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공간을 무너뜨리는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의 환상

2019-10-31     에릭 클라이넨버그 l 사회학자

 

미국 내 여러 도시가 세금공제를 대가로, 아마존의 제2본사(잠재적인 일자리)를 유치하고자 경쟁을 벌였다. 아마존이 통제 불가능한 대기업임을 입증하는 듯하다. 디지털 산업이 지나간 곳에서 공공서비스는 자취를 감춘다. 기업 설립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기만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공공서비스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2017년 2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 겸 경영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 즉 페이스북의 20억 사용자에게 보내는 장문의 공개서한을 게시했다. 그는 대뜸 “우리는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건설하는 중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자명했다. 저커버그의 구상에 따르면 인류는 사회적, 지리적 격차를 무너뜨려 한층 확장된 윤리적 공동체를 형성할 때 진보한다. “역사는 우리가 민족, 도시, 더 나아가 국가로 즉, 더욱 큰 공동체를 이뤄 함께하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매 단계에서 우리는 사회적 인프라(공동체, 언론, 정부)를 구축해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었을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길 수단을 가지게 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희망의 서광’인가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리고 야심차게 성장을 거듭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영자인 그는, 정치에 관한 언급을 할 때는 전반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016년 대통령선거 유세 당시, 그는 “이민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끔찍한 발언”을 선뜻 비난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7년 1월, 그는 테러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규탄했다. 그는 “미국은 난민들과 피난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본성입니다”라고 선언했다.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게시된 이 서한에는 ‘독선적인 위협이 판치는 혼란한 시대에 사회를 바로 세우자’라는 페이스북의 새로운 사명이 담겨 있다.

“우리가 페이스북으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프라를 개발해, 만인에게 적합한 세계 공동체를 구축할 힘을 사람들에게 실어주는 것입니다”라고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다른 집단(교회, 노조, 스포츠클럽, 각종 협회 등)이 맡아 수행한 역할, 즉 “우리에게 존재 이유와 희망을 제공하고, 개인보다 공동체를 원하는 소속에의 욕구를 인정하며,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공동체가 우리를 지켜준다고 안심시키고, 개인의 성장 방향과 자기계발과 안전망을 지원하고, 문화적 가치와 규범과 책임, 사교 모임과 의례, 타인을 만나는 방법 등을 가르치는 일”에 착안했다. 저커버그는 1970년대부터 계속된 공동체의 쇠락에 대한 해법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희망의 서광’에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페이스북의 새로운 임무는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개발해, 구성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일깨우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페이스북은 “공동체를 도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인지하도록” 할 수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이미 “북미에서 아이가 납치됐을 때 앰버(Amber) 경고를 전달하거나 (…) ‘세이프티 체크’ 기능으로 우리가 무사하고 안전한지를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젊은 경영자는 페이스북이 민주주의를 되살릴 수 있는 도구이며, 사람들이 투표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상호협력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거시적으로는 공동의 ‘거버넌스’에 참여할 새로운 수단을 전 세계 시민들에게 제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공의 선을 위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끔 하고자 한다.

상투적이고 과장된 이런 말 속에는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낡은 인식이 숨어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다국적기업들은 사람들을 실제적인 만남으로 유도하는 대신, 화면 앞에 붙들어둔다. 하지만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를 재건할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실제 공간에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친구’끼리 ‘좋아요’를 누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임원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실제 공간’

페이스북, 구글, 애플 같은 기업은 비물질적인 관계와 뛰어난 소프트웨어를 과대평가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인프라, 즉 관계가 형성되는 공공의 공간이 지닌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이들 기업의 호화로운 캘리포니아 본사에는 푸른 정원, 주스 바, 고급식당, 육상트랙, 최신식 헬스센터, 미용실, 어린이집, 공연장, 도서관, 카페 등이 갖춰져 있다. 즉 이들 기업의 사옥 내외부에는 가상공간이 아닌 실제의 공간들이 있다. 

그러나 고품격 사교와 고품질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이 공간들은 컬러 코드가 있는 배지로 출입이 가능한, 소수의 임원을 위한 것이다. 요리나 청소를 담당하는 임시직이나 외주직원들은 이곳에 들어갈 수 없다. 동네 주민들이나 관광객들도 마찬가지다. 알고리즘을 다루는 뛰어난 엔지니어와 마케터들은 사내의 번쩍이는 시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기에 인근 지역상권을 굳이 찾을 이유가 없고, 그 결과 이곳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하나둘씩 매장 문을 닫고 있다. 예전에는 도시에 대기업이 들어오면, 도시도 기업과 함께 어느 정도 발전했었는데 말이다.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멘로 파크 주민들은 기업 확장을 승인해준 이유에 대해 궁금해한다. 다국적기업이 들어와도 학교, 공원, 운동장 등을 보수할 자금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에게 페이스북 본사 근처에서 산다는 것은, 매일 직원들의 개인 주택에서 본사까지 이동하는 회사 버스 뒤에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일이다. 샌프란시스코 만에 자리 잡은 디지털 대기업들이 끼친 폐해의 상징인 이 버스는, 페이스북의 로고 이상으로 유명하다. 시급히 개보수가 필요한 공공시설을 훼손하면서 기업들의 번성만 돕는, 제한적인 사회 인프라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감추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실력자들은 기업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더 평화롭고 정의롭고 인간적인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대중을 설득한다. 석유, 금융, 자동차 등의 업계 경영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되뇌던 말과 다를 바 없다. 페이스북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이제 널리 알려졌지만,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인류의 번영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다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페이스북 계열사들이 적절한 자리에서 최적의 알고리즘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고립, 양극화, 보건과 교육 분야의 불평등 악화, 기후변화 등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분명 역부족이다. 우리가 화면 앞에서 시간을 보내봤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바로 그 시간 때문에 우리는 함께 모일 공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커뮤니티센터가 필요하다.

 

“좋아요”가 아닌 진짜 소통에의 열망 

저커버그와 실리콘 밸리의 다른 경영자들이 미국 내 사회적 인프라의 처참한 상태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의 유복한 기업가들과 지금의 그들은 다르다. 예전 기업가들은 그래도 수익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만인에게 이로운 공간을 건설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철강업계의 거물 앤드루 카네기는 1883년부터 노조탄압과 불평등척결을 위한 정책에 반대하면서도 도서관 2,811개(미국 내 1,679개) 건설에 자금을 지원했다. 디지털 업계의 백만장자들은 자만심과 자아도취에 빠져 공간을 사유화하거나 영구 종속화하는 프로젝트에 관대한 태도로 후원하기를 즐긴다. 문맹 퇴치와 무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중요한 기관인 도서관에 지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도서관에는 다양한 계층의 평범한 사람들이 다채로운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모여든다. 그래서 민주적인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수십 년 전부터 시장 논리에 이끌린 정치인들은 도서관이 구시대적인 기관이라 신기술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도서관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낡은 건물에서 이사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용객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관시간을 단축하고 개관일을 축소하는 실정이다. 도서, 정기간행물, 영상자료 구입 예산은 물론이고 사서의 일자리도 꾸준히 줄었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사무실에서 가까운 산호세의 시립도서관은 예산이 얼마나 적은지 도서 연체료가 10달러를 넘은 시민들에게 대출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게다가 연체료가 50달러에 달하면 채권추심업체에 의뢰하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 도서관은 일주일 내내 문을 열었었는데, 이제 상당수의 도서관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그런데 실상 일요일은 이민자, 노동자,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도서관을 가장 많이 찾는 날이다.

서점도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상점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공간이다. 수 세기 전부터 서점은 아름다운 이야기와 새로운 생각을 원하는 사람들끼리, 그리고 방문객들에게 책을 찾아주는 점원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서점에서는 아동과 가족을 대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북클럽을 운영하며, 저자 북 토크나 사인회를 여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공적인 삶에 기여한다.

물론 책을 구입하는 더 저렴하고 편리한 방법(비단 책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지만)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온라인 도서 구매량이 증가할수록 필연적으로 서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2016년 말, 반스앤노블 체인은 천문학적인 임대료 인상을 감당할 수 없게 돼 뉴욕 브롱크스의 베이체스터 매장의 문을 닫았고, 이곳에는 명품 아울렛이 들어섰다. 그러면서 15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은 대대로 이어지던 사회적 인프라를 잃었다.

식료품점이 없는 동네에는 아마존과 프레시 다이렉트(온라인 식료품점 체인)가 있다. 작은 식료품점도 없는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구글에서 일하던 두 사람이 2017년 지역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면 주문 내역에 맞춰서 물품을 구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보데가 식료품점을 열었다. 창립자인 폴 맥도널드 보데가는 “장기적으로 보면, 오프라인 식료품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10만 개의 보데가 매장이 곳곳에 있으니, 어디에서든 반경 30m 이내에서 하나는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라고 설명했다.(1) 

혜성처럼 등장한 보데가는 상인들, 특히 라틴계 미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이들은 보데가가 업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전국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는데, 사람들 대부분이 집 근처 사람이 운영하는 매장에 가서, 대화를 나누거나 바쁠 때는 거스름돈과 함께 미소라도 교환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나쁘게 나는 바람에 창립자 두 사람은 사업체명을 ‘스톡웰’로 변경해야만 했다.

한없이 화면만 바라보는 행동은, 물리적 실체를 지닌 타인과 교감하는 시간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전 세계 곳곳의 공동체들이 온라인 삶의 한계를 지적하는 가운데, 실제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의 매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에릭 클라이넨버그 Eric Klinenberg
사회학자, 뉴욕대학 교수, 이 글은 저서 『Palaces For the People: How Social Infrastructure Can Help Fight Inequality, Polarization, and the Decline of Civic Life, 민중을 위한 공공건물, 사회적 인프라는 어떻게 불평등, 양극화, 시민생활의 몰락을 막도록 돕는가』(Penguin Random House, New York, 2018)에서 발췌했다.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번역위원

 

(1) Elizabeth Segran, ‘Two ex-Googlers want to make bodegas and mom-and-pop corner stores obsolete’, <Fast Company>, 2017년 9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