 제국’이 됐다. 전등의 혁명으로 공간의 모습과 사교생활의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도시계획가 소피 모서는 이 시대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전기라는 신기술이 축제와 결부되면서 밤의 삶과 유희, 축제의 삶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프랑스에서 1900년경 도입된 조명활용 광고는 1, 2차 세계대전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건물, 상점, 쇼윈도, 카페, 공연장은 모두 환하게 빛났다. 1920년, 파리는 밝게 빛났고 이를 자랑스러워했다.”(9)

조명이 점차 확산됨에 따라, 19세기에는 밤이 예술 분야(특히 음악과 문학)에서 주요 주제가 됐다. 쇼팽은 녹턴(야상곡, 밤에 듣는 노래)을 맨 먼저 작곡한 존 필드(1782~1837)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1827년부터 1847년까지 쇼팽이 작곡한 녹턴은 로베르트 슈만, 프란츠 리스트, 가브리엘 포레, 클로드 드뷔시 같은 음악가들에게 큰 영감이 됐다.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는 그의 저서에서 “음악에서 느껴지는 다급한 격동으로 하여금 기존의 틀이 깨졌으며, 분노, 불안, 희망, 긍지, 번민이 녹턴 중심부에서 요란스럽게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고 저술했다.(10)

양차 대전 사이, 자동차가 발달하면서 가로등 역사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마련됐다. 가로등이 도로로 나온 것이다. 과거 도심에만 세워졌던 가로등이 외곽에도 설치됐고,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는 운전은 걷는 것과 달라서, 고도의 주의와 밝은 빛을 필요로 한다. ‘영광의 30년’ 동안 국가 주도하에 계획된 주택단지가 건설되고, 도로를 이용해 장거리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밤에도 길을 환하게 비춰야 했다. 가로등이 국토 전역에 설치됐고, 결국 유럽연합은 관련 규범을 제정하기에 이른다.(11)

현대사회에서 조명은 축제와 밤 문화를 상징하며, 또한 안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조명이 범죄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됐는데, 이들에게 통용되는 의견은 ‘조명이 범죄 억제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즉, 조명을 많이 설치할수록 안전은 더욱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야간조명 설치는 지방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고전적인 선거공약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연구결과도 조명설치가 범죄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가설을 입증해주지 못하고 있다.(12)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다양한 시간대에서 발생하며, 주거지의 절도사건은 거주자가 일하러 집을 비운 낮에 오히려 더 많이 발생한다. 반면 상점이나 공장은 밤에 많이 발생한다.(13)

폭력을 수반한 절도범죄는 낮에는 대중교통에서, 밤에는 주차장 등에서 주로 일어난다. 조명을 통해 사람들은 안전하다는 기분을 느낄 뿐이며, 실제로 안전이 보장되려면 많은 요소들이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안전이 보장된 도시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조명관리가 불가피하다. 2008년 내무부는 조도관리에 관한 권고사항을 제정했다. 에릭 샬뤼모 Icade-Suretis(자치단체의 치안관리 전문 기업) 책임자는 “가시성은 범죄예방에 중요한 요소다. 보이는 것과 먼 거리를 잘 보는 것은 치안에 있어 꼭 필요한 사항 중 하나다”고 밝혔다.(14) 그렇다면, 하늘을 보는 것은 필요하지 않은 사항일까?

 

수호와 판매의 대상이 된 ‘어둠’

새로운 공해가 등장하면 자연히 새로운 사회적 움직임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권리, 즉 ‘어두울 권리’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1988년에 국제밤하늘협회(IDA, 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가 창설됐으며, ‘어두운 하늘’을 보기 위한 별 하늘 찾기 운동(Dark-Sky Movement)이 벌어졌다.(15) 발단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다. 우선 최초 운동가들은 천체 관측과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 특히 천문학자와 조류학자들을 섭외했다. 이후 이 운동은 큰 성공을 거뒀고, 빛 공해에 대한 인식이 점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IDA는 천연 자연상태인 지역(도시가 될 수도 있다)을 ‘밤하늘 보호공원’ 혹은 ‘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IDA가 추구하는 바는 인공조명 사용을 점차 줄이고, 조명사용을 완전히 금지하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발적인 ‘불끄기타임(Dark time)’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사실 유럽에서 검은색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됐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정반대다. 인간의 활동을 최소화해 동·식물의 밤 시간을 보호해주고, 방문객들은 온전히 캄캄한 밤하늘을 누릴 수 있다. 한 운동가의 말처럼 “밤을 들을 수 있는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16) 

오늘날 IDA가 지정한 밤하늘 보호공원이나 별 보호구역 등은 40개가 넘는다. 프랑스에서는 오트 피레네 주(州)의 최남단이 2013년 ‘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유럽에서 가장 큰 밤하늘 보호공원은 영국에 위치한다. 이렇게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고, 온전한 자연경관을 상업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제 어둠이 맑은 공기나 천연 먹거리처럼 진귀한 존재가 돼버려서, 어둠을 보러 가는 일은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에서는 밤하늘 보호 요구사항이 새롭게 등장했다. 1993년 ‘밤하늘 보호 헌장’이 공표됐는데, 이 헌장은 다수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작성하고 자크 이브 쿠스토, 알베르 자카르, 위베르 리브스와 같은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았다. 1998년, IDA 산하기관인 국립 밤하늘 보호협회(ANPCN)가 창설됐다.(17) 2007년에는 ANPCN가 환경단체인 프랑스자연환경(FNE)과 결합하면서 3,000개가량의 환경단체들이 통합됐다. 

이들 단체는 야간 인공조명에 관한 세계지도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된 ‘지역별 빛 공해 지도’ 배포에 앞장섰으며, 과학과 정치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벡생(Vexin) 아마추어 천문학자협회인 Avex 사훈에는 이렇게 명시돼 있다. “빛 공해는 밤하늘에 암과 같으며, 인류에게도 미래의 암 같은 존재다. 이에 따라 Avex는 과소평가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빛 공해에 따른 경제적, 환경적, 인식론적 피해를 알리는 데에 힘쓸 것이다.”(18)

밤하늘 수호 운동은 법 제정에도 괄목할만한 진전을 가져왔다. 2011년 아르가우 주 주민들이 집 외관에 달린 야간조명에 항의하며 스위스 연방법원(대법원에 해당)에 제소했다. 2013년 법원은 ‘모든 장식용 야간조명은 야간치안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 아니며, 빛 공해를 유발하므로 밤 10시 이후에는 소등해야 한다’고 판결 내렸다.(19) 

단, 예외사항으로 성탄절 기간에는 점등시간을 오전 1시까지 연장할 수 있다. 법원은 이 판결의 근거로 “야간 점등금지는 소유권과 다른 기본권을 경미하게 제한할 뿐”이라고 밝혔다. 밤하늘 보호단체들의 압력에 의해 내려진 법원의 판결은 사유재산과 불을 켤 권리 사이에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인공조명은 타인에게 피해가 될 수 있으므로 단순한 재산 소유권만으로는 야간에 불을 켤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해질녘 풍경, 밤하늘… 유산으로 지정될까

이 밖에도 스위스 연방법원은 ‘해질녘 필라투스 산 정상의 색 변화’는 보호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루체른 근방에 위치한 스위스의 필라투스산에 1997년 이후로 관광객들을 위한 야간경관조명이 일부 허가됐다. IDA 스위스지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산 정상에 설치된 야간경관조명이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20) 이는 방문객들에게 야간스키를 타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산 정상의 ‘색 변화’ 보호를 이유로 인공조명 사용을 제한했고, 필라투스산의 해질녘 풍경은 보호해야 할 유산이라고 밝혔다. 

국제 결정기관들까지도 밤하늘을 ‘유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현재 UN은 별이 보이는 밤하늘을 ‘인류공동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92년 ‘미래세대를 위한 권리선언’에서 유네스코는 ‘오염되지 않은 하늘’은 미래세대의 침해할 수 없는 권리이며, 현세대가 이를 지켜내야 한다고 명시했다.(21) 프랑스의 그르넬 환경법Ⅰ,Ⅱ에 빛 공해 개념이 등장하는데, 프랑스자연환경(FNE)이 협상테이블에서 이 개념을 즐겨 사용한다. 2009년 8월에 공포된 그르넬 환경법Ⅰ 41조항을 보면 ‘인간과 동식물, 생태계에 위협이 되고 문제를 야기하는 야간 인공조명 방출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천체관측을 방해한다. 따라서 이는 방지하고 없애거나 제한할 대상이 될 것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빛 공해’ 관련 법령이 관보에 최초 게재된 것은 2011년 7월이었다. 2012년 1월에 게재된 다른 법령에는 인구 80만 명이 넘는 대도시(파리, 리옹, 마르세유, 보르도, 릴, 니스, 툴루즈)를 제외한 모든 지역은 오전 1시부터 6시까지 ‘사회생활시간’이라는 합의 하에 네온사인과 발광 광고판을 소등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령 적용은 시별 재량에 맡긴 상황이다. 2012년 환경부는 네온사인과 발광 광고판 소등으로 각각 800GWh, 200GWh 에너지 절감 효과를 예측하고 있다. 환경부는 “절감된 에너지양은 37만 가구의 연간 전력소비량에 달한다(난방과 온수 제외)”고 밝혔다.(22) 외부조명에 사용되는 전력량은 자치단체에서 소비하는 전력의 50%, 코뮌의 40%를 차지한다.(23) 

 

잃어버린 밤 시간을 찾아서

여태까지 어둠은 ‘주어지는 것’으로 여겼는데, 어둠을 누릴 수 없는 일련의 상황은 대단히 기이하다. 밤하늘을 수호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이 과거 세대에게는 엉뚱하게 비칠 것이다. ‘빛의 식민지’가 된 지금, 당연했던 것이 되찾아야 하는 자산으로 변모했다. 이제 어둠은 정치적 사안이 됐다. 어둠의 존속은 국가가 나서느냐 나서지 않느냐와 경제적·기술적 절차, 분쟁에 달려있고, 바로 여기에서 각종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자크 랑시에르가 『프롤레타리아의 밤』에서 언급한 것처럼 밤은 1830년대에 탄생한 노동운동을 위한 정치적 쟁점이었다.(24) 낮 동안 고용주의 강요에 의해 지옥 같은 노동을 하고, 그에게서 벗어나 마침내 ‘생각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시간이 밤이다. 또한 기력이 회복되는 유일한 수면시간이며, 해방의 장소가 된다. 랑시에르가 언급한 노동자들은 낮에는 할 수 없었던 생각, 창작, 설계 등의 활동을 밤에 한다. 반면, 읽어버린 밤을 찾기 위한 운동은 밤이 특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혹은 특별한 활동 없이) 또 다른 시간대로 남기를 원하고 있다. 

오늘날 실내외 인공조명은 발전하고 있고, 야간활동은 우리의 생활방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친구들과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밤에 혼자 혹은 연인과 도심을 거니는 활동들은 인공조명 없이는 상상할 수도 없다. 조명이 공해가 됐다고 해서 조명이 주는 혜택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몇몇 ‘생존주의자’를 제외하고 ‘어두울 권리’ 운동가들이 원하는 것은 인공조명을 없애거나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조명을 줄일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줄여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인공조명은 당연히 필요한 것인가? 환경과 건강, 신체와 정신을 위해서 참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인공조명은 의식주처럼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선조들은 가로등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조명이 꼭 생명과 직결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생활방식은 조명이 주는 유익함에 이미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논점은 인공조명이 필요한 존재인 동시에 줄여나가야 할 오염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즉, 경계를 잘 설정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조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친환경으로의 이행과정에서도 원자재와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생산과 소비를 선택해야만 한다. 하지만, 선택의 근거는 무엇인가?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과, ‘이기적인 욕망 충족을 위해 필요한 것’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  

 

 

 

글·라즈미그 크쉐양  Razmig Keucheyan 
사회학자이자 『인공적인 욕구, 소비자운동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La Découverte, Paris, 2019년 9월 19일)의 저자

번역·장혜진 hyejin871216@gmail.com
번역위원

 

(1) Robert Dick, <Guidelines for Outdoor Lighting in Dark-Sky Preserves>, Royal Astronomical Society of Canada, Toronto, 2013년

(2) Travis Longcore et Catherine Rich, ‘Ecological light pollution’, <Frontiers in Ecology and the Environment>, vol. 2, n° 4, Washington, 2004년 5월. 

(3) Samuel Challéat, <La pollution lumineuse: passer de la définition d’un problème à sa prise en compte technique 빛 공해: 문제정의에서 기술적인 부분 인지까지>, in Jean-Michel Deleuil (dir.), 『Éclairer la ville autrement. Innovations et expérimentations en éclairage public 도시를 다르게 비추다. 가로등 혁신과 실험』, Presses Polytechniques Universitaires Romandes, Lausanne, 2009년.

(4) Barbara Demeneix, 『Le Cerveau endommagé. Comment la pollution altère notre intelligence et notre santé mentale 손상된 뇌, 공해는 어떻게 우리의 지능과 정신건강을 해치는가』, Odile Jacob, Paris, 2016년.

(5) Samuel Challéat 및 Dany Lapostolle, ‘(Ré)concilier éclairage urbain et environnement nocturne: les enjeux d’une controverse sociotechnique 도시조명과 야간환경의 양립: 사회기술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 <Nature Sciences Sociétés>, vol. 22, n° 4, Les Ulis, 2014년.

(6) Terrel Gallaway 외, ‘The economics of global light pollution’, <Ecological Economics>, vol. 69, n° 3, New York, 2010년.

(7) Verlyn Klinkenborg, ‘Our vanishing night’, <National Geographic>, ville, 2008년 11월.

(8) Fabio Falchi 외, <The new world atlas of artificial night sky brightness 야간 인공조명에 관한 세계지도>, Science Advances, Washington, 2016년 6월.

(9) Sophie Mosser, <Éclairage urbain : enjeux et instruments d’action 도시 조명 : 쟁점과 운행방법>, 박사논문, 파리 8대학, 2003년, 제1장.

(10) Vladimir Jankélévitch,『Le nocturne Fauré, Chopin et la Nuit, Satie et le matin 녹턴 포레, 쇼팽과 밤, 사티와 아침』, Albin Michel, Paris, 1957년.

(11) ‘Les normes européennes de l’éclairage 조명에 관한 유럽규범’, <La revue de l’éclairage> (revue de l’Association française de l’éclairage 프랑스조명협회지), n° 228, Paris, 2004년 5~6월.

(12) Robert Dick, Guidelines for Outdoor Lighting in Dark-Sky Preserves, op. cit.

(13) Sophie Mosser, ‘Éclairage et sécurité en ville: l’état des savoirs 도시 내 조명과 안전: 파악현황’, <Déviance et société>, vol. 31, n° 1, Chêne-Bourg, 2007년.

(14) <르몽드>, 2008년 1월 26일.

(15) le site de l’association(협회 사이트): www.darksky.org

(16) Marc Lettau, ‘Face à la pollution lumineuse en Suisse, les adeptes de l’obscurité réagissent 스위스의 빛 공해에 대항해 어둠수호자들이 저항하기 시작했다’, <Revue Suisse>, 베른, 2016년 10월.

(17) le site de l’association(협회 사이트): www.anpcen.fr

(18) le site de l’association(협회 사이트): www.avex-asso.org

(19) 2013년 12월 12일 판결 1C_250/2013

(20) ‘Inquiétante augmentation de la lumière dans les Alpes 염려스러운 알프스산맥 내 조명증가 현상’, Dark-Sky Switzerland, 보도자료, 2013년 4월 6일.

(21) Cipriano Marín et Francisco Sánchez, 『Les réserves de ciel étoilé et le patrimoine mondial: valeur culturelle, scientifique et écologique 별 보호구역: 문화적, 과학적, 환경적 가치』, Patrimoine mondial, n° 54, 2009년.

(22) 『Nuisances lumineuses 빛 공해』, ministère de l’Écologie(생태부), 2012년 2월 15일, sur le site Internet du ministère(생태부 인터넷 사이트).

(23) Éclairer juste(올바르게 불을 밝히다), Agence de l’environnement et de la maîtrise de l’énergie(환경에너지관리공단, Ademe), Association française de l’éclairage(프랑스조명협회, AFE) 및 Syndicat de l’éclairage(조명조합), 2010년, www.ademe.fr. 

(24) Jacques Rancière, 『La Nuit des prolétaires. Archives du rêve ouvrier 프롤레타리아의 밤. 노동자들의 꿈 보관소』, Fayard, Paris,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