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족을 자처한 아마존 지역의 약탈

2019-10-31     르노 랑베르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세간에 화제가 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 간의 불꽃 튀는 논쟁에 대해서는, 브라질 야권진영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아마존 지역을 농업 비즈니스 기업들에 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처럼 브라질은 영토주권을 포기해야 할까?

 

‘반자유주의적’ 해외 국가원수들에 대한 비판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충실히 수행 중인 역할이다.(1) 마크롱 대통령의 비판 대상으로는 헝가리의 총리 빅토르 오르반, 이탈리아 북부연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 아마존 지역의 화재 이후, 또 한 명이 추가됐다. 새로운 대상은 브라질의 극우파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로, 동성애를 혐오하고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인물이다. 8월 말 과학 주간지 <사이언스>가 상파울루까지 이어지는 브라질 상공의 자욱한 연기와 보우소나루 정부가 추진 중인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정책 간의 연관성을 제기하자,(2) 마크롱 대통령은 “아마존의 통치자가 지구환경에 해로운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아마존 삼림에 국제적 지위를 부여하자”고 제안했다.(3)

 

“무력을 써서라도 아마존을 개방해야”

그러나 전 세계인들이 노력한다고, 1천 년 역사의 아마존 삼림을 벌목사업에서 구할 수 있을까? 엘리제궁은 지구를 마치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2009)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으로 여기는 듯하다. 관객을 매료시켰던 파란 피부의 원주민 나비족 역할을 마크롱 대통령이 맡은 셈이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파란 옷을 입고 내놓은 제안은, 브라질 국민들에게 환영받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대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 1769~1859, 독일의 자연과학자, 지리학자)가 ‘히레아(Hylea, 스페인어로 ‘삼림’이란 뜻)’라고 이름 붙인, 아마존 지역의 주권을 빼앗고자 시도됐던 수많은 프로젝트를 기억한다. 오늘날 마크롱 대통령의 야심은 그들의 야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세기 미국의 해양학자이자 기상학자로 해군성 천문대의 대표를 지낸 매튜 모리(Matthew Fontaine Maury, 1806∼1873)는, 아마존 지역을 점령하고 흑인을 이주시켜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그의 전략은 우선 아마존강 항해가 가능하도록 ‘개방’만 요구하는 것이었다. “모든 언론이 그 의견에 찬성했습니다. 흑인 노예제도 지지자, 무기제조업자, 상인, 해적은 모리의 의견이 과학에도 도움이 되는 무역정책이라며 옹호했습니다.”(4) 역사학자 루이즈 알베르토 모니즈 만데이라가 말했다. 

그러나 1849년, 워싱턴에 주재해 있던 브라질 대표(현재의 대사)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 아마존 지역 항해를 승인할 경우 “미국 기업의 진출과 대량이주를 허용하는 셈이 돼, 워싱턴이 텍사스주를 점령한 것과 같은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브라질 언론에 의해 공개된 1853년 모리의 편지는, 이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해 줬다.(5) “외교적으로 설득해봅시다. 평화적으로 (아마존 지역의) 개방을 얻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도 설명했다. “가능하면 평화적으로, 그러나 불가피하다면 무력을 사용해야 합니다.” 여하튼, 해당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그로부터 약 1세기가 지난 1948년, 유네스코는 국제 아마존 히레아 연구소(IIHA)를 설립했다. 유네스코의 연구원 말콤 해들리는 “원래는 자연과학 연구를 위한 국제센터로 출범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마존 지역의 경제개발이 주요활동 축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내에서 IIHA의 활동을 지지하는 이들은 “아마존의 ‘자연보호구역’에 국제 연구소의 활동을 허용함으로써 국가안보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6) 비판을 주도한 인물들 중 아르투르 베르나르디스 전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1950년 1월 24일 하원 연설에서, “아마존 삼림은 조만간 국제 콘도로 전락할 것이며, 결국 조각조각 나뉘어 식민지의 형태로 점령당할 것”이라고 단언했다.(7)

 

“땅 없는 사람들을 사람 없는 땅으로”

IIHA는 결국 해체됐지만, 다른 의견들이 계속 등장했다. 가장 비현실적인 의견 중 하나는 워싱턴 소재의 허드슨 연구소에서 나왔다. 1967년, 미래학자이자 연구소장인 허먼 칸은 “아마존강을 막아 거대한 내륙 호수를 만들면, 주변 국가 간 왕래도 쉬워지고 에너지도 상당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지리학자 에르베 테리는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그러려면 수 킬로미터의 댐이 필요한데, 댐의 건설로 수위가 높아지면 아마존 지역민들 대부분이 생활 터전을 잃을 것이다.”(8) 그러나 칸의 제안은 1964년 쿠데타 이후 집권한 브라질 군부정권에 의해 수용돼, ‘아마존 삼림에 관한 독트린(Doctrine)’까지 수립됐다. 

브라질의 군부독재 정권은 ‘비어있는 땅’으로 인식되던 아마존 지역의 개발을 위해 다수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가장 상징적인 프로젝트는 북동부에 위치한 카베델로 시와, 볼리비아 국경 인근의 라브레아 시를 연결하는 4,000km 이상의 도로건설 건이었다. 군부는 농업개혁은 등한시한 채, ‘빈곤층의 접근성 강화’라는 명목으로 1972년 도로공사에 착수했으나, 끝내 완공은 하지 못했다. ‘땅 없는 사람들을 사람 없는 땅으로 이주시키자’, 정부의 공식 선전물에 실렸던 문구다.

역설적이게도 브라질 정부의 아마존 지역 독점 의지는, 브라질이 그토록 원하던 경제개방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아마존 삼림은 마르지 않는 보고로 주목받으면서, 자본과 첨단기술로 무장한 다국적 기업들을 브라질로 끌어들였다. 외국 기업들에 아마존을 넘겨주기 위해 아마존에 대한 주권을 공고히 하는 것, 군부정권의 계획은 일견 모순적으로 비쳤다. 집권 당시 내세웠던 목표인 ‘국가개발’에 집중한다는 명분 하에, ‘국가안보’라는 정부의 첫 번째 책임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마침 냉전 시대가 시작돼, 지리적인 국경보다 이데올로기적인 국경이 중요해지면서 브라질 정부의 고민은 끝났다. “당시 세계는 기독교가 지배하는 서구권과, 공산주의가 지배하는 동구권으로 분리됐습니다. 덕분에 브라질 군부정권은 안보와 경제,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서구권에 기대 안보문제를 해결했고, 서구권 국가들로부터 민간투자를 얻어 경제개발을 이룬 것이죠.”(9) 연구원인 아나 크리스티나 다 마타 푸르니엘이 설명했다. 결국 다국적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한 것, 게릴라 세력을 산속으로 쫓아낸 것 모두 ‘브라질의 주권 수호’라는 같은 명목으로 행해진 셈이다.

 

“아마존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1985년 브라질이 민주주의 국가로 복귀했을 당시에는, 환경보존과 원주민 권리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새로운 헌법에도 이 내용이 포함됐다. 제231조에 의하면 “원주민은 대대로 거주해온 땅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는 원주민 거주지역을 구분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1988년에는 고무나무 수액 채취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던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본명: 프란시스쿠 아우베스)가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비틀스의 전 멤버인 폴 매카트니를 비롯해 전 세계 유명인사들이 ‘아마존 보호 운동’에 동참했다. 

그리고 여러 연구결과에서 1970년대에 아마존 삼림 지역의 1천만 ha가 방목장이 됐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전 세계인들의 탄식이 쏟아졌다.(10) “브라질 국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마존 지역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11) 1989년 미국의 부통령이 된 앨 고어는 상원의원 시절 이렇게 선언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한술 더 떴다. “브라질은 아마존 지역에 대해 상대적인 주권만을 가질 수 있음을 수용해야 한다.”(12)

시간이 흐르면서 브라질의 민주 정부는 자국의 환경문제 및 원주민 문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독자적인 로드맵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1992년에는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환경부가 설립됐다. 그리고 같은 해 리우 지구정상회담이 열리기 몇 개월 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은 “야노마미족을 위해 940만 ha의 영토를 조성하겠다”고 공표했다. ‘지속가능하며’, 원주민을 존중하는 개발정책이 수립된 덕분에, 브라질은 주권침해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정권에서 물러나 본업으로 돌아온 군부는 여전히 불안해했다. 그들의 눈에는 원주민 보호구역 지정을 시작으로 마치 아마존 전 지역이 “분열(Balkanization)돼 선진국들이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작은 원주민 구역들이 될까 우려했다. 그리고 환경문제에서도 “국가 평등, 내정 불간섭주의, 원주민의 자결권과 같은 전통적인 원칙들에서 벗어난 국제기준”이 적용될까 봐 우려했다.(13) 과거의 적이 붉은 옷(공산주의)을 벗고 녹색 옷(환경주의)으로 갈아입었다고 여긴 군부는 NGO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아직 위험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1991년 12월 10일, 전 국방부 장관이었던 레오니다스 피레스 곤살베스(Leônidas Pires Gonçalves)는 일간지 <Folha de São Paulo>를 통해, “환경부 장관의 영향으로 과거 공산주의 지도자 루이스 카를로스 프레스테스에게 느꼈던 수준의 분노를, NGO에도 가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브라질 농민협회 대표 출신인 리카르도 살레스를 환경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군부정권 시절 동료들이 가졌던 생각을 되새겼다. 그에게 아마존 지역은 자원의 보고로, 수익을 위해서도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다. 보우소나루의 입장이 그렇다 보니 다국적 기업들에 대해 온갖 의혹이 터져 나왔다. 남미 국가들의 환경보호를 최우선시한다고 주장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실상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07년 ‘국제사회’가 에콰도르 정부의 제안을 무시한 일만 봐도 그렇다. 에콰도르 측에서 아마존강 유역에 위치한 야수니 국립공원의 석유자원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기대 개발수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보상을 제안했으나 무시한 것이다.(14) 그러나 수백만 명의 브라질 국민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극에 달한 나머지, 그가 제기하는 의문들을 모두 망상으로 여겼다. 

 

“미국의 핵무기고야말로 국제화해야”

아마존 지역의 파괴를 “전 지구적 문제”로 규정하고 “브라질 내부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비판했던(2019년 8월 26일 트위터) 마크롱 대통령은 2019년 12월,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 “아마존 원주민의 안위와 아마존 지역의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보장하는 장기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15) 과거 소말리아(1992), 아이티(1994), 구유고슬라비아(1999)의 군사개입에 찬성했던 이 ‘인도주의자’가 과연 기후문제 개입권을 어떻게 주장할지 두고 볼 일이다. 

“UN 안보리는 아마존 삼림의 파괴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따라서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 프랑스 국방전략연구원의 대표인 장-밥티스트 장젠느 빌메르는 2019년 8월 27일 <르몽드>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보호 범위를 설정하고 삼림파괴를 막고자 무력을 사용하는 군사적 개입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부적절하고 위험한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10년이고 20년이고 지속된다면, 그래서 환경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면 이런 방안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 군부의 반동적 민족주의를 비판하고 공격한다고 해서, 아마존 지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2000년 11월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브라질 노동자당의 지도부 소속인 크리스토밤 부아르케는 아마존 지역의 국제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부아르케의 답변은 브라질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만일 미국이 아마존 지역을, 신뢰할 수 없는 브라질의 손에 맡길 수 없다는 이유로 국제화하려 한다면, 미국의 핵무기고 또한 국제화해야 합니다. 미국이야말로 핵무기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오늘날 아마존 열대우림의 화재보다 훨씬 큰 피해를 일으키지 않았습니까?”(16) 

 

 

글·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번역위원

 

(1) Serge Halimi, Pierre Rimbert, ‘Libéraux contre populistes, un clivage trompeur(한국어판 제목: 포퓰리스트들과 자유주의자들의 기만적 대립)’,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8년 9월호.

(2) Herton Escobar, ‘There’s no doubt that Brazil’s fires are linked to deforestation, scientists say’, <Science>, Washington, DC, 2019년 8월 26일.

(3) Agence France-Presse (AFP), 2019년 8월 29일. 

(4) Luiz Alberto Moniz Bandeira, 『Presença dos Estados Unidos no Brasil』, Civilização Brasileira, Rio de Janeiro, 2007년. 다음 단락에 포함된 내용도 이 저서에서 발췌된 것이다.

(5) <Correio Mercantil>, Rio de Janeiro, 1853년 9월 12일.

(6) Malcolm Hadley, ‘La nature au premier plan. Les premières années du programme environnemental de l’UNESCO, 1945~1965 환경을 일순위로. 초창기의 유네스코 환경 프로그램’, <Soixante ans de science à l’UNESCO 1945~2005: Collectif 1945-2005 60년 동안의 유네스코 과학 분야 활동 기록>, Unesco, Paris, 2006.

(7) J. Taketomi, ‘Artur Bernardes, a luta contra os EUA e a internacionalização da Amazônia’, 2017년 9월 24일, www.portaldoholanda.com.br

(8) ‘Pourquoi l’Amazonie? Présentation d’une recherche et d’un espace 왜 아마존인가? 연구 내용 및 지역 소개’, 프랑스 지리학자 협회(Association de géographes français) 회보, n° 441-442, Paris, 1977년 3~4월.

(9),(10) Ana Cristina da Matta Furniel, ‘Amazônia. A ocupação de um espaço: internacionalização x soberania nacional(1960~1990)’, 국제관계학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제출된 소논문, 리우데자네이루 가톨릭 대학교, 1993년 12월 14일.

(11) Alexei Barrionuevo, ‘Whose rain forest is this, anyway?’, <New York Times>, 2008년 5월 18일. 그러나, 2019년 앨 고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12) Chantal Rayes, ‘Amazonie: Bolsonaro répond à la pression internationale 아마존: 보우소나루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답하다’, <Libération>, Paris, 2019년 8월 24일.

(13) 1998년과 2001년에 출간된 브라질 육군사관학교의 문서, Adriana Aparecida Marques, <Amazônia: pensamento e presença militar>(정치학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제출한 논문)에서 인용. 상파울루대학교, 2007.

(14) Aurélien Bernier, ‘En Équateur, la biodiversité à l’épreuve de la solidarité internationale(한국어판 제목: ‘에콰도르 야수니 프로젝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2년 6월호.

(15) Silvia Ayuso, ‘El G7 moviliza 18 millones para combatir el fuego en la Amazonia’, <El País>, Madrid, 2019년 8월 26일.

(16) ‘A internacionalização da Amazônia’, <O Globo>, Rio de Janeiro, 2000년 10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