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하고 건강한 아프리카를 향해

2019-12-31     모니카 게인고스 l 변호사, 기업 대표, 나미비아공화국 영부인

아프리카는 활력이 넘치는 땅이다.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면서,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HIV처럼 사회 질서를 파괴하고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을 동반하는 질병과의 싸움에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청년들은 지도자들에게 책임과 의무, 실질적인 변화를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하며, 아프리카의 상황은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숱한 고정관념을 심어준 책 속의 아프리카의 모습과 오늘날 현실 속 아프리카 사이에는 적잖은 괴리가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아프리카는 물론 완벽한 모습은 아니며, 여전히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아프리카 대륙이 보유한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려면 젊은이들의 건강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 아프리카 여러 정부는 이런 의지로 보건체계를 강화하고 의료예산을 확충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과제가 산적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보고서는 질병이 생산성을 저해해 연간 2조 4,00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만 개선해도, 아프리카 대륙이 연간 7,960억 달러에 달하는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1)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회계층이, 그리고 여성이 질병에 더 쉽게 노출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HIV에 신규 감염된 청년층의 75%가 15~24세 여성이라는 점이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나미비아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국가 중 하나다. 청소년, 그중에서도 여성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HIV 감염률이 정점을 찍었던 2000년대 초에 비해서도 한층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HIV 자체에 관심을 쏟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회문화 규범을 쇄신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문화 규범은 젊은 여성들이 건강과 성에 관한 권리,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것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성 평등은 사회를 발전시키고 아프리카와 지구의 번영을 보장하는 필수 조건이다.

질병과의 투쟁을 성공으로 이끄는 해법 중 하나는 청년,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청년들이야말로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아프리카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이다. 특히 여성들이 교육을 받으면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자립 능력을 갖추게 되며, HIV에 덜 노출된다. 이 역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또한, 젊은 여성들과 아동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와 HIV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10대 소녀의 부모이기도 한 나의 경험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성(性), 진로 등 사회와 연계된 사안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라리아 역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문제다. 나미비아에서는 지난 몇 년에 걸쳐 말라리아 발병률이 감소해 2020년이면 이 병을 근절할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발병률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에 모기들이 내성을 지니게 되면서, 말라리아에 쉽게 노출되는 인구, 즉 임산부와 5세 미만 아동들을 위협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가파른 인구 성장세를 고려할 때, 불평등을 축소하고 보건·복지 수준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밝은 미래를 꿈꾸며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다. 이런 희망이 없다면, 청년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좌절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최근 아프리카는 대륙 전역에서 유례없이 탁월한 인적 자원(기업가, 지역 투자가, 의사, 학생, 예술가, 운동선수 등)을 배출하고 있다. ‘에이즈·말라리아·결핵 퇴치 세계기금’ 같은 기관도 든든한 힘이 된다. 양성평등을 실현하고 젊은 여성들의 자립 능력을 키우는 사업을 지원해 아프리카 여성 보건에 이바지하는 ‘세계기금’의 활동은 사회의 번영과 안정을 향한 소중한 발걸음이다. ‘세계기금’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의 세 번째 목표(모든 연령층의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한 삶 보장 및 복지증진)를 실현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기금은 회의를 개최해 신규기금을 조성하고 질병 퇴치에 이바지할 파트너를 모집했다. 이 자리는 국제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다지는 뜻깊은 기회가 됐다.

우리 아프리카인은 아프리카에 자부심을 느끼며, 아프리카 대륙과 이 대륙을 구성하는 다양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우리가 원하는 아프리카는 풍요롭고 건전하며, 평화롭고 개방된 아프리카다. 또한, 탁월한 정치체제를 갖추고 인권을 존중하는 아프리카다. 여성과 청소년이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비로소 아프리카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제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모니카 게인고스 Monica Geingos 
변호사, 기업 대표, 나미비아공화국 영부인

번역·이푸로라
번역위원


(1) ‘A heavy burden. The productivity cost of illness in Africa 무거운 과제. 아프리카 지역 질병과 생산성’, 세계 보건기구, 브라자빌,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