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봉 휘두르는 자, 역사의 망각 강요'
서구 프로퍼간다에 매몰… 9·11테러 조작 의혹 '왜 실종됐나?'
노엄 촘스키 인터뷰집 <권력에 취한 사람들>
10여년 전부터, 노엄 촘스키의 글들이 다양한 제목으로 재편집돼 연이어 출간되면서 독자들에게 덫에 걸리고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미디어의 분석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1988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그의 <여론 조작>을 눈여겨 봤을 것이다. 촘스키가 미디어를 다룬 가장 중요한 저서인 이 책이 다른 국가들에서는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대로 출간됐다.1)
<권력에 취한 사람들>은 2006년 2월부터 2007년 3월까지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2) <여론 조작> 만큼 야심찬 책도 아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번역될 만한 책은 아닌 듯하다. 질문이 신랄하지도 않고, 애매하게 넘어간 질문도 많다. 예컨대 개혁이 혁명을 준비하고 혁명을 앞선다는 말이나, 촘스키가 '무척 자유롭다'고 평가한 미국 사회와, 그의 표현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진부하기도 한' 팔레스타인 등에 대한 관점은 모순되기도 한다. 그래도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유럽은 빠졌다), 또 생각조차 하기 힘든 작은 나라에 대한 촘스키의 분석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미국 언어학자, 촘스키의 글은 결코 어렵지 않다. 그는 신랄한 비판 덕분에 '워싱턴을 경멸하는 비판가', 심지어 '음모론의 대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3) 인터뷰 책 <권력에 취한 사람들>에서,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의 테러를 네오콘이 꾸민 음모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근본주의자'에 비교되고, 그들의 이론은 '일종의 종교적 광신'에 비교된다. 촘스키는 "학문하는 사람들은 온갖 방법을 실험하기 때문에 창 밖으로 보이는 것을 영화로 만드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그 사건에 어떤 조작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그 조작을 밝혀내야 한다"며 "왜 그것과 관련된 논의가 폭넓게 묵인될까? 나는 그런 논의를 호의적인 눈으로 보는 권력층이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촘스키는 테러가 있고 7년이 지난 후에 의심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거의 사라지고 진정한 정당도 없는 원자화된 미국 사회와, 권력층을 향한 대중의 환멸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대중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힘든 시기를 살았으며, 누구도 믿지 않고, 어떤 대응 수단도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뭔가에 매달리려 한다."
그런데 인터넷이 그들에게 "1시간 만에 토목공학 기술자가 되고, 부시가 쌍둥이 빌딩을 날려버린 장본인이라고 입증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역효과를 낳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촘스키는 워싱턴이 표적을 삼은 사람들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따라서 촘스키는 우익의 기회주의자로 변신한 니카라과의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를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한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관련해서도 촘스키는 "미국이 민족주의를 억누르면서 무슬림의 극단적 근본주의를 태동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비난한다. 이스라엘도 '외교적 협상을 원하던 민간조직,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를 와해시키면서 똑같은 실수를 저질러 하마스에게 이익을 안겨주었다. 올리버 아잠과 다니엘 메르메의 영화가 고발했듯이, 미디어와 지식인이 서구의 프로파간다에 협조하기 때문에 많은 사건이 종종 잊혀진다.4) 촘스키의 말대로 "곤봉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역사의 망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번역|강주헌
1) 노엄 촘스키와 에드워드 허먼, <여론 조작 : 매스미디어의 정치경제학>, 아곤 출판사, 마르세유, 2008, 655쪽, 28 유로. 인용된 인명 찾아보기가 없어 아쉽다.
2) 노엄 촘스키, <권력에 취한 사람들 : 데이비드 바사미언과의 인터뷰>, 파야르, 2008, 244쪽, 19 유로.
3) <음모 : 언론인이 미디어 비평 분석을 왜곡할 때>, 카이에 드 레른, 파리, 2007.
www.homme-moderne.org/societe/philo/comsly/conspiration.html에서 원문 구입할 수 있음.
4) <촘스키 주식회사>(Chomsky et Cie), 11월 26일부터 프랑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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