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공격이냐, 베이징 봉쇄냐

백악관의 딜레마

2020-02-28     마이클 T. 클레어 l 햄프셔 대학교(매사추세츠) 명예 교수

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했을까? 이런 위험한 작전 감행에는, 누구의 입김이 작용했을까? ‘매파’의 반이란 성향과는 상반되게 ‘근동은 중국과 비교해 이제 제2전선에 불과하므로, 미국의 역량을 아시아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란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Al Qods Force)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었다. 물론 이미 오래전부터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지만, 미국과 이란의 관계, 그리고 이란과 다른 페르시아만 강국의 관계가 이토록 급작스럽게 악화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얼마 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 가서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평화적 해결안을 찾으려는 노력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분쟁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트럼프 정부가 이라크와 걸프 지역에 있는 미국 대사관과 미군기지를 향한 공격이 너무 ‘임박했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려 했다는 주장을 순진하게 믿는 이는 없다. 미국 정부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중 대다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성향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본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대사관이 폭격을 당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가 사망하고, 미 의회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맹비난했을 때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 했다고 분석한다. 

한편, 2019년 9월 아프케이 정유시설 폭격 등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반격하지 않으면 약한 모습으로 비칠 것을 두려워한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를 피살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1) 모두 배제할 수 없는 이유지만, 트럼프가 솔레이마니를 왜 제거하기로 결정했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외교·안보 기관의 무능을 탓하면서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국무부,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회의(NSC)를 비롯한 전문기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주요사안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보고하고 있으며, 명확한 행동지침도 권고해준다. 그런데 이 기관들은 기본적인 몇 가지 문제들(특히 군비증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미국의 총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완전히 입장이 나뉜다. 

이를 크게 2개 진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선 근동을 중심으로 미국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신념을 고수하는 ‘관념론파’가 있다. 이들은 미국은 이란을 장악하고, 가능하면 이란 체제를 붕괴할 수 있도록 국제동맹을 결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관념론파의 핵심인물로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이클 펜스 부대통령이 있으며, 미 의회 유력 인사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선임고문 제러드 쿠슈너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쿠슈너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지도자들처럼 이란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관념론파의 반대편에는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정학파’가 있다. 주로 미군, 정보국 소속 인사로 구성된 그들은, ‘이제 미국의 군사자원을 근동에서 중국으로 옮겨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두 진영 모두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위상을 지켜야 하며, 모든 전략적 지역으로 세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한정된 군비를 가지고, 분쟁지역에 가장 효율적으로 군사자원(항공모함, 군부대 등)을 배치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 이슬람 테러조직과 IS가 바로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 적이기 때문에 근동지역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관념주의자들의 의견과는 반대로 아시아가 세계 강대국들의 경쟁 무대가 됐기 때문에 미국도 이 지역으로 전략의 축을 옮겨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한정된 군비로 누구를 견제할 것인가?

국무부, 재무부, 정보국의 고위 관료로 구성된 지정학파는 미국이 근동에서 벌어지는 모든 분쟁에 관여할 수 없으며, 이 분쟁이 미국을 성가시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들에 의하면, 미국이 근동지역 분쟁에만 몰두하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경쟁국들은 군사력과 외교 영향력을 확장했다. 특히 중국은 군사기술력을 보강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고 있다.(2) 백악관과 지속적으로 유대관계를 맺어오고 있는 기업인들도 특히 이런 경쟁국들의 추격을 우려하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이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려 하자, 미 국방부는 이를 제지하기 위해 태평양 지역에 수십억 달러의 추가예산을 들여 군비 추가 계획을 세웠고, 북아프리카나 근동과 같은 ‘제2전선’에서 중국과 러시아 인접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3) 그리고 지난 12월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더욱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미국의 병력과 군 장비를 우선순위 작전지역으로 재배치하는 새로운 전술을 펼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4)

이란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념주의자들이 보기에 미군이 분쟁지역에 있는 ‘병력과 군 시설을 재배치’해서, 아시아의 ‘우선순위 작전지역’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관념주의자들에 의하면, 이란은 여전히 정서적, 전략적으로 미국에 매우 위협적이다. 우선 정서적으로 이란은 이스라엘, 유대교인,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극에 달해있다. 그리고 전략적 면에서도 이란이 전역에 무장 민병대를 통솔하고 있고, 핵무기를 보유해 걸프 지역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위협적이다. 2019년 2월 바르샤바에서 열린 중동 국제회의에서 펜스 부통령은 “이란은 지금 아야툴라처럼 독재를 하면서 사라진 고대 페르시아 제국을 재건하려고 한다”라고 비난했으며,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한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5)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하기로 결단하게 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펜스 부통령이 주도하는 관념론파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이란 정책에 관한 고위급 토론장에서도 에스퍼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폼페이오 장관이 마치 트럼프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했는데, 그는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육군 장교 출신으로 이란을 주요 적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근동지역에서 병력과 군비를 축소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6) 

이미 반이란 감정이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기관 내 급진주의자들 주장에 완전히 설득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근동지역에서 미군의 장악력을 굳히기 위해 솔레이마니 제거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피살사건은 이란에 분노를 촉발했다. 이란이 미국에 반격을 가한 이후(이라크 미군 기지에 폭격을 가했으나 사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어느 정도 긴장 상태가 완화되기는 했으나, 이란의 민병대가 다시 미국이나 미국 동맹국을 공격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서 미국은 최근 몇 주간 걸프 지역으로 육·해군 지원병력을 급파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병력 증가는 불가해졌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저울이 아시아 지역으로 기울어, 이 지역이 미국의 전략 축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을 두려워하고 하고 있고, 외교·안보 기관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근동의 분쟁 때문에 지정학적 경쟁자를 누르고 미국의 패권을 지켜내야 한다는 본연의 임무를 저버릴 리 없기 때문이다. 

 

글·마이클 T. 클레어 Michael T. Klare
매사추세츠 햄프셔 대학교 명예 교수, 저서로 『지옥문이 열리면: 미 국방부의 기후변화에 대한 관점 All Hell Breaking Loose: The Pentagon’s Perspective on Climate Change』, (Metropolitan Books, New York, 2019)이 있다.

번역·정수임 
번역위원


(1) Peter Baker 외, ‘7days in January: secret plans, a deadly strike and a spiraling crisis’, <The New York Times>, 2020년 1월 12일. 
(2) 미 연구 및 엔지니어링 국방장관 마이클 D. 그린핀의 증언, ‘Hearing to receive testimony on accelerating new technologies to meet emerging threats’, 상원군사위원회, 워싱턴 DC, 2018년 4월 18일, http://www.armed-services.senate.gov.
(3) Michael T. Klare, ‘Quand le Pentagone met le cap sur le Pacifique 태평양으로 기수를 돌린 미 국방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2년 3월호.
(4) ‘Keyote address by secretaty of defense Mark T. Esper at the Reagan National Defense Forum’, 2019년 12월 7일. www.defense.gov.
(5) ‘Remarks by vice president Pence at the Warsaw ministerial working luncheon’, 2019년 2월 14일, www.whitehouse.gov.
(6) Nahal Toosi, ‘Trump’s shadow secretaty of defense’, <Politico>, 알링턴, 2020년 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