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거울, 그리고 빅브러더

2011-01-07     필리프 리비에르


며칠 전, 페이스북에 내 사용자 이름으로 등록된 성(姓)을 변경하라는 요청 메시지가 떴다. 내가 등록한 성은 인종적 반감을 일으킬 만큼 외설스럽지도 않았고, 절대 권력의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창립자 겸 대표이자 최대 주주)의 성을 딴 것도 아니었으며, 상표명과 어렴풋하게라도 비슷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아름다운 점자기호들을 조합해 만든 것이었다. 페이스북 기술자들이 내 성이 글씨로는 정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정·배려, 심지어 계몽

페이스북에 가입할 때, 나는 실명을 밝힐 필요 없이 휴대전화로 전송된 비밀코드를 입력함과 동시에 가입이 승인됐다. 또한 내 메일의 패스워드를 입력함으로써 메일 주소록을 끌고 와 내 주소록에 등록된 사람들을-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라 부른다- 손쉽게 추적할 수 있었다.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되는 파란색 페이스북이 완벽한 비밀이 보장되는 안락한 방을 제공해주면 사용자들은 제3자나 이방인으로부터 메시지를 침해당할 위험 없이 상대방과 접촉해 대화할 수 있다. 광고란은 상대적으로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친구들의 사진을 마음껏 볼 수 있고, 친구들과 같은 정보를 공유하며 즐거워하거나 화를 낼 수도 있으며, 친구들과 같이 게임을 하고, 기쁜 소식에서부터 평범한 소식까지 들을 수 있다. 이 공간에서 교환되는 메시지는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현대예술에 대한 전문적 견해, 출산 소식 등 모든 인간의 생활과 사고를 망라한다.(1)

페이스북에서의 상호작용은 언제나 긍정적이다. 적절한 아이콘을 클릭해 어떤 것을 ‘좋아요’(Like)로 표현할 수 있지만, 싫은 것은 표현할 수 없다. 우리가 새로운 친구 요청을 수락하면 상대에게 통보되지만 친구 목록에서 삭제했을 때에는 알려주지 않는다. 다양한 감시체제가 사용자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접속하던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페이스북을 이용할 때는 사진으로 된 (우스운) 심문조사로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일방적이다. 민감한 사안의 페이지- 예를 들어 위키리크스에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브래들리 매닝 일병을 지지하는 단체의 페이지- 는 설명도 없이 폐쇄됐다가 역시 설명 없이 며칠 뒤 복구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가입자는 클릭 한 번으로 유해한 전자우편을 고발할 수 있고, 페이스북은 고발당한 회원의 계정을 사용 중지시킨다. 각종 행동주의자들을 구멍 속에 몰아넣는 방식으로 정적들과의 접속을 차단해버리는 식이다.(2) 페이스북은 회원에게 위험한 사이트(바이러스를 퍼뜨리거나 은행 관련 정보를 빼내려고 시도하는 사이트 등)와 친구를 맺지 못하도록 금지한다. 하지만 이 훌륭한 ‘빅브러더’는 때때로 검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파일 공유 사이트나 예술활동, 혹은 정치활동 사이트- 가입자가 스스로 계정을 삭제해버리고 페이스북을 탈퇴하도록 권장하는 세푸쿠(seppukko.com) 같은 사이트- 와의 접속까지 차단해버린다.

정치활동 사이트 접속 차단도

사생활과 관음증이 혼합된 과학적인 공간, 적절한 위반이 허용되고 감시하에서 자유를 누리게 허용하는 다정한 듯 보이는 이 제도가 마크 주커버그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었다.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으로 5억 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중 50%는 매일 페이스북에 접속하며, 사용자는 매달 7천억 분이라는 시간을 페이스북에 소비한다. 휴대전화로 접속하는 회원도 2억 명에 달한다. 빈손으로 시작된- 그래도 2004년 2월 혜성처럼 등장한 배경에서 하버드대학의 위신을 무시할 수는 없다- 페이스북은 이제 1700명의 직원만으로 세계 최대 인터넷 사이트가 되었다.

네티즌이 자유롭게 올려놓은 사적인 정보는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미디어 여론조사보다 훨씬 정확한 신상정보- 성·나이·생일·언어·국가·도시·학력·관심사별로 정리돼 있다- 는 마케팅 회사들의 목표가 되고 있다. 페이스북에 가입한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은 지난해 11월 15일 159만4045명의 네티즌과 직접 소통했다. 또한 ‘좋아요’ 버튼의 클릭 한 번으로 친구에게 루이뷔통의 페이지를 추천한다. 루이뷔통 페이지에는 패션쇼 동영상(360도 회전하는 비디오로 촬영한)과 가수 보노의 ‘아프리카의 심장에서’라는 여행기도 올라 있다.

나르시시즘의 장난감, 사생활 개방

인기 있는 스타벅스·코카콜라·오레오쿠키 같은 상표의 페이지들은 1천만∼2500만 명의 이른바 ‘페이스부커’를 끌어모으고 있다. 인기가 많은 상위권 그룹에는 이 시대의 인기 상품(음악·영화·축구·TV시리즈·게임 등)이 포진해 있으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2008년 대선 캠페인에서 인터넷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대형 상표들만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나 인지도 낮은 작가, 소규모 기업도 각자의 수준에 맞춰 홍보의 목적으로 페이스북을 활용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도 예외는 아니다. 한 여성 독자가 주도해 2009년 말에 문을 연 페이지에는 벌써 4만5049명의 네티즌이 방문했다.

‘좋아요’ 버튼이 남기는 흔적

각자가 개인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고 이를 계속 유지하도록 부추기는 페이스북은 자아도취적이고 자기과시적인 이 시대의 ‘마법 거울’이다. 페이스북을 한다는 것은 순간순간의 행동과 좋은 단어 하나하나에 박수갈채를 보내는 130명(평균적인 친구 수)의 사람 앞에서 끝이 없는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컴퓨터에 투사된 우리 혼이 인격 또는 욕망의 실상을 반사할수록 우리는 점점 반사된 모습에 도취돼버린다.(3) 따라서 사람들은 강박적으로라도 자신의 페이지를 더 활성화하고 꾸미려 자신의 취향과 재주를 과시하고, 다양한 위치정보 기술을 이용해 현재의 위치를 알리며, 애정싸움 같은 가십거리를 올린다. 페이스북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을 이용한 자발적인 고백으로 사생활의 방어기제를 무능력하게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폐쇄적이던 사이트는 이제 세계적인 인터넷망으로 뻗어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2010년 4월에 도입된 ‘좋아요’ 버튼은 겉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간단한 버튼으로 모든 웹마스터는 네티즌을 각자의 사이트로 끌어들여 손쉽게 ‘버즈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미 수백만 개 사이트에 설치된 이 기발한 시스템 덕분에 페이스북은 ‘좋아요’ 버튼으로 프로필을 업데이트하는 이용자 수가 매달 1억5천 명에 달하며, 이름만으로 이들을 추적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회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리고 완전히 포위해버리기 위해) 페이스북은 전자우편·문자·메신저를 하나로 통합한 웹메일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페이스북은 인터넷의 최대 강자인 구글과의 정면 승부를 시작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데이터베이스로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문서와 사진 더미에는 친구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하지만 2010년 11월 <월스트리트저널>이 페이스북의 인기 있는 게임 사이트 몇 개가 페이지 접속자와 그 친구들의 신상정보를 몰래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비난의 몰매를 맞은 페이스북은 정보 브로커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선언하며 자신들은 “가입자의 정보를 판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물론 미국 정부가 미국에서 보유하는 개인 정보를 넘기도록 허용한 ‘애국법’(Patriot Act)은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다).

웹, 분산에서 다시 집중으로

1993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피터 스타이너의 카툰에는 ‘아무도 우리가 개인 줄 모를 거야’라고 말하며 인터넷을 하는 개들이 그려 있다. 2010년 인터넷의 익명성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010년 8월 4일에 열린 테크노미 컨퍼런스의 연설에서 “누군가의 사진 14장으로도 우리는 그 사람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환기시키며 “인터넷상에 여러분 사진 14장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페이스북 사진첩에 있다”고 지적했다. 슈미트는 “불균형적인 위협의 세계에서 완전한 익명성은 매우 위험하다. (중략) 우리는 실명 확인 서비스를 실행해야 하며, 우선은 페이스북이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중략) 정부도 곧 이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라고 익명성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속임수를 쓰는 것이 지금은 가능할지라도 미래에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인터넷 세계의 창시자들과 정치 지도자들은 지금까지 무법지대로 여기던 인터넷을 ‘개화’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렇게 되더라도 진짜 신분을 밝히는 것은 정당하게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일 것이다. 지금까지 웹은 상호 연결된 정보 네트워크가 분산된 시스템을 뜻했다. 요동치는 웹망이 중앙까지 침투해 모든 네티즌의 행동을 염탐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글•필리프 리비에르 Philipe Rivièr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웹사이트 책임자.

번역•배영미 youngmib@gmail.com

<각주>
(1) 본지 1월호, 미야세 크리스첸센, ‘페이스북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참조.
(2) 파브리스 에펠보앙, ‘페이스북에서의 시민전쟁’, <ReadWriteWeb France>, 2010년 5월 14일.
(3) 하버드대학과 정보과학, 권력에 대한 훌륭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데이비드 핀처 감독·2010) 이외에도 헨리 유스트와 아리엘 슐만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캣피시>는 페이스북의 실체를 드러내준다. 1월에 DVD가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