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을 다시 공공의 품으로…'

2008-12-01     마르크 레메 | 언론인

프랑스에서는 매년 하천에서 50억㎥ 이상의 물을 가정용수로 길어 올려, 처리·분배·정화한 뒤부터, 1인당 연평균 2.7유로/㎥의 사용료를 받는다. 프랑스 상수도 시장은 연간 총매출액이 900억 유로에 달하며 전 세계에 진출한 프랑스 다국적 기업에게 고수익을 보장하는 '앞마당'이다.
 
 '공-사 파트너십'의 상수도 카르텔

 수에즈-옹데오(전 리요내즈데조), 그리고 소르와 같은 기업은 수도 사업과 환경용역 사업에서 세계 최고 기업군에 속하며, 프랑스에서는 완전한 독점적 사업자의 지위를 누린다. 지자체와의 위탁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들 기업은 상수도 생산과 분배 시장 총매출의 80%, 그리고 하수 처리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이 밖에도 폐기물 처리, 청소, 난방, 도시 교통 및 철도, 급식, 장례사업에도 진출해있다. 상수도 시장의 39%를 점하고 있는 베올리아를 필두로 수에즈(19%), 소르(11%)와 같은 대기업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열 개 남짓의 중소기업들이 이 밖에 혼재한다. 이들 중소기업 중에서 뤼아스는 2007년 베올리아가 인수하였다. 나머지 28%의 시장은 공사 혹은 민·관 합자회사와 같은 공영기관이 운영한다.1)
 상수도 카르텔의 존재는 프랑스적 예외로만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 볼 때, 전체 상수도 시장의 7~8%만이 사기업에 위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공-사 파트너십'은 무엇보다도 공공수익을 갈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적으로 '손실의 사회화와 수익의 사유화'로 요약된다.2)
 감사원, 경제기획처, 공공부문자문회의, 전국사업성평가협의회, 국회조사위원회, 국회과학·기술평가국 등 20년 전부터 프랑스의 상수도 관리 문제를 조사한 모든 정부 부처는 한결같이 프랑스식 '공-사 파트너십'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1990년대 초 그르노블에서 발생한 '카리뇽 사건'은 시민들의 항의를 증폭시키고, 프랑스 전역에 걸쳐 120여 개 소비자 단체가 연합하여 '상수도 소비자 단체연합'을 결성하는 계기가 되었다.3)
 
 '엄청난 폭리' 소비자 단체 폭로
 소비자 단체, '크 슈와지르(UFC-Que Choisir)'는 대도시의 지나치게 높은 상수도 요금과 민영 위탁기업이 거둬들인 엄청난 액수의 순이익을 폭로하였다.4) 최고의 순이익을 낸 기업은 파리 근교 수도권 지역의 144개 지자체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상수도 조합과 그 협력업체 베올리아였다. 이들 회사의 마진율은 58.7%에 달했다. 반면, 모범적인 경영 사례로 꼽히는 안시, 샹베리, 클레르몽-페랑 혹은 그르노블에서 운영하는 상수도 공사의 마진율은 10~20%에 불과했다.
 위탁업체는 즉각 반론에 나섰다. 상수도 조합은 계산상의 '오류'를 지적하며 격렬하게 소비자 단체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리고 2008년 2월엔 결국 이 소비자 단체를 토론장에 초청하였다. 소비자 단체 '끄 슈아지르' 는 2008년 6월 2일, 수도권 144개 지자체 단체장과 조합 지도부에 더욱 정교한 조사 결과를 담은 새로운 보고서를 보내주었는데, 그 내용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더욱 심화된 분석을 통해서 베올리아와 상수도 조합이 연 3억 유로의 총매출과 9천 유로의 순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점을 밝혔던 것이다.5)
 실제로 상수도 가격은 경영 방식, 인구 밀도, 수질의 정도, 상수도망의 규모 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기업의 상수도 사업 확대는 이러한 규칙을 허물었다. 경쟁위원회는 민영 위탁사업자가 "종종 유일한 공급자"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심지어 위탁계약에 두 개의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더라도 이 요인만으로는 상수도 요금을 인하시키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반대로 공사 직영의 경우에는 상수도 가격을 안정시키거나 심지어 인하시킨다. 프랑스환경연구소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공사의 경우, 평균 상수도 사용료는 2.19유로/㎥인데 반하여 사기업은 2.93유로/㎥에 달한다. 즉 33%나 더 저렴하다는 말이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사기업들은 프랑스 대도시의 상수도 요금이 "유럽 평균보다 10%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상수도 요금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베올리아의 마르크 르놈 부사장은 응수했다.

 프랑스 민간 상수도 기업 횡포·폭리, 지자체 직영 잇달아
'물의 상품화' 막는 투쟁 가열…'공공정책' 전반적 재검토

 
 상수도 공영화, 지방선거 '핫 이슈'
 최근 많은 지자체들은 민간 기업 위탁 관행을 거부하고 직영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다. 운영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선 감찰관의 고용, 지방감사원의 보고가 필요하며, 가격을 비교하고 행정법원에 수 차례 고발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재판을 견뎌내어야 하고, 주민 청원운동을 주도하며,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어야 하고, 상대방의 회유, 협박 그리고 역정보 전략을 이겨내야 한다.
 상수도 문제는 2008년 3월 프랑스의 100여 개 도시에서 지방선거를 뜨겁게 달구었다. 천연 자원인 물은 지자체 혹은 지자체 연합이 관리한다. 그런데 공공시장의 '윤리적' 이양을 위해 1993년 제정된 '사팽' 법 시행 이후, 수 천개의 위탁 계약이 2000년부터 계약 만료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수많은 지자체들은 각자 미래의 상수도 운영 양식을 빠른 템포로 선택해야 한다. 매년 700~800개의 계약이 이에 해당된다.
 2006년 보르도에서는 소비자 단체의 집요한 활동 덕분에 리요네즈데조가 30년 동안 초과 징수한 2억 3천 유로를 지역 공동체가 환불받을 수 있었다. 2007년 12월 리용에서는 시민들의 압력으로 리용광역공동체가 위탁업체인 베올리아와 수에즈를 상대로 상수도 요금 16% 인하를 관철시켰다. 
 보쥬 지방의 뇌프샤또 시는 일방적으로 위탁 계약을 해지한 이후 모범적인 공사를 완료해 유명해졌다. 오뜨-마른 지방 생-디지에의 프랑소아 코르뉘-쟝띠유 시장은 불공정한 계약을 해지당한 후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베올리아를 상대로 승소하였다. 뚤루즈의 시장으로 당선된 피에르 코앙은 당선 직후, 1990년 이래 베올리아와 체결해온 계약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였다. 뚤루즈 시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이 계약으로 인해 이 회사가 거둬들인 막대한 수익을 폭로해왔다.
 2000년 초부터 50여개의 프랑스 도시들이 상수도를 직영으로 전환하였다. 이 움직임은 지자체간의 연합을 통하여 가속되고 있다. 지자체 연합은 지자체들이 모여서 경제적, 기술적, 그리고 인력면에서  필요한 수단을 갖추어 최소한의 '규모의 경제'를 충족시켜 준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공공서비스 재탈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다. 수많은 지자체장들은 상수도 운영 방식을 선택할 때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사기업을 선택하는 안이함을 보여주곤 했다. 이상하면서도 무능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지역의 사업 타당성 전문조사 용역을 이용할 수도 있다. 특히 도립시설국과 도립농·임업청의 전문 용역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프랑소와 피용 정부가 시작한 공공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RGPP) 조치 이후 공공 시설 관련 부처의 업무를 축소하는데 가속도가 붙고 있다.
 동시에 물 관련 민간 메이저 업체들은 연구·발전, 정상화 혹은 특허에 이르기까지 물 관리에 관한 모든 영역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확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관련 법규와 규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는데까지 이르렀다.
 프랑스는 폐수 처리에 관해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가계에 대한 상수도 보급량의 구조적 감소와 정화시설 규격의 통일 비용 증가는 오래지 않아 물의 가격을 크게 상승시킬 전망이다. 다수의 기초단체장들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하여 직영 체제로의 회귀를 고려하고 있다. 직영 체제는 민영 위탁기업의 주주들이 가져가는 배당금 몫을 줄여줄 것이란 기대다.5)
 한 푼이 아쉬운 재정 형편에선 이는 더욱 절실하다. 2008년 프랑스 증시(Cac 40)에 상장된 물 관련  기업들(베올리아와 수에즈 포함)은 각자 주주에게 382억 유로를 배당금으로 지불할 전망이다. 이 액수는 프랑스 국내총생산의 21%, 2007년 정부예산의 14.3%, 총 소득세입의 70%, 총 법인세입의 83%에 해당된다.
 물 사용권과 관련된 불평등이 커지고, 물 순환에 미치는 기후적 변화의 충격 속에서 베올리아와 수에즈는 전 세계에 걸쳐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해수 염분제거, 농업 용수와 여가 활동, 식수 용도를 위한 폐수 정화 기술과 같은 새로운 선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6) 프랑스 국내에선 이들 기업은 강력한 로비를 통하여 공적 행동의 실제적인 동반자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투명하고 민주적인 상수도 공공서비스의 재탈환은 무엇보다도 절박한 문제다. 이 재탈환은 전 세계에 걸쳐 물의 상품화에 대항해 싸우는 수 많은 시민을 위한 소중한 버팀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번역|김태수*

상수도 공영화의 모델, 카스트르 시

 1990년 당시 카스트르 시의 우파 시장은 리요네즈데조와 30년 간의 위탁 경영 계약을 체결하고 불법으로 9천 600만 유로에 해당되는 기부금을 받아 시 재정에 충당했다. 시민들, 야당 지자체 의원들,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이 위탁업체가 기부금 전액에 물가상승분과 8.76%의 연이자까지 덧붙여 상수도 요금에 전가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30년 동안 시민들은 기부금의 3배를 물어주게 될 판이었다. 시민들의 집단 항의가 빗발쳤으며, 1995년 새로 시정을 장악한 사회당 의원들은 위탁 계약의 재협상에 나섰다. 재협상 과정에서 상수도 요금 인하에 합의하였으나, 불법적인 기부금 회수 중단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당국의 법원 제소 이후 행정 법원은 2001년 위탁 계약의 무효를 선고하였다. 2003년 6월 24일 다시 우파(UMP, 대중운동연합)가 시정을 장악한 이후 파스칼 뷔지 시장은 만장일치로 위탁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결정을 시의회에서 이끌어 내었다.
 2004년 7월 1일 독립적인 공사가 설립되었고, 그해 여름부터 상·하수도 요금이 10% 인하되었다. 이 때부터 요금 체계는 물과 관련된 항목만 포함되었다. 민간 위탁과 결별한 이후 인원은 3배로 충원됐다. 새로 설립된 물관리공사의 이름인 '카스트래즈드로'는 상수도 서비스를 재정비하면서 요금을 인하하고, 2006년에는 200만 유로에 해당하는 자기 자본을 증식하게 되었다.

 


 

1) 'Main basse sur l'eau des villes', Le Monde
diplomatique, mars 2005.
2) <Marc Laim맯, Le dossier de l'eau, p맯nurie, pollution, corruption>, Le Seuil, Paris, 2003.
3) 1996년 그르노블 전 시장은 부패와 증인 매수 죄목으로 4년 징역형과 6만 980 유로의 벌금, 그리고 5년간의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았다. 리용 형사법원은 그가 상수도 서비스를 위탁하는 대신 290만 유로에 해당되는 물질적 이득을 챙긴 죄를 물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Raymond Avrillier et Philippe Desc-amps, Le syst맟me Carignon', La D맯couver-te, Paris, 1995 참조.
4) <Prix de l'eau. Des profits abusifs>, Que Ch-oisir, n°434, f맯vrier 2006, et <Factures d'e-au. Encore trop d'abus>, n°453, novembre 2007.
5) <Le renouvellement du contrat. L'organisation
de la production d'eau. L'analyse et les propo-sitions de l'UFC-Que Choisir>, Paris, 2 juin 2008.
5) Association des maires de grandes villes de F-rance - Dexia Cr맯dit Local, <Les services e-au et assainissement dans les grandes villes et
 leurs groupements>, avril 2007.
6) Marc Laim맯, Fran먫ois Cuel et Jean-Louis Vi-bert Guigue, <Les Batailles de l'eau>, Terre Bleue, Paris,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