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에 부딪친 알자스 도로 프로젝트

2019-08-30     베로니크 파라조트 l 기자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많은 환경관련 정책들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환경영향 평가들이 도입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정부가 무시할 가능성이 있기에,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 스트라스부르 우회로 건설계획이 대표적인 예다.

 

대서부 우회로(GCO) 또는 스트라스부르 서부 우회로(COS)라고 불리는 프로젝트는, 알자스의 주도 스트라스부르의 도심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연장 24km의 우회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이는 일대에 형성된 진흙질의 비옥한 농경지와 풍요로운 숲 및 자연생태계에 위협으로 작용한다.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250ha에 달하는 대지를 방수처리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구역 내에 200ha 규모의 공사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1)

“기후변화에 맞선다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도시환경이미지 연구소(LIVE)의 알랭 클라피에는 강조했다. “온실가스의 배출 억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숲과 습지 같은 탄소 흡수원과 산소 공급원을 보존하고 생물다양성이 존재하는 지방 곳곳의 논밭을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의 생활방식 및 이동방식을 재고하고, 더 이상 땅에 인위적인 처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대형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의 재점화

빈치(Vinci) 그룹의 자회사 아르코스(Arcos)가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이 왕복 4차로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대해 과학계와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 가로망에 차로를 증설하면, 통행문제와 환경오염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브라에스의 역설이 사실로 입증된 만큼, 여러 단체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2) 특히 스트라스부르의 경우 이 우회로가 출퇴근 경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부에서 스트라스부르 도심으로의 접근성은 더 떨어지고 환경은 더욱 오염될 수 있다. 따라서 우회로 건설보다는 대중교통, 특히 지방과 지방을 연결하는 대중교통망 확충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73년부터 구상된 이 프로젝트는 철도 및 하천 교통이 아닌 라인강 양쪽에 위치한 기존 도로 2개와 연결할 계획이다.

그러나 프랑스가 서명한 국제환경 서약들의 내용과 환경보호 원칙을 지지하는 이들은 현실에서 거부, 억압, 완력과 충돌했다. 작년 9월, 500명이 넘는 기동대 대원들이 콜브사임 숲에 정착한 주민 15명의 주거지를 철거하는 데 동원됐다. 이곳은 일명 ‘물랭(Moulin)’의 개발예정지구(ZAD)라 불리는 곳이다. 나무들의 벌목을 막고 프로젝트 유예를 요구하는 시민들, 지역의원들,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그들은 최루가스를 살포했다.

“알자스 역사 상 가장 파괴적인 프로젝트입니다.” 환경보호단체인 ‘알자스 나튀르(Alsace Nature)’ 대표 스테판 지로가 한마디로 요약했다. 2018년 8월 환경부 장관직을 사임한 니콜라 윌로도 의견을 함께하면서 GCO는 “환경 차원에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3) 환경국, 프랑스 생물다양성 관리청, 수자원관리 지역위원회도 이 프로젝트를 비판하고 나섰으며 국립자연보호회의는 몇 가지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러나 다 소용없었다. 여론조사가 종료되기 3개월 전인 2018년 4월 17일에 에마뉘엘 마크롱이 ‘약속’했던 대로 이 프로젝트는 장-뤽 마르크스 도지사에 의해 8월 말 공식승인됐다.

그러나 공공조사위원회가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므로, 우리는 2018년 6월에 발표된 위원회의 결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허가 획득업체가 제출한 서류는 불충분하다. 이 프로젝트는 수질관련법과 종(種)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만 진행 가능하다.”(4)

알자스의 대부분 지역에서 식수로 사용되는 지하수층의 수질은, 미기후적(Microclimatic) 요소들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 오폐수는 정화하고, 유수를 지표에 적절히 침투시킴으로써 유지된다. 물론 새로운 도로 주변에도 여과장치가 있는 저수조를 설치해 홍수에 대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습지가 파괴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경우, 식수의 수질저하 위험 및 주변 마을에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또한 농경지에 사용된 살충제로 환경오염이 초래될 수 있다.

각종 동물군과 식물군, 그리고 그 서식지에서 예상되는 피해 수준은 상당하다. 27ha의 숲, 45ha의 습지, 11개의 하천, 그리고 그 속에 살고 있는 450종의 식물들을 포함해 생태계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될 전망이다. 인공화(Artificialization)로 상실될 자연환경 면적이 엄청날 것이라는 사실에 덧붙여, “이 프로젝트는 일부 종의 개체들이 고유의 분포권 내에서 최적의 상태로 보존되는 것을 방해할 것이다. 따라서 생물 다양성의 감소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틀렸다”고 조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알자스 햄스터와 같은 알자스를 대표하는 종과 수많은 멸종 위기종(초록 두꺼비, 숲 고양이, 산토끼, 고슴도치, 박쥐, 양서류, 파충류, 곤충, 조류 등)의 경우 미래는 한층 더 어둡다. 이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도입된 조치들은 대부분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적절하지 않게 계획됐을 뿐만 아니라 2018년 가을에 벌재 작업이 이뤄지면서 이미 힘을 잃었다. 이 프로젝트는 심지어 면적 100k㎡에 이르는 농경지에 대한 구획정리 계획도 포함하고 있는데, 오소리, 고슴도치, 노루, 일반 조류들과 각종 희귀종 등 생물 다양성의 보고 격인 이 구역에 미칠 영향은 아직 평가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그곳에 서식 중인 회색 자고새, 회색 때까치, 메추라기, 검은 딱새, 술패랭이꽃 등도 멸종위기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지로가 분개하며 말했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프로젝트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행정 법원과 국무원(Conseil d'Etat)이 향후 절차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유럽투자은행이 이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에 반대하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공사가 이미 시작된 후 판결이 나온다면, 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수결의 원칙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글․베로니크 파라조트 Véronique Parasote
기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번역위원

 

(1) 본 기사의 수치들은 프랑스 생물다양성 관리청의 평가 결과, 자연보호 위원회의 보고서, 2018년 8월 도청(Préfecture) 법령에서 발췌됐다. 

(2) 수학자인 디트리히 브라에스는 1968년 도시 가로망의 차로를 증설하는 것이 오히려 이동시간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역설은 여러 지역에서 입증됐는데 서울, 슈투트가르트, 뉴욕에서 1차로를 폐쇄했을 때 오히려 교통상황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3) ‘L'émission politique(정치적 배출)’, <France 2>, 2018년 11월 22일.

(4) Solange Garin, Guy Humbert, Julie Knepfler-Mahler, Gilbert Rinckel & Joë Baptiste, <여론 조사: 스트라스부르 서부 우회로. 제2부: 의견 및 결론>, 2018년 6월 27일, https://reporterr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