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도약

『애팔래치아 산맥의 밤』-크리스 오풋

2019-10-01     글·위베르 프로롱조 Hubert Prolongeau

 

존 스타인벡의『분노의 포도』가 그랬듯, 오늘날의 미국 문학도 주로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레드넥(1)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작가 다니엘 우드렐, 래리 브라운, 도널드 레이 폴록은 일상에서 나타나는 어려운 문제, 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자연, 법과 맺는 관계를 다뤘다. 

크리스 오풋도 잊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에 속한다. 그러나 오풋은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는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두 편의 이야기가 들어간 단편집, 그리고 만장일치로 호평을 받은 장편소설 한 권(2)을 쓰고 나서 20년 동안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트레메>, <트루 블러드> 등 드라마 시나리오 집필로 바빴기 때문이다. 

오풋은 1958년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 살고 있다. 캐나다의 뉴펀들랜드에서 시작해 미국의 앨라배마주 중부까지 뻗어 있는 애팔래치아 산맥은 석탄과 철강 관련 산업이 차례로 몰락했다. 이곳 주민은 대부분 교육 수준이 낮고 고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편법으로 살아가고 있다.

『애팔래치아 산맥의 밤』의 주인공 터커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표류하는 인간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는 켄터키주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태어났다. 1954년, ‘트루먼 전쟁(한국전쟁)’에서 귀환한 18세의 터커는 한 소녀가 그녀의 삼촌에게 성폭행당할 뻔한 상황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녀를 구해주면서 사랑에 빠진다. 

‘론다’라는 15세 소녀와 터커는 5명의 자녀(그중 4명이 장애아)를 뒀다. 터커는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주류밀매를 도우며 돈을 벌었다. 사회 복지사들은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즉 부모로서 결격사유가 있는 터커에게서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한다. 그리고 터커는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고자 필사적이 된다. 독자는 소설에서 사회상황을 읽을 수 있다. 오풋의 소설에서는 비참함에 대한 무거운 묘사가 없다. 연민은 느낄 수 있지만, 섣부른 판단이나 어설픈 도덕적 교훈은 없다. 터커라는 인물은 있는 그대로 묘사된다. 작가는 터커의 입장에 동조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시선을 극도로 세세하게 묘사한다. 광활한 자연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담아낼 뿐 미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론다와 터커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세심한 절제가 느껴진다. 어린 소녀가 자신의 삼촌에게 강간당할 뻔한 상황이라면, 많은 작가가 극적으로 표현할 것이다. 하지만 오풋은 터커와 론다가 주고받는 눈빛, 옷이 반쯤 벗겨진 론다가 부끄러워하는 모습, 서로 깊이 배려하는 터커와 론다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과묵하고 투박한 ‘안티 히어로’ 터커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행복을 꿈꾼다. 그가 꿈꾸는 행복이란, 단지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그 행복을 위해서라면 터커는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오풋은 터커에게 이런 행복의 권리를 전적으로 부여한다. “여기서는 흑과 백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회색입니다.”

역시 애팔래치아 산맥을 배경으로 한 론 래쉬의 『거친 침묵』은 『애팔래치아 산맥의 밤』과 동시에 출간됐지만 2015년에 집필된 작품이다. 래쉬는 오풋에 비해 문체의 힘은 다소 약하지만, 오풋과 마찬가지로 깊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묘사한다. 래쉬의 작품에서나, 오풋의 작품에서나 등장인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글·위베르 프롤롱고 Hubert Prolongeau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번역위원

 

(1) Redneck: 미국 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보수 성향의 백인 농민·노동자들을 이르는 말로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숨은 공신으로 지목받고 있다.

(2) 『Kentucky Straight』(2002), 『Le Bon Frère(좋은 형제)』(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