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 만, 정체성 분쟁 일으키는 ‘실크로드’

2019-11-29     사뮈엘 베르테 l 역사학자

서구의 레이더망에서 멀리 떨어진 북벵골 만에서 교통·수송 통제권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19세기에 전파된 ‘실크로드’의 낭만적인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신(新) ‘실크로드’를 둘러싼 이 같은 경쟁 구도는,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사업을 시작한 2013년부터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일대일로’의 영어 약자는 ‘OBOR(One Belt, One Road)’인데, 현재 ‘BRI(Belt and Road Initiative)’로 바뀌었다. 일대일로는 사회기반시설과 교통망을 건설하는 투자계획이다. 아시아, 근동,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이 프로젝트에는 68개국이 연관되며, 사업비용은 10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1)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동반하는 대규모 투자사업에는 대개 군사적 차원의 협력도 포함된다. 인도 정부는 인도양에 항구를 건설하기 위한 중국의 자금지원을 일명 ‘진주 목걸이’, 일종의 포위 전략으로 여긴다. 과다르(파키스탄)의 항만개발, 콜롬보(스리랑카)의 항구 건설도 마찬가지다.

벵골 만 북쪽에 위치한, 남서쪽의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의 교차점에서 중국, 인도, 일본, 그리고 이들의 동맹국들 사이에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19세기에 아시아에서 대영제국과 러시아제국이 맞섰던 것과 비슷하다. 이 경제전쟁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방글라데시의 제1항구, 치타공 지역이나 작년에 부쩍 심해진 탄압과 추방에 시달리는 로힝야족의 거주지인 라카인 주(미얀마의 현재 라카인 주)부터 시작해 벵골 만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중국보다 일본 프로젝트를 더 선호

그리고 2015년 4월, 중국에 인접한 방글라데시 정부는 치타공에서 남쪽으로 152km 떨어진 콕스 바자르 지역에 있는 마타르바리에 46억 달러를 투자해 심해항구를 건설하는 일본 계획에의 참여를 결정했다. 이에 대한 차관 조건은 매우 유리하며(총액의 4/5에 대해 30년 동안 금리 0.1%), 이 계획에는 석탄화력발전소 4개소, 액화천연가스(LNG) 통과시설 1개소, 고속도로와 철도가 있는 산업 회랑(Industrial corridor)이 모두 포함돼 있다. 총생산 용량 1,200MW 규모의 발전소 1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밝혀진 것이 없다.(2)   

여하튼 좀 더 남쪽에 있는 소나디아에 동일한 유형의 항구를 세우려 한 중국의 거대 프로젝트보다 일본 프로젝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신-실크로드’(일대일로) 사업 전개의 이면과 이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현실을 알 수 있다.(3) 인도 북동지역, 방글라데시, 미얀마, 중국 사이에 있는 신-실크로드 지역은 목초가 빽빽하고 가파른 언덕이 이어진 히말라야의 경계선에 자리 잡고 있다. 지형은 불리해 보이지만 20세기까지는 상업이 발달했던 지역이었다.

 

중국의 파이프라인이 된 미얀마 군대

이 지역에는 게릴라 부대가 있고, 대개는 재량권을 가진 군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밀수가 횡행하고 있다. 치타공 항구와 주변 지역은 벵골 만으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중요한 곳이다. 벵골 만의 서쪽 해안 바다의 수심은 그다지 깊지 않다. 심해항구 프로젝트는 중국의 남서부, 히말라야 고원의 동부와 인도의 북동부, 미얀마를 잇는 교통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다.

인도의 경우, 인도·미얀마·태국을 잇는 고속도로가 포함된 ‘칼라단강 주변 복합수송 프로젝트(Kaladan Multi-Modal Transit Transport Project)’를 여전히 미래의 계획으로 세우고 있다. 미얀마 라카인 주의 시트웨 항구와 인도의 미조람 주 사이에 회랑을 만드는 사업도 이 계획에 들어있는데, 상세한 내용은 공개된 바가 없다. 미얀마 시트웨 항구는 중국이 관리하는 자유 지대(Free zone, 차욱퓨)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윈난성으로 가스관으로 연결된 쉐(Shwe) 천연가스전도 있다. 윈난성은 샨과 라카인 지역대표들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 설치한 송유관을 통해 2017년 5월부터 이미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샨, 라카인에서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미얀마 정부의 협조를 받아 중국은 이 지역사업에서 인도보다 더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일본도 물론 방글라데시 항구 프로젝트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벵골 만 수송재편사업을 중국이 장악하는 상황을 저지할 수 있을까? 여하튼 중국의 ‘비단길’ 계획이든, 인도·일본의 경쟁 프로젝트든, 현지 주민들의 입장은 고려되지 않은 채 이 사업과 관련된 원자재 및 상품의 수송이 회랑, 허브, 자유 지대로 나뉘어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토지수용이 일어나고 분쟁이 격화되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미얀마, 스리랑카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나라들과 연관된 재벌들이 벌이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사업은 현지 정부 당국과의 합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군대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많은 경우, 기업과 정부의 협력관계 때문에 현지 주민들의 안정된 삶이 흔들리거나, 심지어 존재 자체가 위험에 처한다. 이렇게 미얀마 군대는 시트웨에 설치된 중국석유가스공사(CNPC)의 파이프라인으로 기능하고 있다. 일국의 군대가, 자국 영토에 있는 다른 나라의 소유지 보안과 토지수용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4)

 

로힝야족의 비극은 어떻게 시작됐나

이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 실행에는 영국 식민지 시절 이용되던 영토 및 사회 종합연구가 큰 영향을 끼친다. 소수민족, 그리고 여러 민족과 종교가 뒤섞인 정체성을 감안하지 않고 민족과 종파를 구분해 버린다. 미얀마에서는 바로 이 사회 종합연구와 이주 제한 때문에 라카인 지역에 사는 무슬림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이 자행되는 것이다.(5) 이곳에 거주하는 일부 로힝야족의 뿌리를 살펴보면, 우선 라카인 제국(15세기~1692)의 왕들이 로힝야족을 소작인으로 두고 라카인에 거주하게 했다.(6) 이어 인도가 영국 식민지이던 시절(1824~1937) 라카인 제국이 행정적으로 인도에 통합되면서 인도에 살던 로힝야족이 농업인력으로서 라카인으로 이주했다. 오늘날 로힝야족이 차지하고 있는 땅은 예전엔 아주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던 셈이다.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이라는 비극과 그에 따른 불안정한 상황은 인구밀집국 방글라데시와 치타공 지역의 모든 주민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얀마의 독립 이후 라카인 주의 불교계 소수민족 원주민들과 평야 지대의 무슬림들 사이에 힘의 관계가 역전됐다.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이 있을 때마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라카인 출신 주민들의 입지도 조금씩 더 줄어들었다. 이 지역 국경선을 따라 미얀마 군대가 통행자들을 감시한다. 전략적 지역에 설치되는 군부대는 토지소유권에 대해서도 예외적인 권력을 휘두른다. 마을 전체를 이주시키는 경우도 있다. 영토분할 과정에서도 드러나는 군대의 이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은 영국 식민정부 시절의 유산이다. 치타공 구릉 지대에서도 군대는 평원지대 주민들의 정착이 쉽도록 이 ‘유산’을 남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강제 주민이주와 토지수용으로 20세기 중반까지 종교와 문화가 다른 소수민족들이 뒤섞여 살던 국경지대에서 종교적 정체성에 따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의 분쟁들로 이곳 전 지역에는 국경수호 명목으로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 토지수용이, 종교 분쟁의 원인이자 결과가 된 셈이다. 토지수용은, 방글라데시에서는 더욱 첨예한 문제다. 2010년 정부가 66개 ‘경제 프로젝트’(공공 55, 민간 11)를 시행하기로 했는데, 그 대상지는 주로 해안지대였다.(7)

그리고 콕스 바자르 지역에서는 인신매매가 횡행하고 있는데, 아주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진다. 매년 5만 4,000여 명의 방글라데시인, 로힝야족이 노예로 끌려가 콕스 바자르 연안의 트롤 어선에서 말레이시아, 태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8) 산업 회랑과 자유 지대는, 치타공 구릉 지대에 사는 로힝야족처럼 여러 언어와 문화가 교차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또한, 어업 외에는 생계수단이 없는, 해안가에 사는 빈민층의 생태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 지역 강대국들(중국, 인도, 일본)이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군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9) 대규모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반군들의 지지를 얻고자, 민족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반군의 역할을 강화하기도 한다.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수백 년에 걸쳐 육상 및 해상 교류를 통해 형성된 북벵골 만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또한, 분쟁 해결을 위한 정치적 접근과 협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입지 또한 약화되고 있다.

 

글‧사뮈엘 베르테 Samuel Berthet
역사학자, 인도 쉬브 나다르 대학교 부교수

번역‧조승아
번역위원


(1) James Griffiths, ‘Just what is this One Belt, One Road thing anyway?’, CNN, 2017년 5월 12일, https://edition.cnn.com
(2) Dwaipayan Barua, ‘Matarbari port to be turned into a deep-sea port’, The Daily Star, Dacca, 2018년 1월 7일.
(3) Natalie Obiko Pearson, ‘Japan beating China in race for Indian Ocean deep-sea port’, Bloomberg, New York, 2015년 6월 23일.
(4) Giuseppe Forino, Jason von Meding & Thomas Johnson, ‘Religion is not the only reason Rohingyas are being forced out of Myanmar’, The Conversation, 2017년 9월 12일.
(5) 1826년 전쟁으로 버마로부터 라카인을 할양받은 영국 총독은 ‘라카인족이 반항적인 데다가 비생산적이고 마약에 절어 살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남기고 그 대안으로 순응적인 인도인들을 이주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영국인들은 라카인족의 농경지를 빼앗고 그 자리에 농장을 세워 벵골만 인도인들을 이주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주시킨 인도인들에게 작황과 관련 없이 고정된 세금을 내는 조건으로 소유권을 넘겨줬다. 이 과정에서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은 미얀마의 모든 소수민족과 버마족의 공공의 적이 됐다.
(6) Stephan Egbert & Arie van Galen, ‘Arakan and Bengal: the rise and decline of the Mrauk U kingdom(Burma) from the fifteenth to the seventeenth century AD’, Leyden University(Netherlands), 2008.
(7) Bangladesh Economic Zones Authority, www.beza.gov.bd
(8) Emran Hossain & Mohammad Ali Zinnat, with Martin Swapan Pandey, ‘Slave trade booms in Dark Triangle’, The Daily Star, 2015년 5월 4일.
(9) Saibal Dasgupta, ‘China’s huge Rakhine investment behind its tacit backing of Myanmar on Rohingyas’, Times of India, New Delhi, 2017년 9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