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들의 위법을 응징하라

“법은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어야 한다”

2020-02-28     뱅상 시제르 l 파리 낭테르대학 교수

경찰과 사법부는 ‘공공의 안전’을 앞세워 서민층을 억압한다. 반면, 국가나 기업 권력자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이런 불균형은 불법행위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며, 불공정한 행위와 폭력을 확대한다. 

 

우리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즉 우리 신체에 그 어떤 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의 억압적 지배를 감수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20여 년 전부터 힘을 얻고 있다. 심각한 테러로 차분한 대화가 어려운 이 시점에는, 이런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치안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이들이 실제로 제공하는 치안은 신기루와 같다. 2016년 7월 14일 발생했던 끔찍한 니스 테러가,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력의 최후형태인 국가 비상사태 선언 8개월 만에 발생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개인의 자유보다 치안을 우선하는 안전주의는, 범죄의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서민층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범죄로 인한 피해는 서민층이 더 많이 입는다. 서민층은 부유층과 비교해 차량 절도에 2배 이상, 성폭력에 3배 이상 더 노출된다.(1) 그런데도 서민층은 경찰과 사법당국으로부터 더 많은 억압을 받는다. 이들은 과도하고 차별적인 경찰 검문을 수시로 당하는데, 전형적인 ‘서민 복장’을 한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차림새의 청년들보다 16배나 많은 경찰 검문을 받는다.(2)

서민층은 처벌도 더 많이 받는다. 수감자 중 서민층의 비율은 월등히 높다. 수감자의 48.5%가 고등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고, 50%가 수감 당시 무직 상태였다.(3) 반면, 집행 당국은 언론에서 큰 화제가 된 일부 사건을 제외하고는, 대규모 경제 및 금융 범죄 퇴치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그들은 눈에 띄는 일상 범죄의 신속한 처리를 우선시한다. 경제 및 금융 범죄를 전문으로 하는 경찰 조사관의 수도 2013년 말 총 529명에서 4년 후 514명으로 줄었다.(4)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기준을 따르자면, 치안이 이토록 부실한 것은 억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은 발생 가능한 모든 가해 위험에 대한 비현실적인 보장을 대가로, 억압적인 권력의 독단적인 결정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모든 종류의 권력남용으로부터 법의 보호를 누리는 것이 안전이다.

 

“횡포가 만연한 곳에는 범죄도 만연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세워진 법질서의 근본인 안전에 대한 요구는, 사회적 지위와 무관한 개개인의 엄격한 법적 평등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당국의 절대적인 권력을 정당화하지 않고, 법에 의한 실질적인 법적 보호를 의미한다. 1789년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 명시된 바에 의하면, “보호를 위해서든 처벌을 위해서든, 법은 모두에게 평등한 것이어야 한다.” 

먼저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 것은 공권력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1791년의 형법은, 더 이상 앙시앵 레짐(프랑스 혁명 이전의 제도-역주)의 법률을 따르지 않고, 공무원의 독직(공금횡령이나 권력남용)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공익을 대변하는 사람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는, 프랑스 혁명 당시 입헌의회의 사고방식을 담은 것이다. 이 형법에는 제1공화국의 주역들이 가진 급진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뿐 아니라, 그들의 심오한 실용주의도 표현돼 있다. 

혁명기 형법을 만들었던 생파르고의 루이미셸 르플르티에는 1971년, 이렇게 주장했다. “자유로운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형벌이 아니라 훌륭한 경찰이다. 횡포가 만연한 곳에는 범죄도 만연하다. 그곳에서는 사람이 타락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유는 튼튼하고 건장한 이 식물들을 닮았다. 자유는, 그 자신이 싹을 틔운 이 행복한 땅을 유해한 모든 산물로부터 빠르게 정화한다.”(5)

르플르티에의 이 주장은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브라질이나 멕시코, 콜롬비아처럼 군대조직으로 변화한 경찰이 불균형적인 억압을 주도하는 국가들에서, 인구당 고의적 살인의 숫자가 가장 많다. 이런 국가들의 정책은 폭력을 감소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반대로, 폭력을 심화시켜 조직범죄 주동자들까지 차례로 군대조직화하게 만든다.(6) 미국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가장 엄격한 형벌체계를 갖췄으나 가장 높은 고의적 살인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수감인구의 1/4이 미국에 집중돼 있고,(7) 고의적 살인 비율은 감소세이긴 하나 2016년 기준 미국은 10만 명당 5.35명, 프랑스는 1.35명, 독일은 1.18명으로 유럽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경찰의 직권 남용을 예방, 식별하고 처벌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방법을 취하느냐에 민주주의의 미래가 달렸다. 충분히 효과적인 방법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공권력의 독단을 목격할 뿐만 아니라, 증가하는 폭력행위에도 노출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억제하고자 하는 범죄행위는 더욱 과격해질 것이고, 공권력과 국민 사이 신뢰 관계도 무너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범법행위로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주저할 것이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이를 되려 폭력으로 해결하려 할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 지도층을 구성하는 이들, 특히 경제 기득권층이 범죄행위를 저지를 경우, 그 행위가 얼마나 사회통합을 저해했는지에 따라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 경제적 약탈 행위는 권력을 쥔 이들에 의해 자행되는 만큼 그 파급효과는 매우 심각하다. 우선, 당연히 그 행위들이 내포한 잠재적 규모 때문이다. 기득권층의 탈세는 수백억 유로에 달하는 예산 부족을 야기한다.(8) 그럼에도 2016년에 탈세로 처벌받은 경우는 524건에 불과하다. 매해 적발된 1만 5,000건의 탈세 중 조세 당국이 재판에 회부하는 건수도 1,000건을 밑돈다.(9) 게다가 2016년과 2017년 경제 및 금융 범죄 중 단 3%만이 형사기소됐다.(10)

지도층들의 범법행위가 사회‧경제적으로 비중이 커질 경우, 시민들이 누려야 할 법적 보호의 틀이 전반적으로 붕괴할 위험도 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뇌물을 써야 하기도 한다. 또한, 시민들이 부유층과 대립하게 되면, 부유층에게 매수된(또는 사기업화된) 형벌기관은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거나, 부유층의 사적 폭력행위를 방관하기도 한다.(11) 

 

기득권층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

또한, 기득권층의 부패율이 높은 국가들에서는 국민들도 법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다. 대기업들의 배임이 만연한 곳에서는, 특히 세금 관련 정부 기관들과의 관계에서 부정행위는 보편적인 것(심지어는 정상적인 것)이 돼버린다. 일례로 이탈리아에서는, 마피아식 권력 침투 때문에 국민들이 탈세와 ‘콤비나지오네(법과 관련한 뒷거래 및 소규모 합의들)’에 대해 더욱 관대해졌다.(12) 여기서도 기득권층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약자들이 공권력이나 사권력과 충돌할 경우,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법률체계의 민주적 유효성에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경제·사회·문화적 방편을 가지지 못한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포함된다. 미성년자, 수감자, 외국인 등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이에 해당한다. 미성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폭넓은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감자들의 상황은 다르다. 수감자들의 기본권 준수를 감시하는 프랑스 국내 및 유럽 기관들은, 수감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존엄성조차 무시하는 수감조건을 비판해왔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외국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체류권이나 국외추방 절차에 있어서 이들의 권리는 지난 20년 동안 계속 악화됐다. 결국, 불안정한 상태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는 데 종종 큰 난관에 봉착한다. 최근 프랑스 고용청이 보조금 대상자를 과도하게 축소한 일과 관련해 논쟁이 발생했고, 갑작스레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된 보조금 수혜자들의 ‘불안정’한 상황이 주목을 받게 됐다. 

지도층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사회의 일반적인 법 집행 수준에 영향을 미치듯,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적 보호 강화는 시민 개개인의 안전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당국이 가난한 이들의 권리가 존중받도록 노력할수록, 스스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권력을 가진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경향도 더욱 커지게 된다. 반대로, 누군가의 권리 보장과 관련해 드러난 결함은 다른 이들에게까지 쉽게 확대될 수도 있다. 이 사실은 외국인의 권리를 먼저 제한했던 조치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영토 추방 대상자에 대해 그 어떤 사법 절차 없이 행해진 가택 연금 조치는, 나중에 과격한 스포츠 응원단들에까지 확대됐다. 프랑스의 헌법재판소만이 이러한 조치가 시위대로까지 적용되지 않도록 제동을 걸었을 뿐이다.(13)

사회의 모든 계층에 평등하게 법을 적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국민들이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다면, 이들은 안전을 운운하는 허황된 말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글·뱅상 시제르 Vincent Sizaire
파리 낭테르 대학교수. 저서로 『Sortir de l'imposture sécuritaire 치안을 위시한 기만으로부터의 해방』(La dispute, Paris, 2016)이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번역위원


(1) 조사 보고서 「Cadre de vie et sécurité 2018, 2018 생활환경과 안전」, 프랑스 내무부, Paris, 2018년 12월. 
(2) René Lévy, Fabien Jobard, ‘Les contrôle d’identité à Paris 파리의 검문 실태’, <Questions pénales>, n° 23.1, 법률 및 형사 제도에 관한 사회학 연구소(CESDIP), Guyancourt, 2010년 1월.
(3) ‘Qui sont les personnes incarcérées? 수감된 사람들은 누구인가?’, 국제 교도소 관측소(OIP), ww.oip.org/en-bref
(4) ‘Les moyens consacrés à la lutte contre la délinquance économique et financière 경제 및 금융 범죄 퇴치를 위한 수단들’, 프랑스 회계감사법원, Paris, 2018년 12월 12일.
(5) 생파르고의 펠릭스 르플르티에 인용, 『Œuvres de Michel Lepeletier de Saint-Fargeau 생파르고 미셸 르플르티에의 업적들』, Lacrosse, Bruxelles, 1826.
(6) ‘How’s life?’, ‘Safety’ 코너, OCDE, Paris, www.oecdbetterlifeindex.org
(7) Roy Walmsley, ‘World Prison Population List’, 11th edition, Institute for Criminal Policy Research, London, 2016.
(8) ‘Commission d’enquête sur l’évasion des capitaux et des actifs hors de France et ses incidences fiscales 프랑스 국외로의 자본 및 자산 탈루, 조세 파급효과 조사위원회’, 프랑스 상원, Paris, 2012년 7월 17일.
(9) <Rapport d’information sur les procédures de poursuite des infractions fiscales 조세 범죄 기소 과정에 대한 정보 보고서>, n° 982, 프랑스 국회, Paris, 2018년 5월 23일.
(10) <Infostat Justice>, n° 169, 프랑스 법무부, Paris, 2019년 5월.
(11) Pierre Lascoumes, 『Une démocratie corruptible. Arrangements, favoritisme et conflits d’intérêts 매수 가능한 민주주의. 합의, 특혜 그리고 이해 충돌』, Seuil, ‘La République des idées 생각의 공화국’ 시리즈, Paris, 2011.
(12) Roberto Scarpinato, Saverio Lodato, 『Le Retour du prince 왕자의 귀환』, La Contre-Allée, Lille, 2015.
(13) Vincent Sizaire ‘Des sans-culottes aux “gilets jaunes”, histoire d’une surenchère répressive 질서유지 앞세운 공권력의 위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4월호·한국어판 2019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