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카메라보다 도로경찰이 나을까?

2019-10-31     새라 서 l 아이오와대학 법학사 교수

 

끝없이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수평선을 향해 질주하는 것. 미국의 도로가 보여주는 이런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반대로, 운전만큼 통제를 많이 받는 활동도 없을 것이다. 최근 많은 시민이 도로 위 단속카메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관을 직접 대면해야 문제해결이 더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들이 경찰관들에게 바라는 이런 ‘관용’은,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도로 내 신호위반 카메라 설치를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널리 확산하고 있다. 자동탐지기(무인카메라)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9개 주에서 사용된다. 30여 개 주에서는 적색 신호를 위반한 차량을 적발하는 단속카메라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데, 2019년 6월 텍사스 주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변화는 시민들의 격렬한 분노에서 비롯됐다. 미 전역에서 미국인들은 자신이 속한 주의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교통법규 위반에 대해 항의할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에 분노를 쏟아냈고, 방송국에서는 이들의 분노를 이해하고자 한 심리학자를 출현시키기도 했다. 

시민들은 단속카메라 같은 도구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런 도구들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신호 위반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물론 관련 연구는 이런 주장을 반박하지만), 기술적인 결함도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오류를 범할 수 있고, 과도한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칙금은 지자체뿐 아니라, 단속장치를 관리하는 민간업체들의 배를 불려준다. 이들 업체는 범칙금이 부과될 때마다 프리미엄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은 있다. 카메라의 작동 변수를 조정하고, 시민들의 이의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며, 단속 업체들의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을 엄정하게 정하면, 개선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말, 수레, 마차, 보행자가 다 같이 거리를 활보했다. 교통을 통제하는 법규 같은 것은 없었다. 각자가 관습적 규칙을 따랐는데, 그것은 분별력이 있는 인간이라면 따르게 마련인 방식에 상응하는 것이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가해자로 추정되는 쪽은 입건됐다. 판사나 배심원은 새 법규를 제정해 판결을 내려야 할 책임이 있었다. 하버드대학교 법대 학장을 지낸 로스코 파운드가 1924년 설명했듯, 당시에는 ‘관습법’만으로도 충분했다. “집에서 부리는 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할 가능성이 미약했기 때문이다.”(1)

로스코 파운드에 의하면, 사회적 행위들을 아우르는 이런 방식은 “교통을 방해하고,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하며, 도로에 치명적인 혼란을 야기하는”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1895~1929년, 미국 전역을 누비는 자동차 수는 시제품 2,300만 대를 넘어섰다. 도로에서 사망하는 이들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1913~1932년 5배 이상 증가했다. 보행자와 말이 끄는 기구들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는 난데없이, 주차된 자동차들과 전속력으로 달리는 차들에 점거됐다. 

이런 기술적 쇼크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당국은 자동차 이동에서 생겨나는 모든 경우를 감안해 대응에 나섰다. 속도 제한 및 운전면허 도입 외에도, 눈부심 없는 헤드라이트나 백미러 같은 안전장치 사용을 의무화했다. 당국은 자동차, 마차, 보행자의 우선순위를 규정하고 마차나 전차를 추월할 수 있는 허용속도를 지정했다. 매사추세츠주에서는 10마력 이상의 자동차는 최소 2개 이상의 제동장치를 장착해야 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운전자가 방향을 돌릴 때 잡아야 하는 각도”까지 법으로 규정했다. 이에 1913년, 한 변호사는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싱클레어 루이스의 『프리 에어』(1919)나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1957)부터, 영화 <보니 앤드 클라이드>(1967)나 <델마와 루이스>(1991)까지, 대중문화는 끊임없이 자동차를 자유의 상징이자 고독한 도피수단으로 소개해왔다. 그러나 자동차는 엄격한 규제와 경찰의 통제를 받는다. 20세기 초부터는 시험을 통과하고, 면허를 취득하고, 자동차를 등록하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운전을 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신호를 준수하고 속도제한과 경찰의 통제에 따라야 했다. 이런 규칙들을 조금만 어겨도 경찰은 운전자를 멈춰 세워 벌금을 부과하거나, 체포할 수 있었다. 통상적인 단속에서 마약(혹은 금주법이 시행되던 때는 술) 투여나 소지가 의심되면 경찰은 차량을 수색할 수도 있었다. 범죄자는 결국 전과자가 될 수 있었다. 운전하는 것, 혹은 단순히 차 안에 앉아 있기만 하는 것은 사실상 미국인들의 일상에서 통제를 가장 많이 받는 행위 중 하나였다.

 

범죄자이자 감시자로 변모한 시민들

20세기 초에 교통법규가 등장하면서, 거의 모든 시민들이 갑자기 범죄자로 변모했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는 보행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1927년, 뉴욕의 한 일간지는 도로 위 범법행위가 일반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이 범법행위들은 “거주 구역에서, 도심 및 도시 전역에서 발생했다. 어린아이와 어른, 부랑아들과 상인들, 느긋한 아가씨들과 나이 지긋한 점잖은 부인들 할 것 없이 누구나 이런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평소에는 법을 잘 지키던 많은 사람들이 공공의 안전을 무시한 채 법에 따르지 않는 것을 보고 당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통통제를 위해, 몇몇 도시들은 최근 시민들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말리부에서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민간 순찰대’가 2010년부터 도로교통법 위반(혹은 위반으로 의심되는 모든 행위)을 신고할 책임을 맡았다. 경찰력의 ‘눈과 귀’로 소개되는 이들은 (무기를 제외하고) 모든 기기가 구비된 경찰차를 이용할 수 있다. 2019년 5월 19일 자 <워싱턴포스트>지 기사에 따르면, 2018년에 민간 순찰대 자원봉사자 18명이 발행한 교통법규 위반통지서는 9,140건에 달했다.

2019년 5월, 컬럼비아 특별구 의회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반통지서를 발행할 권한을 주민들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최초로 이 방안을 제안한 사람은 2019년 6월 20일 자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이 “시민 경찰들”이 “도로를 감시하는 더 많은 눈이 돼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이 다른 시민에게 조서를 작성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를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일은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19세기에 그 수가 많지 않았던 경찰들은 부랑자, 매춘부, 알코올중독자 등 주로 소외된 계층을 감시했다. 나머지 사회계층들에 대한 감시는 시민단체들이 도맡았다. 교회는 윤리규범 준수를 감시했고, 상공인 연합은 사업장들을 규제했으며, 여러 사회단체는 사회적 화합을 유지하기 위해 활동했다.

자동차가 등장하자, 당국은 시민들이 교통법규를 지키도록 설득하고자 자연스럽게 이 단체들에 눈을 돌렸다. 포드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 경주대회를 개최하거나, <천천히 서두르세요(Hurry Slowly)> 같은 안전운전 예방 영화를 제작했다. 전국 자동차 상공회의소는 도로 안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글짓기 대회를 후원했다. 한편 경찰은 시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공공안전 위원회’(또는 경비대)를 설치했다. ‘경비대원’으로 불리는 이들이 운전자의 위반 사실을 확인하면, 조서를 작성한 다음 위원회에 제출해야 했다. 그러면 위원회가 범법자에게 서한을 발송해 협조를 요청했다. 이와 같은 경고를 2회 받으면 해당 사건은 경찰의 손에 넘어갔다.

당시 운전자들은 대부분 특권층에 속했기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길 꺼렸다. 일부 운전자들은 최소한의 교통법규에도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고, 벌금을 내야 할 때는 노골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1905~1932년 버클리(캘리포니아주)의 경찰서장을 지냈으며, ‘현대 경찰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어거스트 볼머는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교통경찰이란 모름지기 솔로몬의 지혜, 다윗의 용기, 삼손의 힘, 욥의 인내심, 모세의 카리스마, 선한 사마리아인의 친절함, 마리아의 신앙심, 링컨의 외교능력, 공자의 관용을 겸비해야 한다.” 시 당국은 곧 경찰의 임무가 전문적인 지식을 요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94년에 뉴욕 교통경찰들은 유니폼 색상을 갈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꿨다. 그들은 점점 진짜 경찰의 외관을 갖춤으로써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했다. 운전자들의 모욕적인 행동이나 욕설, 심지어 물건 투척은 사실 그들에겐 일상사였다. 3년 뒤에는 여경 한 명이 차에 치였고, 주먹으로 턱을 맞았으며, 면도날로 팔을 베였다. 그의 동료 한 명은 예복을 입은 사제에게 구타를 당했다. 시민들은 이런 경찰들의 처지에 별로 공감하지 않았고, 심지어 신문에 가해자 편을 드는 글을 기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922년에 샌프란시스코 경찰서장은 “교통경찰들이 사회에서 맡을 역할”을 감안해 그들이 특수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했다. 그는 자동차의 출현과 더불어 “미국은 문명의 시대에 이르렀다”라며, 문명의 시대에 시민들은 “차분하고 분석적인 판단”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법규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찰이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위반을 적절히 무시하고, 경고 정도만 하며, 위반통지서를 발행하고, 필요한 경우 범법자를 체포하는 등 각 사안에 맞게 대처하는 판단력이 훌륭한 경찰의 조건이라고 봤다. 한 도로안전 전문가는 “도로 위의 범법자들은 동일하게 다뤄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견해에 동조했고, 경찰들의 섣부른 대처가 일반 시민들의 불만을 살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경찰들에게 어느 정도의 관용을 베풀 것을 권고했다.

2019년 5월, 컬럼비아 특별구 의회가 교통통제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때 일부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도로안전에는 정식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시민들은 모든 위반을 무차별적으로 신고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애틀 교통부 국장이 지적한 것처럼 “개인이 주차 규정을 위반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판단력이 전혀 없는 단속카메라는 시민들보다도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흑인이 운전하면 단속률이 높아진다

카메라가 없는 도시나 주에서 교통단속의 해결책은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소 카운티(뉴욕주)는 순찰차 수를 늘리기로 했다. 융통성 있게 분별력을 발휘하는 경찰이 자동탐지기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찰관들의 분별력을 ‘관용’의 동의어로 본다. 그러나 한 가지 염두에 둘 점은, 이런 사람들은 결코 소수인종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65년에 로스앤젤레스의 와츠(Watts)에서 일어난 폭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평범한 교통단속이었다. 8월 11일, 백인 경찰들이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흑인 운전자 한 명을 체포했다. 그런데 경찰의 진압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운전자와 그의 형, 어머니가 경관들에게 구타당했고, 상황은 폭동으로 돌변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고 1년 뒤 불씨가 거의 잦아들 무렵, 다른 사건이 적대감을 되살렸다. 1966년 8월, 25세의 흑인 남성 레너드 데드와일러가 과속으로 체포됐다. 그는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중이었다. 한 경찰관이 이 젊은 운전자를 향해 총을 발사했고, 그는 아내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2015년 7월 10일, 텍사스의 한 경찰관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다며 샌드라 블랜드를 불러 세웠다. 한바탕 실랑이가 오간 뒤, 경찰관은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며 이 젊은 흑인 여성을 차에서 거칠게 끌어내서는 그녀의 얼굴을 바닥에 짓누르며 체포했다. 이 여성은 수감 3일 만에 구치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같은 해, 민간인 사고 희생자 중 27%는 도로단속에서 경찰관에 의해 사망했다. 

1920년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교통법규는 경찰에게 엄청난 재량권을 부여해 모든 사람을 범법자로 만든다. 1990년대에 뉴저지의 고속도로에서 한 연구를 시행했는데, 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거의 한두 번은 제한속도를 초과했다. 그러나 고속도로 운전자의 13.5%에 해당하는 흑인들이, 실제 체포된 운전자들의 절반을 차지했다. 통계의 관점에서, 이런 불균형은 체중 8kg의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에 맞먹는다. 여기서 흔히 ‘드라이빙 와일 블랙(driving while black, 흑인이 운전하면 경찰이 단속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역주)’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이처럼 의식을 하든 안 하든 사람들은 자동단속장치는 거부하면서, 경찰력을 강화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당함은 순순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글·새라 서 Sarah Seo
아이오와대학 법학사 교수. 저서로 『개방도로에서의 경찰 단속. 자동차는 어떻게 미국인의 자유를 바꿨는가(Policing the Open Road. How Cars Transformed American Freedom)』, Harvard University Press, 2019가 있다. 

번역·조민영 sandbird@hanmail.net
번역위원

 

(1) 『Policing the Open Road. How Cars Trasformed American Freedom 개방도로에서의 경찰 단속. 자동차는 어떻게 미국인의 자유를 바꿨나』, Havard University Pres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