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품 안의 잠비아, 깊어가는 서구의 고민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 전기 공급이 중단된 어느 저녁, 한 조용한 식당. 래퍼 ‘필라토’의 휴대폰 불빛이 반짝이며 그의 얼굴을 비추고 식당을 밝혔다. 그는 트위터 팔로워들을 위해 벰바어로 만든 새로운 곡을 인터넷에 업로드한 참이었다. 새로운 곡 ‘야마 차이니즈(Yama Chinese)’의 가사는 수많은 잠비아인의 걱정을 잘 드러낸다. “그들은 좋은 옷을 차려입고 웃으며 중국으로 떠나. 이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말이야. 모든 길은 중국으로 향하고, 모든 호텔은 중국인을 위한 것이야. 닭 사육장도, 벽돌 공장도 모두 중국 거야.”
인구 1,600만의 국가 잠비아에서 무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필라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은돌라 지역 출신의 품바 샤마는 2018년 5월, 6개월간의 남아공 망명 생활을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에드거 룽구 대통령 정부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격렬한 랩 ‘코스웨 뭄포토(독 안의 쥐)’ 때문에 살해위협을 받았고, 강제 망명을 떠나야 했다. ‘야마 차이니즈’는 중국에 대한 원한이 깊어지고 있는 잠비아, 특히 이 나라 수출소득의 70%를 책임지고 있는 코퍼벨트 주(Copperbelt, 잠비아를 구성하는 10개 주 가운데 하나로 구리가 많이 매장되어 있는 곳)에서 발표된 곡이다. 중국에 대한 비난은 무엇보다 사회부문에 집중된다. 잠비아 노동조합 대표 회의의 코스마스 무쿠카 사무총장에 따르면 몇몇 중국 민간 기업들은 다국적 광산 채굴기업들의 보호 아래 “국제노동기구의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는다.”
이런 반중 감정에 미국이 기름을 부었다. 2018년 12월, 미국의 새로운 아프리카 전략을 알리는 임무를 맡았던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잠비아 정부가 중국에 진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중국이 잠비아 국영 기업 몇 곳을 차지할 의도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1) 이런 폭로 때문에 <아프리카 컨피덴셜> 뉴스레터가 3개월 전 발행한 기사가 다시금 화제에 올랐다. 기사에 따르면 국영 전력기업 제스코가 매각을 위해 “한 중국회사와 협상 중”이며, 이 때문에 “중국이 잠비아의 국가산업을 점유하고, 잠비아의 주권을 침해할 것이 우려된다.”(2)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추산되는 잠비아의 국채는 폭발했다. 공식 자료에 의하면, 잠비아의 국채는 2011년 19억 달러에서 2018년 말 1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아프리카 남부에서 3번째로 경제가 발전한 국가이자, 아프리카 2위 구리 생산 국가인 잠비아는 지부티, 콩고와 함께 ‘중국 부채의 덫’을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가 됐다. 이들 외에도 약 15개 아프리카 국가 역시 이 덫에 빠지고 있다.
2018년 4월 중국의 일대일로(BRI)(중앙아시아와 유럽,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역주) 포럼에 참석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국의 원조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자금조달 및 인프라 건설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해결할 수 없는 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채무 관련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이들 국가의 다른 지출이 제한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2018년 봄, 잠비아 정부는 “당국의 차용계획이 국가의 부채 지속성과 거시 경제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IMF에 13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으나, IMF는 이를 거절하며 언행일치를 보여줬다.
잠비아 정부는 ‘정보 왜곡’이라며 소리 높여 비판했다. 중국 쓰촨성의 자매결연 도시인 루사카 주의 하우맨 루잠보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무역전쟁 때문에 국제 금융기관들의 지지를 업고 중상모략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지방 행정부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잠비아 국채의 30%를 관리하고 있고, 국채 대다수가 다국 간 채권자, 무역 채권자, 국제 채권시장의 수중에 있었다. 그러나 독립일간지 <뉴스 디거>의 조지프 음웬다 편집장은 “공식수치는 현실의 일부밖에 반영하지 못한다. 중국이 제공한 일부 대부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자금이 출자된 공사들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잠비아가 외국 당사자들과 체결한 수많은 계약의 비용은 과다 청구됐다.(3)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는 지난 9월, 잠비아의 국외 부채 중 65.8%가 중국에 대한 부채라고 추산했다. 아프리카 신기록이다.(4)
새로운 부채의 소용돌이에 빠진 잠비아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 덕분에 재정 곤란을 해결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 일시적 소강상태 이후 또다시 부채 지옥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말았다. 1980~1990년대에는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이 선진국의 은행과 정부들에 진 채무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 금융기관들의 지독한 구조조정 계획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자유주의 정책과 자유무역 정책 시행을 약속했던 것이다.(5) 서구 자본주의 점령의 신호였던 부채는 비양허성 차관(차입국에 불리한 조건에 의한 차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만큼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 대륙에 미친 중국의 영향력까지 상징한다. 비양허성 차관은 잠비아의 전체 부채 중 2011년 23%에서 현재 77%로 늘어났다.
대중국 부채에 대한 브레턴우즈 체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 국제적 통화제도 협정에 따라 구축된 통화체제. 협정에 따라 IMF와 국제부흥개발은행이 설립됨-역주) 기관들의 격렬한 항의는 과거 자신들의 책임도 드러냈다. 2002~2008년 잠비아의 광물 수출은 500% 늘어나 수출액이 6억 7,000만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증가한 반면, 조세수입은 늘지 않았다. ‘조세 경쟁’을 지지하는 IMF의 훌륭한 조언에 따라 서구 및 인도의 거대 원자재 기업들이 세금을 피해 스위스나 모리셔스 같은 조세 피난처로 이윤을 송금했기 때문이다.
‘코퍼벨트(구리 벨트)’에 진출한 캐나다의 퍼스트 퀀텀 미네랄, 세계 최대 원자재 기업인 영국-스위스 합작 글렌코어 등 4개 주요광산 채굴 다국적 기업은 사회적·환경적 책임에서 면제됐고, 잠비아는 2000~2010년 30~50억 달러의 조세수입을 잃고 말았다. 인프라 건설을 위한 긴급자금 필요성에 직면한 잠비아는, 결국 40년간 우방이었던 중국에 도움을 청했다. 당시 IMF도 이 상황을 용인했다.
하지만 잠비아에 이것은 새로운 부채 소용돌이의 시작이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례들과 IMF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잠비아는 2012년 첫 유로본드(통화국 밖에서 발행하는 통화국 화폐표시 채권-역주)를 발행했다. 국제 금융시장에 금리 5.65%, 10년 만기 국채 7억 5,000만 달러를 발행한 것이다. 국채발행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다. 미국 투자기금과 연금기금에서 최초 발행액의 15배 이상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2014년, 원자재의 ‘슈퍼 사이클’(20년 이상의 장기적인 가격상승 추세-역주)이 둔화되고 있을 때 잠비아는 10억 달러짜리 두 번째 국제 국채를 발행한다. 이번에도 IMF의 지지 그리고 도이치 은행(독일 대표은행-역주)과 바클레이스 은행(영국의 다국적 금융서비스 기업-역주)의 중개를 통해서였다. 2015년, 세 번째 채권(11년 만기 12억 5,000만 달러)을 발행하던 때, 새로운 유로본드의 금리는 기록을 세우며 9.375%까지 치솟았다. 최근 7년간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발행한 동종의 채권 중 최고액이었다.
잠비아 정부는 유로본드를 상환하기 시작하던 시점에도 계속 중국에 돈을 빌렸다. 15억 달러가 넘는 카푸에 고르지 댐 건설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이것이 백악관에서 제스코의 미래에 관한 걱정스러운 전망을 하게 된 원인이었다. IMF에 의하면, 2019년 잠비아의 부채는 114억 달러로 증가했다. IMF는 잠비아를 ‘과도한 국외 채무의 위험이 큰’ 국가라고 판단했다.
“서구가 중국을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잠비아 경제학자 협회장인 루빈다 하바조카는 다음과 같이 반발했다. “유로본드 30억 달러가 문제지, 중국에서 빌린 돈이 문제가 아니다. 채무로 우리가 올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8억 달러인데 그중 3억 달러가 유로본드와 관련된 것이다. 유로본드는 일단 상환 시기가 닥치면 달리 방법이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빌린 채무는 쉽게 재협상, 재구성 및 재출자가 가능하다.” 유로본드의 금리는 10%를 넘어섰다. 룽구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하바조카는 광산 분야의 재국유화와 터키의 투자금을 통한 유로본드의 재자본화를 제안했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볼턴이 그토록 염려하던 제스코는 2000년대 초, IMF가 권장하던 민영화 대상에 포함됐었다. 이 국영 전력기업은 카푸에 고르지 수력발전댐 건설을 맡은 ‘시노잠 파워 코퍼레이션’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시노잠 파워 코페레이션’은 제스코와 중국기업 ‘시노하이드로(지분의 50%)’, ‘중국-아프리카 발전기금(20%)’이 공동출자했다. 잠비아가 중국에 진 빚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중국은, IMF가 중시하는 민관합작투자사업을 통해 제스코의 경영권을 잡을 수도 있다.
루사카에 위치한 ‘톱스타’ 본사에 들어서자 6개의 화면에서 각각 쿵푸 영화, 나이지리아에서 촬영된 드라마, 터키 드라마, 잠비아 토크쇼, 1부 리그 축구 경기 그리고 스와힐리어로 더빙된 중국 시리즈가 나오고 있었다. 2016년, 잠비아 국영 텔레비전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잠비아 국영방송 공사(ZNBC)가 중국의 민영 방송사 ‘스타타임스’와 함께 설립한 특별목적회사 ‘톱스타’에는 15명의 중국인 직원과 130명의 잠비아 직원이 일한다.
중국 민영기업 중 유일하게 해외 라디오 텔레비전 시장 투자 허가를 받은 ‘스타타임스’는 아프리카 디지털 지상파 텔레비전(DTT) 시장 정복에 나섰다. 2018년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 ‘스타타임스’는 아프리카 18개국 정상을 만나기도 했다. ‘톱스타’의 클리프 시숀 부회장은 “중국이 ZNBC를 관리한다는 말은 근거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공영방송국 ZNBC는 이미 중국 방송국이다”라고 말한 볼턴의 비난에 대한 응수였다. 미국 존스 홉킨스 고등국제대학교의 ‘중국-아프리카 리서치 이니셔티브’는 블로그를 통해 “외국 주체가 공영 라디오방송국을 지배하려면 잠비아 국영 라디오방송공사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충분한 공시 없이는 국회에서 이를 쉽사리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6)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 부패 척결 네트워크’(7)에 의하면, “약 10배 수준으로” 과다청구된 ‘톱스타’ 설립 조약은, 이 신생회사에 “신호뿐만 아니라 콘텐츠까지 송출할” 권한을 부여한다. 중국으로서는 ‘톱스타’가 단연코 자국의 영향력을 발휘할 도구인 셈이다. 시숀 부회장은 ‘스타타임스’에 가입한 아프리카 고객들의 디지털 데이터가 중국에 가져다주는 전략적 이익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야당인 레인보우당의 윈터 캄비아 대표에 따르면 중국뿐 아니라 서구 국가들 모두 잠비아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미국도 국제개발처의 역량을 강화하며,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에(8) 대한 새로운 개발자금 조달기구를 만들었다. 바로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 설립이다.
연구자인 비토 라테르차와 페이션스 무수사는 현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IMF가 수십 년 동안 해왔던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중국이 서구로부터 손가락질받는 모습은 비극적인 아이러니다. 핵심은 잠비아가 또다시 국제 채권자들의 덫에 걸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중국이 펼쳐온 지하경제 시스템에 위협을 느낀 IMF와 IMF의 서구동맹들이 잠비아를 비롯한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잃을까 두려워한다는 사실이다.”(9)
글·장크리스토프 세르방 Jean-Christophe Servant
기자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Remarks by National Security Advisor Ambassador John R. Bolton on the The Trump Administration’s New Africa Strategy’, 백악관, Washington, DC, www.whitehouse.gov
(2) ‘Bonds, bills and ever bigger debts’, Africa Confidential, 2018.9.3., www.africa-confidential.com
(3) ‘Zambia’s looming debt crisis is a warning for the rest of Africa’, <이코노미스트>, 런던, 2018.9.15.
(4) David Dollar, ‘Understanding China’s Belt and Road infrastructure projects in Africa’, Brookings Institution, Washington, DC, 2019년 9월.
(5) Sanou Mbaye, ‘Métamorphoses de la dette africaine 아프리카 부채의 변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5월호.
(6) Dani Madrid Morales, ‘Guest post: Is China taking control of Zambia’s national broadcaster? No, it is not’, China Africa Research Initiative Blog, 2016.6.18, www.chinaafricarealstory.com
(7) Southern Africa Network Against Corruption, http://sanaczambia.org/tag/corruption/
(8) Joe Bavier, ‘China overloading poor nations with debt, top US official says’, Reuters, 2018년 7월 16일 자.
(9) Vito Laterza, Patience Mususa, ‘Is China really to blame for Zambia’s debt problem?’, Al-Jazeera, 2018.10.11, www.aljazee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