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논리에 매몰된 공공보육
모성 및 영아 보호 체계가 소멸할 위험에 처하고, 소아정신과 의사의 수는 감소하며 보육 기관은 쇠퇴하는 가운데, 영유아 보육 영역 또한 점차 완강해지는 정부의 민영화 의지를 피할 수 없었다. 변화는 공공 서비스의 보편성을 훼손하고, 취약계층 가정에 대한 관리 감독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프랑스 전역에서 모인 영유아 보육 및 부모 교육 전문가들은 정부 법률안 개정(작년 12월 제출, 올해 2월 중순경 통과 예정)에 반대해 집회를 열었다. 지난 2010년 전대미문의 반대 시위를 촉발했던 ‘모라노 법’(당시 가족 담당 정무차관이었던 나딘 모라노를 법 이름으로 명명)은 보육 시설 규제 완화를 골자로 했는데, 올 7월 1일 발효 예정인 이 개정 법률안 역시 ‘보육 제도의 단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9년 3월 28일과 5월 23일에 있었던 대규모 시위는, 정부로 하여금 현직교사 대 아동 비율(걸음마를 떼지 못한 유아의 경우 5명당 교사 1명, 걸음마를 뗀 유아의 경우 8명당 교사 1명)을 유지하도록 했지만, 새로운 법안은 현실적으로 이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교사 확충 없는 정원 확대와 보육 여건 악화는 사회 안정뿐만 아니라 영유아의 신체 및 심리 발달과 행복을 침해한다”라고 피에르 수에세는 경고했다. 그는 민간단체인 ‘교사 대 아동 비율 확대에 반대하는 모임’의 조정관으로, 이 단체는 영유아 보육과 관련한 주요 노조와 기구를 통합하고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신경과학과 인문학 모두 생애 초기가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심리적 관점 모두에서 영유아 성장 및 발달에 아주 중요한 시기임을 보여준다. 프랑스 인권보호기구(DDD, Défenseur Des Droi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동들의 개인적-사회적 자아 형성’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영유아 권리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1) 프랑스의 0~6세 인구는 460만 명이다. 흔히 ‘영유아’(2)로 분류되는 이 연령대의 아동들은 모성-영아 보호 체계(PMI) 서비스의 관할 하에 있게 된다. 오랫동안 의무교육의 시작 연령은 만 6세였으나, 2019년 7월 28일 발효된 ‘신뢰받는 학교를 위한 법률’에서는 의무교육 연령을 만 3세로 낮췄다.
민간보육을 살찌우는 데 쓰인 공공재정
2003년 열린 가족 분야 연례회의에서 정부는 공개입찰을 통한 민간 투자를 허용함으로써 보육영역을 개방했다. 기업의 보육시설 설립은 가족 세액공제제도와 전국가족수당기금(CNAF)의 재정 지원에 따라 확대됐다.(3) 이 ‘개방’은 2006년 유럽연합의 ‘볼케슈타인(Bolkestein) 지침’에 따라 가속화됐는데, 서비스 규제 완화의 첨병이 된 이 지침은 프랑스 보육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민간 기업은 보육시장에 직접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보육시설을 직접 세우거나 공공 서비스 위탁을 통해 기존 기업 또는 지자체의 보육 시설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보육기업 협회(FFEC)에 의하면, 민간영역은 최근 몇 년간 신규 보육정원의 50% 이상을 창출했고 이미 전체 보육 정원의 17%(2012년에는 7%에 불과했다)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규제 완화에 더욱 크게 영향을 미쳤고 사람들은 규제 완화야말로 ‘사람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밖의 비영리 사업자들은 이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예컨대 2016년의 경우 지자체(이들은 보육정원 신규생성 의무는 없다)는 신규 정원의 23%를, 비영리 단체는 19%를 창출했을 뿐이었다.
바빌루(Babilou), 레 쁘띠 샤프롱 루주(Les Petits Chaperons Rouges), 피플 앤 베이비(People and Baby), 크레슈 아티튀드(Crèche Attitude, Sodexo 계열), 라 메종 블루(La Maison Bleue) 같은 몇몇 대기업이 관련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Sodexo는 프랑스의 대형 푸드서비스 기업이다-역주), 수익성의 논리가 공공보육을 지배하면서 이 대기업들은 스스로를 경영의 왕이라 자처하기 시작했다. 가족, 아동 및 노년층 고등심의회(HCFEA) 부의장인 실비안 지암피노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003년 실시된 통합 서비스 제공은 더 공정한 예산 지원을 목표로 했지만, 이는 오히려 각 가정 내 요금계약을 맺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관료적 경직성과 회계 관리 위주의 논리를 야기했다. 그 결과, 각 가정과 보육 시설 간 관계가 변질되고 보육 전문가들은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는 더 이상 보육정원이나 아동들, 유아용 침대의 수를 세지 않는다. 우리가 계산하는 것은 시장점유율뿐이다.” 아동, 가정, 전문가 간 교류에 썼어야 할 시간을 숫자 싸움에 소모했던 것이다.
노동경제사회학연구소 연구원으로 보육 방식에 대한 보고서를 다수 써낸 바 있는 소피 오데나는 “빽빽한 업무 일정 속에서 직원들은 녹초가 되며, 잦은 병가와 주요 보직의 인사이동도 문제”라고 밝혔다. 2008년 새로 구성된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지방정부가 레 쁘띠 샤프롱 루주에 소재한 20개 보육 시설의 경영권을 위임한 뒤, 마르틴 가랑은 엑상프로방스 보육협회 문제예방 및 지원 서비스 조정관 직위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말했다. “15년에 걸쳐 우리는 문제 예방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에서 불안감이나 심리적 병리 현상 등을 호소하는 아동들을 사회 안에 통합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수익성 위주의 새로운 경향은, 이런 노력을 원하지 않으며 지자체마저 우선권을 잃었다. 엑상프로방스 모성-영아 보호 기관의 전 담당자인 의사 마리-로르 카다르 역시 이를 확인해 준다. “경쟁입찰 시스템은 문제가 많다. 경영에 대한 강박을 낳기 때문이다.”(4)
2018년 발표된 연구에서 제르피(Xerfi) 그룹은 민영 보육 시장에서의 ‘대단히 이례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2017년 한 해 동안 그들은 19%의 성장률을 보였고 13억 유로가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제르피 그룹은 특히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긍정적 수익성 전망에 기반해 이와 같은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2개 국어를 구사하는 교사들, 명상 공간 등이 교육 혁신을 위한 경쟁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2017년 파리에서 열린 ‘환경을 생각하는 미래세대를 위한 보육 4.0’ 박람회에서 피플 앤 베이비 그룹은 그룹의 미래 목표를 제시했다.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아기 요람, 체온을 재주는 스마트 젖꼭지, 습도계 내장 아기침대, 놀이를 통해 학습을 돕는 로봇 등을 공개했다. 온라인 상점, 성장 기록 서비스, 학습 지원, 찾아가는 보육 지원 서비스 등에서 수많은 브랜드가 향상된 서비스를 선보였다. 보육 기업들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제안서를 보냈고, 투자 펀드는 이 기업들에 자본을 투입했다.
프랑스 사회감독국(IGAS)은 여타 경제주체들의 수익성에 비해 훨씬 높은 수익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타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7.8%인데, 이들 보육 기업은 40%에 달한다. 게다가, “이런 이익률은 막대한 공공재정 투입을 기반으로 이뤄졌다”라고 사회감독국은 비판했다.(5) 보육 기업들이 거의 절대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이 시스템은 소규모지만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으며, 보육 수준 저하 및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복지 및 의료건강 문제에 대한 전국 수십 개 협회를 통합해 창설한 민간단체 ‘영유아 정책 공동 구축’은 무상보육 시행을 주장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현재 빈곤선 아래 있는 가정에 우선적으로 시행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각 가정에서는 통합 보육 서비스가 적용되는 보육 시설에 시간당 최저 0.14유로에서 최대 3.18유로, 평균 1.6유로를 지불하고 있다.(6)
무너진 공공 진료체계
가족아동여성권익부 장관인 로랑스 로시뇰은 2016년 실비안 지암피노의 보고서(7)를 재검토함으로써 수많은 전문가의 희망을 되살렸다. 아동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그녀는 보육 제공 방식의 변화에 따라 강해진 ‘영리주의적 또는 소비주의적 태도’에 대해 경고했다. 그리고 ‘아동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논의의 중심에 다시 올렸다. 그것은 각 아동의 발달 정도에 대한 존중과, 아동들이 처한 관계와 장소의 안정성에 대한 중시, 그리고 수준 높은 전문가들의 확보다.
그녀는 보육 시설이 경영상의 압박 때문에 획일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획일적인 장소와 방식은 획일적인 인간관계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2017년 초 프랑스 정부는 지암피노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영유아 보육을 위한 국가 기본계획과 그 주요 원칙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고, 가족, 아동 및 노년층 고등심의회(HCFEA)는 그 실행에 필요한 제안서를 제출했다.(8)
보육방식 개선안 발표를 앞두고 ‘교사 대 아동 비율 확대에 반대하는 모임’은 보육 시설과 인가보육사(보육사의 집에서 4명까지 아동들을 돌볼 수 있다-역주) 모두에서 정원 초과 현상이 증가할 우려, 그리고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적정 보육 면적(현행 아동 1명당 5.5~7m²)이 축소될 우려를 지적했다. 정부는 모든 사업자(공공, 민간, 비영리)들로 하여금 금전적 인센티브를 통해 보육정원 수를 증가시키도록, 2022년까지 3만 개의 ‘보육대책’을 세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HCFEA의 최소 권고치인 23만 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프랑스는 약 4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영유아기의 가치를 인정하는 선도적 국가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심리학자 장 엡스타인은 2010년 이후 프랑스가 보육 분야를 너무 쉽게 민간 기업에 개방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9)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급선무였던 보건의료 문제가 해결된 이후,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은 사람들이 영유아들의 정서적, 심리적 욕구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아동들은 인격과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 존중받게 됐고, 주변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존재로 이해됐다.
1980년대 이후, 아동들을 보살피는 장소일 뿐이었던 ‘탁아소’는 점차 교육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을 합친 보육의 장으로 진화했다. 나아가 문화 예술적 자각의 장으로까지 변모했다. 여기서 부모와 함께하는 교육 프로젝트들이 이뤄졌는데, 특히 ACEPP(Association des Collectifs Enfants Parents Professionels, 아동-부모-전문가 단체 협회)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 프로젝트들은 부모의 보육 참여로 이어졌고, 이를 통해 부모들은 행정적 안내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육에 참여할 수 있었다. 프랑수아즈 돌토의 ‘메종 베르뜨(Maison verte: 푸른 집)’를 시작으로 부모와 아동이 함께하는 보육 시설이 증가했다. 많은 이들은, 이런 성과가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1945년 설립됐고 1983년 각 지자체에 이양됐으며 영유아 보육의 또 다른 축이 된 모성-영아 보호 체계(PMI)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의학적, 심리적, 사회적 예방과 관련해 PMI는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셸 페이론 의원은 지난 3월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PMI가 “집단적이고 제도적인 무관심의 희생양이 됐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10) 정부 차원의 노력이 없다면, PMI는 10년 내로 대다수 지자체에서 그 역할을 상실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편성 원칙에 반한 ‘과도한 조치’가 이뤄질 위험이 있다고 그녀는 예측했다. ‘PMI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임’은 기본 강령을 통해 “정부는 너무 많이 손을 뗐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11년부터 정부에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내온 전국 PMI 소속 의사 노조를 비롯해 14개 협회를 통합해 창설됐다.
영아 사망률을 억제할 수 있게 된 이후로 PMI의 임무는 가족계획·출산 전후 돌봄·장애·취약계층 미성년자·영유아 보육방식의 승인 및 통제 등으로 확대됐다. PMI는 점차 가장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가구의 관리를 늘렸지만, PMI에 대한 정부지출은 ‘명백한 감소’를 보였다. 2010~2015년 PMI 소속 의사는 7.7% 감소했다. 낮은 임금과 직무에 대한 인식 부족이 인력충원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그 결과, PMI는 0~6세 영유아에 대한 진료 수요의 단 12%만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4~5세 아동들 중 1/3은 무료검진(유치원에서 실시하는 무상 건강관리 프로그램의 일부로 규정돼 있다) 혜택을 볼 수 없었다. 주느비에브 아브나르 아동 보호관은 ‘1차 예방행위의 전면적 중지’를 우려하고 있다.(11) 1995년에서 2016년 사이 검진을 받은 아동들의 수가 45% 감소했고, 지역에 따라 대단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보육 방식에 관련된 PMI의 직무를 가족수당기금(CAF)으로 이전하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이에 대한 페이론 의원의 답변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입법부가 해당 직무를 다른 기관에 양도하기로 갑작스럽게 결정한다면, 우리는 오로지 그 직무를 다루는 자리를 만들기 위한 인사 이동이 일어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 이런 상황이, 영유아 보육기관의 보육수준에 미칠 악영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심리 및 발달장애를 평가하고 치료하는 여러 센터의 상황 역시 밝지 않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심리치료센터(CMP-IJ)와 교육심리치료센터(CMPP), 조기사회의료행동센터(CAMSP)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반면 직원들의 처우는 그들의 발전 가능성을 위협하고, 예산 또한 부족하다고 프랑스 사회감독국(IGAS)은 보고했다.(12) 특히, 소아정신과 의사의 부족은 이런 상황에 더욱 큰 타격을 입혔고 이는 프랑스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소아정신과 의사의 수는 2007년에서 2016년 사이, 48%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14개 지자체에서는 아예 사라졌다. 최초 검진까지의 평균 대기기간은 6개월에 달하며, 어떤 지역에서는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위 센터들로 하여금 신규 영유아 등록을 거부하게 했다. IGAS가 점검한 한 지자체에서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심리치료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영유아 9명 중 8명이, 단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소아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진행하지 못했다.” 의료 접근성의 불평등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파리 데카르트 대학교 소아청소년정신과 명예교수인 베르나르 골스에 의하면, 1970년대 심리치료센터를 중심으로 조직된 섹터 중심 의료 체계는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는 의료진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편리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전 세계가 부러워했던 우리의 이 섹터 개념은 자유주의 경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길을 잃어버렸다.”
‘위험한’ 인구 집단에 집중하다
현재 프랑스는 주요 선진국 중 예방의료 부문에서 최악의 지표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가 보건 예산 중 예방의료 부문에 지출하는 예산은 1.8%에 그친다. 한편, 이탈리아는 프랑스의 2배가 넘는 4%를, 캐나다는 3배가 넘는 6%를 지출하고 있다.(13) 아브나르 아동보호관은 “지금 우리가 아동보건 영역에 투자하지 않으면 그 장기적인 결과는 극적으로 나타날 것이며, (…) 후에 반드시 더 큰 보건 관련 지출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산 삭감으로 공공보육 서비스가 점차 마비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투자’ 옹호자들은 정부가 ‘위험한’ 인구집단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사례에 기반해, 테라노바(Terra Nova) 재단은 “집중 프로그램을 시행할 경우, 영유아에 대한 투자는 아주 높은 사회적 수익성을 보여준다”라고 주장했다. 이 재단은 또한 수혜자들이 ‘프랑스 사회보장 체제의 관대함’에 덜 의존할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14)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8년 발표한 ‘빈곤의 예방 및 퇴치를 위한 국가전략’은 사실상 보육시설에서 ‘인지과학 기반 실험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일부 영유아 전문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올리비에 노블쿠르(사회적 행동을 위한 지역 센터(CCAS) 부회장. 후에 소아청소년 빈곤 예방 및 퇴치를 위한 각부 공동위원회 대표 역임, 현재 그르노블 시장 후보)가 그르노블에서 실시한 유아 언어능력 향상 프로그램인 ‘아동들이 말한다’와 관련한 논쟁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학자 제라르 네이랑은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으로 가장 불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근본적 불평등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생애 초기의 개입만으로는 불충분하지 않을까요?”(15) 여하튼 그것은 현재의 ‘숙명적인 불평등’과 맞서 싸울 것을 천명한 ‘아동들의 첫 1,000일(임신 4개월부터 만 2세까지)을 위한 위원회’(2019년 9월 마크롱 대통령이 창립, 의장에 신경정신과 의사 보리스 시룰닉)의 목표로 자리 잡았다. 이런 생각을 정치권이 수용함에 따라, 우려는 증폭됐다. 공동체의 책임을 개인에게 부과하고, 문제는 특정 가정과 아동에 있다고 낙인을 찍어 더 강력하게 통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2006년 초 많은 전문가가 하나의 정부법률안을 비판한 적이 있다. 그것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심리문제의 조기 발견을 권장한 법률안으로, 잠재적 품행장애 발견을 위해 생후 36개월 경 시행이 권장되는 심리 검사의 정치적 악용을 부추기고 있었다. 이 법률안은 “이 연령대에서 양육곤란형 기질, 과잉행동장애, 품행장애의 초기 증상들이 최초로 발견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16) 이런 주장에 맞서, 민간단체 ‘세 살배기 아동들에게 못된 행동은 없다’는 “이 심리검사는 아동들의 행동 문제를 미래의 범죄 가능성에 점점 더 기계적으로 연관시킴으로써 혼란을 가중한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육시설과 유치원에서 이뤄지는 사회안전 정책의 보조수단인 이 심리검사가 ‘추적의 장’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법률안은 각각의 사회적 주체와 보건 전문가들로 하여금 “한 사람 또는 한 가정의 구성원이 겪는 사회적, 교육적, 물질적 문제의 심각성이 다수 전문가의 개입을 부를 경우” 지자체의 요청에 따라 비밀유지 의무 해제가 가능하게 했다. 이 조치는 범죄 예방에 관한 2007년 3월 5일 법률안 제 8조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이 단체는 약 20만 명의 항의 서명을 통해 법률안에서 조기진단 조치를 제외시켰다. 국가윤리자문위원회의 2007년 1월 11일 의견은 다음 내용을 거듭 강조했다. “예방의학은 ‘예측의학’이 아니다.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아동들을 조기에, 적절하게 진료하는 데 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오히려 (검사와 낙인을 통해) 아동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무 검사도 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아동은 그런 미래를 맞이하지 않을 것이다.” 자문위원회는 “아동들을 피해자가 아니라 위험요소로 간주하고, 문제의 원인을 아동들에게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교정하는 억압의 장에, 예방의학을 승인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17)
2010년, 민간단체 ‘세 살배기 아이들에게 못된 행동은 없다’는 재차 논쟁에 참여했다. ‘아동 문제에 관한 각계회의’는 ‘거주지가 일정치 않은 가구가 사회복지 체계의 통제와 감독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긴급정보 전달 방법을 개선하는 것’을 그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이 단체는 ‘아동 문제를 위한 각계회의’를 조직해 ‘세심한 예방’이 고통받고 있는 아동과 그 가족을 사회적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으면서도 지원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했다.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마리-로르 카다르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세심한 예방은 매뉴얼화되지 않은 다양한 노하우의 결과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믿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예방법은 세심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이뤄지면서도 아동과 그 가족을 틀에 박힌 평가 기준이나 예측적 진단, 비인간적 매뉴얼로 둘러싸거나 낙인찍지 않는다. 이 방법은 반대로 그들을 의학적, 심리적, 사회적, 교육적 지원을 통해 돕는다.”(18)
문제는 이 예방법의 효과를 증명하려면, 그것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지행동 및 재활교육의 접근법이 우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경과학에 기반한 이들 접근법은 단기간에 증상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포괄적 예방법 옹호자들은 (다른 접근법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 아동의 상황을 각자의 배경과 맥락 안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신분석에서 비롯된 치료법에 크게 의존하는 이들은 ‘증상’ 치료의 장기적인 효과를 목표로 삼는다.
이들은 ‘장애 증상 목록(독서장애, 언어장애, 운동장애 등)’을 비롯한 여러 표준화된 진단이나 ‘최대다수를 대상으로 반복할 수 있도록’ 마련된 치료 매뉴얼 및 절차의 남발, 또 장애 증상 억제를 위해 약물 요법에 의지하는 경향에 대해 경고해 왔다. 베르나르 골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아동정신의학이 우울증이나 과잉행동, 자폐증 등에 따른 전문분야로 나뉠 경우, 우리는 아동과 그 주위 환경 전체를 살피지 못할 수 있으며 문제를 예방하기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그는 아동이 겪는 장애를 각각의 경우에 따라 과도하게 분류(19)하는 경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감독국(IGAS)은 기존 표준 체계가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을 적용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프랑스 사회가 성과와 경쟁을 중시하고 신경과학이 영유아의 두뇌 능력을 강조함에 따라 학업성취와 평가는 점점 더 큰 목표가 되고 있다. 학습부진 아동을 낙오시키더라도 ‘영재’를 만들겠다는 과잉자극의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1) ‘De la naissance à 6 ans: au commencement des droits 출생부터 6세까지: 권리의 시작’, Défenseur des droits(프랑스 인권보호기구), Paris, 2018.
기업인들이 소형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이유
3년 동안 실험을 거친 후, 소형 어린이집(Microcrèches)은 2010년 일반법 체계에 편입됐다. 최대 정원이 10명(개선안에서는 12명)이라는 점 때문에, 소형 어린이집은 직원 중 최소 40%가 관련 학위 소지자여야 하며, 원장을 임명해야 한다는 규제에서 자유롭다. 2013~2017년 신규 보육 시설의 1/3 이상이 소형 어린이집이었으며,(1) 이들은 현재 집단 보육 시설 총 정원의 10.7%를 차지하고 있다.(2) 소형 어린이집의 이런 예외적 지위는 두 가지 이유에서 기업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규정이 느슨하다 보니, 소형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납부하는 영유아보육수당(PAJE)을 통한 가족수당기금(CAF)의 지원 혜택도 온전히 누릴 수 있고, 보육비도 상한선 하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소형 어린이집(3)은 많은 경우 보육비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의 2배를 버는 가구의 경우 월평균 약 437유로를 책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반 어린이집은 약 138유로를, 인가보육사의 경우 약 311유로를 책정한다.(4) 가정 내 보육사(가정을 방문해 어린이들 돌보는 직업의 형태-역주)를 제외하면 이는 여러 보육방식 중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이런 예외적 상황을 이용해, 기업인들은 보육정원 20명의 전통적 어린이집 대신 2개 이상의 소형 어린이집을 붙여 지음으로써 규제를 피해갔다. 2015년, CAF의 한 연구는 “보육 양극화라는 이중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5) 현재 전국가족수당기금(CNAF)은 가구소득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거나, 소외지역에 설치되는 소형 어린이집에 대해 지원 혜택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소지 파악시 (2개 이상의 소형 어린이집을 붙여 짓는 등의) 편법이 의심되거나, 자금 중 일부를 후원금 또는 조합원비 등을 통해 조달한 경우에는 혜택에서 제외된다. 한편, 프랑스 보육기업협회(FFEC)는 정부에 소형 어린이집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 ‘혁신적인’ 보육이 신규 보육정원의 주요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글·레일라 샤샤아니 Leïla Shahshahani 번역·오규진 mrcrazyani@gmail.com (1) <L’accueil des enfants de moins de 3 ans. Tome I : État des lieux 3세 이하 아동 보육, 제 1권: 현황일람>, Haut Conseil de la famille, de l’enfance et de l’âge(HCFEA, 가족, 아동 및 노년층 고등심의회), Paris, 2018년 4월 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