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대만에 기회가 될까

2020-02-28     알리스 에레 l 기자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세계 최대 수입국인 미국 사이에 일어난 무역분쟁으로 인해, 세계화의 핵심에 위치한 대만의 무역수지가 증가했다. 지난 1월 11일 대만 총통 선거 쟁점은 홍콩 시위 사태와 대만경제의 중국 의존이었고, 결국 차이잉원 총통이 재임에 성공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뜨겁던 2019년 6월,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던 미국 기업들의 해결책은 대만이 됐다. 대만기업 폭스콘 회장 테리 구(Terry Gou)가 의도했던 결과다.(1) 중국에 뿌리내린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처럼, 미국 애플의 최대 납품업체인 폭스콘은 중국으로부터 공장을 철수하고자 했다. 대만의 최대 갑부인 테리 구 회장은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었으나, 2019년 10월 갑자기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중국 공장을 철수하고 외국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무역전쟁에서 대만이 국제납품망의 중심지로서 이익을 취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타이샹’들은 귀환한 것인가

UN무역개발회의에서 지난 11월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테리 구 회장의 사업 이전 전략을 볼 때, 미중 무역전쟁이 두 국가 경제에는 손해를 끼치지만, 제3국가들에는 이익을 가져다줄 전망이다.(2) 즉, 미중전쟁이 대만에 기회를 안겨준 셈이다. 언론의 반향을 일으킨 이 보고서는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중국의 미국 수출액이 350억 달러(약 40조 원) 감소해 2019년 상반기에 950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대만은 42억 달러(20% 이상)가 증가했다. 

한편, 언론들은 테리 구 회장처럼 외국, 특히 중국에 투자하는 대만 기업, ‘타이샹(臺商)’들의 대만 복귀를 보도했다. 2000년대 타이샹들은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전 영역 산업의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겼다. “대만기업은 대부분 미국의 주문을 받아 대만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중국에서 활동합니다. 대만에서 수출의 90%는 중간생산물이고, 40%는 중국으로 수출합니다.” 대만 정부 산하 타이베이 청화경제연구소(CIER)의 경제학자인 로이 리의 설명이다. 

공식적인 경제 전망은 낙관적이다. 지난해 9월 2019년 경제성장률은 2.4%로 추정됐으나, 대만 중앙은행은 올해 2.6%의 성장을 기대한다. 대만 경제부 산하기관 ‘인베스트 타이완’에 의하면, 2018년 초 개시한 경기 부양 정책을 통해 300여 개 대만기업이 8,424억 대만 달러(약 32조 6,000억 원)의 투자를 약속했고, 이는 약 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3) 지난해, 중국 투자는 55%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타이샹들에게 대만 투자를 촉구해왔습니다. 그러나 타이샹들은 국가 지침보다 시장 논리를 따릅니다. 그들은 무역전쟁 때문에 정부의 요구 없이도 대만으로 돌아왔습니다.” 열심히 설명하던 로이 리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중국 시장은 정체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전 중이며, 여전히 거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아직 중국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미국에 수출할 제품들의 부품 조립라인을 조정할 뿐입니다. 타이샹은 돌아온 게 아닙니다. 과거 중국에 했던 투자를 잠시 대만으로 돌린 것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UN무역개발회의 보고서는 투자의 실질적인 복귀보다 선택적 이동에 주목했다. 생명공학 스타트업 VesCir에서 일했던 첸은 “본사는 대만에 있지만 생산라인은 모두 중국에서 가동됐다”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을 덧붙였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했을 때, 회사는 ‘메이드 인 대만’ 라벨을 붙이기 위해 ‘부품 조립’을 이곳 공장으로 옮겨왔을 뿐입니다.” 

1월 11일 총통 선거 및 총선 직전, 경제 전망과 관련된 중국 의존 문제가 다시금 거론됐다. 4년 전인 2016년, 대만 분리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되자 시진핑 주석은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대만은 여전히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사실이 헌법에 명시돼 있다”라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투자하도록 장려했다. 일명 ‘신남향정책(New Southbound Policy)’이라 불리는 정책이다.

또한, ‘5+2(생명공학, 녹색에너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방위산업 5개 분야에 ‘녹색’ 순환경제와 농업을 추가)’라는 기술혁신 계획을 통해 첨단기술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는 혁신을 장려하고,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기업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를 통해 대만은 임금을 인상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뤄 중국 기반 생산라인에서 비롯되는 중국 의존성을 낮추게 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 몇몇 소소한 결과들이 나타났다. 

무역전쟁 이후, 대만으로서는 중국과 거리를 두는 편이 유리하게 됐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역할을 하면서 민족주의당인 국민당(KMT)을 지지해온 일부 타이샹들은 재선을 준비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민주진보당(PDP)을 향해 돌아섰다. “우리는 무역전쟁에서 비롯된 산업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라며, 민주진보당 대변인인 랴오 타이시앙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중국에 대한 투자 감소와 신남향정책에 따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향한 투자 증가를 언급했다. 1월 초에 대만은 베트남에서 5위 규모의 외국 투자자가 됐다. 

중국과의 관계가 정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라, 대만에서 선거판이 뒤흔들렸다.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시위는 차이잉원의 총통선거 경쟁자인 국민당의 한궈위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2018년 11월 지역선거에서 참패했던 차이잉원 총통은 재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2016년의 690만 표보다 더 높은 820만 표(실득표율 57.1%)를 획득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타이샹은 여전히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기업들의 공장은 대부분 중국에 있습니다. 만약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불안정하다면, 아무도 대만에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만기업으로서는 베트남보다 중국에 투자하는 편이 더 유리합니다.” 국민당 지도부에 법률 및 재정 자문을 제공하는 국립정책재단(NPF) 연구원인 리슈엔창의 주장이다. 그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대만이 중국과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만료다. 

2010년 대만 국회가 승인한 협정은 양국 사이에서 유통되는 산업 항목의 관세를 폐지하고, 무역교류를 확장했다. 협정이 2020년 6월에 만료되면 석유화학과 기계 분야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협정 연장을 원한다고 밝혔지만, 결정은 시진핑 주석에게 달려있다. 일본 주간지 <닛케이 아시안 리뷰>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은 대만 투자자를 포기하더라도 ECFA를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4) 그러나, 로이 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만이 중국에 적대적인 정책을 발전시킬 때에도, 중국 정부는 대만인들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공표하는 것으로 반격합니다.” 이런 정책들의 대부분은, 대만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들의 중국 정체성을 조장하려는 의지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5)

중국 정부가 2019년 11월 4일 발표한 26개의 새로운 우대정책은 특히 대만기업들을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 제조) 2025’에 참여시킴으로써 하이테크놀로지 영역에서 주력산업을 발전시키고 국제 공급업체들에 대한 의존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6) 미국의 거대 통신업체들의 경쟁자인 중국 거대 통신업체 화웨이와의 기술전쟁에 뛰어든 트럼프는 이 프로젝트를 위협으로 인식한다. 트럼프는 중국 기업의 5G 신기술이 특히 국가안보 등의 영역에서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기술자들, 대만에서 중국으로 

트럼프는 화웨이가 스마트폰 제작 과정에서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부품 수출을 금지했다. 그 결과, 화웨이는 제작공정 라인에서 ‘미국 탈피’를 결정했다. 한편, 대만은 중국이 필요로 하는 재료인 반도체의 70%를 생산한다. 반도체는 전자제품 생산에 필수불가결한 재료다. 2019년 말, 화웨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의 최대 고객이 됐다. 애플이 그다음이다. 

공장 대부분이 대만에 남아있는 TSMC는 2019년 6월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TSMC는 이 분야에서 거의 독과점적 사업체입니다. 중국이 TSMC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계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미국 제재에 직면한 중국의 5G 보급 실태를 조사한 파리 몽테뉴 연구소의 아시아 팀 책임자인 마티외 뒤샤텔의 설명이다. “5G의 보급으로 세계는 고가 부품을 더욱 필요로 할 것입니다. TSMC의 우위는 지속될 것입니다. 이는 대만에 강력한 힘을 보장합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는 이 분야에서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3,000명의 대만 반도체 기술자들을 스카우트했다. 이는 이 분야에서 일하는 대만 기술자들의 10%에 해당한다. 로이 리는 “이런 인재유출은 몇 년 전부터 위협이었다”라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무역전쟁은 이미 존재했던 경향들이 가속화된 것에 불과합니다. 중국은 대만 기술에 계속 의존하지 않을 겁니다. 그것은 국가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생존에 필수적인 기술을 제3국가에 의존하려 하지 않습니다. 만약 대만이 기술공급을 갑자기 중단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중국은 대만이 언젠가는 미국 편에 설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알리스 에레 Alice Hérait 
대만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주로 중국과 대만 관련 글을 쓰고 있다. 

번역·권정아
번역위원


(1) Debby Wu, ‘Foxconn Terry Gou urges Apple to invest in Taiwan’, <Bloomberg Businessweek>, New York, 2019년 6월 21일.
(2) Alessandro Nicita, ‘Trade and trade diversion effects of United States tarrifs on China’, CNUCED(UN 무역개발 회의), Genève, 2019년 11월 15일. 
(3) ‘대만에서 3개 투자계획으로 300여 개 기업에서 약 8,400억 투자유치’, InvesTaiwan(대만 경제부 산하기관), Taipei, 2019년 12월 27일.
(4) Kansaku Ihara, ‘Taiwan Inc. weighs loyalty to mainland in presidential election’, <Nikkei Asian Review>, Tokyo, 2019년 12월 27일.
(5) Alice Hérait, ‘Pékin fait de l’œil aux citoyens taïwanais 대만의 환심을 사려는 중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9년 5월호‧한국어판 6월호.
(6) Samson Ellis, ‘China dangles carrot to Taiwanese in battle for hearts and minds’, <Bloomberg Businessweek>, 2019년 11월 4일.