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vs. 베이징

2019-10-01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미국은 이제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기는 버겁다고 판단한 듯하다. 향후 수년간 미국의 주된 지정학적 라이벌은 이제 중국이 될 예정이다. 중국에 대해서라면,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의 공화당 정부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도 어느 정도 뜻이 맞는 듯하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격렬히 대립 중인 두 진영 간에도 말이다. 

여하튼 중국은 이제 소련이라는 ‘악의 제국’, ‘이슬람 테러리즘’의 뒤를 이어 새로운 미국의 주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소련과 달리 중국은 역동적인 경제를 자랑하는 나라다. 사실상 미국은 현재 중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다. 더욱이 중국의 힘 역시 옛 메소포타미아의 사막이나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대를 헤매던 저 원리주의 전투원들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태평양과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하겠다”라며 이미 대외정책의 변화를 모색했다. 늘상 그렇듯, 이 오바마의 후임 대통령은 미국의 새 대외정책을 우아함이나 섬세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특유의 언어로 표현한다. 트럼프의 머릿속에서는 협력은 곧 덫, 제로섬 게임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 라이벌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당연히 미국의 발전에 위협이다. 물론 그 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한껏 으스대며 말했다. “우리는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 그들은 지난 반세기 역사상 가장 혹독한 한 해를 막 경험했다. 그것이 모두 나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전혀 자랑스럽지가 않다.”

아니, ‘전혀 자랑스럽지가 않다’니? 전혀 그답지 않은 말이다. 약 1년 전쯤에, 트럼프는 자신의 국무회의 모습을 TV를 통해 생중계하도록 허용한 적이 있다. 그때 TV 화면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지켜봤다. 당시 장관 한 명은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환호성을 질렀다. 다른 장관은 미국의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이 중국의 펜타닐(오피오이드계 마약성 진통제) 수출 탓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장관은 미국 농가의 어려움이 중국의 무역보복조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트럼프가 나설 차례였다. 그는 “북한이 핵 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것은 중국 정부가 동맹을 너무 느슨하게 대하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제 중국에 옥수수나 전자제품을 더 많이 파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불과 17년 만에 국내총생산(GDP)이 무려 9배나 치솟은 이 라이벌을 어떻게든 배제하고, 약화시키고, 더 이상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하게 저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미국과 전략적으로 동등해지는 일만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중국이 눈부신 번영을 누리면서도 정작 미국화를 거부한다면, 즉 고분고분 미국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미국의 일격을 피해갈 수는 없으리라.

2018년 10월 4일 연설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꽤 거친 어조로 중국의 “오웰식 전체주의 체제”를, “십자가를 파괴하고, 성경을 불태우고, 신자들을 감옥에 가두는 중국 정부 당국”을, “미국의 기업·영화사·대학·싱크탱크·연구원·언론인 등을 압박하는 중국의 행위”를 격렬히 비난한 바 있다. 심지어 그는 “2020년 중국의 미대선 개입 정황”까지도 발견해냈다. 

‘러시아게이트’에 이어, 이제는 트럼프의 낙마를 겨냥한 ‘차이나게이트’가 등장하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분명 미국은 아주 나약한 나라임이 틀림없다. 

 

 

 

글·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파리 8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1992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합류한 뒤 2008년 이그나시오 라모네의 뒤를 이어 발행인 겸 편집인 자리에 올랐다. 신자유주의 문제, 특히 경제와 사회,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 신자유주의가 미치는 영향과 그 폐해를 집중 조명해 왔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