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신

2011-02-14     편집부

<데리다> 브누아 피터스
“자크 데리다의 인생에 관해 쓰는 것은 열두 살에 퇴학당한 어린 유대인 소년이 프랑스 철학자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저서를 남긴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 자신을 프랑스 대학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여리고 복잡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서 만화 시리즈 <탱탱>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는 데리다에 관한 자신의 책이 지적인 전기도, 철학 입문서도 아니라고 못박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데리다의 철학을 언급하고 있지만 철학자로서 데리다를 그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저자는 데리다의 에피소드, 데리다와 동시대 인물들 간에 벌어진 논쟁을 그리고 있다.

<위기 이후: 다음 경제와 미국의 미래> 로버트 B. 라이히
현재의 위기는 월스트리트 탓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빌 클리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저자는 구조적인 요소와 외부로 나타나는 현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1929년의 경제위기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위기도 불평등과 부의 지나친 집중이 원인이다. 2007년 미국 인구 1%가 국가소득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떨어지던 중산층은 점점 대출을 늘려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출 증가는 금융기관의 과용을 불러왔다. 경제가 회복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부채가 줄고 거품이 꺼지면 과잉생산 위기가 오는데, 중산층은 아직 경제가 생산하는 만큼의 소비를 할 수 없어서다. 저자는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포드의 설립자 헨리 포드가 내놓은 가정, 훗날 뉴딜정책의 기반이 되는 가정을 상기시켰다. 노동자 역시 소비자라는 내용이다.

<연대의식, 언제나 시급하게 갖춰야 할 정신> 앙리 페나 뤼즈
연대의식과 공공서비스가 없는 국가는 무엇일까? 철학자 앙리 페나 뤼즈는 연대의식(노사·문화·교육 등에서)이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데 이의가 없다. 실제로 두 가지 프로젝트가 팽팽하게 맞선다. 하나는 사회적 공화국의 황금기, 또 하나는 노사법과 재분배를 위한 과세를 무시하는 야만적인 자본주의의 황금기다. 그러므로 연대의식은 다양한 저항으로 나타나야 한다. 공생 추구, 노동자 착취에 맞서는 투쟁, 개인주의와의 싸움 등으로 말이다. “최고의 호화로움과 최악의 빈곤이 공존하는 이 세상이 세계주의자들이 꿈꾸는 세상, 즉 반목하는 대신 결집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마르크스의 관점과 빅토르 위고의 글을 교차해, 지배받는 이들의 관점을 받아들이고 비판하면서 저항하기에 독특하다. 연대의식은 극단적인 자유주의와 늘 맞서는 투쟁이라 할 수 있다. 연대의식이야말로 극단적 자유주의를 막는 방패막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대의식이 참여를 이끌어내는 원칙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을 버느라 인생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밥티스트 밀롱도
2008년에 초판이 나왔다가 이번에 재발행된 책이다. 저자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이란 모든 시민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무 조건 없이 받게 되는 일정 소득으로, 살아가는 데 충분한 소득을 말한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일자리를 갖느냐 마느냐는 선택의 문제가 된다. 지금보다 물질적으로 더 안락하게 살고 싶으면 일자리를 갖고, 그냥 있는 소득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일자리를 갖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노동 형태의 의미를 집단적·개인적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집단최면에 걸린 세상에 살고 있다. ‘왜 펌프질을 하죠?’라는 질문을 받으면 ‘성장을 위해서’라고 모두가 합창하듯이 대답한다. 그런데 ‘성장을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모두가 ‘펌프질을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정신분석은 어떤 이름인가?> 롤랑 고리
현대사회를 분석한 이 책에서 저자는 ‘표준’이 휘두르는 독단적인 면을 비난한다. 표준이야말로 시장 메커니즘에 필요한 순응주의를 인간에게 강요하는 새로운 도구라는 것이다. 유명한 전문가들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행동을 하나로 몰아가기 위해 표준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그 결과 대중의 사고력은 마비된다. 들뢰즈, 부르디외, 푸코의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저자는 우리 사회의 주요 분야인 보건·교육 등에 나타나는 표준화를 밝히고 인간의 본성을 수치로 단순화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이 아니며 생각하는 개개인이라고 강한 목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