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의 질주 노동자들의 로드킬
피아트 공장은 이탈리아의 노동운동과 산업을 상징한다. 이번에는 경영진이 요구한 근로조건 악화로 예기치 못한 저항이 야기됐다.
지난 1월 27일, 볼로냐 마조레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3만 명이 결집한 집회가 끝나갈 무렵, 마우리치오 란디니 이탈리아 금속노조연맹 사무총장은 자신의 씁쓸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기차 안에서 한 여성이 “아직도 공장 조립 라인과 조립 노동자가 있다는 게 정말이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 여성처럼 많은 이탈리아 국민은 자동차 경영진이 노동 유연화와 비용 절감 문제를 놓고 포미글리아노 다르코 공장과 토리노 미라피오리 공장에서 각각 2010년 6월과 2011년 1월 직원 총투표를 실시했을 때, 호전적인 노동자 계급의 존재를 재인식하게 된 듯하다.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대가로 맺은 이번 노사 협정을 통해, 자본 쪽 계획이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1970~80년대에서 물려받은 노사 관계를, 노조의 권한은 제한하고 업무 규율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구축하는 것이다.
노조를 목조르고 규율을 강화하라
이 충격적 전략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현재 스위스에 거주하는 이탈리아계 캐나다인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 최고경영자이다. 마르키온네는 상반되면서도 상보적인 두 가지 국민 감정을 능숙하게 조리할 줄 알았다. 이탈리아 국민의 자책적 성향과 애국심을 자극한 것이다. 피아트가 오바마 미국 정부의 재정 보증을 받아 도산 위기의 크라이슬러 지분 20%, 그 뒤에 다시 25%를 취득했을 때 마르키온네는 언론에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감정을 토로했다. (2013년까지는 두 기업의 합병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마르키온네가 “피아트 그룹의 산업 및 영업 구조 전체가 경제적 손실을 내는 곳은 전세계에서 이탈리아가 유일하다”(1)고 밝혔을 때, 차량 대부분을 폴란드와 터키, 브라질 등지에서 생산하는 피아트의 정책에 문제 제기를 삼가는 좌우 정계 지도자들은 정중히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지난해 4월 21일, 마르키온네가 피아트 제국의 후계자 아그녤리와 함께 “일찍이 이탈리아에서 볼 수 없던 가장 놀라운 구조조정 계획”인 ‘파브리카 이탈리아’를 발표했을 때 찬성 열기는 2배로 늘어났다. 5년 안에 국내 자동차 생산량 2배 증가의 목표를 넘어, 이들은 피아트가 “자사의 전세계 투자 금액 가운데 70%를 국내 시설에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과거와 달리 이 구조조정 계획은 협상 과정을 일절 거치지 않았으며, 하나의 ‘비즈니스 플랜’으로 소개되었을 뿐, 기업의 내부 결속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제학자 132명이 성명서에서 호소하는 바와 같이, “피아트는 늘 재무적 측면을 우선시해왔으며, 장차 이탈리아에서 차량 생산뿐 아니라 자산까지 희생시킬 수 있다.”(2) 실제로 1970년과 2006년 사이 피아트의 산업 자산 비중은 72%에서 30%로 줄었으며, 금융 자산은 28%에서 70%로 커졌다.(3) 피아트가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판매량을 어떻게 2배로 늘릴지 모르겠지만, 이런 소란은 주가를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투자 약속, 구조조정 위한 사탕발림
마피아적 성향을 보이고 게으르기로 명성이 자자한 포미글리아노 공장에서, 경영진은 2007년부터 ‘제2의 포미글리아노’를 만들려 한다. 업무 조직화 및 조업 속도 가속화를 위한 방법론인 ‘세계 수준 제조시스템’(World Class Manufacturing)에 부합하는 노동력 양성을 위해 2개월간 의무 연수를 했다. 연수 기간에는 철야 감시를 하고 화장실에 가는 것도 금지했다. 언론 홍보, DVD 송부 및 SMS 전송을 통한 가족 동원, ‘오웰식’ 메시지(‘빅 브러더’의 감시 체제)가 담긴 홍보 게시판·잡지·인터넷 사이트 등은 노동자들에게 회사라는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심어줄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소속감은커녕 거세게 반발했다. 2008년 1월 10일에는 200명가량이 모여 내부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의 시위는 그 가운데 7명이 해고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빅브러더’가 된 사용자
좌파 정당의 대표들과 여타 어용 노조들은 피아트 노조 쪽에 경영진이 마련한 노사 협정안의 승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반대표를 던진 노동자 수는 포미글리아노 공장은 전체의 38.8%, 토리노 공장에선 45.9%에 이르렀다. 토리노 공장에서는 구조조정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공장 라인 노동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졌다. 휴식 시간 단축과 점심 휴식 시간의 일과 후반부 배치, 주당 48시간 노동 가능성, 사장 임의로 결정되는 주당 근무시간 조정, 일일 10시간 노동제 등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또한 병가 이틀째까지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에 반대한다. 파업권이 사실상 철폐되는 것, 협정에 조인하지 않은 노조는 배척하는 것에도 반대한다는 말이었다.(4)
전 사회적 저항 움직임 주목
이런 목적을 이루려고 마르키온네는 ‘뉴코’(Newco)라는 새로운 법인을 만들었다. 이 법인은 사용자 단체인 이탈리아경제인연합(Confindustria)에서 벗어나 있어, 국내 노사 단체협약을 따르지 않아도 됐다. 공식적으로는 경제인연합이 반대하지만, 어쨌든 이 전략은 다른 경영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6일 전국적으로 벌인 집회에 이미 사회의 여러 부문이 노동자 저항에 지지를 보냈다. 이탈리아 금속노조연맹을 중심으로 이탈리아학생연대(5) 소속 학생들과 이민자 조직, 수도 민영화 반대 세력 등을 규합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지난 1월 27일에는 이 각 단체들의 대표뿐 아니라 작가 단체의 대표까지 연단에 올랐다. 작가 단체 중에는 극우정당 북부연맹(6)이 장악한 베네치아의 작가 모임이 있었다. 전날, 이탈리아 공산당 기관지 <우니타> 국내판 타이틀은 ‘노동자와 작가들, 지금은 파업 중’이었다. 베를루스코니계 신문들은 이탈리아의 ‘마르키온네화’를 호소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국가 재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글•세르주 카드뤼파니 Serge Quadruppani
<두려움의 정책>(La Politique de la peur·Seuil· Paris·2011) 등의 저서가 있다.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주요 역서로 <미래를 심는 사람> 등이 있다.
<각주>
(1) 2010년 7월 28일, ‘Fondazione Centro per la Riforma dello Stato’(Gruppo Lavoro), <Nuova Panda Schiavi in mano>에서 인용, Derive Approdi, Rome, 2010.
(2) 2011년 1월 28일 <Manifesto> 별지 특집호에서 인용, p.5.
(3) 앞의 <Nuova Panda…>에서 인용된 수치.
(4) 두 노사 협정의 상세 분석을 보려면 Nicola Cianferoni, ‘피아트, 노조 권리 분쇄 음모’, <LaBreche>, 2011년 1월 19일 기사 참조.
(5) ‘이탈리아: 파동, 파장, 파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1월호 참조.
(6) Carlo Brambila, ‘감찰관 역할하는 북부연맹’, <쿠리에 앵테르나시오날>, Paris, 2011년 1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