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외교관들이 본 미국 외교

[서평]

2011-02-14     필리프 골뤼브

위키리크스가 미 국무부 외교전문을 폭로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미국 외교가 전세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외교에 대해 이런저런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별로 건설적이지 않아 보인다. 펜타곤 보고서가 1970년대 초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부분적으로 소개돼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 논리를 심도 있게 밝혀주었다면, 몇몇 일간지에 소개된 국무부의 비밀문서는 최근 미국 외교정책에 나타나는 의문점을 속 시원히 풀어주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어떤 전문가들은 국무부의 비밀문서에는 이전의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내용만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또 어떤 전문가들은 이번에 폭로된 내용을 보고 분노하거나 재미있어할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국무부의 비밀문서는 제국주의적인 미국 공화국(1)의 외교정책의 전반적 특징과 기본 비전을 강조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기에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외국 외교관들이 미국 협상자들의 태도를 분석하는 총서 <미국의 협상 태도>(2)는 세계에서 미국의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의 우방국들이 ‘능숙한 전문가들’(러시아의 유리 나자킨의 표현)인 것은 맞지만 미국은 이보다 한술 더 떠서 권모술수에 능한 현실주의적 모습과 도덕적 리더십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가까운 우방국들도 미국의 태도가 ‘지배적’이고 ‘헤게모니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와타나베 고지 교수는 일본이 1970∼80년대 미국에 무역 부문에서 일련의 양보를 한 결과, 일본 경제가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은 ‘사막의 폭풍’ 작전(1991년 이라크 공습)에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느닷없이 미국으로부터 현금 90억 달러를 지원하라는 요구를 받아 괴로워했다고 한다. 와타나베 교수는 일반적으로 최근 10년 동안 미국과 일본의 양국 협상은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다자 간 기준에는 거의 관심이 없으며, 자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싱가포르나 뉴질랜드 같은 우방국들도 미국에 대해 일본과 비슷한 평가를 내린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은 힘의 불균형 때문이다. 힘의 불균형이 커질수록 미국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인도의 독립 뒤 인도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태도 변화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은 냉전 동안에는 인도의 문화와 정치를 오만하고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간혹 적대시하며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으나, 인도가 세계 무대에서 점점 부상하자 돌연 인도를 인정하는 외교정책을 보이고 있다.

<1945년 이후의 미국>(3)은 미국의 동향을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새로운 점은 거의 없어 보인다. 두 저자가 공동으로 집필한 이 연구서는, 미국의 문화사와 정치사를 서로 연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저 평범하게 사건 위주로 국제관계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다만, 1945년 이후 미국 사회가 겪는 사회 및 문화의 변화와 미국의 다양한 사상 및 문화 사조를 면밀히 조사한 점은 흥미롭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중요한 문제인 미국 내 사회·문화 변화와 외교정책 관계는 속 시원히 밝혀주지 못한다.

글•필리프 골뤼브 Philip Golub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각주>
(1) <힘, 이익 그리고 위세: 미국의 제국주의 확장 역사>(Power, Profit and Prestige: A History of American Imperial Expansion), Pluto Press, 런던, 2010 참조.
(2) 리처드 A. 샐로몬, 나이젤 퀴니, <미국의 협상 태도>(American Negotiating Behavior),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워싱턴, 2010.
(3) 폴 레빈, 해리 파파소티리우, <1945년 이후의 미국: 미국의 순간>(America Since 1945: The American Moment), Palgrave MacMillan, 바싱스토크(햄프셔), 2011년, 2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