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언론을 조작하는 전문가 양성소

2020-01-31     그레고리 르젭스키 l 자유기고가

은퇴·공공서비스·노동시장 분야에서 자유주의 개혁을 단행하기에 앞서 사전연구를 수행하는 싱크탱크가 있다. 민간기관임에도 보조금 후원을 받는 싱크탱크는 이데올로기를 제시하는 정당의 역할을 대신하며, 여론조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2018년 11월 17일 프랑스 거리 곳곳의 회전 교차로에는 무려 30만 명의 인파가 집결해 1968년 이래 최대규모 시위인 ‘노란 조끼’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한편, 같은 날 파리 소르본 대학의 대형강당에서는 우파성향의 싱크탱크 ‘정지혁명재단(Fondapol)’과 좌파성향 싱크탱크인 장 조레스 재단, 레 그라크, 그리고 테라 노바가 ‘포퓰리즘에 맞서, 서로 합심해 유럽의 진보적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회담을 개최했다.

프랑스 싱크탱크 대부분은 ‘대중의 뜻을 따르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하며, 부르주아 결집을 공고히 해 기존사회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1)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응해 프랑스의 외교정책을 제시하는 시도를 하거나, 공공안전에 힘쓰기도 하며, 일부는 진보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2) 몇 년 전, 불복하는 프랑스(FI) 당 대변인이자, 좌파당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던 알렉시스 코르비에르는 싱크탱크에 대해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운운하며 공정한 견해를 제시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민간단체의 이익을 옹호하는 약아빠진 압력단체에 불과하다”라고 비난했다(<르몽드>, 2012년 1월 8일). 물론 알렉시스 코르비에르가 다소 성급하게 싱크탱크를 비난했을 수도 있다. 

싱크탱크 중에는 보조금만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공익재단도 있고, ‘금융거래 과세 및 시민 활동을 위한 연합(Attac)’ 같은 단체는 독지가의 납입금으로 운영되며, 정부에서 지원하는 싱크탱크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싱크탱크의 일부에 불과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테라 노바, 몽테뉴 연구소, 파브리크 드 라 시테, 위임공공서비스관리연구소와 같은 싱크탱크는 대량의 연구보고서와 뉴스 채널 BMF나 프랑스 퀼튀르 같은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 그들에게 유리한 기득권을 지지하는 편향적인 입장을 보였다.(3) 

 

정치인들의 무능을 부추긴 ‘싱크 아웃소싱’

우선 싱크탱크가 어떤 단체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집단’의 설립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다(경제 전문가 모임인 익스 크리즈(X-Crise), 르 그룹 에스프리도 이 시기 창립됐다). 이후 제4공화국과(테크노크라시를 중요시했던 장 물랭 클럽 창립) 자유주의가 우파의 핵심가치가 된 1980년대에는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클럽’을 조직했다. 이 시기, 정치 전문가들이 모여 ‘클럽 89’와 ‘오를로지 클럽’을 설립했다. 

그리고 1982년에는 대학교수 프랑스와 퓨레, 피에르 로산빌롱과 친기업 성향을 지닌 고위 공무원 로제 포루, 알랭 맹크가 생시몽 재단을 창립했다. 이 재단은 1999년 해체될 때까지, 기업, 정부 기관, 대학, 언론사 출신 전문가들이 모여 ‘좌, 우의 경계를 허물어’ 상호협력을 도모했고, 1994년에는 ‘프랑스 실업 선호현상’ 보고서를 출간해, 프랑스 실업에 대한 새로운 분석을 제시하는 성과를 보였다.(4) 그리고 당시 고위 관료였던 이 보고서의 작성자 드니스 올리벤느는 이후 언론사와 무역회사의 대표직을 역임했다.

생시몽 재단은 오늘날까지도 프랑스 싱크탱크의 모델이다. 1980년대부터 정치·경제 전문가로 구성된 ‘신권력’이 급부상하면서, 프랑스 대학은 지식인 집단으로서의 제도적 자립력을 상실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와 퀴세트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런 변화는 지적 노동의 복종 현상을 불러왔다. 과학공동체가 수호했던 사유 활동은 사라졌다. 이 과학공동체는 이제 기업을 측근으로 여기며 두려워한다.”(5)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두 가지 주요한 변화가 생기면서 싱크탱크가 더욱 확산됐다. 우선, 정부 기관이 기업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공공정책검토(RGPP)보고서에서 정부 기관이 외부 컨설팅 회사에 자문을 받는 일이 잦아지자, 프랑스 명문 그랑제콜 국립 행정학교(ENA)와 에콜 폴리테크니크 출신들이 전문연구를 주도하게 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정부 기관의 혁신을 위해 민·관의 엘리트들은 시장에 적합한 방안을 정부 기관에 제안하기 시작했다.(6) 이에 따라, 내실 있는 전문 연구능력을 펼쳐야 하는 정부 기관의 역할이 취약해졌다. 심지어 경제부 산하 경제예측부와 설비부 산하 과학기술 연구부는 해산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몽테뉴 연구소 전 원장 필립 마니에르는 “공공복지를 실현할 방법을 정부만 알고 있다고 믿었는데, 정부보다 독자적인 능력을 갖춘 주체가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라고 말했다.(7)

이 시기, 정당은 정책연구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표심 모으기에 주력하며 현안 처리에 급급한 나머지, 정당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두뇌로 해야 할 일을 하청업체에 맡겼다.(8) 오늘날 많은 정치인이 ‘하청업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상당한 사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아웃소싱’은 더욱 빈번해지게 될 것이다.(9)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싱크탱크의 로비스트 출신을 여럿 기용했다(에두아르 필립, 벵자맹 그리보, 에마뉘엘 바르공). 자크 시라크 정부 시절에도 경제부에 프랑스 자본주의 거물 기업가 프랑시스 메르와 티에리 브르통을 영입했었다. 2000년도에 친기업 싱크탱크인 정보기술기업연구소에 활동했던 티에리 브르통은 2005년, 이 연구소에 프랑스 재정상태 보고서 작성을 의뢰했다. 당시 보고서는 프랑스는 공적 부채가 무려 2만 유로라면서, 국가의 무능을 비난했다.(10)

 

세금감면, 후원금… 

싱크탱크에 날개를 달아준 법들

이렇게 민·관의 엘리트들이 교류하는 가운데, 마침 싱크탱크에 우호적인 법이 제정됐다. 레오타르드 법은 1987년 ‘공익재단’이라는 지위를 만들었다. 이 법 덕분에, 1991년에 설립된 로베르 슈만 재단과 1992년에 설립된 장 조레스 재단은 영업세 면제 혜택과 함께 후원까지 받았다. 2003년 발효된 아일라종 법은 싱크탱크를 후원하는 개인과 기업에 세금감면 혜택을 줬다. 싱크탱크(협회나 재단형태)의 후원자는 매출액의 2.25% 이내에서 후원금액만큼 공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매출액의 5% 이내에서 수익세 60% 감면 혜택을 누리게 됐다.

게다가 싱크탱크 후원을 더욱 독려하는 법 제도가 마련됐다. 싱크탱크 후원으로 인한 조세손실액을 2004년 9,000만 유로에서 2017년 9억 유로로 완화 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한 ‘싱크탱크’의 수혜금액은 추산하기 어렵지만, 기업은 이 제도 덕분에 원하는 싱크탱크를 후원하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더욱 영향력을 키울 수 있었다. 후원법이 공포되기 직전, 2002년 11월에 몽테뉴 연구소는 ‘재단 설립 확대를 위한 25가지 제안’을 발표했고, 이 중 20번째, 21번째 제안은 후원금만큼 수익세를 50% 감면해 준다든지 후원금을 매출액의 0.5%까지 상향 조정해 더 많은 후원금을 거둘 수 있도록 세제개편을 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프랑스 싱크탱크의 재원은 미국, 독일, 벨기에 수준에 비하면 아주 낮다. 하지만 기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는 싱크탱크이 입김이 얼마나 세졌는지 보면, 경제학자 줄리아 카제가 말했듯, 기업들은 ‘사리를 챙기기 위한 자금지원’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11)

헌법 제 4조는 정당 및 정치 단체에만 후보를 선정하고 지지할 수 있는 선거 활동 참여 권한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싱크탱크는 정치판에 은밀히 개입하려 한다. 2012년 대선 당시 몽테뉴 연구소가 BFM TV와 BFM, RMC 라디오 방송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의 공략을 지지하는 광고 방송을 끊임없이 내보내자, 프랑스 시청각최고위원회(CSA)가 개입해 이를 중단시켜야 했다. 그리고 기업연구소와 프랑스공공기관연구소(Ifrap)가 대통령 후보의 공략이행에 필요한 비용을 산출했는데, 곧이어 몽테유 연구소도 같은 작업을 수행했고 2017년 4월 7일 프랑스 일간지 <레제코>에 결과 발표를 했다. 

몽테뉴 연구소는 마크롱이 제시한 비용은 합당하다고 승인한 반면, 불복하는 프랑스(FI)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제시한 비용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사회당(PS)의 브누와 하몽 후보가 제시한 비용에는 낙제점을 줬다. 몽테뉴 연구소 로랑 비고른느 원장은 2017년 3월 16일 프랑스 일간지 <텔레그람 드 브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투명한 방식으로 비용을 산출했다”라면서 연구소의 판단을 옹호했다. 그러나 진실로 투명하게 사실을 밝히고자 했다면, 비고른느 원장은 2016년 4월부터 이미 차기 대통령 선거전에 개입해 마크롱 후보 편에서 대선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고 실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LVMH, 토탈, 빈치, SFR, 카르푸와 같은 기업의 지원을 받는 몽테뉴 연구소는 싱크탱크 중에서 재원이 가장 풍부한데, 2017년에는 예산이 570만 유로나 됐다. 몽테뉴 연구소는 Ifrap 재단과 마찬가지로 개인과 기업 후원금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치재단에 할당하는 직접 보조금을 받지는 못한다. 정치재단을 위한 정부 보조금은 프랑스 국무총리가 재량껏 결정하기 때문에 기관에 따라 10배나 차이가 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사회당(PS)과 유대가 깊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배출한 전진하는 공화국당(LREM)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장 조레스 재단은 2018년에 보조금 168만 8,000유로를 받았던 반면, 유럽생태녹색당과 손잡고 있는 정치 환경재단에 대한 보조금은 15만 유로에 불과했다.

정부는 친기업 싱크탱크에 공공기금 지원을 할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고위 공무원, 연구원, 분야 전문가와 같은 ‘브레인’을 싱크탱크에 파견하기도 한다. 일례로 2015년 6월 기업연구소는 6명의 정부 소속 재무 감사원과 함께 유럽의 ‘예산고갈’에 대한 정책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이 6명 중 3명이 공무원직을 그만두고 프랑스 운송 업체인 볼로레, 카르푸(기업연구소의 독지가), 르노에 입사했다. 

싱크탱크로 파견되는 신입 고위 공무원은 보수를 받기도 한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몽테뉴 연구소는 지역별로 당선이 유력한 후보 2명이 제시한 선거공약 이행비용 산출 연구를 수행했는데 이 업무에 동원된 ENA출신 공무원은 단 몇 시간 일한 보수로 1,000유로를 받았다. 반면,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싱크탱크도 많다. 그 이유는 바로 싱크탱크를 일종의 ‘ENA 출신들이 모인 비정부기구(NGO)’라고 여기기 때문이다.(12) 하지만 싱크탱크와 협업하는 공무원은, 눈치 보지 않고 독자적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몽테뉴 연구소나 테라 노바의 지원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보고서를 작성하면 직속 상관은 물론이고 이 싱크탱크를 지원하는 기업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자신의 안건과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 

2017년 프랑스 재정부 산하 정부출자연구소(APE) 전 원장 다비드 아제마는 ‘기업에 출자하는 주주로서의 정부’라는 보고서를 몽테뉴 연구소 제출용으로 작성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과거 경험을 돌이켜 보건데, 결국 나는 잘못된 길로 갔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와 ‘주주’는 존재론적으로 양립할 수 없으며, 이 경험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자기비판적 소견을 털어놓기도 했다. 

 

좌파의 문화적 가치는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투명하고, 유능하며, 초당파적인 싱크탱크는 ‘민주적 토론’ 활성화에 기여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양한 싱크탱크가 있다고 해서, 모든 싱크탱크가 대중에게 같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싱크탱크가 따르는 이데올로기는 편협하고, 이들은 주요 언론을 통해 그들의 관점을 유포한다. 예를 들어 Ifrap은 극단적 자유주의를, 테라 노바는 사회 자유주의를 지향한다. 재무감사원, 경제전문가, 여론조사원, 기자들 역시 자신들이 공유하는 이데올로기에 더 순응적이다. 

경제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Fondapol 재단 이사장은 아르로 그룹 회장(니콜라 바지르)이다. 그리고 자유주의 성향의 몽테뉴 연구소 이사장은 악사 그룹 회장(앙리 드 카스트리)이고 사회 자유주의 성향의 레 그라크의 이사장은 프랑스 보험사 연맹장(베르나르 스피츠)이다. 그리고 테라 노바의 관리자 23명 중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 ENA, 파리 공립 경영대학원(HEC), 에콜 폴리테크니크 등 그랑제콜 출신이 아닌 인물은 단 4명에 불과하다.

이 상황을 고려하면 2011년 ‘진보주의자’라고 자평하는 싱크탱크 테라 노바가 어떻게 서민계층과 좌파를 분리해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다. 테라 노바는 “학력이 높을수록 자유, 관용, 문화적 차이 인정, 이민 수용과 같은 좌파의 문화적 가치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그러나 경제학자 브뤼노 아마블과 스테파노 팔롬바르니가 지적했듯, 테라 노바의 보고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맹점이 있다. 바로 좌파의 문화적 가치를 ‘누가, 어떻게’ 결정했느냐는 것이다. 만일 ‘평등’, ‘연대’와 같은 가치들도 고려했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다.(13)

기업 대표와 싱크탱크 이사장들은 ‘평등과 연대를 추구한다’라고 하지만, 실상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고자 한다. 테라 노바 이사장이자 전 은행가인 리오넬 지주는 몽테뉴 연구소의 이사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몽테뉴와 테라 노바는 2018년 10월 ‘망명권을 구하라’라는 보고서를 공동발표했고, Fondapol과 테라 노바는 2014년 5월 프랑스 텔레비지옹 방송에서 ‘유럽의 확대’를 함께 주창하기도 했다. 이렇듯 싱크탱크는 활발하게 동맹 관계를 맺어왔다. 

2015년 9월, 테라 노바는 오딜 자콥 출판사와 함께 자크 바르텔레미(바르텔레미 로펌 창립자)와 질베르 세트(경제학자)의 저서 『노동법 개편』을 공동편찬했는데, 저자는 새로운 법률만 무수히 쏟아낼 것이 아니라, 보완적 기능을 할 수 있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2016년 5월, 몽테뉴 연구소는 베르나르 마르티노(경제학자)와 프랑크 모렐(바르텔레미 로펌 소속 변호사)의 저서 『노동권은 개선할 수 있다』를 공동 편찬했다. 

저자는 ‘고용주, 노동자, 실업자 중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규제만 늘어놓는 법’을 비난하고, 기업협약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ondapol은 저서를 출간하지는 않았지만 2016년 ‘노동법은 찬성, 실업은 반대!’라는 청원을 올렸다. 그리고 Ifrap 재단은 친기업적이라고 평가받는 엘 콤리 법안에 대해 ‘엘 콤리 법안, 개혁은 진행 중인가?’라는 기사문에서 “진정한 노동법 개혁을 단행하려 하는, 정부의 용기 있는 시도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언론사는 노동법에 관한 싱크탱크의 비슷한 입장을 집중홍보했다. 테라 노바가 출간한 저서의 저자들은 프랑스 앵테르, 프랑스 퀼튀르, 아르테, 라 쉔 엥포(LCI), BFM TV 방송에 출연했고, 라 크와, 르몽드, 르 파리지앵, 라 트리뷴, 레 제코와 같은 프랑스 일간지는 몽테뉴 연구소가 출간한 저서를 적극 홍보했다. 반면 몽테뉴 연구소나 테라 노바의 경우와는 달리, 노동법 조항을 간명하게 개편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던 20명의 대학교수 단체, 노동법연구소(GR-PACT)는 언론에 덜 노출됐다(진보적 일간지 <뤼마니테>와 뉴스채널 <프랑스 24>만 이들의 연구를 다뤘다).

싱크탱크는 홍보대행사에 홍보를 의뢰하기도 한다. Fondapol은 홍보대행업체 <Image 7>의 서비스를 받았다. 하지만 대부분 싱크탱크는 홍보회사의 도움이 필요가 없다. 언론사 입장에서 보면, 싱크탱크는 지성인들이 새로운 소재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싱크탱크가 24시간 뉴스채널 방송을 장악하고, 프랑스 명문 고등사범학교 출신들이 무료로 방송에 출연해, 로마의 시상 베르길리우스나 독일 정치인 헬무트 콜을 들먹이며 소속 싱크탱크를 언급하면 홍보 효과가 최고다. <프랑스 퀼튀르> 제작자 라파엘 부르주아는 최근 다음과 같이 인정했다. “방송사로서는, 훌륭한 전문가와 함께 보잘것없는 방송을 만들든, 보잘것없는 전문가와 훌륭한 방송을 만들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14)

그런데 ENA 동문들이 창립한 신생 싱크탱크의 연구성과를 홍보하는 경우는 드문 반면, 입지를 굳힌 싱크 탱크가 오히려 신문, 라디오, TV 방송 좌담, 기사, 인터뷰를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한다. 이런 싱크탱크의 대변인은 <유럽1>이나 <프랑스 퀼튀르>의 토론방송에 매주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가령 <르 피가로 매거진>이 지속적으로 호의적인 기사를 써주고 있는 Ifrap 재단 이사장 아네스 베르디에 몰리니에는 <유럽1>의 거의 모든 방송에 출연하고 있고, 테라 노바의 원장 티에리 페쉬는 프랑스 퀼튀르 방송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 일간지, <르몽드>는 경제학자 클럽과 함께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여론조사를 하면, 장 조레스 재단의 회장 질 피슐스탱에게 코멘트를 의뢰하기도 한다. 

2019년 3월 24일 일간지 <로피니옹>에 Fondapol 재단 에르반 르 나옹 과학자문위원은 ‘싱크탱크 만세!’라는 기고문을 써서 Fondapol과 몽테뉴 연구소의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반면 이런 싱크탱크가 대중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빈정거린다. 2019년 1월 14일 장 조레스 재단의 홈페이지는 프랑스 퀼튀르의 기자 로망 보른스탱의 글을 게시했는데, 그는 인터넷이 노란 조끼 시위 때문에 ‘수몰’될 지경이라며, 이 시위의 ‘과격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노란 조끼 시위자들은 고작 페이스북으로 소통할 뿐, 프랑스 전통 언론사는 신뢰하지 않고 심지어 혐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몽테뉴 연구소 비고른느 원장은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유례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 몽테뉴 연구소는 테라 노바를 비롯한 프랑스의 싱크 탱크와 함께 서로 ‘생각’의 대립과 교류에 기여함으로써, 프랑스 공화국의 민주주의 존속에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15)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미국 연구자 알렉산더 제빈은 테라 노바에 관한 조사 이후, 이 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들에 대해 “내용 없는 보고서가 이렇게 많다는 것이 놀랍다”고 평했다.(16) 

 

돈으로 생각을 장악하기, 부자들의 마지막 꿈

사실상 싱크탱크의 정치적 역할은 그들이 내세우는 것과는 달리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믿음을 확산시키거나, 사회 문제나 쟁점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1976년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와 뤽 볼탄스키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생산’이라는 유명한 논문에서 “지배 이데올로기는 자기 확신과 자기 강화의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17) 이를 뒷받침하는 예가 있다. 2019년 3월 27일 공무원 근무 개혁 법안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이 법안이 마련되기까지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법안을 발표하기 전, 2월에는 공무원 직무에 관해 비판적인 재무감사 결과 발표가 있었고, 또 3월 15일에는 몽테뉴 연구소가 계약직 공무원 확대 권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의 작성자는 2008년 4월 당시 자유주의 성향의 싱크탱크 제네라시옹 리브르를 위해서 관공서의 미래에 관한 ‘백서’를 집필했는데, 관공서의 미래를 ‘규정 지옥’이라고 묘사하면서, 이미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싱크탱크는 ‘모든 사회 문제는 (규제보다) 독려, (계몽이 불가한 경우) 교육, (유일한 진보의 방법으로) 혁신, 이 3가지 원칙에 따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다양한 정치적 방안을 찾는 대신, 폐쇄적인 이데올로기를 고수하려 한다. 아침에 라디오를 켜면 싱크탱크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몰려나와 수치들을 열거하며, ‘다양한 해석과 판단이 가능한 법에 의한 지배구조보다, 정량적인 계산과 예측이 가능한 숫자에 따른 지배구조가 이상적’이라는 주장을 펼친다.(18) 

경제전문가 클럽들은 엑상프로방스에서 열린 우아한 음악페스티벌 기간에 회동을 가지면서, 공동으로 추구하는 이상을 공유하고 엘리트들의 결집력을 강화했다. 2017년 몽테뉴 연구소 비고른느 원장은 에두아르 필립 프랑스 총리가 진두지휘하는 개혁안 설계를 위한 공공활동위원회 2022(CAP22)의 위원으로 지명됐고, 이런 인맥으로 몽테뉴 연구소는 2018년 11월에 기업 독지가와 프랑스 총리 에두아르 필립과의 조찬 모임을 개최할 수 있었다. 또한, 몽테뉴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디지털 전환을 연구해온 기업가 질 바비네가 2018년 6월, 국가 디지털 자문단의 부 단장으로 임명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몽테뉴 연구소를 포함한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들은 대선 당시 마크롱 후보를 지지했다. 2016년 7월에는 싱크탱크 레 그라크와 앙 탕 헤엘의 소속 연구원 질 마르게리는 마크롱 후보를 위한 후원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마크롱 대통령 당선 직후 레 그라크의 소속 전문가로 활동한 지네랄리 보험사 전 회장 에릭 롬바르드는 프랑스 예금공탁기금의 장으로 임명됐으며, 2018년 1월에 질 마르게리는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프랑스 스트라테지의 원장이 됐다. 

한 마디로, 싱크탱크는 출세의 효과적인 징검다리인 셈이다. 2019년 3월 22일 마크롱 대통령과의 대담에 초청된 65명의 지성인에 포함된 몽테뉴 연구소, 장 조레스 재단, 테라 노바의 원장들은 하나같이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성과들을 자랑하고자 했다. 사실 지난 15년 만에 몽테뉴 연구소와 테라 노바는 대기업의 자금지원을 받고 민·관의 전문인력을 동원하는 미국식 싱크탱크 모델을 프랑스에 들여와 정착시켰고, 이런 싱크탱크가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 않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엠마뉴엘 토드는 이렇게 말했다. “돈이 넘쳐나는 최상위 부자들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이제 남은 것은 돈으로 ‘생각’을 장악하는 것뿐이다.”(19)  

 

 

글·그레고리 르젭스키 Grégory Rzepski
마티아스 레이몽(Mathias Reymond)과 『Tous les médias sont-ils de droite? 모든 미디어가 우파인가?』(Syllepse, Paris, 2008년)의 공저자이며, 공익 연구소(http://interetgeneral.net)의 자유기고가.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David Dufresne, ‘Le Pigalle. Une histoire populaire de Paris 르 피갈, 파리 민중의 역사’(2019)에 나온 문장을 그대로 인용했음.
(2) 이 글은 외교정치 연구를 하는 싱크탱크의 경우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3) 파브리크 드 라 시테는 빈치가 창립했으며, ‘도시 혁신’을 연구한다. 위임공공서비스관리연구소는 공공서비스를 민간 업체에 위임하는 것을 장려하는 친기업 싱크탱크다. 다음 기사 참조. Marc Laimé, ‘L’institut de la gestion déléguée, cheval de Troie du libéralisme 위임공공서비스관리연구소, 트로이 목마’, 이기적 계산법 때문에 얼어버린 물, 2019년 7월 19일, www.eauxglacees.com.
(4) Laurent Bonelli, ‘Les architectes du social-libéralisme 사회자유주의 설계자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1998년 9월.
(5) François Cusset, 『La Décennie, Le grand cauchemar des années 1980 1980년대 이어진 끔찍한 악몽』, La Découverte, Paris, 2006.
(6) Juilie Gervais, <Les Sommets très privés de l’Etat. “Le Club des acteurs de la modernisation” et “l’hybridation des élites” 정부의 아주 사적인 정상회담. ‘현대화 주역들의 모임’과 ‘엘리트의 결집’>, 사회과학연구, n°194, Paris, 2012년 9월. 
(7) Pierre Lepetit, <Le rô̂le des thinks tanks 싱크탱크의 역할>, 경제 문제, n°2912, Luxembourg, 2006년 12월 6일
(8) Roger Lenglet, Olivier Vilain, 『Un pouvoir sous influence. Quand les think tanks confiquent la démocratie 의존적인 권력. 싱크탱크가 민주주의를 강탈해 버릴 때』, Arnard Colin, Paris, 2011년 
(9) Michel Pinçon, Monique Pinçon-Charlot, ‘La caste au pouvoir, 권력을 장악한 카스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2월. 
(10) Yann le Lann, Benjamin Lemoine, <Les comptes des générations 세대별 회계>, 사회과학연구, n°194, 2012년 4월.
(11) Julia Cagé, 『Le Prix de la démocratie 민주주의의 대가』, Fayard, Paris, 2018년. 
(12) Olivier Saby, 『Promotion Ubu Roi. Mes vingt-sept mois sur les bancs de l’ENA 위비 왕의 등극. ENA에서의 27개월』, Flammarion, Paris, 2012년. 
(13) Bruno Amable, Stefano Palombarini, 『L’illusion du bloc bourgeois. Alliances sociales et avenir du modèle français 부르주아의 환상. 사회적 동맹과 프랑스 모델의 미래』, Raisons d’agir, Paris, 2017년.
(14) ‘Expertise et Démocratie. Faire avec la défiance 전문연구와 민주주의. 불신하라’, 프랑스 스트라테지, Paris, 2018년.
(15) <“Regards croisés sur Terra Nova”: le film 테라 노바에 대한 다양한 시선: 영상>, Terra Nova, 2018년 10월 24일, http://tnova.fr
(16) Alexander Zevin, ‘Terra Nova, “la boî̂te à idées” qui se prend pour un think tank 테라 노바, 싱크 탱크가 된 아이디어 상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0년 2월. 
(17) Pierre Bourdieu, Luc Boltanski, <La production de l’idéologie dominante 지배 이데올로기의 생산>, 사회과학연구, n°2-3, 1976년 6월.
(18) Alain Supiot, 『Grandeur et misère de l’Etat social 복지국가의 규모와 빈곤』, Collège de France-Fayard, Paris, 2013년.
(19) Weronika Zarachowicz, ‘L’influence des thinks tanks, cerveaux des politiques 싱크탱크의 영향력, 정치인들의 브레인’, <Télérama>, Paris, 2011년 1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