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에서 사모펀드가 실패하는 이유

2019-11-29     이브라힘 와르드 l 국제금융학자

파키스탄 출신 기업가 아리프 나크비는 2002년 두바이에 투자전문회사 ‘아브라즈’를 설립해, 근동지역 투자자들이 소유한 1억 1,600만 달러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16년 후, 140억 달러에 가까운 투자금을 보유한 이 기업은 신흥시장에서 최대규모의 사모펀드 전문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추락이 이어졌다.

 

 

비상장 기업들을 사들여 몇 년 후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방식의 투자모델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 모델은 개발도상국들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개도국들은 비공식경제, 국가의 지배력, 외부 주주들에게 폐쇄적인 가족기업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개도국에는 이런 유형의 전문적인 경제활동에 필요한 법률, 기관 및 상업적 관행이 부재한다. 불리한 점은 또 있다. 페르시아만 국가들과 이슬람 세계에서는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싫어해서 당초 LBO 또는 금융기관차입부 기업 매수(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수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역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런 종류의 활동들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을 하면서 부유해진다”
 
그래서 나크비의 모험은 위험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결국 시장을 설득했다. 2007년, 그는 카이로에 기반을 둔 ‘EFG-에르메스’ 투자은행의 25%를 되팔아 16개월 만에 출자금의 2배를 벌었고, 같은 해 ‘이집션 퍼틸라이저’사의 전매(轉賣)로 8개월 만에 39%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민영화와 유가폭등, 그리고 ‘기업 매수의 왕’(1) 나크비 덕분에 기업 매수-전매는 이 지역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아랍어로 ‘탑’을 뜻하는 아브라즈는 먼저 근동국가들 그다음 중동지역, 북아프리카, 남아시아(MENASA: Middle East, North Africa and South Asia-역주)에 자리를 잡은 후, 곧 모든 대륙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브라즈는 20여 개 지사를 통해 모든 분야의 수많은 기업을 관리했다. 미국에서 탄생한 운영원칙들을 경영에 성공적으로 적용했고, 자금을 지역별, 분야별로 편성했다. 윈윈 원칙은 모든 관계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예상됐다. 매수된 기업들은 영업수지 개선 및 경제 전반에 이득이 될 경영전문화를 보장받고, 아브라즈는 기업을 되팔 때 시세차익의 약 20%를 배당받으면서 동시에 자산총액 중 1.5%를 경영비용으로 획득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아브라즈의 설명에 의하면, 연 17%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아브라즈는 재무적 성과 외에도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를 위해 헌신한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세계 유명인 대열에 올라선 나크비는 새로운 밀레니엄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연설하는 오피니언 리더가 됐다. “세계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통찰력 있는 경영자”라는 이미지는 사람들을 매혹하기 충분했다. 그는 “좋은 일을 하면서 좋은(부유한) 상태를 유지한다”(2)고 주장했다. 다보스 세계 경제포럼,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 그리고 행복한 세계화를 표방하는 모임들에 익숙해진 그는 어디에서나 자신의 이상주의를 알리고, 바람직한 지배구조와 투명성과 청렴성에 대해 끊임없이 자화자찬했다.

지속가능개발의 예찬자이기도 한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생산 및 소비 모델을 바꿀 수 있는 투자를 실행했다. 그는 아브라즈가 투자하기로 한 시장들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맹렬히 비판하며, 거대 사모펀드 투자에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에 유감을 표했다. “신흥시장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교만이자 지적 나태다. 이제 이 단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제 ‘글로벌 성장 시장’이라고 해야 한다.”(3)

 

보건 분야에서 대성공을 거두다

힘과 네트워크를 가진 나크비는 민간 부문과 성과 중심주의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약속으로 그칠 때, 나크비는 과학적 평가방법과 구체적인 결과에 열중했다. 그는 ‘임팩트 투자(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 기업에 투자하는 것-역주)’의 논리에 비춰 사회적, 인간적 또는 생태적 파급효과가 재무적 성과와 동일하게 측정될 수 있고, 측정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5년 명망 높은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한 연구팀이 아브라즈에 대해 연구논문을 작성하고, 이 논문을 위엄 있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포하자, 나크비의 명성은 한층 높아졌다. 논문에서는 아브라즈 기업의 ‘경이로운’ 상승세에 관해 설명하고, 기업의 ‘모범사례’ 및 ‘가치 창출’ 방법들을 감탄과 함께 분석하면서 이 기업의 보건 분야 활동에 특히 주목했다.(4)

사실 바로 이 보건 분야가 아브라즈가 가장 성공을 거둔 분야다. 나크비는 공공부문과 자선단체들이 방치한 분야에 민간기업이 부재하는 상황을 한탄했었다. 10억 달러를 보유한 ‘아브라즈 그로스 마켓 헬스 펀드’는 민간기업, 대중,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자선단체 간 대통합을 통해 보건 분야를 활성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나크비는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서서, 최빈국들이 겪는 의약품 공급부족 현상을 해결할 최신 의학기술을 제공하면서 ‘우수한 지역 보건센터 네트워크’라는 전망을 제공하고자 했다.

또한, 그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운동의 최전방에도 자리했다. 2012년에는 UN 글로벌 콤팩트(UN이 세계적인 대기업들에 세계 경제의 국제화에 따르는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호소한 선언적 맹약-역주)에 서명했고, 같은 해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그를 이사회에 임명했다. 이사회 구성원 중 나크비만이 유일하게 사모펀드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실제로도 아브라즈는 2015년 채택된 17가지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를 가까이에서 지지해왔다. 17가지 개발목표 중 3번째 목표(“모든 연령층의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한 삶 보장 및 복지증진”)는 보건이 더 이상 의료관계자들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회의 비전을 확인시켜 준다.(5)

아브라즈는 이런 상황을 통해 경제발전에 연관된 모든 중요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세계은행의 민간금융 부문 산하기관인 국제금융공사,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슬람개발은행(IDB),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OPIC), 프랑스 개발청 산하 프로파르코, 영국 CDC그룹, 독일투자개발공사(DEG), 그리고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포함한 다른 여러 기관에서 아브라즈의 펀드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빌 게이츠와의 친분, 자선상 수상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한 명인 빌 게이츠와 다져온 친분 덕분에 나크비의 신뢰도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나 자선사업 세계에서 더욱 공고해졌다. 빌 게이츠는 거대기업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이후 자선활동에 시간을 쏟고, 자금력을 동원해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면서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데 헌신하고 있다. 2010년에는 부인 멜린다, 투자가 워런 버핏과 함께 ‘더기빙플레지’ 캠페인을 시작하며 “죽기 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나크비를 포함한 전 세계 200명 이상의 대부호들도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나크비는 자선사업 분야에서도 역량을 드러냈다. 파키스탄에 설립한 나크비의 가족재단 ‘아만’은, 국내 “가장 취약한 계층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1억 5,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6) 나크비는 교육 분야에서도 620만 파운드(약 700만 유로)를 기부해 ‘금융‧사모펀드 분야에서 최초의 석사과정’을 만들었고, 자신의 모교이자 부인과 가족 8명의 모교인 런던 정경대학교 내에 ‘아브라즈 그룹 금융‧사모펀드 강좌’를 신설했다. 예술 분야에서는 ‘거물 수집가’의 지위를 즐기며, 아브라즈 캐피털상을 신설해 후한 상금과 함께 창작을 장려했다. 하지만 아브라즈의 설립자는 시상에 그치지 않고, 때로는 수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2015년, 나크비와 그의 부인은 BNP 파리바 개인 부문 자선상을 수상했다.(7)

2017년 9월까지도 아브라즈는 영광의 절정에 있는듯했다. 나크비는 밀컨 재단이 주최한 ‘아시아 써밋’이 열린 싱가포르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밀컨은 한때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역주)의 왕으로 불리다가 1년 동안 징역을 산 후 자선사업과 장기경제전망으로 전향한 쇠락한 투자가의 이름이다.(8) 나크비는 아시아 써밋에서 장기적인 투자 방법에 관해 설명했다.(9)

마침 아브라즈 그룹은 30개 개발도상국의 사회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60억 달러(약 53억~54억 유로)라는 그룹 역사상 최대 금액의, 최고로 야심 찬 펀드레이징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10) 그의 능란한 사교술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마지막 투자자 회의의 주빈은 다름 아닌 존 케리 전 미 국무부 장관이었고, 키토 더부르를 고용하며 아브라즈 그룹의 경영진을 보강했다. 더부르는 유명 컨설팅 회사 맥킨지의 중동 대표를 맡았다가, 토니 블레어의 후임으로 ‘중동평화 중재를 위한 4자 기구’ 특사를 지낸 인물이다. 더부르는 “전 세계 주요 투자자 대부분의 마음을 사로잡고, 고무적인 자본주의를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대표하는”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는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11)

 

절정에서의 추락, 잔은 몽땅 비었다
 
그러다 사소해 보이는 한 사건이 추락의 시작을 알렸다. 2017년 9월 27일, 익명의 한 공익제보자가 해밀턴 레인(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의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그리고 분명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현재 진행 중인 펀드레이징을 믿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한, 아브라즈 내의 실제 지배구조가 알려진 것과 다르며, 직원들은 침묵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나크비는 이를 전면으로 부인했다. “회사를 제물로 바치기 위한 정치적 공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신을 걸고 맹세한다”고 했다. 아브라즈는 회계감사 전문 대기업 KPMG가 ‘독자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KPMG는 아브라즈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래서 그 보고서는 호의적으로 작성된 것이었다.(12)

해밀턴 레인사는 안심한 듯 보였고, 아브라즈의 다음 펀드에 1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듯했다. 2018년 1월, 나크비는 늘 그래왔듯 다보스 포럼에 공공보건 분야 패널로 참석했다. 빌 게이츠와 두 명의 의료계 전문가 옆에서 그는 자신의 열정과 자기 만족감을 과장했다. “나도 빌처럼 낙천주의자다. 그래서 나는 잔이 반이나 찼다고 생각한다. 잔이 반이나 비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13)

하지만 대중들이 그때까지도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또 다른 3개 투자처인 국제금융공사, CDC 그룹, 프로파르코에서 아브라즈의 투자금 사용처를 알고자 전문가의 감정을 요청했었다는 것이다. 다른 투자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몇 주 동안, 모두가 미심쩍어하던 내용을 확인해주는 전문가들의 보고서가 쏟아졌다.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케냐 그리고 인도에 병원을 짓는 데 쓰여야 할 약 2억 3,000만 달러를 나크비가 횡령했던 것이다. 나크비의 ‘제국’은 아브라즈나 자선단체들의 기금에 한정되지 않았다. 이 제국의 설립자는 자신의 명의로 된 기업들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측근의 명의로 된 기업들까지 다스리고 있었다. 그의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에는 요트 한 대와 전용기 한 대도 포함돼 있었다.

자금 운용의 불투명함과 규제의 융통성을 신봉하던 나크비는 아브라즈 그룹과 여러 펀드를 케이맨 제도(카리브해에 있는 영국 영토-역주) 관할로 등록했고, 그룹의 다른 사업체들은 두바이, 모리셔스 섬, 런던, 뉴욕의 법을 적용받고 있었다. 결국, 어떤 법규도 단독적으로는 그룹의 활동 전체에 대해 알 수 없었다.(14) 다른 사기 사건들과 마찬가지로,(15) 아브라즈가 구현한 이상은 떠벌리기는 쉬웠다. 나크비는 권력자들의 환심을 샀고 그들은 나크비의 활동을 암묵적으로 지지했다. 이렇게 축적된 신탁자본을 통해 나크비는 ‘상당의 주의(어떤 사업에 있어 의사결정 이전에 주의를 다하고 계획을 수립해 수행해야 하는 주체의 책임-역주)’(감시 감독) 의무를 회피하면서 전 세계 최대 투자자들을 속일 수 있었다.

폭로가 이어졌고, 카드로 만들어진 성은 계속해서 무너져 내렸다. 1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가리고, 5억 달러에 가까운 가상소득을 만들어냈던 연막은 흩어져버렸다. 뉴욕 남부 법원의 강호, 화이트칼라 범죄전문가인 제프리 버먼 검사 그리고 금융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미 사법부의 등장으로 제보편지와 내부녹취를 기초로 하는 명백한 증거들이 모였다. 적어도 5년 전부터 아브라즈는 수지를 맞추기 어려웠다는 사실, 그리고 나크비가 개인적으로 체계적인 횡령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 이상주의자의 감언이설은 사실이 아니었다. 나크비는, 불법적인 행동이 단지 ‘전략’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16) 파렴치한 마피아 두목이나 마찬가지였다.

 

추방과 징역을 앞둔 ‘기업 매수의 왕’

2016년, 나크비는 당시 파키스탄 총리였던 나와즈 샤리프와 그의 형제 셰흐바즈에게 선거비용과 친정권 NGO단체들에 대한 지원 등 2억 달러의 뇌물을 건넸다. 2018년 4월, 아랍에미리트 사법부는 나크비에게 4,800만 달러어치(약 4,300만 유로) 부도수표를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징역 3년 형에 처할 사안이었지만, 합의를 통해 기소는 중지됐다. 그러나 며칠 뒤, 이번에는 미 사법부에서 나크비와 나크비의 협력자 5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런던 공항에서 체포된 나크비는 영국 사법부 역사상 최고 금액인 1,900만 달러(약 1,700만 유로)의 보석금이 마련되길 기다리며 몇 주 동안 수감됐다. 현재 나크비는 자신의 런던 아파트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며 미국으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으로 추방되면, 그는 남은 생을 철창 안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나크비 사건 때문에 신흥시장과 근동지역의 금융 가치는 하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지역에 유치된 매입자금은 지난 5년간 유치된 평균금액의 1/3밖에 되지 않는다.(17) 아브라즈를 간판 기업으로 내세웠던 두바이 국제 금융센터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안간힘을 썼고, 두바이에서는 파산과 관련한 새로운 법이 8월에 발효됐다. 파키스탄 역시 이번 사건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파키스탄의 재무전문가들은 국제신용상업은행(BCCI)을 기억한다. BCCI 역시 ‘예지력 있는’ 파키스탄인 아그하 하산 아베디가 설립하고 아랍 자본이 출자한 회사로 1991년 몰락한 바 있다.(18)

그렇다면 아브라즈 그룹은 어떤 상황일까. 2018년 6월 18일, 케이맨 제도의 법원은 아브라즈 그룹을 임시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브라즈 그룹의 흔적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했다. 근동지역의 몇몇 사모펀드 회사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아브라즈의 채권자들은 ‘신흥시장’ 출신이 아닌 선진국 기업들을 선호했고,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토머스 배럭이 소유한 미국의 콜로니 캐피털이 매수 계약을 체결했다.

돌이켜보면, 투자자들과 규제기관들이 어떻게 이 기업을 맹신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수많은 징후가 이들의 의심을 깨웠어야 했고, 그들은 아브라즈의 엄청난 지출, 불투명성, 이익 분쟁, 정치계와의 밀접한 관계 등에 대해 우려했어야 했다. 서류상으로는 아브라즈의 시스템은 신뢰를 주기에 완벽했다. 무엇보다 나크비의 자기 과시가 도를 넘었다. 그 때문이라도 좀 더 엄격한 관리가 이뤄졌어야 했다. 어느 날 자신의 탁자에 위선자가 함께 있음을 이야기했던 미국의 철학자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의 격언을 마음속에 새겼어야 했던 것일까.


“그가 자신의 명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수록, 우리는 우리 몫의 은화를 더 빨리 셌다.” 

 

 

글·이브라힘 와르드  Ibrahim Warde
플레쳐국제법외교학전문학교(메드퍼드, 매사추세츠) 부교수, 저서로 『Propagande imperiale et guerre financiere contre le terrorisme 테러리즘에 맞서는 제국주의 프로파간다와 금융전쟁』(2007)이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David Lanchner, ‘The Gulf’s buyout king’, <Institutional Investor>, New York, 2008.7.16.
(2) Anand Giridharadas, 『Winners Take All: The Elite Charade of Changing the World』, Random House, New York, 2018.
(3) Preeti Dawra, ‘Asian Conversation – Redefining emerging markets: Arif Naqvi of The Abraaj Group’, Live Mint, 2017.10.7, www.livemint.com
(4) William F. Meehan, Ali Gara, ‘The Abraaj Group: Making of a global private equity firm’, 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 2015, www.gsb.stanford.edu
(5) “모든 연령층의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한 삶 보장 및 복지증진”, 지속가능개발 목표, 국제연합, 2017.
(6) Aman Foundation, www.theamanfoundation.org
(7) ‘BNP Paribas prize for individual philanthropy 2015 grand prize – Naqvi family (Aman Foundation)’, <The Economist>, London, 2015.5.17, http://sustainablegiving.economist.com
(8) 다음 기사 참조. ‘Michael Milken, ange et martyr 마이클 밀컨, 천사와 희생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93년 8월호.
(9) ‘Framework for investing for the long term’, Milken Institute, Santa Monica, 2017년 9월, www.milkeninstitute.org
(10) Landon Thomas Jr., ‘Leading private equity firm accused of misusing funds’, <The New York Times>, 2019.2.3.
(11) Simon Clark, Nicolas Parasie 그리고 William Louch, ‘ Private-equity firm Abraaj raised billions pledging to do good – then it fell apart’,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2018.10.16.
(12) Javier Espinoza, ‘Abraaj scandal a “wake-up call” for advisory industry: KPMG’s ties with private equity firm raise alarms for sector’, <Financial Times>, London, 2019.6.26.
(13) Tracy Alloway, Dinesh Nair 그리고 Matthew Martin, ‘The downfall of Dubai’s star investor’, <Bloomberg Businessweek>, New York, 2018.6.14.
(14) Simon Clark, ‘How Abraaj slipped between global regulators’, <Wall Street Journal>, 2019.4.1.
(15) Ibrahim Warde, ‘Ponzi, ou le secret des pyramides 금융 사기의 원조’ 찰스 폰지의 기발한 사기술’, ‘Bernard Madoff, à la barbe des régulateurs de la finance 자본주의 농락한 메이도프, 우리 욕망의 자화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09년 8월호.
(16) Massoud A. Derhally, ‘Abraaj executives fleeced firm in deception founder said was “like playing poker”’, The National, Abou Dhabi, 2019.6.19.
(17) ‘The biggest collapse in private-equity history will have a lasting impact’, <The Economist>, 2019.5.18.
(18) Farooq Tirmizi, ‘The heir to Agha Hasan Abedi’, Profit, 2018.11.5, https://profit.pakistantoday.com.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