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고르의 도구상자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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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가 앙드레 고르(1923~2007)의 2005년 인터뷰가 최근 단행본(1)으로 출간됐다. 인터뷰에서 앙드레 고르는 동료 철학자 프랑수아 누델만에게 “나의 환경보호 운동은 경제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반체제 성향의 사상가이자 탈성장 이론가인 고르는 저서 『미래를 생각하다』에서 소비사회에서는 욕구불만이 계속 가중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체제 속에서는 모든 활동의 목적이 교환 가능한 것, 즉 돈이 되는 것을 생산하는 일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설 자리가 없다.”
고르는 자본이 지배하고 상품으로 넘쳐나는 세상이 아닌,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생명체의 행복이 존중받는 세상을 지향한다. 저서 『생태학과 정치』(1975년), 『생태학과 자유』(1977년)에서 알 수 있듯 고르는 생물계, 생태계, 그리고 인류 사이의 균형에 관심이 많다. 심각한 오염에 경각심을 가지고 원자력의 위험성을 걱정하던 고르는, 1970년 파괴를 동반하는 경제논리를 격렬히 비판했다. 누델만은 “고르는 노동조합과 정치생태학이 맥을 같이하며, ‘자유, 해방, 독립적인 주체, 자주관리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사상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했다”고 결론지었다.
역사학자 빌리 지아니나치도 앙드레 고르의 자서전 『어느 인생』의 개정판(2)을 같은 맥락으로 분석했다. 지아니나치는 “고르의 친환경주의에는 사회적인 목적이 있다. 그는 죽기 전까지 자본주의의 몰락이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기자이자 철학자인 지아니나치는 2008년 이후 금융자본주의의 허점과 위기를 예상했을 만큼 통찰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오늘날 낭비 없는 소박한 사회로 가기 위해 상품화, 화폐화, 실용주의, 경제지상주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고르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유토피아에서 영감을 얻고자 한다.
사회 생태학 원칙은, 어떻게 새로운 해방의 길을 열 수 있을까? 이 질문은 1992년 ‘전문가 정치(Expertocracy)와 자기통제 사이의 정치생태학’ 기사에 이어 단행본으로 출간된 『충족에 대한 찬사』(3)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한 답변은 ‘생태계 사회주의’ 혹은 ‘아르카디아(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이상향) 생태학’과 연관된다. 고르는 지구환경의 파괴를 문명의 총체적 위기신호로 해석하며, ‘도시생활, 주거환경, 의학, 학교, 과학의 위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에 맞설 것인가? 정치생태학과 자율성 옹호 이론의 아버지로 통하는 고르는, 생태계의 현실을 고려해 인간의 행동과 습관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환경을 정치의 기준으로 삼고, 천연자원 보호를 필수적 활동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합리성과 규범이 조화를 이룰 때 유지되며, 이때 충족의 기준도 세워진다. 고르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충족의 기준이란, 만족감을 성취할 때까지 노력하거나 또는 노력할 수 있는 선에서 만족감을 추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세 권의 책과, 비판적 행동이론의 핵심인 앙드레 고르의 사상을 통해 프랑스 정치생태학의 미래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글·알리오차 왈드 라소우스키 Aliocha Wald Lasowski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번역위원
(1) André Gorz, 프랑수아 누델만과의 인터뷰, 『Penser l’avenir 미래를 생각하다』, La Découverte, coll. <Cahiers libres>, Paris, 2019.
(2) Willy Gianinazzi, André Gorz. 『Une vie 어느 인생』, La Découverte, Paris, 2019.
(3) André Gorz, 『Éloge du suffisant 충족에 대한 찬사』,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Pari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