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매력적인 무기 거래국
예멘 내전이 4년째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무기판매 여론이 공론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럽 국가들, 특히 주요 무기수출국들은 ‘국가의 이성(Raison d’État)’을 운운하며 입장 표명을 하더니,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무기를 계속 판매하는 길을 선택했다.
2019년 5월 말,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소속 마르세유항구 인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선박 ‘바흐리 타북’에 실릴 화물들을 검사했다. 포탄이라고 의심됐기 때문이다. 며칠 전, 벨기에에서 화물을 선적한 ‘바흐리 얀부’ 선박도 프랑스 르아브르 항구에 입항하지 못했다. 5월 20~21일, 이번에는 이탈리아 노조가 제노바 항구에서 선박 한 대의 출항을 막는 파업을 벌인 끝에, 해당 화물을 검사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냈다. 이 모든 사례에서 항만 노동자들은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맹국들을 비난하는 의원들, NGO와 뜻을 함께했다. 오랜 무관심 끝에 드디어 ‘비판 의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일까?
예멘의 전쟁 연대기는 2014년에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에 진격하면서 시작됐다. 시아파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2004년부터 정부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2015년 2월 15일, UN안보리는 전쟁을 비판하고 종전을 요구하는 ‘결의안 2201호’를 채택했다. 이후로도 여러 번 결의안을 갱신했다. 일례로 2015년 3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수단, 모로코가 속한 아랍연합군을 이끌고 첫 번째 군사작전을 개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1)
장례식장, 결혼식장 폭격…
민간인 안전은 없다
UN에 의하면, 예멘 인구 중 약 2,410만 명이 원조대상이다. 이는 예멘 총인구(2,957만 9,986명, 2019 통계청, UN, 대만통계청 기준-역주)의 약 81%에 달하며, 이 가운데 1,430만 명은 원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2018년 말, 내전 때문에 이주민 480만 명, 부상자 6만 명, 사망자 1만 명이 발생했다.(2) ACLED(무장분쟁 지역 및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 등 주요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는 NGO들에 의하면, 9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이 중 1만 1,700명이 민간인이다.(3) 2018년 2월, UN은 “지구상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경고했다.
많은 NGO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맹국들에 민간인의 안전은 뒷전이다. 수십 건의 비극적인 사례 중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자면, 2016년 10월 장례식장 폭격(140명 사망), 2018년 4월 결혼식장 폭격(어린이 13명 포함 30여 명 사망), 2018년 8월 9일 버스 폭격(어린이 40명 포함 51명 사망)을 꼽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극적 실수”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무기유통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항만봉쇄로 구호물자 배급까지 막혀, 국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ASER(공화주의적 투쟁·안보·윤리), ACAT(고문폐지를 위한 기독교 투쟁), CAAT(무기거래 반대운동), 국제인권감시기구 등 무기통제를 위해 노력하는 유럽기구들은 예멘 내전 초기부터 미국과 유럽산 무기들이 이 전쟁에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불가리아, 스웨덴산 무기의 최대고객으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수많은 NGO가 국제형사재판소와 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수출국도 전쟁 공범”인 실태를 밝히려 했지만, 법의 해석은 매번 모호했다.(4) 예를 들어 프랑스 행정법원은 지난 7월 9일 ASER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런던고등법원은 영국 정부가 대(對) 사우디아라비아 무기수출을 승인한 것은 “법적 오류(법의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CAAT의 손을 들어줬다. 리암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이 항소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구속력 없는 판결이었지만, 그래도 엄연한 CAAT의 승리였다.
2014년 12월 24일에 발효된 무기거래조약(ATT)과 2008년에 체결된 유럽공동입장에 의하면, 이들 국가는 “국제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현저한 경우”에만 무기수출이 금지된다.(5) 그러나 NGO와 정부가 생각하는 “현저한 위험”의 정의는 사뭇 다르다. NGO는 민간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을 증거로 보지만, 정부는 이를 ‘부수적 피해’로 생각한다. 정부도 물론 ‘부수적 피해’를 비난하지만, 개입을 비판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전쟁범죄가 발생했는가? 무기 공급자가 가담한 사실이 있는가? 현재까지 NGO가 옳다고 인정한 법원은 없다.
카슈끄지의 죽음, 공개된 기밀문서
사우디아라비아 기자인 자말 카슈끄지의 죽음을 시발점으로 많은 정부들이 예멘 학살사태를 우려한다는 공식입장을 갖게 됐다. 2018년 10월, 자말 카슈끄지가 주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피살당하자, 여러 국가들의 정치적 입장표명이 수주일 동안 이어졌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핀란드는 금수조치를 내렸고,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수익성 좋은 계약까지 포기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4월 15일, 기자단체 ‘디스클로즈’가 공개한 기밀문서로 인해 정부의 무기 수출이 도마 위에 올랐다.(6) 기자들은 “국가기밀 침해”로 국가안보총국(DGSI)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프랑스군사정보국(DRM)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부 장관, 장-이브 드 드리앙 외무부 장관에게 보낸 ‘3급 기밀’ 문서를 누설한 혐의다. 이 문서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예멘 전쟁에 사용한 주요 무기 목록이 들어있다. 여기에는 탱크(Leclerc, AMX-30, AMX-10P), 장갑차(Aravis), 군함(Baynunah 군함, Al-Madinah 호위함, Al-Makkah), 대포(AUF-1, LG1, Milan, RTF1 등), 급유기(A330 MRTT), 헬리콥터(Cougar, Panther, Dauphin), 전투기(Mirage 2000-9), 목표물을 정확히 겨냥할 수 있는 레이저 타게팅 포드(Damocles) 관련 정보도 포함돼 있다.
DRM에 의하면, 프랑스 방산업체 넥스터가 생산한 자주포 ‘시저’는 예멘 시민 43만 6,370명을 포격한 것으로 추정되며, “예멘 정부군과 사우디아라비아 군대가 예멘 영토에 진군하는 데” 사용됐다. 군대 측은 “방어적” 용도였다고 주장했지만, 디스클로즈 기자들은 시저 사정거리 안에 있던 민간인 35명이 사망했다고 폭로했다. 같은 장소에 있던 미국과 중국산 대포는 사정거리가 불충분했고, 오직 프랑스산 대포만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고 한다. 게다가 시저는 르클레르 탱크와 미라주 2000-9 탱크와는 달리 2010년부터 분할운송을 시작했으므로(2024년까지 분할선적 예정), 운송시점을 몰랐다고 말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DRM 문서에는 이탈리아가 판매한 바이누나(Baynunah)급 군함, 영국이 수출한 타이푼 전투기와 토네이도 전투기, 독일이 제작한 알-무르잔(Al-Murjan)급 기뢰탐색함과 무라이지브(Murayjib)급 군함, 간나타(Ghannatha)급 정찰함, 스웨덴산 공중레이더에 관한 정보도 등장한다.
누가, 어떻게 무기판매를 정당화하나
예멘 내전 기간, 무기가 지속적으로 수출된 것은 공식 자료들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7년 유럽 국가들이 승인한 무기수출 규모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170억 유로, 아랍에미리트는 50억 유로였다.(7) 이중 영국이 15억 7,200만 유로, 독일이 4억 7,700만 유로, 벨기에가 1억 5,200만 유로어치를 승인했다.(8) 불가리아는 4억 8,400만 유로, 스페인은 1억 7,400억 유로였다. 프랑스의 경우 2018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13억 9,800만 유로 상당의 무기를, 아랍에미리트에 2억 3,700만 유로의 무기를 수출했다고 6월 4일 보고했다.(9)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구의 무기 제조 강국들은 전투기, 주력함 등을 공급한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 국가들에서 찾는 장비들은 덜 정교한 것들이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는 불가리아산 경화기와 탄환의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무기판매가 어떻게 정당화될까? 프랑스 국방부는 대답을 회피했으며, 파를리 국방부 장관은 2019년 6월 7일 국방위원회 앞에서 다음과 같은 변론을 펼쳤다. “프랑스 주권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 프랑스 영토 및 자국민 보호라는 기본임무와 핵억제정책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군 장비를 보유하려면, 프랑스 방위산업의 지속성과 독립성을 유지해야만 한다.”(10)
파를리 장관은 기만과 거짓을 넘나들며 계속 말을 바꿨다. DRM이 제공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2019년 1월 20일 프랑스 앵테르 방송에서는 “(프랑스) 무기가 이 분쟁에 직접 사용된 사실을 몰랐다”고 당당히 말했다. 5월 7일, 디스클로즈 폭로 이후에도 의원들 앞에서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 무기가 예멘에서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적은 절대 없다. 그러나 오늘날 프랑스산 무기가 민간인을 상대로 고의적으로 사용됐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그러나 DRM의 문서에 의하면, 바이누나급 미사일정을 비롯한 여러 무기들이 예멘 연안에서 군함을 포위하고 지상작전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예멘 친선과 인도주의 관련 교섭단체장을 맡은 프랑스 여당 소속 파비앙 구트파르드 의원은 프랑스 무기판매를 다음과 같은 말로 정당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전략적 파트너다. 샤를리 엡도 테러사건을 잊어선 안 된다. 테러리스트들은 예멘에 예비진지가 있는 AQAP(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 출신이다. 아랍연합군이 맞서 싸웠던 테러위협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후티 반군은 이와 똑같은 전쟁범죄를 저지르며,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을 매일같이 넘나든다. 이런 전략적 파트너가 있다면, 자국보호를 위해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DRM의 문서에는 아랍에미리트가 지하디스트에 맞섰던 노력을 치하하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많은 언론조사에 의하면, 아랍연합군은 이를 우선시하지 않았으며 후티 반군에 대항하고자 AQAP와 손잡았던 적도 있다.(11)
메르켈의 폭풍선언, “추가 수출은 없다”
유럽 정부들이 ‘국가 이성’을 주장하는 한편, 의회들은 믿을만한 수출 데이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공식 자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국가마다 이를 활용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자료가 있어도 긴 페이지의 도표를 연구할 의지가 있는 의원이 거의 없다. 이탈리아의 경우 더 심각하다. 무려 1,400장에 달하는 보고서가 분류조차 제대로 안 돼 있다. 영국은 전문 의원들이 투입돼 정부의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이 담긴 반론보고서를 작성한다. 독일은 국방위원회를 주축으로 열띤 토론을 벌인다.
네덜란드처럼 200만 유로 이상의 무기수출 건을 모두 의회에 보고해야 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스웨덴은 유일하게 의회 전담팀이 존재하는 국가로, 리스크가 있는 모든 수출 건을 미리 검토한다. 영국에서는 앤드류 스미스 CAAT 대변인이 고등법원의 6월 20일 평결을 환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신규 수출을 임시로 중단시킨 것이다. 그러나 현 선적분과 유지보수를 위한 장비수출 건은 중지대상이 아니다.
토론이 거세다고 하지만, 주요 무기수출국 중에 강경책을 쓰려는 국가는 없었다. 그러나 2018년 10월 카슈끄지가 피살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그해 10월 22일, 오르텐베르그 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는 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추가 수출은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선언은 유럽 군수업계, 특히 프랑스와 영국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특정 부품을 생산하는 독일업체를 비롯한 대규모 군수업체들은 손발이 묶여버렸다. 군수업체들 대부분이 독일의 마음을 돌리려고 뒷공작을 펼친 반면, 한 업체만이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바로 에어버스다. 토마스 엔더스 에어버스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유로파이터 전투기 48대를 팔고자 했다. 지난 2월 16일, 그는 <로이터 통신>에 “독일제라고는 아주 작은 부품 하나만 들어갈 뿐인데, 독일에 프랑스산 헬리콥터 판매를 금지할 권한을 주다니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독일제 부품이 온갖 군수물자에 들어가게 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자리한다. 그 이유에 대해, 기자이자 연구원인 오트프리드 나사우어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군수산업은 크게 축소됐다. 그래서 수십 년에 걸쳐 다른 국가 제품에 들어갈 부품을 전문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날 영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는 유로파이터에도 독일제 부품이 들어가게 됐다.”
군수업체들은 1972년에 발효된 일명 ‘데브레-슈미트 협정’을 이용해 독일의 정치적 선택 때문에 손발이 묶이는 상황을 모면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업체들은 계약에 규정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협력업체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적정한 기한 내에 대체자를 찾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유로파이터만 해도 독일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중단했을 때 아무 업체나 와서 이를 즉각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12)
최악의 상황은 미국이 대체자가 되는 것이다. 유럽 군수업체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프랑스와 영국은 본격적으로 독일을 설득하기로 했다. 2019년 3월 29일, 독일 정부는 독일제 부품 전면 수출금지 조치를 완화했다. 결국 독일제 부품들은 논란이 되는 국가에도 수출될 것이다.
한편 독일 군수업체들은 엠바고를 피해갈 또 다른 묘책을 발견했다. 라인메탈은 이탈리아와 남아공 지사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 계속해서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유럽의 대형 군수업체들은 아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현지로 이전하는 추세다. 이에 최근 몇 달간 현지에서는 SAMI(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군수업체), EDIC(아랍에미리트 최대 방산업체)와 유럽 기업들(탈레스, 나발그룹, 레오나르도, CMI, 나반티아, 에어버스, MBDA 등)의 합작회사와 공장이 급증했다.
목표는 현지에서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 유지보수까지 책임지는 능력을 단계적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답변을 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랑스 기업의 임원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SAMI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수산업에 필요한 전제조건일 수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2위 무기 수입국이며, 무기 판매자들은 모두 그곳에 있어 즉석에서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맹 미엘카레크 Romain Mielcarek
기자, 언론정보학 박사. 『Marchands d’armes. Enquête sur un business français 무기거래상: 프랑스 비즈니스에 대한 조사』(Tallandier, 2017년)의 저자
번역‧이보미 lee_bomi@hotmail.com
번역위원
(1) Laurent Bonnefoy, ‘Enlisement saoudien au Yéme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12월.
(2) ‘Yemen: 2019 Humanitarian Needs Overview 2019’, <Bureau de la coordination des affaires humanitaires des Nations unies>, 2018년 12월.
(3) ‘Yemen Snapshots: 2015~2019’, <Acled>, 2019년 6월.
(4) 프랑스 ASER, ACAT, 벨기에 CNAPD(평화 및 민주주의 투쟁 전국연합), 인권옹호연맹, 영국 CAAT, 이탈리아 ECCHR(유럽헌법인권센터), 레테 디자르모(Rete Disarmo·군비축소연맹), 예멘 Mwatana for Human Rights, 네덜란드 PILP-NJCM(공익소송프로젝트-Nederlands Juristen Comité voor de Mensenrechten), PAX, Stop Wapenhandel.
(5) 2019년 초, 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101개국이 ATT에 가입했으나 미국, 중국, 러시아는 가입하지 않았다.
(6) http://made-in-france.disclose.ngo/fr/
(7) 회원국 자료를 수집·편집하는 EU대외관계청(EEAS)의 2017년 보고서에 의하면, 모든 국가들이 EU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므로 선적에 관한 수치를 알 수 없다고 한다.
(8) Vingtième rapport annuel sur les exportations d’équipements militaires de l’Union européenne, <Journal officiel de l’Union européenne>, 2018/C 453/01, 2018년 12월 14일.
(9) Rapport au Parlement sur les exportations d’armement de la France 2019, <ministère des Armées>, 2019년 6월 4일.
(10) Compte rendu d’audition n°32 de la Commission de la défense nationale et des forces armées, <Assemblée nationale>, 파리, 2019년 5월 7일.
(11) Maggie Michael, Trish Wilson, Lee Keath, ‘AP Investigation: U.S. allies, al-Qaida battle rebels in Yemen’, <Associated Press>, 2018년 8월 7일
(12) Michel Cabirol, ‘Eurofighter, A330 MRTT, Casa C295, H145… bloqués à l’export: Berlin fragilise Airbus’, <La Tribune>, 2019년 2월 25일, www.latribune.fr
프랑스에서는 무기 수출면장 업무를 주관하는 국가안보사무국(SGDSN)의 문턱이 워낙 높아, 이곳을 방문하기조차 어렵다. 반면 스웨덴은 메일 몇 통만으로도 전략물자검사국(ISP)과 약속을 잡을 수 있다. 게다가 ISP는 공유사무실에 위치하며, 근처 회사들과 같은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사무실 출입관리도 간단한 잠금장치로 통제한다. 스웨덴 군수산업 매출은 2017년 35억 유로로, 이 중 6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인구는 천만 명을 겨우 넘는 국가가 무기 수출에 있어서는 세계 14위, 15위를 넘나든다. ISP 소속 분석가인 마티아스 팀렌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스웨덴은 무기의 제조 및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예외적인 방식으로 면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면장은 법적으로 국방과 안보에 이득이 되는 경우만 발급된다. 또한 스웨덴 군력과 기술개발에 유익하고 이득이 되는 경우에만 발급된다.” 스웨덴은 냉전 시대에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채 스스로 군비를 갖추기를 원했다. 이런 중립정책을 고집한 덕에 오늘날 견고한 방위산업을 구축해 다양한 군 장비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기에 이르렀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그리펜 전투기 제조업체 ‘사브’는 2017년에 매출 27억 6,200만 유로를 기록하며, 세계 32위 군수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스웨덴국방안보산업협회(SOFF)에 의하면, 방위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는 100여 개, 일자리는 3만 3,000여 개에 달한다. 스웨덴 의회는 1985년 이래 유럽에서 최초로 정부 승인을 받아 무기수출 보고서를 입수했다. 1996년, 중요한 개혁을 통해 ISP와 수출통제심의회(EKR)가 창설되면서 현재의 구조를 갖추게 됐다. EKR은 여당의원 3명과 의회에 참석하는 각 당의 의원 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다. ISP는 EKR에 모든 무기거래 계약에 관한 사안(신규 고객국과의 거래 리스크, 논란여부, 전쟁여부 등)을 질문하며, 모든 참석자는 비밀을 엄수해야 한다. 팀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1년에 12번 모여서, 매번 1~3건을 발표한다. 이는 명백한 토론이다. 우리는 수출에 관한 그들의 조언과 의견을 수용한다.” EKR은 결정권은 없지만, 국방부와 외무부 장관급의 자문에 응한다. 2013~2018년 ISP국장직을 지낸 크리스터 알스트롬은 이렇게 설명했다. “해당 수출 건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감을 얻고자 함이다. 가이드 같은 역할이다. 그러나 최종결정은 내가 했다. 내 생각이 곧 법이었다. 내 생각을 거스르려는 사람이 12명이 있다면, 내게는 “여러분의 의견을 잘 들었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었다.” ISP국장은 수출면허 발부의 법적 책임을 진다. 정부가 국장을 임명하고 ISP에 예산을 배정하면, 국장은 운영의 자율성을 갖게 된다. 2018년 4월, 스웨덴 의회는 ‘민주주의 기준’을 도입했다. 인권, 민주주의, 남녀평등 등 거래대상국의 운영상태를 검토할 수 있는 리스트다. 스웨덴 좌파당(Vänsterpartiet) 등 좌파 정치인들과 NGO들은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의 수출 토론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또 다른 민감한 사안들을 들이밀었다. 멕시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오만, 태국 등 스웨덴 기준에 “독재국가 또는 민주주의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국가”로 분류되는 고객국들에 관한 사안이었다.(1) ISP분석가들은 국법 이외에도 결정을 내릴 때 기준으로 삼는 3가지 행동지침이 있다. 유럽의 공동입장, 무기거래조약(ATT), 민주주의 기준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기준들의 해석이 서로 충돌할 때가 있다. 알스트롬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UN안보리, EU,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엠바고처럼 절대적 기준도 있다. 그러나 어떤 기준들은 추구해야 하는 원칙만 제시한다. 군의 이익을 강하게 추구하는 경우, 인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렇듯 스웨덴 정부는 전투기에 투자해 자국군의 자립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브가 지금까지 태국에 그리펜 전투기를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12년, 스웨덴 언론에서 처음으로 무기판매에 관한 큰 이슈가 터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미사일 제조공장 건설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여당은 인권이 무시되는 국가에 어떻게 그런 무기를 팔 수 있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예멘 내전과 자말 카슈끄지 기자 피살사건도 토론에 불을 지폈다. 결국 스웨덴은 무기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금지는 새로운 무기에 한해서였다. 이미 서명한 계약과 현재 진행 중인 건은 그대로 유지했다. 스웨덴 정부는 교묘한 수법을 썼다. 전투 무기를 다른 군 장비와 구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사브가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한 조기경보레이더 판매계약 등 대형 프로젝트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사브는 2020년 봄부터 아랍에미리트에 ‘글로벌 아이’ 조기경보기를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2013~2017년, 스웨덴 무기판매 대상국 중 아랍에미리트는 1위, 사우디아라비아는 3위를 차지했다. 스벤스카 프레드 NGO의 유명한 투쟁가 린다 아케스트롬은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 경제모델이 이론상 좋아 보일지는 몰라도, 실상은 세계 15위 무기수출국일 뿐이다. 경제 규모나 인구수를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순위다.”
번역·이보미 lee_bomi@hotmail.com (1) Stig Henriksson, Amineh Kakabaveh, ‘Svensk försvarsindustri: Motion 스웨덴 방위산업 2017/18:3826’, www.riksdagen.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