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객의 씁쓸한 귀국

[서평]

2011-01-07     크리스틴 튈리시트셰

<정오의 어둠> 테오 아나니소

갈리마르 출판사의 ‘검은 대륙’ 총서에 속하는 작품이다. 25년째 독일에 망명 중인 화자는 토고 출신의 작가다. 화자는 어렸을 때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고국을 다시 찾아간다. 가이드인 나딘은 토고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의 여성으로 서점을 운영한다. 나딘은 화자에게 기존 책에서 볼 수 없는 현실성이 담긴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고 부탁한다. “이제 나의 조국이기보다는 나딘의 조국인 나라. 그런 나라에 다시 발을 들여놓으려면 나딘이 꼭 필요하다.”

화자는 시간의 흔적을 느낀다. 어린 시절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지인들은 늙거나 세상을 떠났다. 곳곳에는 희한한 건축물이 들어섰고, 옛날에 멋진 공터나 야자나무 농장이 있던 곳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파여 있다. 화자가 추억하던 조국의 모습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이제 전부 달라져 있다니 마음이 아프다.” 더구나 화자는 서구라는 프리즘을 통해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질감이 더욱 크다. “비참한 사람들로 가득한 수도에는 지독한 악취, 구질구질함, 오염과 소음밖에 없다.”

화자는 나딘 덕분에 에리크 바메종을 만나게 된다. 바메종은 망명생활을 접고 3년 전 조국 토고로 돌아왔는데, 현재 대통령 보좌관으로 있다. 화자와 바메종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 바메종은 밤에 화자를 차에 태우고, 자신이 자란 빈민촌과 암살당한 실바뉘 올랭피오 전 대통령의 방치된 빌라를 보여준다.

화자는 그 말을 들으며 메모한다. 화자는 바메종에게서 이상주의자의 면모를 발견한다. 자신의 능력과 에너지로 조국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꿈을 이루고자 조국 토고에 돌아왔으나, 자신의 선택이 실패해 환멸감에 사로잡혀 있는 이상주의자이다. 바메종이 내뱉은 우울한 말은 위태롭고 비관적인 조국의 현실을 나타낸다. “올랭피오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어둠을 걱정했어야 합니다.” “이곳의 현실을 과소평가한 것이 실수죠.” “아무도 이 나라에 살면서 창피해하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당황스럽습니다.” 바메종은 화자에게 환상에서 깨라는 듯 경고한다.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마십시오.” “감상주의자가 되지 마십시오. 아프리카에 쓸데없는 정을 주지 마십시오.”

화자는 곧 바메종이 정치 부패, 타락, 무지몽매함으로 가득한 토고의 현실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메종의 우울함 뒤에 토고의 어두운 역사가 함께한다는 사실도.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공항에 있는 화자가 토고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조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한다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저자의 네 번째 소설인 <정오의 어둠>은 생생하고 뛰어난 내레이션으로, 묘한 감성이 어려 있다. 이원적 시각을 배제하는 과장 없는 깔끔한 서술이 특징이다.

글•크리스틴 튈리시트셰 Christine Tully-Sitchet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