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수출의 첨병, ‘신화통신’

2011-03-11     피에르 뤼테르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소프트 파워’라고 정의한다면, 전세계 정보를 수집하고 보급하는 일은 소프트 파워의 전략적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옛 열강들이 자본과 의욕 부족으로 철수하는 많은 나라에서 합작계약이나 미디어 산업 진출을 통해 긴급 시사 속보와 기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이 국가들을 유혹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신화통신>은 24시간 실시간으로 영어 뉴스를 진행하는 보도채널 <CNC 월드>를 지난해 7월 베이징에서 출범시켰다. 리충쥔 <신화통신> 사장은 <CNC 월드>는 케이블·위성·인터넷·휴대전화를 통해 “국제적인 시각을 중국의 비전과 함께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24시간 TV 뉴스채널인 미국의 <CNN>,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CNC 월드>는 전세계에 진출해 일본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아랍어, 프랑스어로 뉴스를 제공한다.

전세계 무대로 미디어 산업 진출

중국 정부가 2009년 1월, 중국 국영방송 <CCTV>와 <신화통신>, <인민일보>의 영어판 <피플 데일리> 등 3개 보도매체의 ‘60억 인구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CNC 월드>가 출범했다. 중국 정부의 이런 지원은 해외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잘 반영하기 위해서이다. 중앙정부가 국가정보국을 통해 모든 언론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서, 언론은 국가정보국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

서구 언론은 공공세로 자금을 충당하고, 책임자를 정부가 임명해도 편집 노선은 단순히 정부의 외교 방향만 전달하는 데 반해 중국 언론은 그렇지 않다. 베이징의 목적은 전세계 시장에 투자해 수익성에 얽매이지 않고 자국의 뉴스를 보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대중에게 최고의 뉴스 전달 수단인 라디오를 아프리카에서 방송하는 것은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2006년 2월 27일, 중국 <국제라디오방송>(CRI)은 베이징 <신화통신> 본부에서 5천km 이상 떨어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안테나를 설치했다. 나이로비에선 이미 1987년부터 <신화통신>의 아프리카 지국이 운영되고 있다.    

유럽의 결정을 중국 시각으로 듣다

세계 100여 개의 공중파 중 FM 주파수를 통해 중국어·영어·스와힐리어로 해외에 뉴스를 전송한 것은 <CRI>가 최초였다. <CRI> 회장 왕장리엔은 <CRI> 인터넷판의 프랑스어 버전 기사에서 “보도의 질을 높이고 우리 프로그램의 근접성을 강화시켜 프로그램을 즐겁게 시청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1) 또한 <CRI>는 이미 지난해 8월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와 니제르의 수도 니아메에 안테나 설치와 방송 프로그램 편성을 끝내고, 프랑스어와 중국어 및 현지어로 방송할 채비를 마쳤다.  

이제 아프리카인들은 유럽 기관들이 내린 결정을 브뤼셀 <신화통신>에 근무하는 10여 명의 중국 특파원들이 전송하는 뉴스로 접하고 있다. 더욱이 아프리카인들은 날이 갈수록 <신화통신> 및 이 통신사와 제휴한 수십 개 매체에서 정보를 얻고 있다. 이를테면 차드에서 일어난 사건을 카메룬인이, 튀니지에서 일어난 사건을 콩고인이, 세네갈에서 일어난 사건을 짐바브웨인이, 이집트에 일어난 사건을 베냉인이 접하고 있다.

제휴관계를 통한 뉴스는 중국의 시각을 그대로 전달한다. 한 예로 중국의 이런 ‘실용적인’ 접근이 아프리카의 핵심 국가뿐 아니라 중동과 아시아, 남미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을 자극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르푸르와 관련해 수단 제재 여부를 묻는 투표 때(2) 기권을 유도했다. 장쩌민 전 주석이 2000년 10월 10일 출범시킨 중국과 아프리카 포럼, 즉 ‘개발도상국 간의 남-남 협력’ 포럼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 포럼이 내정간섭을 일절 불허하고 그 어떤 좋은 국정관리 체계라 하더라도 인권, 부패, 환경 기준, 노동법 등에 관한 교훈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자체 수익 무관심, 중국을 팔아라

2009년 10월 <신화통신>이 개최한 세계언론인회의에 170여 개국에서 기자 3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초대객들에게 “함께 전진하고, 지속적인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위해 조화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자”고 호소했다.(3)

그 조화로운 세계가 지금 구축 중이다. 이 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소수의 군대’, 즉 전문 능력보다는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보고 뽑은 해외 특파원들이다. 세계 전 대륙에 파견된 이들은 현지에서 정보원, 대표, ‘상호 이익을 돕는 협력’ 브로커, 그리고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전달하는 대변인 노릇을 동시에 하고 있다.

말리 수도 바마코의 한 단체 회장 아마두는 필자에게 “만약 당신의 회견장에 이 지역 기자들을 부르려면 그들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지 기자들에게 돈봉투와 함께 보도하고 싶은 성명이나 자료를 건네야 저들이 흔쾌히 기사를 써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뒷거래는 흔한 관행이다. 아프리카 언론사 상당수는 여전히 판매부수를 조작하고, ‘단독 인터뷰’를 위장한 기사광고를 싣곤 한다. 지난해 9월 니제르와 세네갈 언론인 단체들은 ‘부패’란 단어 대신 ‘윈윈 전략’이라 일컫는 관행을 규탄하고, 직원과 민간 및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언론인에게 일당이나 ‘교통비’, 그리고 봉급을 줘야 할 사람은 언론사 사장들이라며 이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과거 프랑스 식민지 국가 ‘프랑사프리크’(Françafrique)의 산물인 이런 아프리카 언론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이 국가들의 언론 중 독립성을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프랑사프리크가 ‘차이나프리크’(Chinafrique)로 대체되면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제 아프리카 언론들은 직원 1만 명과 전세계 대륙에 150여 명의 특파원을 보유한 <신화통신>이 제공하는 뉴스에 의존하고 있다.

2007년 토고공화국은 중국과 제휴를 맺고 <신화통신>에 자국의 공식 포털 사이트를 맡겼다. 또 <신화통신>은 튀니지·모로코·알제리·카메룬·콩고·가봉·부룬디·시리아·이집트를 비롯한 수십 개 국과도 유사한 계약을 성사시켜 주요 정보매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신화통신>은 전세계 구독자에게 7개국 언어(중국어·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아랍어·러시아어·포르투갈어)로 하루 1천여 개 통신문을 발송한다. 150개국에서 발행한 신문 기사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수십 개 통신사들과 이미지 교환을 통해 구독자에게 주요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와 아랍 언론사들이 중국에서 가공한 자신들의 뉴스를 봐야 하는 처지로 몰락하며 큰 피해를 본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중국이 아프리카 매체를 이용해 자국의 세계 시각을 이 나라들에 전파한다는 점이다.

기자는 애국심 강한 정보원

서구 언론이 거의 전무(파산 직전에 몰린 언론사는 제외)한 아프리카에서 <신화통신>이 대중을 상대로 운영하는 프랑스어판 웹사이트 섹션 ‘아프리카’는 ‘중국’과 ‘세계’에 이어 3위에 링크됐다. ‘경제’, ‘문화’, ‘스포츠’, ‘사회와 보건’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 8월 <인민일보>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 사무실을 개설했다. <인민일보>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나이지리아 정치와 비즈니스에 관한 기사뿐만 아니라 축구 경기 결과도 게재한다. 중국은 우방 아프리카를 ‘보살피는 데’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2007년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위원 리윈샨은 아프리카 언론 관계자 40명을 초청한 세미나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협력관계를 정치적 상호신뢰, 평등, 상호이익을 위한 경제협력과 쌍방향 문화교류를 바탕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목적은 아프리카 기자와 공무원을 초청한 세미나 활동을 통해 소중한 동맹군을 확보하는 동시에 개인 상호간의 관계를 돈돈히 해, 세계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의 관행이 현지에서 물의를 일으킬 때 이들의 도움을 받는 데 있다.

프랑코포니(프랑스어 사용국자) 국제기구(OIF)에 따르면, 서부 아프리카 프랑스어권 나라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언론사는 1959년 출범한 세네갈 언론사(<APS>)다. <APS>의 파트너는 세계 이슬람 콘퍼런스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국제뉴스’, 서독의 초대 총리인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의 민주화 프로그램 OIF, 그리고 중국 <신화통신>이다. 

세네갈 다카르에 본사를 둔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민간 언론사 <APA>는 2009년 10월 다카르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600만 세파(CFA·아프리카 프랑)의 금융지원과 함께 TV 카메라 한 대와 <APA> 정기구독 신청서를 받았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세네갈의 국영 언론사인 경쟁사 <APA>의 환심을 사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세계 최대 통신사 등극

1949년 이전까지만 해도 ‘적색 중국신문 통신사’라 불리던 <신화통신>은 여타 언론사와는 전혀 달랐다. <신화통신>은 중국에서 ‘당의 귀, 눈, 목, 혀’ 같은 역할을 하며(4) 뉴스를 철저히 독점하고, 당국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정부처럼 행세한다. <신화통신>은 프랑스 <AFP>, 영국 <로이터>, 미국 <AP> 등과 같은 세계적인 언론사와 달리 상업성을 띠지 않고 주요 업무인 전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AFP>가 165개국에 110개 지사와 50명의 특파원을, <로이터>가 150여 명의 특파원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AP>가 72개국에 지사를 둔 데 비해, <신화통신>은 2009년 100개이던 해외 지사를 지난해 7월 130개로 늘렸다. 미국 <뉴스위크>는 <신화통신>이 해외 지사를 200개로 늘리고, 6천여 명의 특파원을 두게 될 것이라고 했다.(5) 

<신화통신>이 아프리카·남미·아랍·아시아인들에겐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전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어도 중국 지도층에겐 중국을 알리고 중국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다.

글•피에르 뤼테르 Pierre Luther

번역•조은섭 chosub@ilemonde.com

<각주>
(1) 세계 최대 다국어판 웹사이트인 중국 <CRI Online>에 게재된 기사 ‘라디오의 미래 전망’, 2006년 5월 24일.
(2) 필리프 S. 골러브, ‘중국, 이란 그리고 유엔 안보리’, 프랑스 대안언론 <외교 가방>(La Valise Diplomatique), 2010년 4월 15일.
(3)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언론에 당부하는 중국 주석’, <인민일보>, 2009년 10월 9일. 
(4) Heyuan Wang, Au-Yeung Annie, ‘자국에서 발행된 <신화통신> 기사들은 어디에 활용될까’, 잡지 <중국의 전망>, 1992년 5~6월호, 홍콩.
(5) Isaac Stone Fish, Tony Dokoupil, ‘All the Propaganda That’s Fit to Print‘, <뉴스위크>, 2010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