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의 지옥의 한 철

희귀 동식물종 위협하는 기후온난화

2020-01-31     막심 랑시앵 l 언론인

“지구가 불타고 있다.” 호주에서 이 말은 더 이상 이미지를 형상화한 관용구가 아니다. 붉은 대륙 호주가 대규모 산불로 실제 3개월째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산불의 원인이 기업의 활동으로 지적되며, 관련 증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과연 이를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라 칭할 수 있을까?

 

2019년 1월 13일 일요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평야 지대는 47℃를 기록했다. 달링 강이 말라 죽어가는 모습은 TV로 생중계됐으며, 호주의 붉은 살갗도 물기 하나 없이 쩍쩍 갈라졌다. 간혹 하늘마저 붉은빛을 띠는 가운데 밀두라 같은 소도시는 모래 폭풍으로 휩싸였고,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온 세상이 어두웠다. 

하천 줄기인 머리-달링 분지 유역은 호주의 전통적인 곡창지대다. 호주 농가의 약 절반이 농업을 통해 살아가고 있다. 빅토리아 주에서 퀸즐랜드 주까지 펼쳐진 목화밭은 약 100만㎢에 달해, 그 면적이 이집트에 맞먹을 정도다. 이에 건기가 시작되면 이 지역의 면화산업은 물론 포도농업과 목축업까지도 그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물은 말라가고, 동물들은 죽어가고

그런데 2019년 초, 극도의 폭염으로 녹조가 번지고 약 10만 마리의 죽은 물고기가 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바닷말(해조)이 과도한 이끼를 만들어낸 결과였다. 각 지역에서는 이 같은 생태재앙의 책임을 농식품 산업으로 돌렸다.(1) 그러자 스캇 모리슨 총리는 1월 14일 “현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다”라며 “이는 내가 한시도 그 걱정의 끈을 내려놓은 적이 없는 가뭄의 결과일 따름”이라고 선을 그었다.(2)

일명 ‘앵그리 섬머’, 즉 ‘성난 여름’이라 칭하는 뜨거운 여름이 맨 처음 호주를 뒤덮은 건 2012년이었다. 이후 이 ‘슈퍼빌런’의 기세는 위험수위에 이르렀고, 7년 후 사람들은 그 맹렬한 기세에 최상급을 달아 ‘앵그리스트 섬머’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붙였다.(3) 불과 90일 만에 최고기온이 206차례나 경신됐고, 2019년 1월 24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포트오거스타 수은주는 49.5℃를 기록했다. 애국심의 탄생을 노래한 시 <My Country> (1908)에서 시인 도로시아 맥켈러는 “태양이 이글거리는 이 나라가 좋다”고 표현했는데, 지금 이 나라의 ‘이글거리는 태양’은, 시인이 그토록 사랑하던 갈색 평원, 호주의 생기를 앗아가며 도시의 풍경을 완전히 뒤바꿨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할 당국의 대응은 어떨까? 2018년 중 조사를 진행한 왕립 머리-달링 유역 위원회에서는, 당국의 ‘대규모 농장 봐주기’가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습한 평지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음에도 농장 투자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달링 강에서 무단으로 대량의 물을 끌어오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분지 유역은 매일같이 메말라갔고, 보고서에서도 “분지의 하천 유역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수자원 양의 한도가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해진다”라는 사실을 지적했다.(4) 무너져가는 이곳 생태계에 의존하는 사람은 무려 300만 명에 달하는데, 이제는 식수가 부족한 현실이다. 우물이나 저수지에도 물이 말라간다. 아마 축산농가와 원주민 에보리진들은 호주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첫 이재민이 될 수도 있다.

오세아니아 대륙은 전 세계에서 토착 동식물종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포유류만 해도 전 세계 분포 종의 80%가 오세아니아 대륙에 서식한다. 4천만 년 전 호주와 곤드와나 대륙의 분리 이후 호주대륙이 오랜 기간 고립돼있던 덕분이었다. 하지만 영국 식민지 개척자들이 고양이와 붉은여우를 들여온 후, 기존에 있던 호주의 포유류들이 대거 몰살됐다. 불과 200년 만에 호주의 273개 토착종 중 약 10%가 사라졌다(참고로 같은 시기 북미 지역에서의 사라진 종은 1개에 그쳤다).(5) 기후 온난화는 취약한 종부터 동물들의 치사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토종 포유류의 약 21%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엘리자베스 콜버트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섯 번째 대멸종”이 온 것이다.(6) 삼림지대와 초원지대, 산호초지대에서는 이렇듯 생물들의 씨가 말라간다. 

2018년 11월(호주에서는 건조하고 기온이 높아지는 달-역주)에도 케언스, 애들레이드의 곳곳에서 날여우박쥐(Pteropus) 수천 마리의 떼죽음이 목격됐다. 극도의 이상기온이 해당 박쥐류의 행동과 개체 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인 익수류 전문가 저스틴 웰버겐 시드니 동물 생태학 조교수는 “앞으로 호주의 여름이 더 뜨거워지면서, 보다 많은 지역에서 (특히 어미와 새끼를 중심으로) 꾸준히 박쥐가 죽어 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밤의 수분(受粉) 매개자’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호주의 숲은 더욱 취약해졌다.

박쥐보다 군집 규모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 야행성 종들도 호주의 열대림 속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학계에서는 “코알라, 짧은 부리 유황 앵무, 사랑앵무, 금화조, 쇠붉은수염벌새”(7) 등의 멸종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작은 들쥐 멜로미스 루비콜라가 자취를 감췄다. 이 종이 서식하던 모래섬 브램블 케이가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에 침수됐기 때문이다.

2014년 호주 관광 수입에서 32억 호주 달러(20억 유로)를 창출한 코알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알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자리는 3,000개가 넘지만, 코알라는 현재 ‘기능적으로 멸종’된 상태다. 자연상태에서의 번식이 불가하거나 (개체 수 감소에 따라) 생태계 내에서의 의미 있는 역할수행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초지대도 560억 호주 달러 상당의 경제적·사회적·상징적 가치가 있는 자연자원이지만,(8) 그런 식의 제도권 경제 논리에 의하면 2,480억 호주 달러를 수출하고 24만 7,000만 명을 고용하는 지하자원 산업이 단연 우위일 것이다. 

 

해변의 소멸, 파도가 건물 벽을 노크한다

현재 호주 인구의 90%는 연안에서 5km 미만인 곳에 거주하며, 브리즈번과 멜버른 사이 연안 지대에는 전체 호주 인구 2,540만 중 절반 이상인 1,500만 명이 집중돼있다. 머리-달링 강 유역을 비롯한 수자원 지대에 대규모 수요가 발생하는 이유다.(9) 따라서 기후 온난화가 진행되면, 호주는 선진국들 중 어떤 나라보다도 해수면 상승과 온대 저기압에 취약하다. 호주 국가(國歌) <Advance Australia Fair>의 가사를 보면 “호주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기후학자 조엘 저지스의 지적에 따르면 지금의 호주는 “수위가 높아지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라고 봐야 한다. “호주의 근본적인 국가 정체성 일부가 무너질 것”이며, “지금의 우리는 계속해서 침식되는 해안가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는 셈”이다.(10)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향후 2100년까지 1m 이상 해수면이 상승할 전망이며, 보험사들은 호수와 해안의 침식작용으로 2,260억 호주 달러 상당의 부동산과 인프라 피해를 보전해야 한다. 2016년 6월에도 강도 높은 태풍들이 퀸즐랜드에서 태즈메이니아에 이르는 동부 연안을 강타했는데, 거센 파도가 연신 밀려오면서 다수의 가옥과 도로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시드니 근교 콜라오이, 나라빈 지역의 피해가 컸다. 바다의 호흡이 닿는 해변이 사라지면, 파도가 곧장 콘크리트 외벽과 충돌할 것이다.

기후협의회(Climate Council)는 이렇게 지적했다. “가스와 석유 연료의 연소 및 삼림파괴가 온실가스의 주범이며, 이는 ‘앵그리 섬머’의 기원이다.”(11) 호주 남동부에 위치한 태즈메이니아는 원래 강한 편서풍으로 서늘한 기후를 보이는 지역이지만 2019년 1월에는 무려 35℃를 기록했다. 시커먼 구름이 내려앉은 호바트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어두움이 뒤덮었으며, 산 너머 열대우림은 화염에 휩싸였다. 소방관 500여 명은 수천 년을 살아온 귀중한 산림유산 킹 빌리 종과 휴온 종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습지대 20만 헥타르마저 이미 잿더미로 변했다. 

호주 대륙은 빠른 속도로 연소 돼가고 있으며, 기후협의회에 의하면 “퀸즐랜드는 화재 발생 기간이 평년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고, 태즈메이니아도 지난해보다 일찍 화재가 시작됐다.” 기후협의회는 “향후 2050년까지 정치 공조체제를 통해 배기가스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는데, 세계 최대의 석탄 수출국인 호주로서 이는 무리한 발상이다. 호주 언론 70%를 장악한 억만장자 루퍼트 머독 소유의 매체들(12)이나 석유화학 기업들, 호주광물협회나 호주석탄연합 같은 싱크탱크에서도 기후 온난화의 폐해에 대한 ‘망상’을 비난한다. 냉전 시절 ‘레드 콤플렉스(공산주의에 대한 과민반응)’ 카드를 꺼내 들었던 호주 우파도 이제는 ‘그린 콤플렉스’ 카드를 휘두르는 상황이다. 

 

“원주민, 기업이 공존할 평화적 대안 필요”

타운즈빌의 실업률은 7.5%로, 퀸즐랜드 주의 다른 지역보다 1%p 더 높다. 2019년 8월 기준, 17~24세 청년 중 16.4%가 무직자였다. 식물성 음료를 마시며 노동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환경운동가에게, “당신에게 소이 라테를 마실 권리가 있다면, 내게는 석탄노동자로 일할 권리가 있다”는 시위 문구를 들이밀며 조롱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다. 이곳 타운즈빌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카마이클’ 석탄광산이 조성될 계획인데, 전체 부지는 총 447㎢에 달한다. 파리 전체 면적의 약 4배 규모다. 

매년 6천만 톤의 석탄이 채굴될 이 대규모 탄광이 고갈되기까지는 약 150년이 걸릴 전망이다. 캠벨 뉴먼 주지사와 그 뒤를 이은 아나스타샤 팔라스크즈크 주지사 정권에서는 이 사업을 주관하는 인도 재벌 아다니 기업에 아낌없는 지지의 뜻을 내비쳤다. 수 세대에 걸쳐 수천 개의 일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다니 사에서는 별다른 채용계획이 없어 보인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주도 퍼스에 소재한 작업장에서 운전기사 없이 자율 주행 트럭을 돌리는 메이저 광산업체 리오 틴토 사의 선례처럼 ‘갱도에서 항구까지’ 탄광에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제임스 브래들리는 자신의 저서에서 “2017~2018년 퀸즐랜드 주 정부의 세수 중 탄광 분야가 기여한 비중은 6.4% 수준이며, 이 수치는 2021~2022년 4.6%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적고 있다.(13)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연구소(The Australia Institute)의 연구에서 지적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외국계 기업이 호주 석탄산업의 86%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향후 10년간 5억 호주 달러 상당의 로비자금을 부어 호주 주 정부를 압박해갈 것이다.(14) 생태주의 진영에서 석탄 기업들의 이 막대한 로비 활동을 막아낼 재간은 없다.

게다가 ‘기후 선거’라 명명된 2019년 5월 총선에서도 펜티코스트파(기독교 교파) 탄광개발 신봉자 모리슨의 입지만 더욱 탄탄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보수우파 연대가 재집권했다고 해서, 호주 국민이 기후변화 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곤란하다”라고, 기후협의회 소속 기후학자 겸 생물학 명예교수 레슬리 휴스는 지적했다. “지역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가 너무 중대한 사안이었기에, 노동당이 의석 몇 개를 잃었다”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퀸즐랜드 유권자들은 노동당의 모호함보다는 보수연대의 강경함을 선호한 셈이다. 노동당에서는 석탄 노동자들 쪽 편을 들지도 않았고 환경세를 지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주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100여 개 지방정부와 300여 개 도시가 모여 ‘Cities Power Partnership’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에너지 부문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한국, 중국, 타이완처럼 각각 차이는 있지만 ‘저탄소경제’의 실현을 고민하는 나라들의 급박한 상황을 보면서 캔버라도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의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15)

그렇다면 연방정부에서도 방향을 틀 생각이 있는 걸까?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킴벌리 지역의 마두와라-피츠로이 강 인근에 사는 앤 폴리나는 “그건 또 다른 문제”라며 한발 물러선다. 의사 겸 조산사로 활동하는 가운데 현지 토착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앤 폴리나는, 교육연구 관련 지역조직 ‘마줄라(Madjulla)’를 이끌며 학자, 생태학자, 예술가, 작가, 법률가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앤 폴리나에 의하면 “에보리진(호주 원주민)들은 에너지 과도기 관련 논의에 관심을 보인다. 에보리진도, 기업도 함께 사는 평화적 대안이 필요하다.” 토착문화나 전통의학, 수백만 년을 이어 내려온 농경 지식, 재생에너지 등을 에너지 과도기의 대안으로 삼자는 것이다. “킴벌리 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2 개발모델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이다.”

호주 원주민의 애니미즘에서는 인간의 법칙보다 ‘대지의 법칙’이 우선한다. 6만 년 전부터 다양한 천문학적 지리적 지식이 구전되며, 집단의 기억으로 자리 잡은 후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돼왔기 때문이다. 이런 ‘설화’나 ‘전설’들은 대륙의 지도를 그리면서 대지와 강, 그리고 숲의 역사와 여정을 써 내려갔다. 원주민들의 이런 토착 신앙에 배치되는 공장식 목축업은 오늘날 마두와라-피츠로이 강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점점 메말라가는 호주를 보면서 폴리나는 “이제 물값이 금값이 됐다. 지금은 물이 희소 자원”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한다.

25년 전부터 해양 보호 운동에 참여해온 작가 팀 윈톤(7면 박스기사 참고)도 퍼스 북부지역에서 벌어지는 액화천연가스(LNG) 채굴 경쟁을 지켜보고 아연실색했다. 엔지니어링 회사 <Subsea7>이 엑스마우스 남부에 가스관 제조공장을 세울 계획인데, 10km가 넘는 가스관이 닝갈루 리프를 관통해 해양유전 굴착 시설과 연결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2000년대 초 닝갈루 산호초지대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주민들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퍼스 환경보호 당국도 지난 6월 <Subsea 7>의 제안서를 엄정하게 심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윈톤에 의하면 “닝갈루 리프는 전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해양보호 구역이다.” 그는 “이곳에서 고래를 만난다면 굉장한 놀라움을 맛볼 것이다. 고래는 정말 신기한 동물”이라고 설명하며 탄복했다. 혹등고래 개체군의 최대 서식지도 이곳 해양보호 구역이다. 게다가 혹등고래는 물론 튜공, 만타 가오리, 돌고래 등의 번식도 함께 이뤄진다. 

반대편 케언스 앞바다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활기찬 유기체, 산호초지대가 펼쳐진다. 198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이 자연의 불가사의는,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자원일 뿐 아니라 어로 자원의 순환을 돕고 연안 침식도 방지한다. 하지만 기후 온난화로 지금은 그 생존이 위협받는 상태다. 호주해양보존협회의 데이비드 카줄리노는 “사탕수수 재배에 쓰이는 비료가 연안 수자원을 오염시킨 지 오래됐다. 정부에서는 각 농가가 보다 생태적 방식으로 농사를 짓도록 장려하고 있지만, 여태까지의 관행을 바꾸는 것에 대한 저항이 없진 않다”고 설명한다. 그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라는 보물이 있는 퀸즐랜드 주조차 초대형 탄광 프로젝트를 수락한 마당에, 어떻게 다른 국민들 앞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또 하나의 위기, 해양을 위협하는 석유회사의 탐욕

2013년부터 정권을 잡은 보수 세력은 기업들이 마구잡이로 바다를 들쑤시도록 부추긴다. 사실 2012년까지만 해도 노동당 정부는 학계에서 10년간 연구해온 결실인 해양운영 계획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야당 대표였던 토니 애벗 보수연합 대표는 해양보호구역을 위한 과도한 규제 때문에 ‘바다의 발이 묶일 것’이라고 보고, 자신이 총리로 당선되면 해당 계획을 중단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운동 기간 중 호주어획자원거래협회 총회에 모인 어업 종사자들은 그런 토니 애벗의 연설에 열광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골드코스트 해안에서 낚시하며 자란 토니 애벗은 “미래 세대 또한 이 같은 특권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내비쳤다.(16)

결국 2013년 9월 총리로 당선된 그는 ‘과업’의 완수에 열중했다. 원래의 운영계획을 세우는 데 동참한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대학 해양미래센터 제시카 뮤윙 소장은 “2013년에서 2017년까지 연방정부가 수산 기업 및 요트 업계의 로비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계획안을 구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2017년 7월 말도 안 되는 계획이 수립됐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1,200명 이상의 학자들이 호주 정부의 노선 전환에 우려를 표명했다.(17) 결국 2018년 7월 1일 시행된 이 새로운 운영계획으로 그동안 어획, 가스 및 석유 채굴이 금지됐던 해양 국립공원 보호지역(IUCN II)의 면적이 40만㎢ 감소했으며, 해당 구역은 부분적인 보호만을 받는 종 및 서식지 관리지역(IUCN IV)으로 강등됐다.

호주의 하천 공간 97%에 분포되는 여가용 낚시 구역도 이제는 연안에서 100km 이상으로 확대됐다. 따라서 2012년에 조성된 44개 해양 공원 중 16개는 이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제시카 뮤윙 소장은 “1975년, 뉴질랜드의 빌 밸런타인 교수가 ‘리(Leigh)’ 공원이란 이름으로도 알려진 세계 최초의 해양보호구역 ‘케이프로드니-오카카리포인트 해양보호지역’을 조성하는 데에 이바지했다”고 말하면서 이 해양생물학자의 눈부신 과업을 칭찬했다. 해양생물 개체군의 번식과 증가, 그리고 어업 특화구역의 정비에 있어 해양보호구역이 미치는 절대적 중요성에 대해서는 40년 전에 이미 밸런타인 교수의 연구로 입증된 바 있다. 이렇게 해양보호구역을 설정하면 기후 온난화의 상황에서 산호초의 복원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런 보호구역을 확대해도 모자랄 판국에, 호주 정부는 그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그레이트오스트레일리아만 지역이 호주 최대의 석유 매장고’라고 주장하는 노르웨이 기업 에퀴노르(구 스타토일) 사는 2020~2021년에 가동될 유전 Stromlo-1의 시추를 계획 중이다. 하지만 유전이 위치한 남극해에는 굉장한 기세의 파도로 해수면과 지표면을 휩쓰는 태풍이 자주 일어난다. 그런데도 이런 유전탐사 계획이 합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2018년만 해도 24m의 파고가 부표에 기록된 바 있다.(18) 그럼에도 이 회사는 시추 활동이 상대적으로 기후가 온화한 9~10월에만 이뤄진다며 우려를 잠재우고자 한다. 

그레이트오스트레일리아만의 지질구조와 해류 사이에 나타나는 상호작용은 현재로선 완전히 다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2013~2017년에는 학계 연구로 이 지역에 277개의 새로운 종이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남방참고래, 바다사자, 향유고래 및 다양한 점심해수층(수심 1,000~4,000m) 생물 종이 공존하는 이곳 해양 생태계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가늠조차 되고 있지 않다. 에퀴노르 사는 이런 해저 보물 지대를 위협하는 존재임에도 그저 “그레이트오스트레일리아만에 석유가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한 방법으로 이를 알아볼 수 있을까? 물론이다”라는 말을 태연히 늘어놓는다.

학계의 그 어떤 연구도 에퀴노르 사의 기를 꺾을 수는 없을 듯하다. 10년 전 몬타라 유전 사고로 티모르해에 수백만 L의 원유가 유출됐지만, 이 정도 사고로는 작금의 행보를 막기에 역부족인 듯하다. 

또 하나의 참극이 호주의 환경재앙 중 하나로 기록되는 불상사가 생기진 않을까?

 

 

글·막심 랑시앵 Maxime Lancien
언론인. <Paysageur>의 공동기획자.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김명효
번역위원


(1) ‘Pumped’, <ABC>, 2017년 7월 24일.
(2) Interview by Paul Kennedy, <ABC news breakfast>, 2019년 1월 14일, www.pm.gov.au 
(3) ‘The Angriest Summer’, Climate Council of Australia, Potts Point, 2019년.
(4) Bret Walker SC, <Murray-Darling basin royal commission report>,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정부, 2019년 1월 29일.
(5) John C. Z. Woinarski, Andrew A. Burbidge & Peter L. Harrison,‘Ongoing unraveling of a continental fauna: Decline and extinction of Australian mammals since European settlemen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Washington, DC, 2015년 4월.
(6) Elizabeth Kolbert, 『The Sixth Extinction: An Unnatural History,』 Bloomsbury Publishing, 2014년 2월(국내판:『여섯 번째 대멸종』, 처음북스, 2014년).
(7) Justin Welbergen, ‘Canaries in the coalmine: Flying-foxes and extreme heat events in a warming climate’, Griffith Climate Change Seminar에서 발표, Griffith University EcoCentre, Nathan, Queensland, 2014년 7월 3일.
(8) ‘At what price? The economic, social and icon value of the Great Barrier Reef’, Deloitte Access Economics, Sydney, 2017.
(9) Marc Laimé, ‘Crise de l’eau: le laboratoire australien’, Carnets d’eau, www.monde-diplomatique.fr, 2012년 6월 12일.

 

영토와 조국

 

팀 윈튼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프리맨틀 해변의 배더스 비치하우스 테라스에서 태양이 내리쬐는 이 아름다운 대지를 묘사한다. 캔버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더스 비치는, 호주 서안에서도 규모가 꽤 큰 해수욕장이다. 마일스 프랭클린 상을 4번 받은 퍼스 출신 작가 팀 윈튼은 풍부한 감성의 원천인 호주의 바다와 사막을 노래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저서『Island Home. A Landscape Memoir』에도, 그는 이 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그대로 담아 놓았다. 

1688년 윌리엄 댐피어의 뒤를 따라 호주를 발견한 식민지 개척가들은 당시의 소감을 이 땅 위에 그대로 남겨둔다. “호주의 지명에서는 당시 식민지 개척자들의 혐오감과 실망감이 드러나는데, ‘Useless Loop(무용한 고리)’ 시나 ‘Disappoint(실망)’ 호수 등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에도 그에 해당하는 지명들이 적지 않다.” 미개척의 땅 호주를 얕잡아보던 유럽인들의 시각은 1788년 이후로도 달라지지 않는다. 

호주의 풍경은 여전히 낯설었고, 나아가 추상적이기까지 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호주의 모습은 그런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킬 뿐이었다. 도시가 가장 발달한 지역의 주민들은 이 ‘가혹한 나라(Fierce Country)’(1)의 가장자리에 빼곡히 모여 산다. 호주에 대한 이런 무관심이, 오늘날 1인당 오염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이 나라 안에서의 삶을 외면한 원인이었을까? 호주 국민들이 살아가면서 치러야 할 비용에 대해서도, 우리는 관심이 없다.

“호주의 역사와 마주한다는 것은 곧 이 나라 안에서 자행된 생태계 파괴의 역사, 에보리진(aborigine. 유럽인에 의하여 식민지로 개척되기 이전에 오스트레일리아에 살았던 원주민-역주)의 문화 및 언어 파괴의 역사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식민지 개척자들은 가차 없이 호주의 풍경을 뒤집어놓았다. 하지만 식민지 정복의 뉘앙스가 담긴 영토라는 개념 대신 조국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자리 잡으면서 사람과 땅 사이에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생겨났다. “젊은 세대 호주인들은 이 섬을 어머니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전 세대와 분명히 다른 점이다.”

팀 윈튼은 데이비드 뱅갈 모왈자르라이의 풍부한 사상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의 말마따나 “호주가 낳은 최고의 사절단” 모왈자르라이는 1925년 은가리닌 부족 출신의 지식인으로 작가이자 예술가이며, 법률가이자 철학자로 활동했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시각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두 갈래의 사고방식(Two-way thinking)’을 제안한 것도 바로 그였다. 백(白)호주와 흑(黑)호주가 서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랫동안 이해불가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이 불모지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모왈자르라이 역시 “우리가 백인들과 함께 이 나라의 역사를 공유한다면, 저들의 마음에는 ‘조국’의 개념이 자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나라를 해치기보다는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막심 랑시앵 Maxime Lancien

번역·배영란
번역위원


(1) Stephen Orr, 『The Fierce Country. Surviving the Dead Heart』, Wakefield Press, Mile End, 2018.


(10) Joëlle Gergis, 『Sunburnt Country. The History and Future of Climate Change in Australia』, Melbourne University Press, 2018.
(11) ‘The Angriest Summer’, Climate Council of Australia, op. cit.
(12) Robert Manne, ‘Bad news: Murdoch’s Australian and the shaping of the nation’, <Quarterly Essay>, Carlton, no 43, 2011년 9월.
(13) James Bradley, ‘How Australia’s coal madness led to Adani’, <The Monthly>, Carlton, 2019년 4월.
(14) Hannah Aulby, ‘Undermining Our Democracy: Foreign Corporate Influence Through the Australian Mining Lobby’, The Australia Institute, 2017년 8월.
(15) ‘Hydrogen for Australia’s future. A briefing paper for the COAG Energy Council’, Hydrogen Strategy Group, 2018년 8월.
(16) ‘Abbott coalition will suspend Marine Park process’, Sail World, Southampton(Royaume-Uni), 2013년 8월 27일.
(17) ‘Safeguarding Australia’s marine parks network: The science case’, Ocean Science Council of Australia, 2017년 7월.
(18) A record wave height measured in the Southern Ocean, MetOcean, 2018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