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냉의 ‘빈곤병’, 결핵
베냉은 1983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결핵 관리를 재개, 단기 치료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이어 질병 퇴치 정책을 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7~2018년 감염자 수가 4,000여 명, 약 12%나 증가했다.
2019년 3월 22일 금요일, 베냉 코토누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결핵의 날’ 24주년 회의가 열렸다. 심각한 전염병인 결핵의 현주소를 진단하기 위해 마련된 회의다. 서아프리카 국가 베냉에서는 1,100만 명 이상이 이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바로 지금’이라는 회의 주제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 회의를 주관한 베냉 결핵 퇴치프로그램은 의료보견계 관계자들의 참여와 협력을 촉구하고자 했다. 벤저민 훈크파틴 보건부 장관은 “국제기구, 각계각층의 정책결정자, 의료인, 시민사회운동가, 그리고 환자 모두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결핵은 병원성 미생물(결핵균)이 몸에 침투해 일어나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인구의 약 1/3이 잠복 결핵 상태, 즉 결핵균에 침투당했으나 질병만 일으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잠복 결핵 상태는 전염력이 없다. 하지만 기침이나 재채기, 말을 하는 가운데 결핵균을 배출하기도 한다.
결핵이 ‘빈곤병’인 이유
결핵 감염은 비위생적이고 협소한 공간에서 감염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인한 베냉의 미코박테리아 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는 미생물학과 교수 디소우 아폴라비 박사는 “결핵균 감염이 반드시 질환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잠복감염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활동성 결핵은 결핵균이 인체에 대량 침투했을 때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결핵은 면역체계 약화로 발병하는 질병이므로, 평소 건강상태를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핵은 영양실조나 에이즈처럼 환자의 면역력이 급격하게 약화하는 시점에 발병한다.
아폴라비 박사는 결핵이 “빈곤층에서도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협하는 질병”이라고 말한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최근 발표한 인간개발지수(HDI) 순위에서 베냉은 전체 189개국 중 163위였다.(1) 2018년 기준 인간개발지수도 0.515를 나타내 ‘저개발’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립통계경제분석원(Insae)은 베냉의 빈곤율이 2011년 36.2%에서 2015년 40.1%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베냉 정부는 ‘에이즈·말라리아·결핵 퇴치 세계기금’의 도움으로 식량 원조 사업을 지원하고 치료 기간 환자에게 숙소를 제공한다. 베냉 보건 당국은 HIV 보균자 외에도 당뇨병 환자, 임산부, 아동, 수감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결핵 방지에 힘쓰고 있다.
1980년대 초부터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를 휩쓴 HIV/AIDS도 결핵 발병률 증가에 한몫했다. 2017년 기준 베냉의 결핵 환자 3,662명 중 HIV 감염이 확인된 사람의 수만 544명에 달했다.(2) 베냉에서 결핵 환자 10명 중 9명은 건강을 회복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결핵 환자 7%와 HIV에 걸린 결핵 환자 18%는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고 밝혔다. 결핵 합병증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조기 진단, 시골에서는 어려워
베냉 전국 80개의 보건소에서 주민들은 무료로 진단 및 치료, 후속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젠엑스퍼트(GenXpert) 검사는 자동화된 장비를 활용해 결핵을 진단하므로 안전하고 신속하며, 작동도 간편하다. 해당 검사는 코토노 등 대도시나 의료 인프라가 잘 발달한 포르토노보, 우이다, 파라쿠 등의 소도시에서도 받을 수 있다. 이들 도시에는 병원, 임상연구센터, 방사선 장비, 약국 등의 기본적인 서비스가 갖춰져 있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이 검사를 받기도, 약을 구하기도 어렵다. 도시와 시골의 의료 서비스 불균형은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높은 빈곤율을 보이는 북부의 외딴 지역 거주민들의 의료접근성은 더욱 취약하다. 오늘날 베냉은 보건의료인력의 양과 질 문제 외에도, 보건의료인력의 지역 간 수급 불균형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대의 의학 진단은 다양한 기술이 집약된 분야로, 흉부 엑스선 전문인력 훈련 하나만 해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국가의 목표는 의료망 강화, 새로운 진단기술의 지역 격차 해소에 맞춰져야 한다”라고 아폴라비 박사가 덧붙여 설명했다. 결핵은 일단 발병하고 나면 치료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질환이다. 1일 3~5정의 약을 5개월 동안 복용해야 한다. 4가지 이상의 기본 치료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약제내성결핵’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 2개월은 환자가 치료약제를 정확하게 처방에 따라 복용하도록 보건 당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폴라비 박사는 “약제내성결핵 사례가 베냉에서는 그리 흔치 않다”라고 보고 있다.
편견은 쉽게 불식되지 않으므로, 대중의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은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 중 하나다. 대중의 편견은 결핵 진단을 사형선고와 동일시해, 결핵 환자들을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킨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불식하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받게끔, 결핵 연구소는 공익광고와 지역방송을 활용하고, 단체장과 여론주도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매년 진료나 진단을 받지 않으므로 환자로 분류되지 않고, 따라서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주변에 결핵균을 전파한다. 활동성 결핵감염자 한 명이 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면 주변 15명이 결핵균에 감염될 수 있다. 아폴라비 박사는 단호하게 주장한다. “빈곤을 퇴치하지 않으면 결핵도 퇴치할 수 없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다.”
글·카디자 실바 Khadija Sylva
기자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국립 결핵 프로그램, <연간 활동 보고서>, 포르토노보, 2018년.
(2) 세계보건기구, <베냉 보건 현황>, 제네바, 2018년, www.wh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