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폐지는 미친 짓

2011-03-10     뱅상 드르제·리엠 호앙응옥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외국과의 비교 자료를 부분적으로만 제시하면서, 프랑스가 개인 재산에 지나친 과세를 한다고 주장하며 부유세 폐지를 정당화하고 있다.

세금상한제(Bouclier Fiscal)가 2012년 대선을 앞둔 프랑스 우파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최상위 계층에게 부과하는 부유세(ISF) 폐지 반대를 비켜가기 위해 도입된 세금상한제 덕분에, 2009년 1만6350가구가 국가에서 6억8천만 유로를 환급받았다. 그들 중에 재산이 1600만 유로 이상인 최상위층은 가구당 평균 37만6134유로를 되돌려받았다.

우파는 부유세가 다른 재산세와 마찬가지로 ‘어리석으며’, ‘심문 성격을 띤’ 세금이라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성공한 사람이 평생 일해서 모은 재산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을 방해할 권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니콜라 사르코지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일·고용·구매력 촉진법’(TEPA 혹은 Paquet Fiscal)을 통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거의 폐지하고 세금 상한 비율을 50%로 낮추는 등 재산세 감세정책을 폈다.(1) 2005년 도미니크 갈루조 드빌팽이 도입한 세금상한제는 세금 총액(소득세·부유세·지역세)이 각 가구 과세 소득의 60%를 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TEPA법에 의해 비율이 50%로 떨어졌고, 일반사회보장분담금(CSG)과 사회보장부채충당세(CRDS)이 대상에 포함됐다.

전면적 조세개혁을 한다고 부유세를 폐지하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 조세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핑계로 재산세를 재산소득세(상자 기사 참조)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이런 조처를 취한다면, 1789년 인권선언 13번 조항에 명시된 원칙을 위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시민은 각자 능력에 따라 국민적 연대를 위한 재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여기서 말하는 `각자 능력'은 보유 재산과 비교적 규칙적인 이윤 창출을 통해 얻는 소득을 말한다. 그러나 소득(Flow)에 대해서만 과세할 경우 보유재산(Stock)으로 얻는 지대 수입은 계속 축적되기만 할 것이다. 소득세 역시 100% 모두 걷히는 경우는 드물다. 가령 최상위층 0.1%는 40% 세율이 적용되지만 실제로 납부하는 세금은 대개 20%를 넘지 않는다. 한 예로, 릴리안 베탕쿠르(로레알 창립자 딸)에게 적용된 세율은 9%에 불과하다.(2) 따라서 소득 일부가 비과세 대상인 보유 재산으로 전환되면 무한정 축적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를 통해 겨우 몇백 가구에 불과한 최고 부유층에게 부가 집중될 수 있다. 따라서 지대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조세정책을 펼 때 재산세 부과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부유세 폐지로 생기는 약 45억 유로의 세수 결손분을 ‘대체 과세’로 채우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체 과세 대상자는 부유세 납세자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상원의 예산 연구원인 필리프 마리니는 대체 과세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3) 부유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와 여론 악화에 따른 쇼크를 완화하기 위해 그는 단계적 접근법을 제안한다. 우선 중산층에게 세금을  감면해주면 2012년 부유세를 폐지할 때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인권선언 13조 위배하는 조처

여러 가지 방안이 제출되었다. 첫 번째는 79만~129만 유로의 세금이 부과되는 부유세 부과 대상 첫 세율 구간을 없애는 방법이다. 이 경우 9억400만 유로 정도 세수 손실이 발생한다. 두 번째는 거주용 부동산에 대한 세금공제 비율을 30%에서 50%로 확대해주는 방법이다. 이 경우 2억7200만 유로의 세수 손실이 발생한다. 세 번째 방법은 각각의 부유세 부과 구간의 세율을 20~30% 인하해주는 것이다. 20% 인하하면 6억8천만 유로, 30% 인하하면 10억 유로의 세수 손실이 발생한다.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이 조처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정밀한 계산에 따르면 이 조처들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계층은 최상위 계층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4)

필리프 마리니는 부유세 감세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대체 세수’ 확보 차원에서 세금상한제를 폐지하고(7억 유로 확보 가능) 소득세에 새로운 세율 구간을 추가하자고 제안한다. 연간 소득 10만 유로 이상에 대해 46% 상한 세율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10억 유로 확보 가능). 또한 투자소득에 대한 CSG 공제 가능성을 없앰으로써 6억7300만 유로를 확보할 것으로 본다.
 재산세를 소득세 안에 포함시키는 방식은 재산소득의 일부만 과세하고 공공지출 비용을 근로소득에서 충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부는 재산세 감세를 추진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투자소득 원천 징수 혜택은 그대로 두려고 한다. 이 혜택으로 부유층은 40% 소득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제공되는 감세 혜택은 모두 5억 유로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 혜택을 폐지하기는커녕 단지 1%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쳤다(18%→19%). 2011년 세법 개정을 통한 혜택 확대를 눈가림하기 위한 것이었다. 요컨대 현 상황대로 간다면 상속세 인상 방침에 대한 말이 있지만 ‘대체 세수’가 대부분 새롭게 추가된 소득세 세율 구간으로 충당될 것이고, 근로소득 과세가 확대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한편 투자소득 원천 징수 혜택 유지 덕분에 투자소득은 소득세 과세표준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

어떤 대체수단도 빈부격차 심화

여론의 비판과 소득세 세율 변경에 대한 사르코지 대통령의 반대에 직면한 대중운동연합(UMP)은 국회의원 제롬 샤르티에에게 새로운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5) 새 보고서는 다양한 세금 징수 방식을 제안한다. 그중에는 주거용 부동산 매매를 통해 얻는 초과 이득에 대한 과세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이는 UMP가 내세우는 주택 보급 정책과 모순된다). 그러나 마리니 보고서와 샤르티에 보고서 어느 쪽도 현 초과소득세율과 주식·채권소득과세율은 건드리지 않는다(현 초과소득세율은 31.3%). 현 세율은 고소득계층에게는 유리하지만 소액 예금자에게는 불리하다. 샤르티에는 실제 재산이 400만 유로 이상인 경우만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과세표준이 조정되면 부유세 부과 대상자는 세율 구간 꼭대기에 속하는 3만 명으로 줄게 되며(2010년 56만 명), 전체 세수는 12억 유로로 급감할 것이다. 또한 과세 대상 가구는 평균 42만7천 유로의 부유세 감세 혜택을 볼 것이다.

시민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공익을 위한 비용을 공동 분담하게 하는 진보적 조세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질적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와 함께 재산세 부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부 경제학자들과 사회당은 CSG와 소득세를 통합하자고 제안한다.(6) 재산세는 상속세와 보유세 양쪽을 모두 포함하게 될 것이다. 생산 수단이나 미술 작품 등까지 과세 대상이 확대되는 대신 세율은 낮아질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백만장자가 아닌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주거용 부동산 소유에 대한 세금 공제 액수는 모두 40만 유로에 달할 것이다.(7) 반면 수공업자나 소규모 사업자는 생산수단 보유에 대해 50%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것이다.

‘조세 회피 이민’은 겁주기용일 뿐

우파는 조세 회피를 위한 이민이 급증할 것이라고 겁을 준다. 그러나 이런 위험은 상대적일 뿐이다. 실제로 조세 회피 이민이 늘어났지만 부유세 납세 대상자 대비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그 수치도 미미한 수준이다. 가령 2008년 부유세 납부 대상자의 0.14%만이 외국으로 빠져나갔으며, 금액으로 치면 전체 부유세 세수 대비 0.53%에 불과하다. 이 정도 수치로는 부자에게 면세 선물 꾸러미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당화될 수 없다.

글•뱅상 드르제·리엠 호앙응옥 Vincent Drezet & Liêm Hoang-Ngoc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라>(Seuil, 2010)의 공저자.

번역•정기헌 guyheony@gmail.com

<각주>
(1) Liêm Hoang-Ngoc, ‘앙시앵 레짐의 세금 특혜로의 회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7년 10월호.
(2) <Le Canard Enchaîné>, 파리, 2010년 7월 21일자.
(3) Philippe Marini, ‘2011년 재무 관련 법안: 2011년 예산과 그 경제적·재정적 맥락’, 상원재정위원회 일반보고서 n°111, 2010년 11월 18일.
(4) 과세 대상 재산이 2500만 유로인 납세자는 지난해 부유세 37만3400유로를 납부했다. 그러나 세제개혁(공제, 첫 번째 세율 구간 폐지, 세율 20% 인하)이 이루어지면 동일한 조건의 납세자는 7만4680유로를 절약하게 된다. 과세 대상이 100만 유로인 납세자는 같은 조처로 231유로 세금을 덜 내게 된다.
(5) ‘프랑스와 독일 조세정책 공조에 관한 고찰’, Jérôme Chartier 보고서(UMP), 2011년 1월.
(6) 여러 가지 제안이 제시되었다. 그중에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라> 공저자들의 주장도 포함된다. 앞에 언급된 과세 대상 확대와 세율 조정으로 연간 소득세를 300억 유로 더 걷을 수 있다.
(7) 이 공제 방식은 30%로 정해진 현행 방식(마리니는 비율을 50%로 인상하자고 제안)과 달리 부동산 가치에 따라 등급별로 적용된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과열에서 중산층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행 공제율 방식은 대규모 부동산을 소유한 상위 계층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박스기사] 유럽의 재산세 비교

프랑스는 ‘재산세를 너무 과중하게 부과한다’, ‘부유세(ISF)를 유지하려는 나라는 프랑스밖에 없다’는 등 말이 많다. 그러나 헝가리와 노르웨이, 스위스도 부유세를 걷는다. 네덜란드는 부유세를 폐지했지만 이론적으로 재산소득에 대한 과세 성격을 띠는 세금을 신설했다. 일반적으로 재산에 대한 과세 방식은 부유세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유럽연합 각국은 대부분 상속·증여세, 동산·부동산 양도소득세 등을 통해 재산소득에 세금을 물리며 세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6년 일·고용·구매력 촉진법(TEPA법)에 의해 세금상한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 걷힌 증여·상속세는 GDP 대비 0.38%였다. 다른 유럽국은 네덜란드 0.33%, 벨기에 0.61%, 스페인 0.27%, 스위스 1.02%, 영국 0.27%였다. GDP 대비 동산·부동산 양도소득세는 프랑스 0.7%, 벨기에 1.09%, 이탈리아 1.2%, 네덜란드 0.86%, 스페인 1.93%, 스위스 0.68%였다. GDP 대비 개인 자산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프랑스 0.2%, 스위스 1.02%, 스페인 0.17%, 스위스 0.2%였다.

프랑스와 기타 국가들의 세율을 비교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는 재산세를 많이 부과하는 나라 중 하나다. 원칙적으로 토지세와 주민세가 그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2009년 토지세가 220억 유로, 주민세가 150억 유로 걷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각 지역의 조세 구조를 감안해야 정확한 비교를 할 수 있다. 가령 앵글로색슨 국가에서는 지방 세수가 토지세를 중심으로 구성된 반면, 독일이나 스위스 같은 유럽연방 국가는 지방 재정이 주로 소득세를 통해 충당된다. 한편 사람들은 프랑스의 소득세(재산소득 과세 포함) 수준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