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실명으로 다룬다는 것

[서평]

2011-01-07     편집부

<미디어 카르텔: 민주주의가 사라진다> (이은용 지음, 마티 펴냄)

21세기 들어 시작된 ‘안티조선운동’은 언론운동이 미디어 하나에만 집중될 것임을 예고했다. 정치권력은 한동안 운동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양상은 크게 변했다. 이 책은 언론운동의 최근 정박지에 점을 찍고 시작한다.

한국 언론을 주무르는 방송통신위원회 안팎에서 벌이는 패권 경쟁, 언론과의 유착 등을 기록했다. 권력의 내부를 다룬 책들이 대개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이라면, 이 책은 지금 살아 있는 권력을 직접 겨냥한다.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해, 방통위 안팎의 군상들이 대부분 실명으로 등장한다.

저널리즘은 ‘현재’의 ‘사실’을 기록하는 행위다. 권력자의 실명은 그 핵심을 구성한다. 이 책도 현직 기자가 쓴 것이기에 실명 기록이 당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책을 내는 기자들은 일쑤 회고담에 빠지고, 실명과 이니셜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일삼는다.

이젠 책뿐 아니라, 저널리즘 본령의 매체인 신문·방송에서도 다르지 않다. 지은이는 왜 자신이 속한 신문에 써도 좋았을 사실들을 따로 책으로 펴내야 했는지, 또 그런 사정이 방통위를 비롯한 현 정부의 권력 행위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책장을 덮는 순간 복잡한 뒷맛을 남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