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의 남성 동성애

“비브르 사 비”

2019-10-31     로즈 스켐브리 l 사회학자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제약이 심하고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굳건하게 자리한 알제리에서, 남성 동성애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남성 동성애자들은 주로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세상의 문을 열고, 자신의 본성을 거부하게 하는 장애물을 뛰어넘고자 한다.

 

오랑의 거리에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자, 열린 창문 사이로 라이유(Raï, 알제리에서 시작된 현대 대중음악 장르-역주) 한 소절이 흘러나왔다. “넌 날 사랑해, 오케이 베이비/ 난 널 믿는 척하지, 하비비(habibi, 아랍어로 my baby, my darling-역주)/ 내 심장은 널 사랑하라고 하지만, 나는 네가 나쁜 놈인 걸 알아.” 

알제리의 남성 가수 셰이크 마미두(Cheikh Mamidou)의 성 정체성은,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밝히는 젊은 운전자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셰이크 마미두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나 그의 외양적 모습은 동성애자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젊은 운전자는 “이상할 것 없어요. 음악이 좋으면 된 것 아닌가요?”라고 말한다. 가수들 중 독특한 행동을 하는 부류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유흥업소의 라이유 가수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술과 매춘, 동성애가 혼재하는 유흥업소는, 사회의 변방에 한해서만 용인되고 있다. 

동성애가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게이들은 지정된 장소에만 머물러야 하며, 사람들은 동성애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린다. 알제리 사회는 극히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다. 가정과 학교는 물론, 많은 종교기관, 법률기관에서 태어날 때부터 규범에 순응할 것을 주입한다. 또한 결혼과 출산을 삶의 정점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동성애라는 단어가 나오면, 정신과 의사나 이맘(이슬람교의 지도자)의 상담을 받아야 하는 병으로 취급한다. 서구사회는 알제리에 ‘게이 정체성’을 수출하려 했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1) 2018년 7월, 일부 아랍어권 언론은 알제리 주재 영국 대사관이 런던에서 열린 퀴어 퍼레이드 조직을 기념하는 뜻에서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깃발을 내건 사실을 규탄했다.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게이들은, 청소년기에 세상에 홀로 서있는 듯한 고독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처음으로 동성을 향한 욕망을 경험했거나 첫 성경험을 한 후, 그들은 자신들이 자연의 본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까지 동성애라는 말은 사람들 입에 거의 오르내리지 않았고,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낯선 단어였기 때문이다.

35세의 슬리만은 알제리 서부 모스타가넴 출신으로, 알제리에 살고 있다. 변호사인 그는 파트너와 함께 스페인에 가서 살 계획이다. 그는 청소년기에 겪었던 고립감의 이유를, 완벽한 프랑스어로 매우 명쾌하게 분석했다. “당시에 나는 다른 동성애자들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동성애는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인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런 ‘특별함’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나는 처음 성관계를 맺었을 때 항상 수동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 점에서 나는, 동성애자들 중에서도 다소 특이한 존재였다.”

먼 훗날 서구의 TV 채널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들을 접하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욕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죄책감 비슷한 감정도 있었다. 동성애는 자연을 거스르는,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숨어서 몰래 성행위를 했다. 즉 그것은 금지된 행위였기 때문에, 그 어디서도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던 것이다.”

 

혐오와 가난은 그들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이런 북아프리카의 상황에서, 동성애 욕구를 어떤 단어들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언어학 박사인 마리엠 겔루즈에 의하면, “아랍어로 동성애를 뜻하는 모든 용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동성애를 뜻하는 언어는 그 자체로, 각각의 언어체계 안에서 상처와 차별을 담고 있다. 동성애를 나타내는 언어는 동성애 혐오를 표현하는 기호일 뿐 아니라, 언어 자체가 동성애 혐오를 나타낸다.”(2) 예를 들어 동성애자에게는 여성적인 이름이나 ‘Attay’라는 단어를 붙이는데, 이것은 단어 그대로 ‘주는 사람’이라는 모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자아를 확립하는 청소년기에, 자신을 생각할 때 이런 모욕적인 단어들을 떠올려야 한다면 몹시 고통스러울 것이다. 

알제리 내전이 치러진 암흑기(1992~2000) 이후, 인터넷과 케이블TV를 접하며 성장한 청년들은 이전과 확연히 다르다.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접하는 새로운 미디어들은 죄책감을 주지 않는 담론들, 긍정적인 모델들을 제공한다. 23세의 학생인 아민은 농담하듯 털어놓았다. “<데그라시>(Degrassi, 십 대들의 문제를 생생하게 다룬 캐나다의 청소년 드라마)의 등장인물 마르코는 내 인생을 바꿨다. 그 덕분에, 나는 내가 게이임을 알게 됐다.”

카페, 목욕탕, 극장, 바, 술집, 디스코텍, 거리…. 두 남자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차고 넘친다. 파트너를 찾는 것은 눈짓 한 번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성관계를 위한 ‘외진 장소’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3) 임금은 낮고 임대료는 비싼 현실 속에서, 대부분의 청년들은 독립된 주거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개인의 성적, 정서적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장 빈곤한 사람들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다. 그들이 성관계를 맺을 곳이 공공장소밖에 없다면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경찰, 강도, 동성애 혐오자들의 공격은 물론, 위생 문제도 발생한다. 즉흥적으로 관계를 맺거나, 피임기구가 없을 때는 특히 심각하다.

이들의 성행위는 성적 역할이 분명하다. 술리만은 성적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상대를 만나면, 체격과 피부색, 이목구비, 말투에 따라 그 사람이 능동적일지 수동적일지 판단한다. 보통 상대적으로 젊고, 경험이 적으며, 수동적이고, 고상한 이미지를 가진 쪽이 여성 역할을 맡는다.” 성별의 계급과 남성의 지배는 동성애 관계에서도 존재한다. 자신이 능동적 성향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능동적 성향이란 남자로서의 위엄을 고수하고, 여성성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을 전부 배제한 채 남성성을 구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밀한 장소에서 이들의 역할은 생각보다 더 자주 뒤바뀐다. 거리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시선만으로 파트너를 구하기도 한다. 누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외모에 따라 결정된다. 반면 인터넷이나 채팅 사이트에서는 좀 더 솔직한 대화가 오간다. 이런 가상의 공간에서는 영혼과 육체를 분리함으로써 더 자유로운 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라인더(Grindr)나 게이로미오(GayRomeo) 같은 남성 동성애자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SNS를 이용하면 익명성을 철저하게 보장받으면서 덜 위험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처럼 성관계는 우발적인 만남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성에 더 이상 구애받지 않는다.

 

망명은 유일한 생존법이다
 
인구학자 자히아 우아다-베디디는 2005년에 발표한 한 논문에서 이슬람 전통과 알제리 법체계 안에서 결혼이 지닌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알제리 사회에서 결혼이란 가정의 기본원칙이며, 개인과 사회의 관계조직을 통틀어 플랫폼 역할을 한다. 결혼은 종교적 의무이자 사회적이고 법적인 행위이며, 사랑과 애정을 목적으로 한 개인의 행위로 간주된다. 결혼은 항상 개인, 특히 여성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였다.”(4)

많은 남성이 이런 인식을 확고하게 만든다. 서른을 앞둔 미혼의 엔지니어로,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카림도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결혼 위에 세워진 하나의 피라미드다. 가족과 여자를 소유하려는 욕망에 관한, 그리고 종교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은 종교 내에서 용인하는 결혼이 인간관계와 애정, 정서적 측면에서는 물론, 사회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한다.” 남성은 결혼을 해야 신에게 진 빚의 절반에 해당하는 종교적 의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적 안정과 성공, 성취 등 모든 욕망을 결혼을 통해 충족하려 한다. 

반면, 그들은 게이의 삶을 방탕하고 수치스러우며 외로운 것으로 상상한다. 이처럼 (사회적 표상의 질서를 본질적으로 드러내는) ‘결혼’과 ‘동성애’라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은 팽팽하게 대립한다. 알제리에서는 동성애 커플이 동거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대다수 남성은 부모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종해야 한다. 따라서 결혼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관점과 규범을 따를 수밖에 없다. 주로 재정적 의존과 관련되는 가족주의는 개인의 욕망 실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슬리만은 알제리에서 게이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망명’이라고 주장했다.

“내 경우, 알제에서 살려고 모스타가넴을 떠났다. 이것도 망명이나 마찬가지다. 그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헤어지게 됐다. 도시든 국가든, 사는 곳을 바꿔도 마찬가지다. 현재 알제리에서 당신이 당신 방식대로 살아가려면, 탈출할 용기가 필요하다. 당신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집단(Arch: 마을, 대가족, 민족)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노동시장이 제대로 기능해서 일자리와 독립된 거주공간을 얻기 쉽고, 이동이 쉬워질수록 사람들이 동성애 정체성을 받아들이기도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으로 우리는 가족 안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재정적 의존이라는 문제도 있다. 아버지는 자신이 소유한 땅의 일부를 당신에게 증여한다. 당신은 아버지 집 옆에 당신 집을 짓는다. 이런 식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런 방식으로 살아간다.”

슬리만의 논리는 미국의 역사학자 존 데밀리오의 주장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 존 데밀리오에 의하면, 미국에서 동성애 정체성이 출현한 시기는 급여노동자가 가족으로부터 독립할 경제적 여건을 갖추던 시기와 일치한다.(5) 다만 데밀리오가 기술한 그 긴 과정은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됐다는 점과, 오늘날 알제리와는 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공간(서구사회, 특히 미국을 가리킴-역주)에서 일어난 변화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서구사회에서와 마그레브(알제리, 모로코, 튀니지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지방)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특히 가족과의 관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동성애 정체성’과 ‘성적 지향성’이란 개념은 1969년, 뉴욕의 게이바 스톤월(Stonewall) 폭동(맨해튼의 작은 게이바인 이곳에서 경찰의 무리한 검문에 대한 저항으로 스톤월의 손님들과 구경꾼들이 폭동을 일으킨 사건으로, 미국 게이 인권운동의 시초가 됐다-역주) 이후 동성애자들의 권리 주장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슬리만을 비롯해 이런 개념을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지만, 대다수 남성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알제리에서 LGBT+의 권리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하라 이남 일부 국가들에 견줄 만한 대대적인 억압은 없었지만, 알제리에서 동성애 행위는 형법에 의거해 500~2,000디나르의 벌금과 2개월~2년의 징역형에 처하며, 파트너가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가중처벌된다. 게다가 알제리 당국은 인권단체 설립을 금지하고 있어서, 인권단체들은 지하에서 활동하고 있는 처지다. 

2월 22일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LGBT+를 위한 혁명이 될 것인가? 여하튼 이런 저항은 이미 기존 정치체제에 영향을 미쳤다. 성생활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와 종교적 금기의 압박에 다 함께 합심해 저항한다면, 게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한층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에 제정된 알제리 LGBT+의 날인 10월 10일을 기념하는 것은, 아직까지 SNS에 한해서 가능한 현실이지만 말이다. 

 

 

글·로즈 스켐브리 Rose Schembri
사회학자

번역·조민영sandbird@hanmail.net
번역위원

 

(1) Joseph Massad, 『Desiring Arabs』,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7년/ Frédéric Lagrange, 『Islam d’interdits, islam de jouissance 금지의 이슬람, 쾌락의 이슬람 』, Téraèdre, Paris, 2008년.

(2) Mariem Guellouz, ‘Homosexualité masculine dans les pays du monde arabe: une question linguistique? 아랍권 국가들에서 남성 동성애: 언어학적 문제인가?’, <Miroir/Miroirs>, n°6, Paris, 2016.

(3) 이 문제는 혼외 이성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Pierre Daum, ‘Sexe, jeunes et politique en Algérie 알제리의 성, 젊은이들, 정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4년 8월호.

(4) Ouadah-Bedidi Zahia, ‘Avoir 30 ans et être encore célibataire: une catégorie émergente en Algérie 서른 살이 된다는 것과 그때까지 독신으로 지낸다는 것: 알제리에 새롭게 나타나는 부류’, <Autrepart>, n° 34, Paris, 2005년.

(5) John D’Emilio, ‘Capitalism and gay identity’, in Henry Abelove, Michèle Aina Barale & David M. Halperin(editor), 『The Lesbian and Gay Studies Reader』, Routledge, New York, 199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